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23장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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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전
第23章 밝혀진 신세내역(身世來歷)
「 하하! 드디어 해냈어요, 이모! 」
화라라락!
이검한은 득의만만하게 웃으며 냉약빙이 서 있는 산봉으로 질풍같이 날아왔다.
「 이...이 무모한 녀석! 」
냉약빙은 날아내린 이검한을 와락 품에 끌어안으며 오열을 터트렸다.
「 나쁜 아이! 이..이모를 이토록 걱정하게 만들다니! 」
냉약빙은 이검한의 얼굴을 자신의 젖가슴 사이에 끌어안고 눈물을 펑펑 쏟아냈
다.
뭉클한 젖무덤 사이에 얼굴을 파묻힌 이검한은 숨이 턱 막혔다.
하지만,
기분은 더할 수 없이 좋았다.
그윽한 살내음이 풍기는 그 부드럽고 탄력넘치는 젖무덤에는 언제까지라도 얼
굴을 파묻고 있고 싶었다.
「 죄송해요, 이모! 」
이검한은 자신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냉약빙의 몸을 꼬옥 끌어안았다.
「 약속하거라. 다시는 그런 무모한 짓을....! 」
얼굴을 떼며 엄한 표정으로 말하던 냉약빙의 옥용이 순간적으로 새빨갛게 물들
었다.
자신의 아랫배를 찌르는 육중한 물체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검한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냉약빙을 올려다 보았다.
냉약빙은 그런 그의 시선에 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 안돼! 어젯밤 내내 날 괴롭혔으면 되었지 않느냐? 」
그녀는 말과 함께 이검한을 품에서 떼어놓으려고 했다.
하나,
이검한의 팔은 그녀의 허리를 옥죄고 놓아주지 않았다.
「 제발 놓아다오! 지금은 백주 대낮이다! 」
냉약빙은 이검한을 바라보며 애원했다.
하나,
이검한은 뜨거운 갈망의 눈길로 냉약빙을 주시하며 고개를 저었다.
「 안됩니다.부동결을 팔성 이룬 선물을 주셔야 합니다! 」
그 말에 냉약빙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 선물......? 」
「 헤헤! 당연히 이거 말입니다! 」
이검한은 히죽 웃으며 냉약빙의 풍만한 둔부를 더듬었다.
「 징그러운 녀석! 」
냉약빙은 얼굴을 붉히며 이검한의 시선을 피했다.
이검한은 그것을 허락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냉약빙의 교구를 와락 눈밭 위에 쓰러뜨렸다.
냉약빙은 순순히 눈밭 위에 몸을 뉘었다.
이검한은 그런 냉약빙의 얼굴에 입맞춤을 퍼부으며 한 손으로는 그녀의 치마를
위로 걷어 올렸다.
검은 치마가 걷혀지며 냉약빙의 탐스런 하체가 드러났다.
그녀는 치마안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한아름 됨직한 허여멀건 허벅지,
그 희디 흰 육주사이로 원색적인 쾌락의 근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별로 체모가 없는 민둥산같은 살찐 둔덕.
그 아래로,
크고 붉은 동굴이 깊숙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 붉은 동굴은 마치 별개의 생명체인 양 벌름벌름 경련하며 뜨거운 온천수를 토하
고 있었다.
문득,
이검한은 실오라기 한올 걸치지 않은 냉약빙의 육체를 내려다 부며 앓는 듯한 신음
성을 발했다.
어느덧 그도 흥분에 휩싸인 것이다.
그윽하고 기품있는 용모를 지닌 냉약빙,
대지같이 풍요한 젖가슴,
나이 탓으로 좀 늘어지는 등 모양이 흩어지기는 했으나 그녀의 젖가슴은 아주 풍만
해보였다.
사발을 엎어놓은 듯한 젖무덤위에는 아주 크고 먹음직스러운 젖꼭지가 오또마니 올
라앉아 있었다.
젖무덤 아래의 냉약빙의 육체.
그녀의 허리는 여전히 가늘고 탄력적이었다.
그녀의 품에 안기면 모든 걱정이 사라질 듯 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냉약빙의 벌린 다리사이에 무릎을 끓었다.
이어,
그는 급히 냉약빙의 배위로 올라갔다.
순간,
아랫배에 느껴지는 냉약빙의 보드랍고 푹신한 하복부의 감촉.
이검한은 이미 홍건하게 젖어있는 냉약빙의 큼직한 옹달샘으로 자신의 실체를 조심
스럽게 밀어넣었다.
직후,
「 아아......흐윽! 」
냉약빙의 눈이 하얗게 뒤집히며 전율의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이검한의 거대한 실체를 한꺼번에 받아들이며 전신을 푸들푸들 경련했다.
그녀의 그곳은 아주 넉넉하고 깊어 이검한의 남달리 큰 실체를 무리없이 모두 받아
들였다.
이검한은 순간 엄청난 쾌감에 전율했다.
「 아아! 이모! 」
그는 더할수 없이 따스하고 미끈덩한 냉약빙의 하체에 자신을 몰입시키며 그녀의
젖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순간,
그리운 살내음이 그의 코끝에 물씬 풍겨왔다.
