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2-2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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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전
第2章 연혼동천(鍊魂洞天)의 비밀
화르르!
시뻘건 화염이 한 채의 장원을 통째로 삼키고 있었다.
<오독장(五毒莊).>
넘실거리는 화마(火魔)의 시뻘건 숨결 속으로 그같은 편액이 언뜻 보
였다.
오독장!
이곳은 운남성(雲南省)의 북동부에 자리한 용독술(用毒術)의 명가(名
家)다.
잘 알려진 대로 지난 천 년 간 운남성 일대를 실질적으로 지배해온
세력은 독성부(毒聖府)였다. 운남무림의 모든 문파가 독성부의 휘하
세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 이유로 운남성에는 독성부와 관계가 없는 문파는 발을 붙일 수
가 없었다.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독성일맥(毒聖一脈)과 그 휘하 문파
들이 용인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천여 년 간 왕조(王朝)의 변화는 무상했어도 독성부가 장악하고
있는 운남무림의 패권만은 결코 변치 않았다.
한데 그 독성부의 휘하 문파 중에서도 유수의 일파인 오독장이 지금
시뻘건 화염에 휩싸여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원래 독성부의 휘하에는 운남십삼패(雲南十三覇)라는 명가들이 있었
다.
오독장은 바로 그 운남십삼패 중 일파였다.
다섯 가지 극독을 사용하는 데 능수인 오독장의 일족… 중원과의 관
문이라 할 수 있는 운남성의 북동부를 수호하는 것이 그들 일족의 주
된 임무였다.
헌데 바로 그 오독장이 지금 누군가에 의해 초토화되고 있는 것이다.
"바득! 이… 이런 끔찍한 짓을 하다니!"
넘실거리는 화염 속에서 분노에 찬 여인의 교갈이 들려왔다.
화르르! 우두두두!
오독장의 후원 화려한 전각들이 시뻘건 불길에 휩싸여 타오르고 있었
다.
뭉클뭉클 솟구쳐 오르는 시커먼 화염과 함께 풍겨오는 역겨운 살 타
는 냄새가 진저리를 치게 만든다.
후원 곳곳에는 수많은 남녀들의 시체들이 불길에 타 나뒹굴고 있었다
.
모두가 사지가 잘리거나 으깨진 참혹하기 이를 데 없는 형상이었다.
바로 그 지옥같은 오독장 후원의 한쪽에서 한 명의 여인이 분노에 몸
을 떨고 있었다.
"인… 인간도 아닌 놈이다. 어찌 이토록 참혹한 짓을……!"
나이는 이십대 후반 정도 되었을까?
이 여인은 기이하게도 전신의 피부가 마치 먹칠을 한 듯 새까만 색이
었다. 아마도 어떤 특이한 무공을 연마한 결과 피부색이 검어진 듯했
다.
비록 피부는 시커멓지만 그녀는 실로 대단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마치 흑옥(黑玉)으로 조각한 듯 섬세하고 아름다운 얼굴은 이국적인
매력을 풍긴다.
지금 그녀는 분노에 떨리는 시선으로 한 칸의 전각을 주시하고 있었
다.
무참하게 박살난 문 안쪽에는 목불인견의 끔찍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
다.
전각 안쪽의 침실에는 네 구의 시체가 뒹굴고 있었다.
방바닥에는 한 명의 초로의 인물이 사지가 으깨어져 처참한 시체로
널브러져 있었다.
그 노인의 부릅떠진 두 눈에는 피눈물이 맺혀 있었다. 너무 억울하여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 듯했다.
-오독신군(五毒神君)!
그 노인이 바로 오독장의 당대 가주였다.
운남무림의 십사대고수(十四大高手)의 일인인 오독신군을 누군가 무
참하게 고문하고 죽인 것이다.
오독신군이 죽어있는 옆에는 하나의 침상이 놓여져 있는데 지금 그
침상 위에는 오독신군이 눈을 감고 죽지 못할만한 참상이 벌어져 있
었다.
