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2-7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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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第7章 다시 만난 악녀(惡女)
"아들을 살리고 싶으신가, 옥경공주님?"
혈영공주는 냉막한 음성으로 서옥경에게 물었다.
"악… 악아를 해치지 말아다오!"
서옥경은 간절하게 울부짖으며 애원했다.
온갖 고문을 당하면서도 굴복하지 않았던 그녀였건만 사랑하는 아들
이 적의 수중에 사로잡혀 있는 것을 보자 거의 발광상태가 되고 말았
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천잔독마와 염천월은 떫은 감을 씹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빌어먹을! 이런 방법이 있었던 것을!'
그자들은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기가 질릴 정도로 강인한 의지를 지
닌 서옥경의 가장 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혈영공주는 울며불며 애원하는 서옥경을 내려다보며 싸늘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본녀에게 필요한 것은 연혼경의 후반부다! 아들을 살리고 싶다면 그
걸 내놓아라!"
그녀는 섬뜩한 핏빛 눈을 번득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서옥경은 생각할 것도 없이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다. 연혼경이고 무엇이고 다 줄 테니 악아를 해치지만 말
아다오!"
그녀는 눈물을 비오듯 쏟으며 간절한 음성으로 애원했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혈영공주의 눈꼬리가 파르르 경련했다.
서옥경의 처절하고도 강렬한 모성애는 그녀를 감동시키기보다 반대로
강렬한 질투심을 불러일으켰다.
혈영공주는 어렸을 때 겪은 고난 때문에 성격이 왜곡(歪曲)되고 냉혹
하게 변해버렸다. 그런 이유로 그녀는 다른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하는 성질이었다.
'오냐! 곧 네년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아 버리겠다!'
그녀는 독살스러운 눈빛으로 내심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런 혈영공주의 내심을 알 리 만무한 서옥경은 오직 아들을
살리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실토했다.
"연혼경의 후반부는 수운각의 대들보 중간에 마련된 비밀공간에 숨겨
져 있다!"
"그래?"
혈영공주는 핏빛 눈을 번뜩 빛냈다.
파앗!
이어 그녀의 신형은 수운각 안쪽으로 유령같이 날아들었다.
"호호호!"
화라라락!
잠시 후 요란한 득의의 웃음소리와 함께 혈영공주가 다시 밖으로 날
아나왔다. 그런 그녀의 손에는 기름종이에 싸인 얇은 고서가 들려 있
었다.
바로 연혼경의 후반부였다.
"드디어… 연혼경이 내 손에 들어왔다!"
혈영공주는 흥분의 교소를 터뜨리며 핏빛 눈을 번득였다.
서옥경은 혈영공주를 노려보며 초조한 음성으로 외쳤다.
"야… 약속을 지켜라! 어서 악아를 풀어다오!"
"물론 약속은 지켜야겠지!"
서옥경의 말에 혈영공주는 요악하게 웃으며 옥비룡을 향해 손을 내밀
었다.
옥비룡은 즉시 기절한 서운악을 혈영공주에게 넘겨주었다.
서운악을 받아든 혈영공주는 사악하게 웃었다.
"약속대로 내 손으로 이 어린놈을 죽이지는 않겠다!"
파앗!
이어 그녀는 받아든 서운악을 망경애 아래로 내던져 버리는 것이 아
닌가?
"무… 무슨 짓이냐?"
서옥경이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목숨보다도 소중한 아들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본 그녀의 안색은 하얗게 탈색되어 사색이 되
었다.
"호호호! 저런! 저런! 운이 참 없군 놈이군! 하필이면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이 뭐람?"
혈영공주가 짐짓 애석한 어투로 말했다.
"뭐… 뭐라고?"
서옥경은 두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떴다.
"천… 천벌을… 받을 것이다, 마녀! 커헉!"
그녀는 왈칵 선혈을 토해내며 고개를 떨구었다. 바로 눈앞에서 사랑
하는 어린 아들이 죽는 모습을 본 그녀는 엄청난 심리적 충격을 견디
지 못하고 기절한 것이다.
'무… 무서운 계집!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어린 것을 죽이다니…!'