잠시후,
「 헉......헉......으음! 」
「 아아흑.......좋아......아아 귀여운 것......! 」
눈 덮인 산봉에는 숨가쁜 열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 아흑.....내 아기.............죽어......아아! 」
「 헉.....으음.....이모.....이모! 」
「 아흑.......죽어.....여보......여보! 」
눈밭 위의 두 남녀의 신음은 더욱 급박하게 고조되어 가고 있었다.
어느덧,
그들은 절정을 향해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 * *
-승룡폭!
장쾌하게 쏟아지던 폭포의 물줄기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아무리 힘찬 폭포수라도 겨울을 맞은 곤륜산의 혹독한 추위를 견뎌낼 재간은 없
는 것이었다.
승룡폭 아래에 자리한 잠룔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맑고 투명하던 잠룡연의 연못물은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얼어붙은 잠룡연의 한쪽이 동그랗게 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얼음 구덩이 속에 두 명의 남녀가 알몸으로 몸을 씻고 있었다.
육감적인 몸매의 중년미부와 단단한 체격의 소년,
물론
그들은 이검한과 냉약빙이었다.
눈밭 위에서 한바탕 뜨거운 열락을 나눈 그들은 쾌락의 잔재를 씻고 있는 중이
었다.
곤륜의 한겨울은 몸 속의 피까지도 그대로 얼어붙게 만들 정도로 혹독했으나
이검한과 냉약빙 정도의 내공을 지닌 고수는 별로 추위를 느기지 않는다.
냉약빙은 이검한의 뒤에 앉아 정성스럽게 등을 닦아주고 있었다.
「 다 되었다. 나가자! 」
그녀는 이검한의 등을 두드려준 후 물속에서 일어섰다.
금방 얼음물로 목욕을 한 그녀의 속살은 백옥같이 희고 깨끗했다.
촤악!
냉약빙은 이검한에게 등을 보이며 천천히 물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요염하게 출렁거리는 풍만한 둔부의 형상은 너무도 뇌살
적이다.
그리고,
미끈한 허벅지 사이로 언뜻언뜻 드러나 보이는 물기젖은 수림은 또다른 갈증을
유발했다.
알몸으로 연못에서 걸어나가는 냉약빙의 자태를 본 이검한은 뜨거운 충동을 이
기지 못하고 등 뒤에서 와락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 이모...! 」
그는 냉약빙의 뽀얀 등에 뜨거운 숨결을 토하며 칭얼거렸다.
그와 함께,
자신의 굳강한 일부를 냉약빙의 탐스런 둔부에 밀어붙였다.
평소 대로라면 냉약빙은 못이기는 척 이런 이검한의 요구를 들어 주었을 것이다.
「 안돼! 그만하거라! 」
하지만,
냉약빙은 어쩐 일인지 냉정하게 이검한의 손길을 뿌리치고는 연못 밖으로 나섰
다.
그런 그녀의 안색이 너무 엄숙하여 이검한은 더 이상 수작을 부리지 못하고 멋
쩍은 표정으로 그녀의 뒤를 따라 연못 밖으로 나왔다.
연못 밖으로 나와 물기를 닦은 냉약빙은 흐드러진 알몸에 흑의를 걸친 후 널찍
한 반석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거기 앉거라!"
이어 그녀는 자신의 맞은편을 가리키며 이검한에게 말했다.
이검한은 심상치 않은 냉약빙의 태도에 감히 수작을 부리지 못하고
서둘러 옷을 걸친 뒤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가 자리에 앉자 냉약빙은 엄숙한 신색으로 입을 열었다.
"그 동안 네 수련에 방해가 될까봐 못해준 이야기가 있다!"
순간 이검한은 움찔했다.
'나를 낳아주신 분들에 대한 얘기일 것이다!'
그는 내심 그렇게 짐작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냉약빙은 그런 그의 내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숙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이 얘기를 해주기 전에 나와 한 가지 약속을 해야한다!"
"알겠어!"
이검한이 대답하자 냉약빙은 확인하듯 말했다.
"어떤 얘기를 듣더라도 이성을 상실해서는 안된다. 또한 확실한 내막
이 밝혀지기 전에는 함부로 살상을 해서는 안된다. 맹세할 수 있느냐
?"
이검한은 그녀의 말에 엄숙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맹세할께. 고독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냉약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되었다!"
그녀는 비로소 약간 안심이 되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어 그녀는 조심스럽게 진중한 음성으로 말을 꺼냈다.
"너도 신마풍운록(神魔風雲錄)을 보았으니 태양황(太陽皇) 이천풍(李
天風)이란 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 것이다!"
'태… 태양황!'
이검한의 안색이 일변하며 내심 부르짖었다. 일순 숨이 탁 멈춰지는
느낌이었다.
-태양황(太陽皇) 이천풍(李天風)!
이검한이 어찌 그 이름을 모르겠는가?
태양황 이천풍은 그가 신마풍운록을 읽으면서 가장 강한 인상을 받았
던 인물이 아닌가?
거기에는 아마도 태양황이 이검한 자신과 같은 이씨라는 사실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설마… 설마 그분이!'
이검한은 흥분과 기대의 눈빛으로 냉약빙을 주시했다.
그러자 냉약빙은 처연하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분이 바로 너의 생부시다!"