침상 위에는 세 명의 여인이 죽어 있었다. 바로 오독신군의 부인과
딸들이었다.
세 여인은 모두가 일신에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죽어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녀들의 시신에는 무참하게 능욕당한 흔적
이 역력히 남아있었다.
헌데 목불인견의 참극이 벌어져 있는 이 침실의 한쪽 벽에는 시신에
서 흘러나온 피를 찍어 쓴 시뻘건 글씨가 적혀 있었다.
-고독애(孤獨崖)의 혈겁에 참가한 대가다!
글의 내용은 그러했다.
고독애!
오독신군은 십 육 년 전 독천존(毒天尊) 서래음(西來音)을 수행하고
곤륜산 고독애의 일전에 참가했었다.
흑옥같은 검은 피부를 지닌 미인은 침실 안의 참경을 주시하며 아미
를 파르르 떨었다.
'고독마야가 후인을 기른다고 하더니 바로 그 자의 짓이란 말인가?'
그녀의 두 눈에 뇌전같은 섬광이 작렬했다.
"바득! 하여간 좋다. 설사 흉수가 고독마야 자신이라 해도 나 흑수선
(黑水仙) 서옥경(李玉鏡)의 손으로 처단해 준다!"
그녀는 분노에 떨리는 교구를 억지로 가누며 결연한 음성으로 중얼거
렸다.
-흑수선(黑水仙) 서옥경(李玉鏡)!
이것이 이 신비한 흑녀의 이름인 듯했다.
우르르!
오독신군 가족들의 시신이 널브러져 있는 침실의 천정이 불길에 휩싸
여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삽시에 네 구의 시신은 불길 속에 한줌 재
로 사라져 버렸다.
흑수선 서옥경은 그 처참한 광경을 지켜보며 처연한 표정으로 합장했
다.
"부디 극락왕생하세요!"
이어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무서운 살광을 폭사했다.
"독성부에 불경하는 자는 오직 죽음이 있을 뿐이다!"
살의에 가득찬 독백을 토한 그녀는 빙글 돌아섰다.
삐이익!
이어 그녀는 허공에 대고 날카로운 휘파람을 토했다.
구우웍!
그러자 갑자기 허공이 시커멓게 변하며 날카로운 괴성이 오독장을 뒤
흔들었다.
콰아아아!
이어 한 마리 괴수(怪獸)가 돌풍을 일으키며 장내로 날아 내렸다.
그 놈은 거대한 도마뱀같은 형상을 지녔는데 기이하게도 양 옆구리에
박쥐의 그것 같은 날개가 달려 있었다.
-독익교(毒翼蛟)!
이 괴물이 바로 독성일맥의 수호영물인 독익교였다.
"독성부로 돌아가자! 흉수보다 먼저 부중으로 돌아가 척살해 버릴 준
비를 해야만 한다!"
화라락!
독익교가 날아내리는 순간 흑수선 서옥경은 빠르게 놈의 등으로 날아
올랐다.
구워억!
흑수선 서옥경을 태운 독익교는 한소리 날카로운 괴성을 토하며 다시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작은 산이 떠오르는
듯한 장관이었다.
콰아아아!
허공으로 솟구친 독익교는 힘차게 날개짓을 하며 삽시에 허공 저편으
로 멀어져 갔다.
하지만 서옥경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
"……!"
지금까지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는 두 쌍의 눈동자가
있음을…
흑수선 서옥경을 태운 독익교가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오독장의 후원
에 자리한 가산(假山) 뒤에서 일남일녀(一男一女)가 걸어나왔다.
"후훗! 이것으로 이가 놈을 한바탕 혼내줄 준비는 대충 끝난 것 같구
나!"
사악한 웃음을 흘리며 걸어나오는 여인은 일신에 피를 듬뿍 묻힌 듯
시뻘건 혈의(血衣)를 걸치고 있었다.
이 혈의여인은 얼굴에도 역시 핏빛의 면사(面紗)를 쓰고 있어 용모를
알 수 없었으나 기이하게도 면사 밖으로 드러난 두 눈과 머리카락마
저도 피같이 시뻘건 색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온통 피를 뒤집어 쓴 듯 섬뜩하기 이를 없었다.
