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2-4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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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4章 간악(奸惡)한 함정
"갈… 갈양! 당신이 염공자를 포섭하여 이런 짓을 하다니…! 어… 어
서 혈도를 풀어 주지 못하겠어요?"
방심하다가 염천월의 독수에 혈도가 제압당한 독모 나운벽은 경악과
분노가 가득한 시선으로 천잔독마를 노려보며 외쳤다.
"흐흐! 앙탈 부릴 것 없소이다, 독모!"
천잔독마는 히죽 웃으며 수운각 안으로 들어섰다.
"과부 신세는 홀아비가 잘 아는 법! 독모께서도 벌써 일 년 가까이
독수공방해 오셨으니 꽤나 사내가 그리우실 것이오!"
그자는 음욕에 번들거리는 시선으로 독모 나운벽의 풍만한 몸매를 쓸
어보았다.
"다, 닥쳐요!"
독모 나운벽은 전율하며 앙칼진 음성으로 외쳤다. 그녀는 어렴풋이
자신의 정조(貞操)에 위기가 닥쳐옴을 느낀 것이다.
"천, 천벌이 두렵지 않나요? 빨리 나를 풀어줘요!"
하지만 천잔독마는 뻔뻔스럽게 음소를 흘렸다.
"흐흐흐! 그러고 싶지만 일 년 가까이 사내에 굶주렸을 독모의 신세
가 딱해서 안되겠소이다!"
그자는 짐짓 혀를 차며 선심을 쓰듯 말했다.
"곧 이곳으로 아주 젊고 늠름한 사내놈이 한 명 들이닥칠 것이오. 그
놈과 재미를 보고 나면 독모도 노부에게 감사하게 될 것이오."
독모 나운벽은 아연실색하며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뭐, 뭐라고요? 악!"
돌연 그녀의 입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찌익!
천잔독마가 거칠게 그녀의 몸에 걸쳐진 옷을 찢어낸 것이다.
독모 나운벽의 얇은 잠옷은 삽시에 천잔독마의 음탕한 손길에 갈가리
찢기고 말았다.
'으음! 정말 아깝다!'
염천월은 발가벗겨지는 독모 나운벽의 육체를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찢겨지는 잠옷 속에서 드러난 그녀의 알몸은 나이가 나이인만큼 날씬
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적당히 살이 올라 풍요롭기 이를
데 없는 넉넉한 몸매와 눈같이 흰 피부는 여전히 사내를 뇌쇄시키기
에 충분했다.
커다란 수박을 반으로 쪼개놓은 듯한 엄청난 크기의 젖가슴은 아직도
탄력을 잃지 않고 있는데 그 위에서 수줍게 떨고 있는 두 알의 포도
송이는 수유의 경험이 없는 탓인지 작고도 색이 엷다.
허리에는 살이 붙어 거의 굴곡이 없이 밋밋했으며 아랫배에는 군살이
불룩하게 올라있다.
뽀얀 허벅지는 우람할 정도로 굵은데 그 흐드러진 허벅지 사이에는
자잘한 방초로 뒤덮인 완숙한 비역이 자리하고 있었다.
천잔독마도 독모 나운벽의 알몸을 노려보며 숨을 헐떡였다.
"흐흐! 정말 아쉽군. 이 탐스러운 계집을 고독마야의 제자놈에게 던
져주어야 하다니……!"
그자는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며 독모 나운벽의 무릎을 두 손
으로 움켜쥐고는 거칠게 좌우로 벌렸다.
독모 나운벽은 치욕과 분노를 금치 못하며 전율했다.
하지만 이미 내공이 금제되어 무기력해진 그녀의 허벅지는 천잔독마
의 손길에 거침없이 벌어졌다. 눈부시게 희고 투실투실한 허벅지가
벌어지며 그 안쪽에 숨어있던 쾌락의 근원이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
냈다.
천잔독마는 음험한 음소를 흘리며 품 속에서 하나의 알약을 꺼내들었
다.