그 광경을 지켜보던 천잔독마와 염천월은 자신도 모르게 으스스 몸을
떨었다. 혈영공주의 사갈(蛇蝎)같이 악독한 성품은 그들 두 효웅조
차 치를 떨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혈영공주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흥! 대단한 모성애로군!"
그녀는 기절한 서옥경을 내려다 보며 차가운 냉소를 흘렸다.
이어 혈영공주는 싸늘한 눈으로 천잔독마와 염천월을 돌아보았다.
"이 계집의 처리는 너희들에게 맡긴다. 이 자리에서 죽이든 매음굴에
팔아넘겨 사내들의 노리개로 만들든 알아서 해라!"
"예, 옛! 공주님!"
천잔독마와 염천월은 허리를 굽신거리며 대답했다.
"궁으로 돌아가자, 옥비룡!"
혈영공주는 옥비룡에게 싸늘한 일갈을 던진 후 홱 돌아섰다.
헌데 그녀가 몸을 날려 비극의 현장을 떠나려 할 때였다.
"우우우!"
돌연 망경애 아래쪽에서 마치 신룡이 울부짖는 듯한 웅혼한 장소성이
들려왔다.
"헉!"
"우욱, 고막이 터지는 듯하다!"
쿵쿵!
천잔독마와 염천월, 그리고 옥비룡 등은 안색이 하얗게 변하여 휘청
거렸다. 망경애 아래에서 들려온 장소성에는 엄청난 내공이 실려 있
어 듣는 이의 내장을 뒤흔드는 놀라운 위력이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사 인 중 가장 내공이 약한 염천월은 입가에 피를 흘리기까지
했다.
일행 중 오직 혈영공주만이 그 장소성에도 무사할 뿐이었다. 그녀는
단지 면사 속에서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을 뿐이었다.
'무서운 내력! 설마 이가 놈이 죽지 않았단 말인가?'
혈영공주는 경악의 눈빛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천지를 뒤흔드는 그
웅혼한 장소성을 듣는 순간 그녀는 직감적으로 이검한을 떠올린 것이
다.
화르르! 쏴아아아!
직후 망경애 아래서 한 쌍의 그림자가 손을 잡고 질풍같이 위로 날아
올랐다. 아주 호방한 인상의 청년과 흐드러진 몸매에 온화한 인상의
중년여인이 그들이었다.
물론 그들은 이검한과 독모 나운벽이었다.
독모는 그 풍만한 몸에 이검한의 겉옷만을 걸치고 있었다.
이검한이 입혀준 검은 장포자락 아래로 새하얗고 흐드러진 허벅지가
드러나 보였다.
한데 독모의 품에는 한 명의 어린 소년이 꼭 안겨 있었다.
그 소년은 바로 방금 전 혈영공주가 망경애 아래로 던져버린 서운악
이 아닌가?
"으으! 죽지 않았단 말인가?"
"독… 독모!"
망경애를 날아오른 두 남녀를 본 천잔독마와 염천월은 마치 귀신이라
도 본 듯 사색이 되어 비틀거렸다.
헌데 막 망경애 위로 내려서 장내를 둘러보던 독모의 입에서 날카로
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공주!"
그녀는 양 손바닥에 칼이 박힌 채 무참하게 능욕당한 모습으로 쓰러
져 있는 흑수선 서옥경을 발견하고 충격과 놀라움으로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이검한 역시 서옥경의 처참한 모습에 극한의 분노를 느꼈다.
"모두… 죽여주겠다! 짐승 같은 년놈들!"
그는 부득 이를 갈며 외쳤다.
"흐윽!"
"으으으!"
천잔독마와 염천월, 그리고 옥비룡은 흉신악살 같은 기세로 다가드는
이검한을 보고 사색이 되어 비칠 뒤로 물러섰다.
오직 혈영공주만이 증오와 살기가 뒤범벅이 된 눈으로 이검한을 노려
보며 오연히 서 있을 뿐이었다.
"놈… 놈은 혼자요! 일제히 합공하면 죽일 수 있을 것이오!"
옥비룡이 용기를 내어 버럭 외쳤다.
그러자 천잔독마와 염천월도 흠칫하며 정신을 차렸다.