"아아!"
이검한의 입에서 절로 환희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 동안 이검한은 자신의 뿌리를 모르는 것에 대해 알게 모르게 근심
해 왔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부모가 누군지 모른다는 사실
은 이검한의 마음 깊은 곳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던 것이다.
헌데 지금 자신의 생부가 누군지 밝혀진 것이다.
태양황 이천풍!
고독마야에 이어 다음 세대에 우내제일인(宇內第一人)이 될 것으로
기대되던 일대영웅이 바로 자신의 생부라는 것이다.
이검한의 희열과 기쁨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그분이 정말 내 생부란 말이지?"
그는 흥분에 떨리는 음성으로 재차 확인하듯 물었다.
그러다가 그는 흠칫했다. 냉약빙의 안색이 너무나 침통하고 엄숙해
보였기 때문이다.
'설… 설마 부모님들께 무슨 좋지 않은 일이라도!'
이검한은 뭔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잘 들어 두어라. 그러나 결코 흥분하거나 이성을 잃어서는 안된다."
냉약빙은 엄숙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녀는 태양곡이 의문의 괴멸을 당한 것과 이검한의 생모 옥수상아
우담혜의 비참한 최후에 대해 자세히 들려 주었다.
이검한은 냉약빙의 말을 들으며 두 손이 으스러져라 움켜쥔 채 전신
을 부들부들 경련했다.
그러나 냉약빙과의 약속대로 결코 평정을 잃지 않았다.
그렇기는 하지만 사람의 인내심(忍耐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자
신의 생모 우담혜가 음적들에게 능욕당한 뒤 자진했다는 부분에 이르
러서는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
"우욱!"
그는 한소리 신음과 함께 한 움큼의 선혈을 그대로 눈밭 위에 뿌렸다
.
"검한아!"
냉약빙은 질겁하며 급히 그를 부축하려 했다.
그러나 이검한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요 이모!"
그는 냉약빙의 손길을 뿌리치며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걱정마세요. 이모와의 맹세는 지킬 테니까. 결코 이성을 잃지도 않을 것
이며 또한 무고한 살상도 하지 않을 거에요."
그는 창백한 안색으로 말하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어 그는 냉약빙을 향해 정중한 태도로 큰절을 올렸다.
냉약빙은 이검한이 돌연 큰절을 올리자 안색이 싹 변했다. 그녀는 그
절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필사적인 인내심으로 내심의 격동을 참았다.
"죽어가던 저를 구해주셨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늠름하게 키워주기까
지 하셨으니 이모님께는 영원히 갚지 못할 은혜를 입었습니다. 제 영혼
이 모두 삭아 문드러지더라도 이모님의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이검한은 냉약빙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정중하게 말했다.
흉사들의 독수에 죽어가던 자신에게 새 생명을 주고 지금의 그로 키
워준 냉약빙의 은혜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검한아……!"
이검한이 갑자기 공대를 하자 냉약빙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이검한이 이제 비로소 완전한 성인이 되어 자신의 품을 떠
나려 한다는 것을 직감한 때문이다.
"이모님께 못다한 보은은 부모님의 원수를 갚은 후 돌아와서 하겠습니
다!"
이검한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냉약빙의 앞에서 다짐하고는 비칠비
칠 일어나 고독애쪽으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검한아!'
냉약빙은 이검한을 부르려다 멈칫했다. 이검한의 뒷모습은 너무나 애
처롭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냉약빙은 곧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나의 값싼 동정이 저 아이의 성장을 방해할 뿐이다!'
그녀는 탄식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으아아!"
이검한은 돌연 곤륜산 전체가 들썩 뒤흔들리는 쩌렁쩌렁한 장소를 내
질렀다.
그의 모습은 질풍같이 고독애쪽으로 날아 사라져갔다.
분노와 통한이 서린 비통한 장소성에는 차라리 통곡보다 더한 슬픔이
서리서리 배어있었다.
* * *
-고독헌(孤獨軒)!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던 절대자의 고독과 비애가 서려있는 이 쓸쓸
한 돌집은 다시 한번 주인을 잃게 되었다.
승룡폭에서 자신의 신세를 알고 돌아온 이검한은 이를 악물고 집을
챙기기 시작했다.
'죽인다! 설사 저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그는 입술을 터지도록 세차게 악물고 있었다.
얼굴도 알지 못하는 어머니… 네 살까지 분명히 보고 자랐을 터이건
만 아무리 애를 써도 그는 생모인 옥수상아(玉手孀娥) 우담혜의 얼굴
을 떠올릴 수 없었다. 아마도 흉사들에게 머리를 맞아 크게 다쳤던
후유증 때문이리라.
하지만 얼굴 외의 부분은 능히 상상할 수 있었다. 아랫도리가 벌려진
채 사내들에게 깔려 몸부림치는 여인의 모습을…
'안돼!'
이검한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 내심 부르짖었다. 그는 사내들의 흉
칙한 것에 유린당하는 생모의 무참한 모습이 자꾸 연상되어 이를 갈
았다.
'용서치 않겠다. 결코!'
그는 이를 악물며 대충 물건들을 챙겼다.
"이것을 받아라!"
문득 이검한의 등 뒤에서 나직한 여인의 탄식성이 들려왔다.