혈의여인 뒤를 따르는 사내는 이십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화복(華服)
청년인데 임풍옥수(臨風玉樹)라는 말을 저절로 떠올릴 정도로 아주
준수한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내 얼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놈!'
빠직!
허공을 노려보는 혈의여인의 두 눈에서 무서운 살기가 번져나왔다.
'신강(新疆)에서 네놈에게 진 빚을 열 배로 갚아주고 말겠다, 이검한
!'
그녀는 섬뜩한 살광을 폭사하며 이를 갈았다.
헌데 신강이라니?
혈의여인은 대체 누구길래 이검한을 알고 있단 말인가?
"하하하! 사실상 독성부의 제일고수인 흑수선이 우리의 계책에 속아
넘어 갔으니 잘하면 이가 놈을 독성부가 끝장낼 수도 있겠습니다. 혈
영공주(血影公主)님!"
임풍옥수같은 용모의 화복청년이 혈의여인 옆에서 간살스러운 음성으
로 말하며 허리를 굽신거렸다.
"옥비룡! 네놈은 그동안 아부만 늘었구나!"
혈의여인은 싸늘한 눈으로 화복청년을 흘겨보았다.
그러나 화복청년은 욕을 먹고도 넉살좋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무어라 하셔도 좋습니다. 속하는 장차 천하무림의 패주가
되실 공주님의 십보장(十步將)이 아닙니까? 공주님을 위해서라면 무
슨 짓이든 할 수 있습니다!"
-옥도공자(玉刀公子) 옥비룡.
그렇다. 화복의 청년은 바로 옥비룡이었다.
하토삼기(蝦土三奇) 중 무정모모(無情母母)를 시해했던 젊은 효웅!
혈황은 하토삼밀세(蝦土三密勢) 중 신도밀영(神刀密營)을 장악하기
위해 옥비룡을 무정모모에게 접근시켰었다.
헌데 그런 옥비룡이 이토록 굽신거리는 혈영공주란 여인은 대체 누구
란 말인가?
"흥! 본녀에 대한 충성심이 그렇게 깊어서 오독장의 계집들을 눈 하
나 깜짝 하지 않고 해치웠느냐?"
혈영공주는 간교한 표정으로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는 옥비룡을 흘겨
보며 싸늘하게 코웃음쳤다.
"모두가 다 공주님과 혈황님을 위한 일입니다!"
옥비룡은 아첨의 웃음을 지으며 태연하게 대꾸했다.
"네놈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도 태연히 저지를 살모사(殺母蛇)같
은 놈이다!"
혈의여인은 노골적인 혐오의 빛을 토하며 홱 돌아섰다.
순간 늘 웃음을 잃지 않던 옥비룡의 눈꼬리에 파르르 경련이 스쳤다.
살모사라는 말을 듣자 왠지 무정모모 화소연의 자애스러운 얼굴이 떠
오른 때문이었다.
옥비룡은 지극한 사랑을 베풀어주던 그녀를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무참하게 배신하고 능욕까지 하지 않았던가?
온갖 사악함으로 물들어버린 옥비룡이지만 무정모모와의 길지 않은
생활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을 비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빌어먹을…! 다시 그분을 뵙고 싶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때의 죄를
빌어볼 텐데…!'
그자가 내심 중얼거리며 소리없이 탄식할 때였다.
"우리도 어서 떠나자. 독성부의 그 멍청한 염가 놈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감시를 해야하니!"
혈의여인의 싸늘한 음성이 옥비룡의 귓전을 울렸다.
쐐애액!
말과 함께 그녀는 앞장서서 몸을 날렸고 옥비룡도 즉시 그 뒤를 따랐
다.
화르르르!
오독장을 뒤덮은 불길은 점점 거세어지고 있었다.
* * *
-야인산(野人山)!
운남성의 남서부를 가로지르는 험산이다.
