친구엄마 명숙이(외전 그녀의 이야기8)
처음으로 편의점을 벗어나 x와 만나기로 한 그날 명숙은 고민을 거듭했다.
그녀가 x의 앞에 하고 나타날 차림새가 그 만남의 목적을 규정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 만남의 목적은 무엇일까? 직장동료와의 회식? 아님
아들친구가 밥한끼 대접하는 자리? 그것도 아니면…
데이트?
명숙은 자기자신도 그 만남의 성격을 정확히 규정하지 못한채
이런 저런 옷들을 바꿔 입어가며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반면에 나는 어떡하면 그녀에게 아직 어린애나 친구아들이 아닌 좀 더 어른스러운
‘남자’로 보일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평소에 입고다니는 면바지에
티셔츠로는 부족했다. 그렇다고 양복을 입고 가는것은 오바였다.
결국 신입생때 과팅자리에 입고갔던, 평소라면 불편해서 쳐다보지도 않을
검정색 자켓을 꺼냈다. 계절은 여름으로 넘어가고 있었고,
자켓을 입기에는 다소 더운감이 있었지만 하얀셔츠에 입으니 제법
어른스러워 보였다. 구두는 좀 오반가? 고민을 했지만..
운동화를 신고 나가기엔 전체적인 옷차림과 맞지 않았다.
“뭐야? 오늘 소개팅 나가?” 잔뜩차려 입고 학교에 가니 동기들이
평소와는 다른 나의 옷차림에 놀라며 물었다.
그날 나는 불편한 옷차림과 머리모양새에 신경을 쓰느라, 그리고 무엇보다
직장이 아닌 다른곳에서 그녀를 만난다는 설레임에 강의내용따윈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결국 명숙은 그냥 무난한 선택을 했다. 이 만남의 목적은 그냥 아들친구와 가볍게
밥한끼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고 수수한 옷차림과 옅은 화장을 하기로 했다.
편의점에 출근할때는 전혀 화장을 하지 않았기에
거울앞에 앉은 명숙은 실소가 나왔다.
‘뭐야 나 지금 어린애한테 잘 보이려고 화장까지 하는거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속으로 이게 무슨 주책인가 하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너무 일찍 나가도 너무 늦게 나가도 이상하겠지?’
명숙은 그것마저 계산하며 딱 5분정도 일찍 약속장소에 도착하도록 시간을 맞춰 출발했다.
애써 무덤덤하려 했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설레는 감정에 그녀는 자책감까지 느꼈다.
‘상치른지 얼마나 됐다고….. 그리고 상대는 아들친구 아니야…..’
명숙은 마음을 다잡고 애써 무덤덤하려 노력했다.
x는 이미 먼저나와 약속장소 앞 가게의 투명벽을 바라보며
옷매무새를 다듬거나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명숙은 실소가 나왔다. x에게는 이 만남이 직장동료와의 회식이거나
친구의 어머니께 저녁대접을 하는 자리가 아님을…
그의 차림새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멋쩍은 인사를 하고 나란히 걷는데
x가 약간 놀리듯이 명숙에게 말했다.
”어머님 근데 오늘….. 화장하셨네요?“
명숙은 뭔가 정곡을 찔린것처럼 뜨끔해서 발걸음이 빨라졌다.
의외로 저녁자리는 편한한 자리였다. x는 명숙을 어떻게든 꼬셔보려고
수작을 부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적당한 선과 예의를 지켜가며
즐겁게 대화를 주도했다. 명숙도 그래서 나름 안심을 했다.
간만에 명숙은 술을 곁들여가며 누군가와 즐겁게 저녁을 먹고 이야기한 것에 만족했다.
아무리 그가 먼저 명숙에게 고기를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지만
잠깐 화장실을 갔다온 사이에 먼저 계산을 할줄은 몰랐다.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마웠기에 명숙은 x가 집까지 바래다 드린다며
나란히 걷고 있을때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뭐야 치사하게… 밥값을 니가 내고… 이런건 어른이 내는거야“
그러자 술에 취해 약간 기분이 업된 x가 명랑하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어머님이 2차로 맥주사세요“
명숙은 그말에 잠시 가슴에 쿵하는 일렁임을 느꼈다.
‘이 녀석 오늘 진짜 나랑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나온거야?’
명숙은 두근거렸지만 들키지 않으려 담담하게 집으로 향해갔다.
어떻게 해야한담? 냉철한 이성과 뜨거운 감정이
서로 다른주장을 하며 명숙의 내면에서 다투고 있었다.
아무 대답이 없자 x에게서 한번도 들어본적 없는 앙탈섞인 말투가 흘러나왔다.
“아~~~ 어머님! 맥주 안사주실 거에요?”
명숙은 너무도 혼란스러운 나머지 하지는 말았어야할 대답을 하고 말았다.
“집에 있어. 맥주”
명숙은 그말을 내뱉고 바로 후회를 했다. 이건 누가봐도
남자에게 꼬리를 치는 멘트가 아닌가? 라면 먹고갈래?도 아니고..
집에 맥주있어. 라니… 그렇다고 바로 뱉은 말을 정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분위기는 급격하게 어색해졌고, 잠시전까지 기분좋게 알딸딸해진 취기가 확 달아났다.
어색함을 깨려 노력한 것은 x였다. 그는 편의점에서 나를 웃게 만들기위해
바보짓을 한것처럼 내앞에서 갖은 재롱을 떨었다.
덕분에 명숙의 기분도 약간은 풀어질 수 있었다.
x가 취기가 제법 올라 이제 집으로 돌려보내야 할 적당한 멘트를 떠올려보았다.
명숙은 취기가 올랐는지 고개를 푹숙이고 있는 x에게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d가 인복이 있는 것 같다. 너같은 친구도 있고, 너랑 같이
일하면서 느낀거지만 니가 가게 사장같아. 힘쓰는 일은 니가 다하고
가게 진열이나 청결도 나보다 더 신경쓰고…
d가 인복이 참 많아”
명숙은 애써 d의 이야기를 하며 돌려서
그에게 이제 그만 현실로 돌아가자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취한듯한 x에게서 뜻밖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x는 언제 취했냐는듯이 명료한 말투로..
그리고 어릴적 그녀를 바라보던 그 갈망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날렸다.
”저 d 때문에 그러는거 아니에요. 어머님때문에 그러는 거에요“
명숙의 가슴에서 작게 일렁이던 파도가 큰 너울로 출렁거렸다.
남편이 떠나간후 명숙안에 잠자코 숨어있던 ‘여자’의 감각이 순식간에 고개를 쳐들었다.
명숙은 그 ‘여자’의 명령으로 x에게 물었다.
”왜? 너는 내가 그렇게 좋니?“
이어지는 x의 대답은 오랜세월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묵직한 것이었다.
”네. 너무 좋아요. 어머님이 너무 좋아요”
“어.머.님.이.너.무.좋.아.요”
그는 한글자 한글자를 정성스럽기 꾹꾹 눌러쓰듯이 명료하고
분명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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