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의 딸들 1
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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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전
자그마한 네거리를, 대각선으로 마주하고 늘 앙숙이었다.
읍으로서는 비교적 큰 규모였기는 하였지만, 어차피 한 동네를 나누어먹기는 마찬가지여서, 항상 경쟁관계의 연속이었다.
건너편 김약국과 우리 전약국과의 경쟁관계는 자못 역사가 깊었다.
우선 우리 큰형과 그녀 -김약국의 약사- 는, 초등 학교 시절부터, 전교를 통틀어 1,2등을 번갈아 가며 나누어 가졌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재원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순미네 큰언니는, 얼굴도 그에 못지 않게 귀엽고 예쁘기도 해서 그 쪽 집안에서 자랑거리였으며, 남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우리 큰형도 그에 질세라, 서글서글한 눈매에 생김새가 미끈하게 귀공자처럼 잘 생겨서 우리 집안의 자랑거리였고, 여학생들 사이에 언제나 인기가 요즘말로 캡이었다.
중고시절 학교는 물론 달랐지만, 한사람은 문학소녀로 제법이어서 그 뭔가 학생잡지에 투고하여, 당당히 입상을 해서 그 방명이 온 읍내를 진동시켰다.
또 한사람은 그림에 소질이 대단해서, 학생 미술전에 떠억 입상을 했고, 이 또한 읍내의 화젯거리가 되기에 충분했었다.
양쪽 집안은 이 일로 기세가 등등했고, 서로 양반가를 자처했던 두 집안은 서로 상대방의 영식과 영애에 대해 관심이 점점 높아졌다.
아무튼 전도가 양양했던 두 젊은이는, 도내에서도 명문으로 소문난 남학교와 여학교에 나란히 합격하여 양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청년화가와 문학소녀는 차츰 서로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코흘리개 동무끼리 사이를 훌쩍 뛰어넘어, 서로를 이성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둘은 가끔씩 만나기 시작했고, 모두들 부러워할 정도로 둘의 교제는 빠른 진전을 보였다.
이 사실은 읍내의 청춘남녀들에겐 이미 충분히 예견되었던 센세이셔널한 사건이었다.
2년 여, 교제기간이 지속되었으며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둘은 대학진학의 문제에 부닺히게 되었다.
그녀는 약학과를 선택하였고, 집안에서는 극구 만류했지만, 큰형은 그녀를 좇아 약대를 택해서, 둘은 서울의 명문대학에 나란히 진학했고 이 또한 선망과 화제의 대상이 되었었다.
그런데,대학졸업을 앞둔, 4학년 때부터 둘 사이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서울의 부잣집 딸과 조금 가깝게 지냈던 형에게, 그녀는 질투를 했고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진 그녀가 앙탈하듯 대들어, 둘이서 대판 싸움을 한 후로는 서로 얼마간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냉전이 시작됐고, 자존심이 강했던 두 사람은 서로 굽힐 줄을 몰랐다.
닉슨처럼 핑퐁외교라도 주선할 사람보다는, 이들 두 사람 사이를 질시했던(? ) 주변 사람들의 부추김에, 두 사람의 감정은 루비콘강을 그만 건너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사실 우리끼리 얘기지만,서울에는 어여쁜 아가씨가 어디 한둘 널려 있습니까? 그깐 조그만 시골의 똑순이, 예쁜이정도야 이 넓은 서울바닥에 지천으로 깔려있지 않습니까? 잠시 큰형이 한눈을 팔기는 했다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떠난 것은 아니었다는데...주위의 친구들은, 이제껏 질시의 시선으로 두사람을 보고있었던 터 였는지라 내심 고소해 했고, 오히려 둘 사이를 마구 휘저어서 멀찌감치 등을 돌리게 하고 말았다.
자존심이 몹시 상한 그녀는 찬바람이 쌩쌩 돌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큰형의 낮은 자세는, 차갑게 얼어붙은 빙벽에 부딪쳐서 산산이 부서져버리고 말았다.
관개개선이라든가, 국교수립 같은 화해무드하고는 이미 거리가 멀기만 했었다.
단교, 아니 절교가 거의 동시에 선언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다.
그리고, 큰형이 제대를 할 때쯤, 그녀는 돐박이 애를 안고 읍내 남문4거리에다 약국을 개업을 했다.
큰형은 자존심이 몹시 상했고 혼담이 오가더니, 그 해가 가기 전에 달덩이 같은 색시가 들어오더니, 나를 '도련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달덩이 같은 새색시가, 그녀가 차지할 뻔했던 그 자리에 앉아버렸다.
그렇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큰형과 그녀의 러브스토리는 슬픈 연가로 끝을 맺었으나, 이번에는 형 쪽에서 강한 배신감을 느꼈고 그녀에게 분개했다.
그녀도 한발 물러서지 않았고, 소원해진 일의 원인과 결과를 서로 상대방에게 전가하기에 급급했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형은 바로 건너편에 약국을 내고 말았다.
그 후로는, 양쪽집 사람들은 얼굴을 마주쳐도 말을 하지 않았고, 먼 발치에서라도 눈에 띌작시면 다른 곳으로 슬며시 고개를 돌리곤 하였다.
경쟁적인 영업도 영업이었지만, 그보다도 양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서서히 변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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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Assa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