"흐흐! 이것이 흥을 돋구어 줄 것이오!"
그자가 꺼내든 알약을 본 독모 나운벽은 안색이 하얗게 질리며 전율
했다. 그녀가 그 환약이 무엇인지 모를 리 없었다.
"제… 제발! 그이와 남천독성께서 당신에게 베푼 은혜를 잊었단 말인
가요?"
그녀는 천잔독마를 향해 필사적으로 애원하며 매달렸다.
"흐흐! 잊을 리가 있겠소?"
천잔독마는 음험하게 말하며 손으로 독모 나운벽의 하체를 슬슬 쓰
다듬었다.
"그놈 서래음 덕분에 나는 지난 이십 년의 세월을 냄새나는 토굴(土
窟)에 갇혀 지내야만 했다!"
그자의 두 눈에 잔혹한 광기가 번들거렸다.
"그리고 오늘 그 원수를 갚게 된 것이지. 그놈이 목숨처럼 사랑한 네
년을 통해서……!"
천잔독마의 어투는 갑자기 거칠고 난폭하게 변했다.
이어 그자는 나운벽의 하체를 더듬던 손을 거칠게 움직였다.
순간 독모 나운벽은 말할 수 없는 치욕에 몸을 떨었다.
천잔독마 갈양은 독모 나운벽의 깊은 곳을 희롱하며 잔인하게 웃었다
.
독모 나운벽은 분노와 수치로 거의 까무러칠 지경이었다.
"네, 네놈! 그이가 돌아오면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녀는 천잔독마를 향해 분노의 음성으로 외쳤다.
천잔독마는 그런 독모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히죽 웃었다.
"흐흐! 아직도 깨닫지 못하겠느냐, 어리석은 계집!"
그자는 잔혹한 눈빛을 번득이며 씹어뱉듯 말했다.
"네년의 남편은 폐관 연공중이 아니다. 그 작자는 이미 오래 전에 불
귀(不歸)의 객(客)이 되었다!"
"뭐, 뭐라고?"
독모 나운벽은 봉목을 한껏 부릅떴다. 그녀는 너무도 경악하여 일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독천존 서래음!
그는 한 가지 신공을 연마한다고 일 년 전에 폐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었다.
헌데 그런 그가 불귀의 객이 되었다니 이 무슨 날벼락같은 말인가
"무, 무슨 헛소리냐?"
독모 나운벽은 부르르 몸을 떨며 떨리는 음성으로 외쳤다. 그녀는 엄
청난 충격으로 자신의 비역이 천잔독마의 음탕한 손길에 희롱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
천잔독마는 득의의 표정으로 광기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크크! 본좌가 얼마나 이런 날을 기다렸는지 아느냐? 네년의 남편은
위대한 혈황(血皇)님께 패해 거꾸러졌고 그 덕분에 내가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그… 그럴 수가!"
독모는 사색이 되며 망연자실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혈황!
그자에 의해 독천존이 쓰러졌다니!
그렇다면 천잔독마는 이미 혈황과 내통했단 말인가?
"크하하! 서래음! 그놈이 소유했던 것은 이제 모두 나 갈양의 것이
되리라. 독성의 절학은 물론 그놈이 후계자로 내세운 시커먼 계집까
지도……!"
천잔독마는 득의를 금치 못하며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이어 그자는 왼손에 쥐고 있던 환약을 거침없이 독모 나운벽의 몸에
밀어 넣었다.
독모 나운벽은 자신의 몸에 이물질이 삽입됨을 느끼며 비명을 내질렀
다.
그것은 그녀의 몸에 들어오자마자 급격히 녹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강렬한 열기가 몸 깊은 곳에서 전신으로 번져오르는 것이 아닌가?
"안… 안돼!"
독모 나운벽은 사색이 되어 신음하며 소리쳤다. 그녀의 투실투실한
육체가 세찬 경련을 일으키며 퍼득였다.