'그렇지. 놈이 아무리 고독마야의 제자라고 해도 우리는 네 명이 아
닌가?'
공포에 질려 물러서던 그자들은 염두를 굴리며 멈춰섰다.
"죽… 죽어랏!"
쐐애액!
옥비룡이 발악하듯 외치며 이검한을 향해 맹렬히 칼을 휘둘러 왔다.
쩌어어엉!
그자의 칼질에 따라 시뻘건 도강(刀 )이 벼락같이 일어나 이검한을
휩쓸어왔다. 그자의 도법에 실린 내공진력은 일 년 반 전 신강에서보
다 두 배 이상 강해져 있었다.
설사 신도밀영(神刀密營)의 여제인 무정모모(無情母母) 화소연이라고
해도 옥비룡의 이 일도를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카캇! 오독천강조(五毒天 爪)를 받아랏!"
"우웃! 벽옥독마인(碧玉毒魔印)!"
쩌러러렁! 꽈르르릉!
옥비룡의 선제공격에 용기를 얻은 천잔독마와 염천월도 일제히 이검
한을 덮쳐들며 자신들의 필살의 절기를 내쳤다.
천잔독마가 누군가! 독천존 서래음에 이어 명실상부한 독성부의 제이
인자가 아닌가?
비록 성격은 삐뚤어졌으나 일신의 무공만큼은 고절하기 이를 데 없어
신마풍운록(神魔風雲錄) 상 서열 십 위 안에 들어도 부족함이 없는
실력을 지닌 자가 천잔독마다.
또한 벽안독효 염천월도 신진고수들 중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지닌 신
성이다. 그는 독성일맥의 절기와 가문인 벽안독마가(碧眼毒魔家)의
절기를 한몸에 지닌 영재였다.
그런 두 사람이 공세에 가담하자 그 위력은 가히 경천동지할 정도였
다.
"조심하거라!"
독모 나운벽이 긴장하여 비명을 질렀다. 비록 자신의 정조를 유린했
던 이검한이었으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위해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콰아아아! 우르르르!
순간적으로 이검한의 모습은 삼 인 고수의 공세에 휘감겨 보이지 않
게 되었다.
헌데 그 직후였다.
"케엑!"
휘몰아치는 장풍도영 속에서 누군가 토해내는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
이 터져나왔다.
"괴… 괴물이 되었군!"
"크으……!"
화라라락! 스슥!
그리고 경악과 공포에 찬 비명과 함께 두 줄기의 인영이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그자들은 바로 천잔독마와 옥비룡이었다.
잠시 후 잠경의 소용돌이가 가라앉으며 장내의 광경이 적나라하게 드
러났다.
이검한은 원래의 자리에 그대로 우뚝 서 있었다.
쩌어어엉!
이검한의 두 눈은 무서운 살기로 들끓고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온통
허공으로 곤두선 채 창날같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마
치 지옥에서 막 뛰쳐나온 아수라와도 같았다.
헌데 그런 그가 왼쪽 손에 한 명의 머리통을 손아귀에 꽉 움켜쥐고
있지 않은가?
바로 염천월의 머리통이었다.
이검한이 언제 어떤 수법으로 염천월의 머리통을 움켜쥐었는지는 아
무도 몰랐다.
"놓… 놓아랏!"
콰아앙!
머리통이 움켜쥐킨 염천월은 비명을 지르며 사력을 다해 쌍장으로 이
검한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당한 일격인지라
이검한은 그자의 일장을 피해내지 못했다.
퍼펑!
"케에엑!"
하지만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끔찍한 소리와 함께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을 지른 것은 이검한이 아니라 오히려 그를 후려친 염천월이었다
.
이검한을 후려친 그자의 쌍장은 완전히 으깨어져 흐물거리고 있지 않
은가?
이검한의 일신에 흐르는 무서운 호신강기가 그자의 두 팔을 으깨어버
린 것이었다. 그것은 실로 끔찍하고도 공포스러운 광경이 아닐 수 없
었다.
천잔독마와 옥비룡은 사색이 되었다.
"금, 금강불괴 이상이군!"
"으으으!"