언제부터인지 냉약빙이 문간 앞에서 몇 가지 물건들을 받쳐들고 서
있었다.
한 벌의 검은색 장포와 가죽 주머니 하나, 그리고 두툼한 책 한 권과
날이 없는 뭉툭한 칼 한 자루가 냉약빙의 손에 들려 있었다.
검은 색 장포는 냉약빙이 오늘을 대비하여 지어놓은 이검한의 옷이었
고, 가죽 주머니에는 노자로 쓸 금붙이와 몇 알의 명주(明珠)가 들어
있다.
"이 칼과 책은 대가가가 네게 남기신 것이다!"
냉약빙은 네 가지 물건을 이검한의 옆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칼의 이름은 고독혼(孤獨魂)으로 대가가의 가문에 내려오던 신물이다.
날카롭지는 않으나 육중하고 강인하여 어떤 신병이기라도 부러뜨릴
수 있다!"
말과 함께 그녀는 고독혼이라는 이름을 지닌 칼을 이검한의 손에 쥐
어주었다. 무려 백 근이 넘게 느껴지는 육중한 무게를 지닌 칼이었다
.
이검한이 말없이 고독혼을 받아들자 냉약빙은 이번에는 비급을 건네
주었다.
"이 비급은 대가가께서 일갑자 동안 구주팔황을 독행하시며 조우하던
여러 문파와 고수들에 대한 기록(記錄)과 심득(心得)이니 시간나는
대로 보거라!"
<고독유결(孤獨遺訣).>
비급의 제목은 그러했다.
냉약빙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으나 사실 고독유결은 가히 무가지보(無
價之寶)라 할 수 있는 귀중한 것이었다. 그 안에는 무림인이라면 눈
에 불을 켜고 달려들만한 심오한 무공 심득들이 가득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고독마야가 고독유결 안에 언급한 인물과 문파들은 하나같이 진
정한 강자들이었다.
물론 그들은 고독마야에게 모두 좌절당하기는 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들은 각기 한 방면에서만큼은 고독마야를 능가하는 고수들이었다.
고독마야는 그들의 문파와 고수자들의 무공의 허실, 그리고 그 무공
의 파해법을 고독유결 안에 상세히 수록해 놓았다.
만일 재능이 있는 자가 고독유결을 읽는다면 오래지 않아 그 모든 문
파와 고수자들을 이길 수 있는 실력을 쌓게 될 것이다.
잠시 후 이검한은 냉약빙의 도움으로 피의 대신 검은 장포를 걸치고
긴 장발을 단정하게 뒤로 묶었다.
냉약빙은 필사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여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고 있었
다.
"자! 다 되었다. 이제 그만 가보거라! 곤륜을 내려가면 먼저 난주(蘭
州)의 태양곡(太陽谷)에 들려봐야겠지?"
그녀는 이검한의 옷깃을 여며주며 짐짓 쾌활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검한은 그런 냉약빙의 모습을 감회가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불
현듯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이모님! 약속하겠습니다. 은원을 모두 해결한 후에는 이곳 고독애로
돌아와 죽을 때까지 이모님과 함께 살겠습니다!"
이검한은 열정과 진심이 깃든 음성으로 말했다.
그의 말에 냉약빙은 내심 고통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래서는 안된다. 나는 네 짝이 될 수 없다!'
그녀는 입 밖으로 나오려는 그 말을 억지로 참고는 오히려 그윽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런 날이 한시라도 빨리 오길 기다리마!"
"그럼 다시 뵐 때까지 건강하십시요!"
이검한은 냉약빙을 향해 다시 한번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는 신도(神刀) 고독혼과 짐을 짊어지고 성큼성큼 고독헌을 나
섰다.
"몸조심 하거라!"
냉약빙은 문간에 선 채 이검한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화라라락!
이검한은 그런 냉약빙을 향해 싱긋 미소짓고 그대로 몸을 날려 고독
애 아래로 날아 내려갔다.
삐이이익!
고독애 안에 날카로운 뿔피리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것은 이검한이
철익신응을 부르는 신붕적의 피리소리였다.
"흐윽!"
이검한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자 냉약빙은 그대로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잘 가거라! 내 귀여운 아가!"
그녀는 슬픔이 가득 배인 음성으로 울먹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뺨으로 뜨거운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여기를… 떠나야만 한다. 검한이가 영원히 나를 찾을 수 없는 곳으
로 가서 남은 여생을 마쳐야만 한다!'
냉약빙은 입술을 깨물며 내심 다짐했다. 그녀는 두 번 다시 이검한의
앞에 나타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검한은 유달리 정이 많은 성격이었다. 그는 정말로 무림의 은원을
해결한 후 이곳으로 돌아와 냉약빙과 여생을 보내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검한을 위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냉약빙 자신은 이검한의 짝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스물 몇 살이나
연상인데다가 누가 봐도 여자로서는 너무 미련할 정도로 큰 덩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 자신이 이검한의 주위에 얼쩡거린다면 장차 강호무림의 지주(支
柱)가 될 그의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냉약빙은 이검한이 다시는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이곳 고독애
를 떠날 작정을 한 것이다.