비록 높지는 않지만 산세가 험하고 깊음은 중원의 어떤 명산도 따라
오지 못한다.
이 야인산은 너무 험하고 산역이 넓어 아직도 전인미답의 험지가 도
처에 남아 있었다.
수많은 야생동물과 갖가지 독충들이 우글거리는 곳…
운남성의 남쪽에 자리한 묘강(苗疆)을 제외하면 야인산만큼 독충과
독물이 많은 곳도 없었다.
신주사패천 중 하나인 독성부(毒聖府)는 바로 이곳 야인산에 자리하
고 있었다.
야인산의 동쪽 산록에는 옛 대리왕국(大理王國)의 유적이 남아 있었
는데 독성부는 바로 그 대리왕국의 왕궁터에 증축되어 있었다.
어둠의 장막이 광활한 야인산역을 뒤덮고 있었다.
"으음! 길을 잃었군!"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한 가닥 낭패한 음
성이 흘러 나왔다.
쐐애액!
하나의 인영이 어둠에 덮인 야인산의 험봉을 날아 지나가는 것이 보
였다.
한 자루 무쇠칼을 허리춤에 찌르고 있는 흑의청년!
바로 이검한이었다.
북망산을 떠난 이검한은 호북성과 사천성을 가로질러 곧장 이곳 독성
부를 향해 남하하는 중이었다.
그는 북망산에서 유령마제 구양수의 함정에 빠진 경험이 있어 독성부
의 무리들이 미처 대비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밤을 도와 남행(南行)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너무 서두른 탓에 그는 정작 독성부가 자리한 야인산역에 이
르러 길을 잃고 말았다.
물론 야인산은 곤륜산만큼 높고 험하지는 않았으나 복잡다단한 지형
과 울창한 원시림은 이검한으로 하여금 동서남북을 가늠할 수 없게
만들었다.
결국 이검한은 정처없이 밤의 야인산역을 헤매는 신세가 되고야 말았
다.
"쯧! 이러다간 한도 끝도 없겠군!"
이검한은 낙심천만하여 어느 산봉 위에 멈춰섰다.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독성부를 찾는 수밖에 없다. 어둠 속을 헤
매봤자 다리만 아플 뿐이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엇!"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두 눈을 부릅떴다. 멀리 어둠 속에 흐릿한 불
빛이 보이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인가(人家)다!"
이검한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환성을 질렀다.
'어쩌면 저곳이 독성부일지도 모른다!'
그는 즉시 불빛이 비친 곳을 향해 날아갔다.
(동굴이 아닌가?)
이검한은 전면을 주시하며 검미를 찡그렸다.
그가 멈춰 선 곳은 하나의 은밀한 계곡으로 주위는 온통 수많은 난석
들이 난립하고 있었다. 바위들은 마치 거대한 용의 이빨들이 땅을 뚫
고 치솟아오른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헌데 그 난석과 난석 사이 하나의 동굴이 교묘히 자리하고 있었다.
동굴 안에서 흐릿하게 흘러 나오는 불빛이 아니었으면 이검한도 결코
그곳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크어어엉!
카아아아!
이 은밀한 동굴 안쪽에서는 마치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괴성이 연신 흘러나오고
있었다.
(예사 동굴이 아닌 듯하군!)
그는 소리없이 동굴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동굴의 안쪽은 하나의 거대한 지하광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허억!)
한데,
그 지하광장으로 들어서던 이검한은 두 눈을 부릅뜨며 숨을 삼켰다.
광장의 여기저기의 벽에는 횃불이 밝혀져 있었다.
횃불로 훤히 밝혀진 지하광장 안에는 실로 기괴하고 섬뜩하기 이를 데 없는 광경
이 펼쳐져 있었다.
자하광장에는 중앙의 통로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인공적으로 만든 석실이 자리하
고 있었다.
석실 입구에는 팔뚝 굵기의 쇠창살이 박혀 있었다.
석실은 모두 십여 개 정도였다.
한데,
각 석실마다 인간도 짐승도 아닌 기괴한 괴물들이 잔뜩 갇혀있지 않은가?
