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의 딸들 3
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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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전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는 병원이었다.
걱정스런 눈빛에 쌓여 있었고, 큰형수가 물수건을 이마에 올려주고 있었다.
찬 기운이 머리를 타고 온 몸에 퍼졌다.
“여자애는, 어떻게?”
낯설은 눈빛과 마주하며 물었다.
“순미도 괜찮아, 몸은 괜찮니?”
부드러우면서도 포근한 목소리가 머리를 쓸어주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자주 들었던 낯익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동그란 눈동자가 정을 듬뿍 담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재작년, 먼 나라로 간 엄마의 얼굴을 닮았다.
포근했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그녀였다.
건너편 순미네 큰언니였다.
김약국의 약사인 연희엄마였다.
'연희엄마가, 왜???'의아해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순미도 괜찮아, 순미는 저쪽에 자고있어.”
정을 듬뿍 담은 눈빛으로 그녀가 말하며, 병실 저쪽을 가리켰다.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여자애가 떠올랐다.
어쩐지 낯이 익다고 느꼈었는데 ..'그 애가 순미였구나, 그 계집애였구나!'마음속에서 안도감이 뿌듯하게 솟아올랐다.
“순미였어요? 그 여자애가!”
“그래, 정말 고맙다.
뭐라고 감사해야할지!”
이어서 집안 식구들의 소란스러운 칭찬과 염려에 한참이나 시달려야 했다.
한동안 시끄러웠던 병실이 조용해졌다, 이윽고 몸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미가 누워있는 병상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순미의 머리맡에 앉아, 순미의 얼굴을 닦아주고 있었다.
나도 염려스러운 얼굴로 순미를 들여다보며 그녀의 곁에 앉았다.
김약사의 내음이 달콤한 향기를 품고 있었다.
내 손을 꼬옥 쥐어주며 그녀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고마워, 우리 순미를 구해줘서.”
“뭘요, 나도 정신이 없었어요.”
나도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그녀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푸근한 품으로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연희엄마의 풍만한 엉덩이가 무척 보기 좋았다.
그 일이 있은 후로, 우리집과 순미네 식구들과는, 그 동안 서먹하게 드리워졌던 감정이 씻은 듯 거두어졌고, 전과는 다르게 서로 상대방 쪽에 인사도하고 많은 배려를 하게끔 되었다.
순미네 셋째 언니인 여고 3학년이었던 순진이 누나가, “로미오씨 등장이요!”
나만 보면 놀려대더니,“캐퓰릿가와 몬타규가의 사랑의 메신저, 로미오가 오셨나이다!”
“줄리엣, 로미오께서 왕림하셨다!”
순미를 부르며 호들갑을 떨어댔는데, 그 말이 기분 나쁘게 들리지는 않았다.
'으흐흐, 내가 로미오라니...'아무튼 그 후로, 순미네 집에서는 나를 '로미오'라고 불렀고, 순미도 덩달아 줄리엣, 나중에는 '주리혜'라고 불리우게 되었다.
순미 그 계집애, 이제는 나한테 꼼짝을 못했고, 어떤 일이든지 나한테는 어느 정도 양보를 하게끔 되었다.
쪼꼬만 계집애가, 언제부터인지 내 앞에서는 말도 잘 못하고, 얼굴을 붉히기 일 쑤더니 고개를 숙이고 몸을 빌빌 꼬며, 전과는 다르게 부끄럼을 많이 타는 것이었다.
'노미호와 주리혜' 이렇게 순미와 나는 불리우고 있었다.
순미네집에 나는 화려하게 등장을 하였고, 여자들만 사는 집이었던지라 남자라는 희소가치를 톡톡히 발휘하여, 위로부터 주욱 순미네 5공주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하였다.
중학시절도 그런 생활의 연속이었고, 순미네 5공주 ----- 순옥,순실, 순진,순영,순미 ----- 에게, 여전히 인기 여서 때로는 남자의 심리에 대해 연구의 대상이 되었고, 때로는 순진, 순영이 누나로부터 남성에 관한 자문에 응하여 자못 진지하게 열변을 토하기도 했었다.
특히, 순미 큰언니인 순옥이누나(연희엄마)는, 그럴 때면 조용히 듣기만 하면서도 은은한 미소를 짓곤 하였고, 나를 유난히 아껴주었다.
그 쪽 집안에서는, 남자라고는 없었기 때문에 나만 그 집에 가면, 다섯 공주가 법석을 떨며 반기는 것이었다.
내성적이며 내숭이 한 바가지인 순실이 누나만 빼고는, 모두들 내 팬(?)이었다.
그 중에서도 순옥이 누나는 나를 각별하게 아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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