석옥 밖으로 비칠비칠 걸어나온 냉약빙은 고독애 앞에 자리하고 있는
고독마야의 무덤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용서하세요, 대가가! 더 이상 대가가 곁에 머물 수 없어요!"
냉약빙은 힘없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천천히 고독애를 내려가기 시
작했다. 몇 번이나 눈물어린 눈으로 고독헌을 바라보며!
* * *
-태양곡(太陽谷)!
감숙성(甘肅省)의 성도(省都)인 난주(蘭州)의 서쪽, 백탑산(白塔山)
의 산록에 자리한 계곡이다.
본래 그곳은 이름 없는 계곡이었다. 그러다가 지금으로부터 이십 오
년 전, 한 명의 젊은 기인이 그곳에 장원을 짓고 살면서부터 일약
강호무림의 명소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 젊은 기인은 태양황(太陽皇) 이천풍(李天風)이었다.
이십대의 젊은 나이로 신마풍운록상의 서열 육 위에 올랐던 일대 기
린아!
그는 비단 무공이 초절했을 뿐 아니라 성격 또한 호방하여 많은 추종
자들이 생겨났다.
태양곡에는 담장도 문도 없어 늘 강호를 향해 개방되어 있었던 탓에
수많은 무림호걸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자연히 태양곡은 하나의 강력한 세력으로 무림에 등장하게 되었다.
급기야 태양곡은 독성부(毒聖府), 귀왕궁(鬼王宮), 혁련검호각(赫連
劍豪閣) 등과 함께 신주사패천(神州四覇天)이라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 태양곡은 십 육 년 전 어느 날 돌연 초토화되고 말았다.
그것은 불과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비극이었다.
태양곡은 철저히 파괴되었으며 무참하게 불타고 말았다.
과연 누구의 짓인가?
당시 태양곡에는 이천여 명의 식솔과 식객들이 있었으나 그들 중 아
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흉수들은 태양곡의 개 한 마리 남겨두지 않고
모조리 도륙해 버린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시체에 기름을 끼얹고 불까지 질러버려 누가누구인지
알아볼 수조차 없게 되었다.
태양황 이천풍도 그때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태양곡 식솔들의 시체들이 모두 불타버렸기에 때문에 그의 시
신도 따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참사가 벌어진 후 처음 얼마 동안은 무림인들이 자주 태양곡을 방문
하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곤 하였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태양곡 일대에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인적조차 끊기고 말았다.
그리고 십 육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태양곡은 온통 잡초만
무성해져 더할 수 없이 황폐한 폐허로 변하고 말았다.
주춧돌 하나 제대로 남지 않고 파괴된 데다가 잡초가 그 위를 뒤덮고
있어 어디에도 그 옛날 신주사패천의 하나로 불리던 태양곡의 위용
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태양곡의 깊은 곳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무덤이 하나 자리하고 있었
다.
높이는 십여 장에 달했으며 그 둘레가 백여 장에 이르는, 마치 제왕(
帝王)의 능(陵)같이 엄청난 규모의 무덤이다.
그 무덤 앞에는 삼 장 높이의 자연석으로 세운 하나의 비석이 우뚝
서 있었다.
-태양곡(太陽谷) 천인지묘(千人之墓)!
비석에는 누군가 금강지력으로 새긴 글이 그와 같이 적혀 있었다. 이
거대한 봉분이야말로 태양곡 이천 식솔들을 합장한 무덤이었다.
그 천인총(千人塚) 앞, 언제부터인가 지전(紙錢)을 태우는 연기가 피
어오르고 있었다.
"편히 잠드소서! 고인들의 복수는 소생이 기필코 하고야 말겠습니다!
"
한 명의 청년이 천인총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너무 울어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된 청년…
그는 바로 이검한이었다.
이검한이 실로 십 육 년 만에 고향집으로 돌아와 분향(焚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구우우! 끼룩!
이검한의 뒤쪽에는 덩치가 크고 작은 두 마리의 거대한 신응(神鷹)이
나란히 서서 주인의 심정을 아는 듯 간간이 구슬픈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 신응들은 바로 철익신응의 어미와 새끼였다.
이검한이 먹이인줄 알고 삼키려다가 어미한테 호되게 혼났던 새끼 철
익신응도 지난 일 년 반 사이에 어엿한 어른이 되어있었다. 앉은 키
가 무려 이 장에 가까웠고 능히 황소 한 마리를 움켜쥐고 날 수 있을
정도의 거구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천 년을 넘게 묵은 어미의 산더미 같은 체구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여전히 어미닭과 병아리 정도의 차이라고나 할까?
새끼 철익신응은 이검한을 태운 어미를 따라 곤륜산에서 이곳 난주까
지 따라온 것이다.
이검한은 거의 반나절 가까이 끝없이 지전을 태웠고 그 때문에 그의
앞에는 재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그는 이천여 장의 지전을 마련해 왔다.
지전이 있어야만 저승의 문을 통과할 수 있다던가?
시간이 흘러 어느덧 황혼 무렵이 되었다. 사위는 온통 핏빛 노을로
물들고 있었다.
어느덧 이검한은 이천여 장의 지편을 거의 다 태웠다. 그것을 다 태
우는 데 거의 반나절이 걸린 것이다.