"흐흐! 이제 준비는 다 끝났군!"
독모 나운벽의 상태를 잠시 관찰하던 천잔독마는 만족한 듯 히죽 웃
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어 그자는 힐끗 염천월을 돌아 보았다. 염천월은 넋이 나간 듯 멍
하니 독모 나운벽의 육체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천잔독마는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고독마야의 제자놈을 처치하는 데 이용한 후 저 계집을 네 마음껏
즐기도록 해주마! 그러니 우선 여길 떠나자!"
말과 함께 그자는 앞장서 수운각을 나섰다.
염천월은 아쉬운 표정으로 천잔독마의 뒤를 따랐다.
이내 두 사람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수운각 안에서는 광기어린 독모의 뜨거운 신음소리만이 숨가쁘게 흘
러나오고 있었다.
음모의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 * *
"여기가 수운각이로군!"
스스슷!
나직한 음성과 함께 하나의 훤칠한 인영이 수운각 앞으로 소리없이
내려섰다.
이검한!
바로 그였다. 그가 천잔독마의 종적을 쫓아 이곳까지 이른 것이다.
헌데 수운각 앞으로 내려서던 이검한은 흠칫했다.
"아흐윽!"
수운각 안에서 뜨거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 누가 들어
도 그것은 열락에 취한 여인의 교성이었다.
'빌어먹을! 때를 잘못 찾아왔나?'
이검한은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독천존 서래음은 그의 철천지원수였다. 비록 그렇다고 해도 여자와
방사를 즐기고 있는 그자를 습격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러갔다가 다시 와야겠군!'
이검한은 쓴웃음을 지으며 돌아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다가 흠칫하며 멈춰섰다.
'사내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는 검미를 찌푸렸다. 수운각 안에서는 여인의 신음성만이 흘러 나
오고 있을 뿐 사내의 기척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
스읏!
이검한은 눈을 번득 빛내고는 열려진 창문을 통해서 유령같이 수운각
안으로 스며들어갔다.
"이… 이런!"
침실 안으로 들어서던 이검한은 낭패함을 금치 못하며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침실 바닥에서 차마 눈뜨고 보기 민망한 장면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
문이다. 한 명의 중년 부인이 의복이 갈가리 찢긴 모습으로 욕정에
몸부림치고 있지 않은가?
충혈된 눈, 발정난 짐승같이 거칠게 토해내는 숨결.
여인의 한 손은 사발을 엎어 놓은 듯한 자신의 유방을 연신 주물러대
고 있었으며, 다른 한 손은 하체 깊은 곳으로 안타깝게 드나들고 있
었다.
기품있는 귀부인이 욕정을 참지 못해 그같이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
는 장면은 실로 민망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낯뜨거운 여인의 치태에 이검한은 낭패하면서도 동시에 분
노를 금치 못했다.
'어떤 자가 강렬한 최음제를 투여했다!'
그는 한눈에 여인의 상태를 알아본 것이다.
여인은 물론 독모 나운벽이었다. 이검한으로서는 눈앞의 이 기품있는
귀부인이 자신이 찾고 있는 원수 독천존의 아내임을 알 리 만무했다
.
'간악한 놈! 최음제를 직접 투입하다니…!'
그는 분노의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최음제의 효과를 가장 빨리 발동케하는 방법은 여인의 몸에 직접 투
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신의 욕정이 일거에 폭발적으로 발동
하여 자칫 뇌신경이 파괴되어 죽지 않으면 불구가 되기 십상이었다.
이검한은 누군가 그런 악독한 짓을 했음을 깨닫고 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야단났군. 이 여인을 구하려면 다량의 양정을 주입해주어야만 하는
데…!'
그는 당혹함을 금치 못하며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여인에게 그런 짓을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이곳은 적지(敵地)다. 섣불리 이 여인을 구하려 들었다가는
이검한 자신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다.
이검한은 초조한 표정으로 내심 염두를 굴렸다.