실로 눈을 의심할 정도로 기괴무쌍하고 섬뜩한 광경이었다.
몸통은 말인데 상체는 인간인 괴물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머리는 개인데 하체는 인간인 것도 있었다.
전신에 수많은 촉수가 돋아난 성성이가 있는가 하면 등에 거대한 날개가 달린
것도 보였다.
분명 인간인데 턱에 물고기의 아가미가 달렸고 전신에 비늘이 돋은 반인반어 등
석실 안에는 실로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괴물들이 수없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어떤 자들이 이런 무참한 짓을...!)
그러다가 그는 맨 끝부분의 석실을 주시했다.
거기에는 유일하게 완전한 인간, 여인이 있었다.
한데,
그녀는 그 석실에 한 마리의 거대한 성성이와 함께 갇혀 있었다.
성성이는 키가 무려 칠 척에 이르는 거대한 숫놈이었다.
지금,
여인은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석실의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무릎과 두 팔로 마치 짐승의 암컷 같은 자세로 엎드려 있는 여인,
임신 중인지 복부가 둥글게 부풀어 있었다.
한데,
크르르.....!
여인의 등뒤,
예의 성성이가 올라탄 채 거칠게 하체를 움직이고 있었다.
「 아흑.....아아......! 」
여인은 성성이에게 뒤로 부터 겁탈당하며 신음성을 발했다.
퍽......퍽......!
흑원이 발작하듯 하체를 움직일 때마다,
시뻘건 그놈의 생식기가 인간인 여자의 옹달샘 속으로 거칠게 드나드는 것이
보였다.
비록 원숭이에게 당하는 것이지만 쾌감을 느끼는 것일까......?
흑원의 양물이 드나드는 여인의 그곳 일대는 흥건히 젖어 있었다.
또한,
악다문 여인의 입술사이로 고통과 함께 쾌락에 겨워 토하는 신음성이 연신 새
어나오고 있었다.
한데,
여인의 둔부,
보기만 해도 미끄러운 둥근 둔부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 아아흑.......아아....좀 더! 」
마침내,
여인의 입에서 견디지 못하고 희열의 교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일견하여,
여인은 기품있는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이로 미루어 그녀는 양가집 여인인 듯 했다.
하나,
지금 그녀는 인간도 아닌 원숭이에게 몸을 허락하며 쾌락에 떨고 있는 것이었
다.
짐승의 암컷같은 자세로 엎드린 그녀는 원숭이의 행위에 맞추어 격렬하게 아랫
도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요염하게 요동치는 여인의 둔부,
크르르......
원숭이는 인간인 여자의 그 맛에 만족한 듯 포효를 지르며 더욱 격렬하게 하체
를 움직였다.
그놈은 큼직한 손으로 여인의 등을 누른 채 세차게 자신의 양물을 여체에 밀어
넣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 아흑....아아... 좋아.....좀 더...좀더....흐윽...여보...! 」
여인의 입에서는 광란의 교성이 터져나왔으며 사지는 연신 푸들푸들 경련을 일
으켰다.
그와 함께,
여인의 교구가 금방이라도 앞으로 무너지려 했다.
이검한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천인공노할 놈들이 인간의 여자들을 납치해 짐승들과 교배시켜 저 괴물들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어떤 자들이 이런 무참한 짓을…!'
꿈속에서 볼까 두려운 반인반수(半人半獸)의 괴물들을 본 이검한은
한편 어이가 없고 또 한편 당혹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지옥이 따로 없구나!'
이검한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러다가 그는 문득 두 눈을 번뜩 빛냈다.
중앙 통로 끝에는 하나의 철문(鐵門)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철문
위에는 금강지로 판 글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한 때문이다.
<연혼동천(鍊魂洞天)>
철문에 새겨진 글은 그와 같았다.
'연혼동천!'
이검한은 두 눈을 부릅뜨며 숨을 삼켰다. 그런 그의 뇌리로 전모(電
母) 냉약빙에게서 들은 말이 종소리처럼 울려왔다.