그자들은 공포의 신음을 발하며 비칠비칠 물러섰다.
퍼억!
직후 무언가 으깨어지는 듯한 끔찍한 소리와 함께 역겨운 비린내가
장내에 확 번졌다. 이검한의 강철 같은 손아귀가 염천월의 머리통을
그대로 으깨어 터뜨린 것이었다.
허연 뇌수가 사방으로 확 튀었다.
쿵! 쿵!
머리통이 반쯤 날아간 염천월의 시체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서다가 그
대로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썩은 나무토막처럼 쓰러지는 혼이 떠난 인간의 몸뚱이는 실로 끔찍한
것이었다.
독문십삼영(毒門十三英)의 일 인이던 벽안독마가의 소가주 벽안독효
염천월!
독성부를 배신하고 흑수선 서옥경을 능욕한 패륜아의 비참한 최후였
다.
"으아아!"
쐐애애액!
염천월의 처참한 최후를 본 천잔독마는 공포의 비명을 내지르며 질풍
같이 몸을 날렸다.
"네놈이 갈 곳은 지옥밖에 없다!"
그것을 본 이검한의 입에서 싸늘한 일갈이 흘러나왔다.
쩌어엉!
이어 그의 오른손에 들린 고독혼이 맹렬히 그어졌다.
퍼억!
"케엑!"
직후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이십여 장 밖으로 날아가던 천잔독마의
몸에서 피가 확 번져올랐다. 고독혼에서 번져나온 장대한 무형도기(
無形刀氣)가 달아나던 그자의 몸뚱이를 휩쓸어버린 것이다.
퍼퍽! 후두둑!
섬뜩한 피보라와 함께 천잔독마의 몸뚱이가 거칠게 바닥으로 나뒹굴
었다.
그런 그자의 두 다리는 허벅지 아래가 잘려나가고 없지 않은가?
비록 황망중에 달아나는 중이었으나 천잔독마는 독성일맥 제이의 고
수다. 그자는 강렬한 무형도기가 배후에서 엄습함을 느끼고 다급히
신형을 뽑아 올린 덕분에 허리가 잘리는 대신 두 다리가 잘려나간 것
이다.
"크으! 두고 보자!"
파앗!
두 다리가 잘린 채 바닥으로 나뒹굴었던 천잔독마는 바닥을 치며 그
진동으로 벼락같이 날아올랐다.
쐐애애액!
그자의 신형은 이내 장내에서 멀리 사라져갔다.
이검한은 달아나는 천잔독마를 쫓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네놈 차례다, 옥비룡!"
그는 천천히 옥비룡 쪽을 돌아보았다.
"십왕총에서는 무정모모님 때문에 살려 보냈으나 오늘은 요행을 바라
지 마라!"
그는 마치 사신같은 살벌한 기세로 천천히 옥비룡을 향해 다가갔다.
"으으!"
옥비룡은 이검한의 압도적인 기세에 사색이 되었다.
그때였다.
"흥! 네놈도 별 수 없는 겁쟁이로구나, 옥비룡!"
옥비룡의 귓전으로 혈영공주의 싸늘한 냉소가 들려왔다. 그녀는 지금
껏 한쪽에 서서 이검한이 신위를 발휘하는 것을 주시하고만 있었다.
옥비룡은 혈영공주의 비웃음을 사자 입술을 씰룩거렸다.
'빌어먹을!'
그자는 혈영공주가 자신을 구해주는 짓 따위를 할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죽으나 사나 자신의 능력으로 이검한과 싸워야만 했다. 이렇게 된 이
상 부딪쳐 보는 수밖에 없었다.
"오냐! 네놈의 몸뚱이가 무쇠로 만들어졌는지 보자!"
쩌어어엉!
옥비룡은 사납게 일갈하며 맹렬하게 장도를 내리쳤다. 무섭게 흔들리
는 그자의 도신(刀身)에서 마치 독사의 이빨같은 도기들이 작렬하며
이검한을 휩쓸어왔다.
-마라도법(魔羅刀法)!
그자가 시전하는 이 도법은 최근 혈황에게서 전수받은 것이었다. 마
라도법은 호신강기 파해 전문의 신랄무쌍한 도법이다.