'우선 내공진력으로 욕화의 폭발을 제어해 보자. 임시방편이겠지만…
!'
파파팟!
그는 재빨리 지력을 날려 독모의 전신 혈도를 찍었다.
이것은 천약활인경(千藥活人經)상의 구명대법(救命大法)이다.
본래는 상세가 더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수법인데 이검한은 그것으
로 독모의 욕화를 제어했다.
하지만 사실 지금 독모 나운벽에게 이 구명대법을 쓰는 것은 아주 위
험하다. 나중에 금제가 풀리면 오히려 욕화의 폭발 강도가 몇 배나
더 강해져서 치명적인 위험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 소협은 뉘신지요?"
독모는 이검한의 제맥구명대법(制脈求命大法) 덕분에 어느 정도 정신
이 돌아와 신음하며 그를 올려다 보았다.
이검한은 정색하며 급히 입을 열었다.
"제가 누군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그보다 부인의 부군(夫君)되시는
분은 어디 계십니까? 반각 이내에 그분이 부인을 구해드려야 합니다!
"
순간 독모는 두 눈을 부릅떴다. 비록 욕화로 혼미한 상태였으나 그녀
는 이검한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은 것이다.
자신이 지독한 최음제에 중독당해 사내와 관계를 가져야만 해독이 된
다는 것을….
이내 그녀는 절망의 눈빛을 지었다.
"이… 이 박복한 계집을 구해줄 수 있는 분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아
요!"
말을 하는 그녀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말에 이검한은 흠칫했다.
'낭패로군! 미망인이었는가?'
그는 난감한 표정으로 미간을 모았다. 여인이 미망인이라면 그녀의
욕화를 해소시켜줄 상대는 없는 셈이다.
"부… 부탁이 있어요, 소협!"
독모는 눈물을 흘리며 처연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말씀하십시요!"
이검한은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독모는 처연하고도 간절한 눈빛으로 이검한을 주시했다.
"일장에, 이 계집을 죽여 주세요. 고인(故人)에 대한 정절이나마 지
킬 수 있도록……!"
그녀의 말에 이검한은 당황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는 강경한 어조로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도리가 없군요!"
이어 그녀는 발가벗은 나신을 가릴 생각도 하지 않고 침상의 반대쪽
창문으로 걸어갔다.
그 창문 아래는 까마득한 절벽이었다.
"안됩니다!"
이검한은 다급히 외치며 독모를 덮쳐갔다. 그는 독모가 투신자살하려
한 것을 안 것이다.
"흐윽!"
콰당당!
막 창문 밖으로 뛰어 내리려던 독모는 뒤에서 덮친 이검한의 허리에
안겨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순간적으로 풍만하기 이를 데 없는 여체가 이검한의 팔에 와락 안겨
들었다. 그 바람에 본의 아니게 이검한은 독모를 뒤에서 범하는 듯한
자세가 되고 말았다.
"제발 놓아줘요!"
독모는 이검한에게 뒤로 안긴 채 그의 손에서 빠져 나오려고 몸부림
쳤다.
'이… 이런…!'
이검한은 당혹을 금할 길이 없었다.
독모는 이검한의 손아귀를 빠져나오기 위해 세차게 몸을 바둥거렸다.
그 때문에 그녀는 본의 아니게 둔부를 요염하게 흔들어대는 꼴이 되
고 말았다.
보드랍고 희여멀건한 둔부가 이검한의 하체를 대책없이 부벼대고 있
었다.
그러니 어떻겠는가?
화망단정(火 丹精)과 용형혈지(龍形血芝)를 복용한 탓에 이검한은
상상을 초월하는 순양지력을 몸 안에 지니고 있다. 끊임없이 솟구치
는 그 열양의 기운은 정기적으로 배출하지 않으면 못 견딜 지경이 되
고 만다.