이윽고 마지막 지전이 재로 스러졌다.
'아버님도 과연 이 안에 묻혔을까?'
이검한은 비감한 눈으로 거대한 봉분을 주시했다.
그러다가 그는 두 눈에 결연의 빛을 떠올렸다.
'고인들께는 불경한 짓이나… 사인(死因)을 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이검한은 입술을 깨물며 몸을 일으켰다.
퍽! 퍽!
이어 신도 고독혼으로 봉분의 한쪽을 파기 시작했다.
구우우!
철익신응 모자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인이 무덤을 파는
모습을 주시했다.
이윽고 봉분 한쪽이 깊이 파이며 흙 속에 묻혀있던 사람의 뼈가 일부
드러났다.
뒤엉키고 포개진 채 묻혀있는 유골들 중 한 구를 이검한은 조심스럽
게 드러냈다. 그 유골은 전체적으로 갸름한 것으로 보아 젊은 여인의
것인 듯했다.
이검한은 그 유골에 대고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용서를 빌고는 자세
히 살피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유골을 살피던 이검한의 두 눈이 부릅떠지며 무서운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시체에서는 두 가지 특이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인은 가슴 부위가 부서져 죽어 있었다.
한데 그 유골은 가슴 뿐 아니라 골반 부위에도 심한 충격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 자명했다.
윤간!
여인은 사내들에게 너무 지독하게 강간당해 골반 뼈가 으스러진 것이
다. 아마 유골의 주인은 흉수들에게 무자비하게 능욕당한 후 살해되
었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사실은 유골의 색깔이 기이하다는 점이었다. 보통의
뼈는 흰색을 띠기 마련이나 여인의 유골은 은은한 남색(藍色)을 띠고
있지 않은가?
이검한은 급히 뼈의 일부를 뽀개보았다. 그 뼈 안쪽은 아주 새파란
색으로 물들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어떤 극독에 중독
된 현상이었다.
신주사패천의 일파였던 태양곡은 믿어지지 않게도 단 하룻밤 사이에
누군가에 의해 멸망해 버렸다. 천하에서 가장 강대한 세력을 지닌 신
주사패천의 하나인 태양곡을 단 하룻밤 사이에 초토화 시킬 수 있는
세력은 결코 존재치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 태양곡이 무력하게 멸망해 버린 원인이 마침내 밝혀
진 것이다.
이검한은 원한과 분노로 두 눈을 이글거리며 염두를 굴렸다.
'태양곡의 식솔들께서는 이미 극독에 중독된 상태였다. 그래서 제대
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몰살당한 것이다!'
그는 터지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결코 용서치 않는다. 네놈들이 지옥 끝에 숨어 있다 해도 반드시 찾
아내어 응징하고야 말겠다!'
헌데 그가 분루를 삼키며 복수의 결의를 다질 때였다.
"누군데 감히 고인들의 유해를 훼손하는 것이냐?"
돌연 이검한의 등 뒤에서 싸늘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헉!'
이검한은 움찔했다. 비록 격동된 상태이기는 하지만 그의 내공으로도
누군가 바로 지척까지 다가왔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었다.
키아아악!
이검한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철익신응이 분노의 포효성을
발하며 벼락같이 날아올랐다.
쏴아아아!
그 놈은 그대로 왼쪽의 무너진 석축(石築) 뒤를 덮쳐갔다. 그 기세는
마치 거대한 바위덩이가 떨어져 내리는 듯했다.
철익신응의 발톱은 강철보다 더 단단하여 그것에 부딪치면 바위도 두
부같이 으깨어지고 만다.
"감히 미물 따위가……!"
쩌어어엉!
직후 싸늘한 여인의 노갈과 함께 삼엄한 검기가 석축 뒤에서 뻗어나
왔다.
"위험하다!"
그 검기를 본 이검한은 다급한 음성으로 외쳤다.
카아아!
거의 동시에 철익신응이 고통에 찬 신음성을 토하며 급급히 되날아
올랐다.
잘려져 흩날리는 깃털들, 언뜻 이검한은 철익신응의 가슴이 붉은 피
로 물든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자이기에 철익에게 상처를 입혔단 말인가?'
이검한은 내심 경악했다.
철익신응은 천 년 이상 산 영물로서 깃털과 피부가 무쇠같이 단단하
여 아무리 예리한 신병이라도 철익신응의 강철같은 깃털을 뚫고 들어
가 상처를 내지는 못했다.
헌데 석축 뒤의 신비한 여인이 발휘한 검기는 놀랍게도 그 철익신응
의 가슴에 상처를 내버린 것이 아닌가?
물론 그 노을같은 검기도 철익신응의 강철같은 깃털을 완전히 뚫고
들어가지는 못하여 그리 깊은 상처는 아니었다.
카아아아!
철익신응은 몸에 상처를 입자 흉성이 폭발한 듯 재차 사납게 울부짖
으며 석축 뒤를 덮쳐가려고 했다.
"그만 두거라!"
이검한은 급히 소리쳐 철익신응을 제지시켰다.
쿠르르르!
그러자 철익신응은 불만스러워하면서도 즉시 되날아 올랐다.
"흥! 그래도 주인은 멍청하지 않군!"