파츠츠츠!
일단 마라도법이 시전되자 철벽도 무 베듯 하는 날카로움을 지닌 마
라도강(魔羅刀 )이 이검한의 호신강기를 종이처럼 베며 파고들었다.
'이길 수도 있다!'
자신의 마라도강이 이검한의 나한부동신공의 호신강기를 찢고 들어가
자 옥비룡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우우!"
그자는 함성을 내지르며 찢겨지는 이검한의 호신강기 틈으로 맹렬히
장도를 찔러넣었다.
파파팟! 카카카캉!
그자의 보도는 불꽃을 튕기며 이검한의 호신강기를 뚫고 들어갔다.
헌데 바로 그 직후였다.
번쩍!
그때까지 냉막한 표정으로 우뚝 서 있던 이검한이 돌연 오른손을 활
짝 펴서 자신의 요혈을 찔러들어오는 옥비룡의 보도를 막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본 옥비룡은 어이가 없었다.
'미친놈!'
그자는 이검한이 손바닥으로 자신의 보도를 막으려고 하자 비웃음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자가 지닌 보도는 십왕총의 병기고에서 얻은 것으
로 무쇠를 흙베듯 하는 신병이기였다.
그 보도의 칼끝을 이검한이 살과 뼈로 된 손바닥을 펼쳐 막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
옥비룡은 득의함을 금치 못했다.
"죽어랏!"
쐐애액!
그자는 보도 끝으로 이검한의 손바닥을 거침없이 찔러갔다.
당연히 그자의 보도는 이검한의 손바닥을 뚫고 그의 목젖까지 뚫어야
했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달랐다.
꽈르르릉!
맹렬히 무찔러낸 옥비룡의 칼끝이 이검한의 장심(掌心)을 찌르는 순
간 그자의 칼끝과 이검한의 손바닥 사이에서 벼락치는 듯한 폭음이
터져나왔다.
"컥!"
직후 옥비룡의 두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그자의 코와 입에서는
시뻘건 선혈이 토막난 내장과 함께 왈칵 토해지는 것이 아닌가?
이검한의 손바닥을 찌르는 순간 무서운 반탄 잠경이 도신을 타고 전
해져 옥비룡의 내장을 박살낸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따다다당! 후두두둑!
이검한의 손바닥을 찌른 그자의 보도는 즉시 얼음조각으로 변해 산산
이 부서졌고 그것들은 그대로 옥비룡 쪽으로 폭사해 나갔다.
"크아악!"
옥비룡은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박살난 채
되날아든 칼조각들이 그대로 옥비룡의 온몸에 암기처럼 박혀버린 것
이다.
옥비룡의 전신은 삽시에 피범벅이 되고 말았다. 영준하기 이를 데 없
는 그자의 얼굴 또한 무수한 도편이 박혀 처참하게 찢겨졌다.
"나한삼절예의 파천황강살(破天荒 煞)이로군!!"
지켜보고 있던 혈영공주의 입에서 싸늘한 냉갈이 토해졌다.
이검한이 옥비룡을 쓰러뜨린 것은 바로 파천황강살이었다.
옥비룡은 이검한의 손바닥에 천하최강의 파괴력을 지닌 파천황강기가
응결되어 있는 줄 모르고 찔렀다가 그 반탄력에 튕겨져 쓰러진 것이
었다.
이검한은 혈영공주의 싸늘한 중얼거림에 내심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네가 어떻게 나한삼절예를 아느냐?"
그는 싸늘하게 일갈하며 혈영공주를 노려보았다.
-나한삼절예(羅漢三絶藝)!
천축상고의 문파인 나한원(羅漢院)에서 유래한 가장 뛰어난 세 가지
절기인 나한삼절예는 그 존재는 물론 그 명칭을 아는 자조차 거의 드
물었다.
무림인들은 고독마야의 가공무쌍한 파괴절기를 놀라워했을 뿐 고독마
야의 절기의 진정한 내력을 알지는 못하고 그저 그들은 어떤 상대라
도 거꾸러뜨리는 고독마야의 초절기를 고독강살(孤獨 煞)이라 부를
뿐이었다.