북망산에서 이곳 야인산역으로 오느라 꽤 오랫동안 여자를 안지 못했
던 이검한이다. 독모 나운벽의 감미롭고 풍만한 알몸에 부벼진 그의
실체가 기다렸다는 듯 용트림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제, 제발 진정하십시요, 부인!"
이검한은 몸의 일부가 맹렬한 기세로 팽창함을 느끼며 어쩔 줄 몰라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이미 죽기로 작정한 독모의 귓전에 이검한의 애원이 들릴 리
없었다.
"제발 놔줘요. 이게 나의 유일한 선택이니……!"
그녀는 울부짖으며 필사적으로 이검한의 팔을 빠져 나가려 몸부림쳤
다.
이검한은 실로 죽을 맛이었다. 손아귀에 느껴지는 터질 듯한 농염한
여체의 감촉, 하체에 부벼지는 여체의 자극적인 치태는 그의 입을 바
싹바싹 타들어가게 만들었다.
헌데 이검한이 이 난감한 상황에 어쩔 줄 몰라 울상을 짓고 있을 때
였다.
"죽일 놈! 감히 그분이 누군 줄 알고 음행을 범한단 말이냐?"
돌연 이검한의 귓전에 천둥같은 여인의 교갈이 들려왔다.
촤아앙!
동시에 그의 배후에서 살벌한 강기가 엄습해왔다.
'헉!'
이검한은 질겁했다.
쩌러러렁!
그와 함께 그는 한 손을 등뒤로 돌려 벼락같이 일장을 후려쳤다.
콰차차창!
"크흐윽!"
요란한 쇳소리가 일며 그 속에서 답답한 여인의 신음성이 터져 나왔
다.
동시에 이검한도 움찔했다.
'강적인데!'
그는 급히 몸을 일으켰다.
방금 일장의 충돌로 인해 어깨까지 짜르르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검
한에게 그 정도의 타격을 입힌 내공의 소유자는 아직 없었다.
헌데 급히 몸을 일으키던 이검한의 두 눈이 경이로 치떠졌다.
그의 눈에 수운각의 문간으로 한 명의 여인이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이 여인은 온몸에 먹물을 칠한 듯이 새까맣다.
난생 처음 흑녀(黑女)를 본 이검한은 눈을 부릅떴다.
'저… 저게 정말 살아있는 인간의 여자란 말인가?'
그도 저 먼 남방에 새카만 피부를 지닌 흑인(黑人)들이 살고 있음은
지리지(地理誌)를 통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여인은 흑인이 아니다. 아무리 흑인이라도 어느 정도 살색
을 띠고 있다.
하지만 이 여인은 완벽한 묵색(墨色)의 피부를 지니고 있다.
설령 먹물이라도 이 여인의 피부같이 새카맣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이 여인이 한 가지 특이한 독공(毒功)을 익힌 결과 나타난 현
상이다.
"바득! 어머님을 욕보였으니 네놈의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어야 한다!
"
몸을 세운 새카만 피부의 여인은 이를 바득 갈며 이검한을 노려보았
다.
'독모?'
이검한의 안색이 싹 변했다.
'혹시 이 여인이 독천존 서래음의 부인이 아닐까?'
그는 비로소 자신이 끌어안고 있었던 중년여인이 독천존 서래음과 깊
은 관련이 있음을 직감했다. 독모라는 이름은 아무 여자에게나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흑수선(黑水仙) 서옥경(李玉鏡)!
먹물을 칠한 듯 검은 피부를 지닌 이 여인은 바로 그녀였다.
무참하게 파괴당한 오독장(五毒莊)에 나타났다가 독익교(毒翼蛟)를
타고 사라진 장본인이기도 한 그녀가 바로 독천존 서래음에게 선택되
어 독성일맥의 후계자가 된 안남국 제일공주(第一公主) 서옥경이었다
.
'빌어먹을! 안 좋게 되었군!'
이검한은 낭패한 표정으로 독모를 돌아보았다.
"……!"