-혈마대장경은 모두 세 권으로 이루어졌다. 운기편(運氣篇), 마공편(
魔功篇), 그리고 연혼편(鍊魂篇)이 그것이다!
운기(運氣)!
마공(魔功)!
연혼(鍊魂)!
이것이 삼 부로 이루어진 혈마대장경의 제목들이다.
십육 년 전, 고독마야는 세 부의 혈마대장경을 각기 유성신검황과 유
령마제, 그리고 독천존에게 나누어주었다.
즉 유성신검황은 혈마대장경 중의 초식이 수록된 운기편을, 유령마제
는 각종 마공이 수록된 마공편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천존은 연혼
편을 갖게 되었다.
연혼편에는 어떤 신공절기도 수록되어 있지 않았으나 앞의 두 마경보
다 더 끔찍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연혼편 안에 무서운 사술대법(邪術大法)이 실려 있기 때문이
다.
즉 연혼편은 지금은 실전된 강시( 屍)의 제조비법을 수록하고 있다.
비단 강시뿐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을 갖가지 독물과 사술대법을
이용하여 끔찍한 괴물로 만드는 사악한 비법까지 수록되어 있었다.
이를 통틀어 연혼대법(鍊魂大法)이라 하는데 일단 연혼대법으로 단련
된 자들은 가공할 위력을 지닌 살인기계(殺人器械)로 변신하게 된다.
이들을 일컬어 실혼마인(失魂魔人)이라 부른다.
실혼마인들은 고통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일신의 잠재력(潛在力)이 약물과 사법으로 모두 각성되어 무서운 고
수로 변신하게 된다.
본래 인간은 누구나 일신에 엄청난 잠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 잠력의 극히 일부만을 사용할 수
있었다. 잘해야 겨우 일할 정도밖에 쓸 수 없는 것이 그 선천잠능(
先天潛能)이다.
연혼대법은 그 내재된 잠재력을 모두 촉발시키는 것이다.
그럴진대 잠력이 완전히 계발된 그런 괴물을 누가 상대할 수 있겠는
가?
그같은 연혼대법은 오백 년 전 흡혈마조(吸血魔祖)의 죽음과 함께 실
전되었었다.
한데 오백 년 만에 그 연혼편이 수록된 혈마대장경이 발견되었던 것
이다.
-아버님은 연혼대법이 너무나 끔찍하다 여기시고 연혼편의 마지막 장
을 찢어버리셨다. 그런 이유로 이제 누구도 완벽한 실혼마인을 만들
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연혼편의 실혼대법은 무림에 끔
찍한 폐해를 끼칠 수도 있으니 반드시 회수하여 없애야만 한다!
전모 냉약빙의 당부가 이검한의 머리 속을 울렸다.
이검한은 두 눈에 무서운 살광을 폭사했다.
'그렇다. 이 동굴을 만든 놈은 바로 독천존 서래음이다!'
그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중얼거렸다.
'그놈은 이곳에서 연혼편의 대법을 실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 괴물
들은 바로 그자의 실험의 부산물들이고!'
그의 두 눈은 온통 살기로 물들이며 철문을 향해 다가갔다.
'연혼대법을 재현해보려 기도한 것만으로도 네놈은 죽어 마땅하다,
독천존!'
그는 무서운 눈빛으로 철문을 노려보면서 천천히 우수를 쳐들었다.
쩌어어엉!
삽시에 그의 오른손이 시퍼런 노을로 휘감겼다. 바로 최강의 파괴력
을 지닌 파천황강살(破天荒 煞)이 운용되는 흔적이었다.
* * *
연혼동천이라 새겨진 철문의 안쪽에는 한 칸의 널찍한 석실이 자리하
고 있었다.
석실의 가운데에는 커다란 수정관(水晶棺)이 하나 놓여 있다.
이 투명한 수정관 안에는 푸르스름한 액체가 가득 채워져 있는데 그
안에는 한 명의 여인이 누워 있었다.