나한삼절예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당금 하늘 아래 이검한과 전모 냉
약빙 외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혈영공주의 입에서 나한삼절예의 명칭이 정확하게
거론된 것이다.
"흥! 본녀가 나한삼절예의 명칭을 안다고 해서 놀랄 필요는 없다!"
이검한의 물음에 혈영공주는 싸늘하게 냉소했다.
"본녀는 비단 나한삼절예를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따위는 두려워하
지도 않는다!"
그녀는 오연한 어조로 싸늘하게 내뱉았다.
"그래?"
이검한은 냉막한 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혈영공주 쪽으로 다가섰다.
"하여간 좋다! 나한삼절예의 명칭을 어떻게 알았는지 실토하지 않으
면 너는 오늘 이곳 망경애에 뼈를 묻어야 할 것이다!"
그는 냉막한 눈으로 혈영공주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나 혈영공주는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흥! 뼈를 묻어야 할 사람이 어느 쪽인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그녀는 냉소하며 천천히 쌍장을 가슴 앞에 모았다.
'이건 또 뭐지?'
이검한의 안색이 일변했다.
혈포 속에서 빠져나온 혈영공주의 양손은 섬뜩하게도 반투명하지 않
은가? 피를 칠한 듯 시뻘건 색을 띤 반투명한 손은 뼈와 근육 등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호호호! 투명혈옥인(透明血玉印)에 죽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라!"
꽈르르릉!
동시에 그녀는 가슴 앞에 모았던 쌍장을 맹렬히 이검한을 향해 후려
쳤다. 반투명한 그녀의 장심에서 강맹무비한 무형잠경이 일어났다.
'이럴 수가!'
이검한의 안색이 홱 변했다.
콰드드드!
자신의 몸을 두르고 있는 나한부동신공의 호신강기가 마치 종이쪽처
럼 찢겨져 나가는 것을 느낀 것이다.
가히 고금최강이라 할 수 있는 나한부동결의 호신강기다.
헌데 그 나한부동강기가 지금 혈영공주가 내친 투명혈옥인이란 수법
에 너무나 무참하게 박살나는 것이다.
하지만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우읏!"
꽈르르릉!
이검한은 사나운 일갈과 함께 벼락같이 우수를 내쳤다.
쩌러러러렁!
그의 우수에서 벼락치듯 작렬하는 시퍼런 섬광! 그것은 바로 우내 최
강의 파괴력을 지닌 파천황강기(破天荒 氣)가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꽈르릉! 콰콰쾅!
천붕지열의 엄청난 굉음이 들썩 망경애를 뒤흔들었다.
"우웃!"
쿵! 쿵!
그 가공할 여파에 관전하던 독모는 서운악과 서옥경 모자를 끌어안고
쓰러질 듯 몸을 휘청거렸다.
후두두둑!
또한 인사불성이 된 옥비룡의 몸뚱이는 가랑잎처럼 십여 장 밖으로
날아갔다.
두두두두!
그리고 망경애 전체는 온통 강맹한 무형잠경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지
진을 만난 듯 뒤흔들렸다.
"크윽!"
그 속에서 한 마디 답답한 고통의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인물은 바로 혈영공주였다.
그녀의 투명혈옥인은 실로 무서운 위력을 지닌 마공이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이검한의 나한부동신공을 뚫고 들어와 그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이번 대결에서 패한 것은 혈영공주였다.
비록 투명혈옥인이 나한부동신공마저 깨트릴 정도로 무서운 위력을
지닌 마공임은 사실이지만 혈영공주의 성취는 이제 겨우 오성(五成)
수준에 이르렀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내공은 이검한과 현격한 차이가 졌다.
그 때문에 그녀는 이검한의 파천황강살과 충돌하자 심각한 내상을 입
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검한도 무사치는 못했다. 그 역시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을 느
껴야만 했다.
"크윽! 웨엑!"
그때 혈영공주는 오공에서 꾸역꾸역 피를 쏟고 있었다. 방금 전 이검
한과의 충돌로 인해 내부가 뒤흔들린 것이다.
혈영공주의 얼굴을 가렸던 면사가 무형잠경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찢
겨나간 상태였다.