독모는 지금 절망의 표정으로 창가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녀의 잠자리 옷은 거의 다 찢겨져 있어 흐드러진 알몸이 그대로 드
러나 보인다. 그런 그녀의 자태는 누가 보아도 사내에게 겁탈당한 모
습이었다.
독모는 딸인 서옥경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 망연자실하여 주저앉아 있었다.
그같은 여인의 충격은 그녀 자신이 지금 발가벗은 모습으로 딸 앞에
앉아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게 만들었다.
흑수선 서옥경은 독모 나운벽의 그같은 처참한 모습에 눈물을 흘리며
이를 부득 갈았다.
"바… 바득! 죽인다 악적!"
이 순간 그녀의 전신은 무서운 살기로 들끓고 있었다.
"잠… 잠깐! 이건 모두 오해요!"
이검한은 서옥경을 향해 다급한 음성으로 외쳤다.
"닥쳐랏!"
서옥경은 살기가 가득찬 음성으로 앙칼지게 소리쳤다.
"바득! 헛소리일랑 지옥에 가서 하거라!"
그녀는 이를 갈며 번쩍 쌍장(雙掌)을 쳐들었다.
파츠츠츠! 쩌러러렁!
순간 그녀의 쌍장 주위에 검푸른 노을이 일며 요란한 쇳소리가 들렸
다.
순간 이검한은 흠칫했다.
'천독비파인(千毒琵琶印)!'
이검한은 한 가지 독공을 떠올리며 아연긴장했다.
지금 흑수선 서옥경이 시전하려는 수법이야말로 독성일맥의 독공 중
에서도 가장 강맹한 수법임을 알아본 때문이다.
본래 독공이란 독기를 내공에 실어 보내 상대를 중독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악독하지만 강맹함은 결여되어 있었다.
그런 독공의 일반적 상궤(常軌)를 벗어난 수법이 바로 천독비파인이
다.
이는 비단 강력한 독기를 함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호신강기만을 전
문적으로 파해하는 파괴력까지 지녔다.
다만 이를 연마해 내기 위해서는 탁월한 용독술과 막강한 내공이 필
요했다.
독천존 서래음조차도 만년에야 겨우 연마해냈다는 천독비파인을 놀랍
게도 이십대에 불과한 서옥경이 연마한 것이다.
사실 그녀는 천독비파인을 무리하게 연마하려다 지금처럼 피부가 새
까맣게 변색되고 말았다.
'방심할 수 없다! 저 시커먼 여자는 독천존 서래음에 못지 않게 강하
다!'
이검한은 엄숙한 신색으로 우수에 내공을 끌어 모았다.
"죽어랏!"
직후 서옥경의 입에서 한 소리 앙칼진 교갈이 터져 나왔다.
쩌러러렁!
이어 비파를 세게 그어댄 듯한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시커먼 강기가
벼락치듯 이검한의 면전으로 작렬했다.
"화염마강(火焰魔 )!"
콰우우우!
번쩍 쳐든 이검한의 우수에서도 시뻘건 화망이 확 일어났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실내는 용광로 속에 들어간 듯 후끈 달아올랐다.
무릇 독과 불은 상극이다. 이검한은 마화사원(魔火寺院)의 비전절기
인 화염마강으로 천독비파인의 독기를 태워버리려 했다.
치치치치!
과연 서옥경이 내친 천독비파인의 독기는 화염마강에 닿자마자 그 즉
시 타버렸다.
콰아아앙!
하지만 천독비파인의 본래의 내공강살은 그대로 화염마강을 뚫고 들
어와 이검한의 가슴을 강타했다.
천독비파인의 파괴력은 금강불괴라도 깨트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무
섭다.
"……!"
하지만 그 천독비파인에 격중된 이검한은 그저 한차례 몸을 들썩였을
뿐이었다.
그것을 본 서옥경은 아연실색했다.
'저럴 수가!'