그 직후 한 줄기 싸늘한 여인의 비웃음이 이검한의 귓전을 울렸다.
스읏!
이어 무너진 석축 뒤에서 하나의 왜영이 훌쩍 날아올랐다.
날아오른 그 왜소한 인영의 주인은 역시 여인이었다.
이 여인은 일신에 새하얀 소복(素服)을 걸쳤는데 일견하기에도 그것
이 상복(喪服)임을 알 수 있었다.
상복을 걸친 이 여인은 얼굴에 두터운 면사(面紗)를 쓰고 있어 나이
와 용모를 알아볼 수 없다. 단지 상복에 감싸인 몸매가 제법 투실투
실하게 살이 오른 것으로 보아 아주 젊은 여자는 아닌 듯했다.
한데 여인의 눈빛은 아주 기이했다.
그녀의 눈빛을 접한 이검한은 일순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여인은 마
치 혼백이 죽어버린 듯 공허하고 음울한 눈빛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
이다.
그녀는 왼손에 짧은 보검을 들고 있었으며 오른손에는 종이로 만든
꽃 한 다발을 들고 있었다. 그녀 역시 문상(問喪)을 온 듯했다.
"너는 누군데 감히 유체를 훼손……!"
싸늘한 음성으로 교갈하던 상복여인은 말을 멈추었다.
"이, 이럴 수가……!"
그녀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이검한을 주시했다.
쿵쿵!
얼마나 놀랐는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주춤 뒤로 물러서기까지 했다
. 그녀가 물러선 자리에는 뚜렷한 발자국이 나있었다.
"사… 사제(師弟)?"
여인은 앓는 듯한 신음을 발하며 전신을 후들후들 떨었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온통 경악과 불신, 회의와 격
동으로 뒤범벅되어 있었다.
'사제라고?'
이검한은 그런 여인의 태도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로구나!"
그 직후 여인은 사람을 잘못 보았음을 깨닫고는 쓰러질 듯 비칠거렸
다.
주르르르!
그와 함께 그녀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아아! 그 사람일 리가 없다! 비록 시체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사제가
그때 변을 당한 것은 거의 확실하니……!'
상복여인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소리없이 오열했다.
'그러나… 이 아이는 사제와 너무 닮았구나. 마치 이십 년 전의 그가
환생한 듯하지 않은가?'
멍하니 이검한을 주시하던 상복여인의 몸에 돌연 부르르 경련이 스쳤
다. 물기로 젖어있던 그녀의 봉목이 어떤 예감으로 부릅떠졌다.
'서…설마 저 아이가 우가 계집년의 종자란 말인가?'
그녀는 믿어지지 않는 듯 의혹과 불신의 눈빛을 지었다. 그와 함께
그녀의 눈은 무엇 때문인지 삽시에 살기와 분노로 이글이글 타올랐다
.
상복여인의 그 같은 모습을 지켜보던 이검한은 의아한 표정으로 검미
를 찡그렸다.
'이상한 여자다!'
상복여인은 기뻐하다가 울다가 또 갑자기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토해내기도 한다. 이검한은 지금까지 그토록 감정의 기복이 격렬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혹시… 너 어린 놈의 성이 이(李)씨가 아니냐?"
여인은 새파란 살기가 번져나오는 무서운 눈으로 이검한을 노려보며
으르렁대듯 물었다.
이검한은 그녀의 살기 가득한 눈초리에 내심 긴장했다. 말투로 미루
어 그녀는 이씨 가문과 무슨 원한관계가 있는 듯하지 않는가?
이검한은 내심 경계하며 무뚝뚝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렇소. 내 이름은 이검한이오!"
그의 말에 여인의 눈빛이 다시 한 차례 홱 변했다.
"이검한! 이운룡(李雲龍)이 아니고 이검한이란 말이냐?"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거의 발작적으로 외쳤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그 여우같은 계집이 미처 이름을 알려주지
못하고 죽었을 수도 있으니……!"
그녀는 마치 실성한 듯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검한은 기가 막혔다.
'이 여자, 정말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종잡을 수가 없구나!'
그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검미를 찡그렸다. 동시에 그는 여인의 신분
에 대한 의혹이 구름같이 일어남을 느꼈다.
'혹시 이 여자는 아버님의 사자(師姉)가 아닐까?'
그는 방금 전 여인이 자신을 보고 사제(師弟)라고 부른 것을 상기하
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신마풍운록의 내용은 물론 무림에 알려지기에도 태양황 이천풍에게
사형제가 있다는 말은 없었다. 당연히 아버지 태양황을 사제라 부를
여인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검한은 검미를 모으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것이겠지!'
그는 내심 그렇게 추측하면서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검한은 망연한 눈빛으로 서 있는 상복여인을 향해 불쑥
말했다.
"부인은 누구요?"
"나? 내가 누구냐고?"
멍하니 이검한을 바라보고 있던 여인은 그제서야 퍼득 정신을 차렸다
.
"내가 누군지 알고 싶으냐?"
그녀는 싸늘한 음성으로 되물었다. 어느덧 그녀의 두 눈은 처음 만났
을 때처럼 스산하고 음울하게 변해 있었다.