나이는 삼십대 초반 정도 되었을까? 실로 대단한 미모와 기품을 지닌
미녀였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아주 길어 수정관 안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여인
의 몸에는 실오라기 한 올 걸쳐져 있지 않았으나 풍성하고 긴 그 머
리카락이 옷 대신 여인의 몸을 가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머리카락이 아무리 풍성하다 해도 여인의 알몸을 아주 가리
지는 못했다. 검은 머릿결 사이로 드러나 보이는 우윳빛의 풍만한 여
체는 완전히 벗은 것보다 오히려 더 뇌쇄적이었다.
"흐흐! 볼수록 대단한 우물(尤物)이다!"
수정관 속의 여인을 들여다보며 침을 흘리는 사내가 있었다.
그자는 아주 추괴한 인상을 지닌 노인이었다. 얼굴에는 온통 크고 작
은 혹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 실로 꿈에 볼까 두려운 몰골이었다.
혹뿐만이 아니었다.
그자는 곱사등이었다. 구부정하게 굽은 등에서 툭 튀어 나온 등뼈가
마치 낙타의 등 같다.
그리고 그자의 주름살 투성이의 얼굴 가운데 박힌 한 쌍의 음침한 눈
은 마치 뱀의 그것을 연상시켰다.
"흐흐흐! 노부 천잔독마(天殘毒魔)가 칠십 년 가까이 살아오는 동안
숱한 미녀를 보아 왔지만 이 계집보다 예쁜 계집은 보지 못했다!"
곱사등의 노인은 탐욕이 가득한 시선으로 수정관 안쪽 미인을 주시하
고 있었다.
헌데 천잔독마라니! 이자가 바로 독성부(毒聖府)의 부문주인 천잔독
마 갈양(葛陽)이란 말인가?
-천잔독마(天殘毒魔) 갈양(葛陽)!
그자는 태어날 때부터 불구의 몸에다 추괴한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의 업신여김 속에 자라났다.
심지어는 그자를 낳아준 부모까지 그자를 천시하고 박대했을 정도였
다.
그런 환경으로 인해 천잔독마의 성격은 자연히 비뚤어지고 말았다.
심한 열등감과 함께 세상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그자의 성격을 잔인
하고 독랄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천잔독마의 용독술(用毒術)은 오히려 독성부의 지존인 독천존 서래음
을 능가한다고 알려졌다. 혹시 자신의 불구와 추악한 용모를 고칠 수
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미친 듯이 독의 사용법을 연구한 덕분이
었다.
아마도 당금 무림에서 그자만큼 갖가지 독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지
닌 자는 없을 것이다.
천잔독마가 독성부의 전대 장문인이었던 남천독성(南天毒聖) 서표(西
彪)의 눈에 들어 그의 제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순전히 그의 광적인
독에 대한 집착 덕분이었다.
독천존 서래음의 아버지이기도 한 남천독성은 천잔독마의 독에 대한
지식이 독성부의 번영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 여기고 천잔독마를 자신
의 제자로 삼았다.
하지만 남천독성의 기대는 빗나가고 말았다.
천잔독마는 비록 용독의 재주는 뛰어났지만 심성이 뒤틀릴 대로 뒤틀
려 자신의 용독술을 세상을 위해 쓰지 않고 오히려 세상을 해치는 데
썼기 때문이다.
제자의 표독한 심성(心性)을 고쳐보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던 남천독
성은 결국 근심 속에 죽었다.
그나마 두려움과 존경의 대상이던 사부마저 죽고 없게 되자 천잔독마
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방약무인하게 날뛰었다.
그자의 비위를 건드렸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중독당해 죽은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뿐만 아니라 천잔독마는 입에 담지 못할 잔인한 짓을 숱하게 저질렀
다. 자신이 배합한 독을 실험해보겠다고 무고한 사람들을 잡아다가
실험대상으로 쓰곤 한 것이다.
결국 보다 못한 독천존 서래음이 그자를 한 곳의 절지(絶地)에 가두
어 버렸다고 한다.
한데 놀랍게도 그자 천잔독마 갈양이 이곳 연혼동천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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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