이검한이 나한부동결(羅漢不動訣)을 연마하여 금강지체를 능가하는
호신신력을 지니고 있음을 그녀가 알 리 만무했다.
이검한은 큰 상처를 입지 않았다.
'꽤 아프군!'
하지만 그래도 가슴이 뽀개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이마를 찡그렸다
.
헌데 바로 그때였다.
"안돼요. 어머니!"
화라락!
갑자기 서옥경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터뜨리며 창문쪽을 덮쳐왔다.
"헉!"
반사적으로 되돌아보던 이검한도 질겁했다.
이검한과 서옥경이 격돌하고 있는 사이에 독모 나운벽이 막 창문 틀
에 올라서 절벽으로 몸을 날리려 하지 않는가?
"아니되오!"
쐐애애액!
이검한도 폭갈과 함께 섬전같이 독모를 덮쳐갔다.
"나를 용서하거라, 옥경아!"
화라락!
독모 나운벽은 구슬픈 음성으로 외치며 그대로 망경애의 단애 아래로
뛰어 내렸다.
"어머니!"
서옥경의 입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우우!"
그녀의 비명소리 속에 사나운 일갈이 섞여 들려왔다.
쐐애애액!
동시에 하나의 번개같은 인영이 독모가 뛰어내린 절벽으로 쏘아내려
갔다.
"흐윽!"
한껏 부릅떠진 서옥경의 두 눈 속으로 이검한이 질풍같은 신법으로
절벽 아래로 뛰어내려 독모 나운벽의 팔을 잡아채는 것이 보였다.
"우읏!"
쏴아아아!
간발의 차이로 독모의 팔을 움켜쥔 이검한이 재차 폭갈과 함께 세차
게 몸을 뒤집었다.
화라라락!
믿어지지 않게도 이검한의 신형이 용수철처럼 허공으로 튕겨져 올라
망경애 끝으로 날아들었다.
이같은 신묘한 경신술은 천하에서 가장 빠른 경신술의 소유자인 전모
(電母) 냉약빙만이 발휘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아!"
신룡(神龍)이 용틀임하듯 다시 날아오르는 이검한을 본 서옥경은 안
도와 놀라움으로 쓰러질 듯 교구를 휘청거렸다.
'휴우! 위험했다!'
화라라락!
이검한도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망경애의 끝으로 날아들었다.
그런 그의 안색은 과도한 내공의 소모로 밀랍같이 창백하게 변해 있
었다.
헌데 그가 막 힘겹게 망경애 위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놈! 죽어랏!"
쐐애액!
돌연 사나운 일갈과 함께 수운각의 그늘에서 한 명의 청년이 뛰쳐나
왔다.
"안돼! 염사제!"
그 청년이 누군지 알아본 서옥경의 입에서 다급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
콰아아앙!
직후 굉렬한 폭음이 주위를 뒤흔들었다.
돌연히 날아든 자는 바로 벽안독효(碧眼毒梟) 염천월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그자가 간신히 비틀거리며 망경애 위로 내려서는 이검
한의 옆구리에 회심의 일격을 가한 것이다.
이미 탈진할 대로 탈진한 이검한은 그대로 그자의 일장에 옆구리를
얻어맞고 말았다.
그 충격으로 비틀 물러서던 이검한은 갑자기 발 밑이 허전해짐을 느
꼈다.
"허억!"
화라라락!
이검한은 다급한 비명과 함께 그대로 망경애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팔목을 움켜쥐고 있던 독모 나운벽과 함께…
"안돼!"
서옥경은 비명을 지르며 수운각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나 이미 늦고 말았다. 이검한과 독모의 모습은 벌써 까마득한 망
경애 아래로 사라진 후였다.
"아아,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서옥경은 털썩 바닥에 주저 앉으며 오열을 터뜨렸다.
"……!"
그런 그녀의 뒤로 염천월이 마치 먹이를 노리는 야수처럼 두 눈을 번
득이며 소리없이 다가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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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