그녀는 음울한 눈빛으로 이검한을 노려보며 말을 꺼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싶다면 나와 삼초(三招)를 겨루어보자. 네가 내
옷자락 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다면 내 이름을 가르쳐주마!"
"삼초를 겨루자고요?"
이검한은 여인의 뜻밖의 제안에 쓴웃음을 지었다.
'이 여자, 내가 우내제일인의 제자임을 모르고 그런 제안을 하다니!'
그는 내심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겉으로 내색치 않고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부인께서 얼마나 고명한 솜씨를 지녔는지 가르침을 받아
보겠소!"
그는 정중하게 포권하며 말했다.
"건방진 놈!"
이검한의 그런 태도에 여인은 싸늘한 냉소를 터뜨렸다.
"어디서 한 가닥 배운 모양이다만 본녀가 보기에는 네 녀석은 햇병아
리에 불과하다!"
차가운 조소와 함께 여인은 허리춤에 꽂았던 단검(短劍)을 빼들었다.
쩌어엉!
그러자 범상치 않은 검기가 장내에 확 번졌다.
이 단검은 길이가 손잡이까지 다 합쳐도 한 자 반 남짓할 정도였다.
그러나 검신(劍身)이 마치 가을 호수같이 새파란 빛으로 번득이고 있
는 것이 일견하기에도 예사로운 보검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츠츠츠!
기이하게도 그 단검에서 번져나오는 검기는 마치 고기비늘[魚鱗]처럼
보였다.
이검한은 여인의 손에 들린 그 예사롭지 않은 단검을 주시하며 내심
흠칫했다.
'혹시 저것은 춘추오대신검(春秋五大神劒)의 하나인 어장신검(魚腸神
劒)이 아닐까?'
그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경계했다.
"네놈도 무기를 들어라! 무릇 도검에는 눈이 없는 법,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여인은 싸늘한 눈으로 이검한을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이검한은 포권하며 정중히 거절했다.
"어찌 여자분을 상대로 칼을 뽑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맨손으로 가
르침을 받겠습니다!"
"흥! 죽음을 자초하는군!"
그의 말에 여인은 차갑게 코웃음치며 두 눈 가득 냉혹한 살기를 번득
였다.
이어 그녀는 천천히 단검을 자신의 귓전까지 끌어올려 검 끝으로 이
검한을 겨누었다.
이검한은 여인의 특이한 기수식(起手式)과 그 살벌한 기세에 내심 바
짝 긴장했다.
"제 일초다!"
스악!
사나운 교갈과 동시에 여인이 벼락같이 일검을 무찔러댔다.
'헉!'
직후 이검한은 눈을 부릅떴다. 갑자기 여인의 모습이 사라지고 천지
사방이 온통 날카로운 검인(劒刃)으로 뒤덮이는 것이 아닌가?
여인은 한순간에 천여 번의 칼질을 해대고 있었다. 실로 듣도 보도
못한 기절무쌍한 검법에 이검한은 아연실색했다.
'이런 검법이 있다니……!'
비록 전궁같은 신법을 지닌 그였지만 순간적으로 여인의 검법을 피해
낼 방법을 떠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오래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우웃!"
이검한의 입에서 사나운 일갈이 터져나왔다.
꽈르르릉!
동시에 그의 몸 앞쪽에서 벼락이 치는 듯한 가공할 굉음이 터져나왔
다.
빗발치는 장영과 함께 사방이 마치 용광로 속에 빠진 듯 후끈 달아올
랐다.
-폭염연환십팔장(爆焰連環十八掌)!
마화삼보(魔火三寶) 중 마화경(魔火鏡)에 수록된 천축 마화사원(魔火
寺院)의 비전장법이 시전된 것이다.
콰콰쾅!
굉렬한 폭음이 지축을 뒤흔들며 미친 듯한 경기의 소용돌이가 일어났
다.
스팟! 스슷!
직후 크고 작은 두 인영이 후딱 물러섰다.
이검한은 가슴이 섬뜩해짐을 느꼈다.
'위험했다!'
냉약빙이 그를 위해 정성을 다해 지어준 검은 장포의 가슴섶은 일부
가 찢겨나가 있었다.
전궁만리비의 경공과 마화사원의 절기를 쓰고도 여인의 기괴한 일검
을 완전히 피해내지는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놀라움은 상복여인의 놀라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
다.
'이… 이럴 수가! 나의 사망칠대검식(死亡七大劒式)이 빗나가다니…
…!'
지금 그녀의 상복자락은 누렇게 그을려 있었으며 단정하게 빗어 올렸
던 머리카락도 제멋대로 흩어져 있지 않은가?
비록 다치지는 않았지만 이검한이 내친 폭염연환십팔장에 그녀는 살
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육체적인 고통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놀라고 있었
다.
-사망칠대검식(死亡七大劒式)!
상복여인이 창안한 독랄무비한 검법으로 이제껏 단 한 번도 적을 죽
이는 데 실패한 적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검법의 이름이 사망검식(死亡劒式)이겠는가?
사실 상복여인은 당금 무림에서 고독마야 연남천을 제외한 그 어떤
고수도 당해내지 못할 무서운 실력자였다.
헌데 오늘 뜻밖의 장소에서 그녀는 비린내도 가시지 않은 어린 청년
과 평수를 이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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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비아그라 직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