찢겨나간 그 면사 속에 드러난 것은 십 구 세 가량된 아주 아름다운
소녀의 얼굴이었다.
경국지색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는 미소녀인데 다만 애석하게도 그
녀의 뺨에는 길게 찢어진 흉터자국이 나있었다.
"너… 너는!"
면사 속에서 드러나 혈영공주의 얼굴을 일별한 이검한은 경악하며 눈
을 부릅떴다. 그 소녀의 얼굴이 아주 눈에 익었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원한은 언제고 열 배, 백 배로 갚아주겠다!
일 년 반 전, 신강(新疆)에서 그렇게 울부짖으며 자신에게 저주를 퍼
붓던 소녀가 있었다.
"진진소저!"
이검한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하후진진(夏侯眞眞)!
그렇다! 혈영공주는 다름 아닌 바로 그녀였다.
한때는 달단왕부의 공주였으나 어머니를 달단왕부의 형리들에게 무참
히 잃어버린 비운의 왕녀!
어머니가 형리들에게 죽은 후 하후진진은 달단왕부의 적인 오이랍부
의 효웅 철목풍에 의해 구해졌었다.
하지만 철목풍은 하후진진을 능욕하여 순결을 뺏는 만행을 저질렀고
그 때문에 세상에 대한 하후진진의 시각은 더욱 더 심하게 왜곡될 수
밖에 없었다.
그후 철목풍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던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무서운
효웅 혈황의 제자가 되었다.
잇따라 잔혹한 인생유전을 겪으며 그녀의 성격은 극단적으로 삐뚤어
져 있었다.
그녀는 세상을 증오했다.
특히 모든 사내들의 씨를 말려버리겠다고 맹세했다.
그런 하후진진이 일 년 반 만에 성숙한 여인으로 변해 이검한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혈영공주 하후진진은 독살스러운 눈빛으로 이검한을 노려보았다.
"바득! 그렇다! 바로 나다. 네놈에게 지울 수 없는 흉터를 선물로 받
았던……!"
그녀는 뺨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이를 바득 갈았다.
그 상처를 이검한이 어찌 모르겠는가?
일 년 반 전, 하후진진은 달단여왕 나유라를 그녀의 수하였던 청년들
로 하여금 겁탈하게 만들었다.
이에 분노한 이검한은 하후진진을 모질게 공격했고 그 와중에 그녀는
얼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 것이다.
"네놈을 죽이기 위해 절치부심해온 나다. 각오해라!"
쩌어엉!
하후진진은 이를 바득 갈며 손을 쳐들었다. 그녀의 손이 다시 무시무
시한 벼락에 휘감기며 투명하게 변해갔다.
이검한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탄식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나는 너와 싸울 수 없다, 진진!"
이검한의 그 말에 하후진진은 싸늘한 조소를 발했다.
"호호! 고독마야의 제자가 이런 겁쟁이라니… 고독마야가 지하에서
웃겠군!"
"무어라 해도 좋다. 그래도 나는 너와 싸울 수 없다. 왠지 아느냐?"
이검한은 진지한 표정으로 하후진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호호! 좋다. 이유나 들어보자!"
하후진진은 조소하며 이검한을 주시했다.
이검한은 그런 그녀를 향해 진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것은 네가 나 이검한에게 동생뻘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네놈의 동생? 무슨 헛소리냐?"
하후진진은 눈을 부릅뜨며 싸늘한 교갈을 내질렀다.
하지만 이검한은 여전히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헛소리가 아니다. 나는 나유라라는 분을 어머님으로 모신 상태다. 그
러니 너는 당연히 내 동생이 되질 않겠느냐?"
"나가 계집을 어머니로 모셨다고……?"
하후진진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갑자기 날카로운 비웃음을 터뜨리며 비아냥거렸다.
"호호호! 정말 관대한 성격이구나! 그 계집이 여러 숫캐들에게 더
렵혀지는 것을 네 눈으로 똑똑히 보았을 텐데도 그 더러운 계집을 어머
니로 삼았다니……!"
이검한은 탄식하며 하후진진을 타일렀다.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무어라 해도 그분은 이 세상에서 유일한
너의 친인이시다!"
"헛소리 마라!"
하후진진은 아미를 상큼 치뜨며 싸늘한 교갈을 내질렀다.
"바득! 나는 언제고 그 계집의 껍질을 벗겨 죽이겠다고 맹세한 몸이
다! 하물며 네놈 따위를 못 죽일 줄 아느냐?"
하후진진은 핏빛 눈을 번득이며 앙칼지게 쏘아붙였다.
하지만 이검한은 연민의 표정으로 탄식할 뿐 더 이상 분노하지 않았
다.
"무어라 해도 좋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와 어머님은 네가 어떤
나쁜 짓을 하든 용서할 수 있다!"
그는 왜곡되고 삐뚤어진 하후진진의 마음을 돌이키기 위해 애썼다.
이검한의 어조는 진지했으며 강한 설득력을 띄고 있었다.
어느덧 이검한의 말을 듣고 있던 하후진진의 눈꼬리가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검한은 하후진진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음을 간파하고는 더욱 간절
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네가 마음만 돌리면……!"
"시끄럽다!"
꽈르르릉!
하후진진은 발작적으로 악을 쓰며 일장을 후려쳤다.
헌데 그녀의 손끝에서 터져나온 강력한 장경은 이검한을 친 것이 아
니라 그를 스쳐 지나가 뒤쪽의 망경애를 후려쳐버렸다.
쩌쩌쩍! 두두두!
투명혈옥인에 격중된 망경애의 절벽 일각이 균열을 일으키며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이검한은 한숨을 내쉬며 진지하게 말했다.
"부디 네가 어머님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무어라고 해도
너는 우리 가족의 일원이니까!"
하후진진의 눈가로 격렬한 경련이 스쳤다.
'가… 가족?'
그 얼마나 그리운 이름인가?
하후진진은 어릴 때 겪었던 그 참혹한 사건 이래 가족이란 말을 잊고
살아왔다. 그녀에게 세상은 사악하고 비열한 짐승들이 횡행하는 전
쟁터였을 뿐이다.
한데 이검한에게서 가족이란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가슴속 깊은 곳
에서는 비수로 저미는 듯한 아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것은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따스한 애정에 대한 갈망이었고 비참하
게 살아온 자신의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서러운 감정의 폭발이었다.
하지만 하후진진은 모질게 마음을 추스렸다.
자신의 인생은 이미 결정되었다!
인생엔 정복하느냐 정복당하느냐 하는 두 가지 선택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자신은 다른 인간들을 정복하여 마음대로 휘두르며 사는 것으
로 삶의 지표를 삼은 상태가 아닌가?
그럴진대 이따위 나약한 감정에는 결코 굴복할 수 없었다.
"바득! 허망한 말장난에 속아넘어갈 줄 아느냐?"
그녀는 이를 바득 갈며 이검한을 노려보았다.
"오늘은 그냥 물러가지만 다음에는 반드시 네놈의 목을 따고야 말겠
다!"
화라라락!
말을 마침과 함께 그녀는 인사불성된 옥비룡의 몸뚱이를 끌어안고 질
풍같이 몸을 날렸다.
"진진아!"
이검한이 다급히 불렀으나 하후진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북방을 향
해 날아갔다. 삽시에 그녀의 모습은 이검한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
다.
이검한은 하후진진을 쫓아갈 수가 없었다. 그녀의 뒷모습이 너무도
단호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장승처럼 우뚝 선 채 사라지는 하후진진의 뒷모습을 주시
할 뿐이었다.
'가엾은 아이!'
이검한은 탄식하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는 진심으로 하후진진에 대한 연민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비록
자신과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타인같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같은 감정이 단순히 달단여왕 나유라와 자신의 특별한 관계 때문만
은 아니었다. 어린 여자아이의 몸으로 짐승같은 무리들이 우글거리는
세상에 홀로 던져진 하후진진의 가엾은 신세에 대한 이해의 결과였
다.
'반드시 너를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해내 주겠다!'
이검한은 입술을 깨물며 내심으로 맹세했다.
스으! 스으!
어느덧 동녘 하늘이 불그레하게 물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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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