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21장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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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21章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의 죽음
-고독마야(孤獨魔爺) 연남천!
본래 그는 부유한 거상(巨商)의 아들로 태어나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
냈다.
헌데 그가 십 오 세 되던 해 엄청난 불행이 엄습했다.
당시 연남천의 아버지는 서역과의 교역을 통해 몇 장의 옛날 기와[瓦
]를 손에 넣었다.
그것들은 천축(天竺)에서 만들어진 아주 희귀한 옛날 기와로 연남천
의 부친은 그 기와가 골동품(骨董品)의 가치를 지녔다고 여겨 사들인
것인데 바로 그 기와들이 불행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기왓장에는 상고 천축의 범문(梵文)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연남천의 부친은 금석문(金石文)의 전문가를 고용하여 그것을 해독시
킨 결과 아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천축에서 흘러들어온 그 옛날 기와에 적혀있는 범문은 심오하기 이를
데 없는 세 가지의 무공심결이었던 것이다.
-나한삼절예(羅漢三絶藝)!
기왓장의 고대 범문들은 바로 상고 천축무림의 비밀결사인 나한원(羅
漢院)의 절기였다.
전궁결(電弓訣)-!
부동결(不動訣)-!
파천황결(破天荒訣)-!
불법을 수호하기 위해 창안된 그 최강의 항마절기인 나한삼절예가 실
로 이천여 년 만에 천축이 아닌 머나먼 이곳 중원에서 발견된 것이다
.
나한삼절예를 얻은 연남천의 부친은 뛸 듯이 기뻐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막중한 근심 또한 짊어지게 되었다.
연남천의 부친은 타고난 상인으로 무공에 있어서는 문외한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연남천의 부친은 만일 자신이 나한삼절예를 얻은 사
실을 무림인들이 알게 되면 무서운 혈겁이 일어날 것쯤은 능히 짐작
하고 있었다.
해서 그는 나한삼절예는 아주 은밀한 곳에 감추고 그 위치를 아들 섭
장천에게만 일러 주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없는 법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무림인
들이 떼지어 몰려와 나한삼절예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연남천의 부친은 당연히 거절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나한삼절예가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부인했다.
이에 무림인들은 식솔들의 생명을 미끼로 연남천의 부친을 위협했다.
그래도 연남천의 부친이 완강하게 부인하자 악에 받친 무림인들은 섭
장천의 가족들을 하나하나 죽이기 시작했다.
모든 식솔들이 눈앞에서 죽어갔으나 연남천의 부친은 끝까지 버티었
다.
그는 알고 있었다. 설령 자신이 나한삼절예를 내놓는다고 해도 탐욕
에 눈먼 무림인들은 자신의 가족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결국 연남천의 부친을 포함한 섭씨일족은 무림인들의 살수에 무참하
게 죽임을 당했다.
연남천도 그때 치명상을 입었으나 천우신조로 살아났다.
당연히 그는 피의 복수를 다짐했다.
그리고 섭씨일족이 몰살당한 겁난 으로부터 십 년이 지난 후, 무림에
한 명의 무서운 살성(煞星)이 등장했다.
물론 그는 연남천이었다.
연남천은 천행으로 목숨을 건진 후 부친이 비밀 장소에 감춰둔 나한
삼절예를 연마하여 초고수로 화한 것이다.
일 년이 채 안되어 연남천은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원수와 그 가족들
을 모두 찾아내어 몰살시켜 버렸는데 그 숫자가 무려 오천여 명에 달
했다.
그로 인해 연남천은 전 무림의 지탄을 한몸에 받는 공적(公敵)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누구도 연남천을 응징하지 못했다.
나한삼절예를 연마한 그를 누가 당해낼 수 있었겠는가?
* * *
자신의 사승(師承)과 가문(家門)에 얽힌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은 고
독마야 연남천은 회한의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 보면 후회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불법(佛法)을 수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나한원의 절기로 그같은 살겁을 자행했으니……."
그는 쓸쓸한 눈빛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것이 인과응보(因果應報)겠지. 내가 지금 남의 음해(陰害)를
받아 이 지경이 된 것도 결국은 내가 지은 죄의 대가라 생각되는구나
!"
죽음을 앞에 둔 연남천의 표정은 허허로워만 보였다.
하지만 듣고 있던 이검한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제가 할아버지였다 해도 부모님의 원수들에게 자비를 베
풀지는 않겠습니다!"
그는 강렬한 눈빛으로 고독마야를 주시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고독마야는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쯧쯧! 결국 나는 제이(第二)의 고독마야를 키우게 된 셈이로구나!'
그는 내심 탄식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 할애비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아느냐?"
"세이경청하겠습니다!"
이검한은 공손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고독마야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무림에는 고금오대고수(古今五大高手)라는 다섯 명의 초고수들이 있
었다. 그 중 첫째로 손꼽히는 분이 원시천존(元始天尊)이란 분이고…
그분이 이르렀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바로 노부의 꿈이었다."
'원시천존?'
이검한은 흠칫 놀랐다.
신강(新疆)의 현음동천(玄陰洞天)에서 읽어보았던 원시천존의 이름이
지금 고독마야의 입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고독마야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이검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원시천존은 중원무림의 시조(始祖)라 할 수 있는 분으로서 그분에게
는 현음마모(玄陰魔母)와 태양신군(太陽神君)이라는 두 명의 제자가
있었다. 그 두 제자들조차도 다른 고금오대고수에 필적하는 실력자들
이셨지. 단지 스승이신 원시천존이 고금오대고수에 드는 이유로 그
두 분은 고금오대고수에 꼽히지 않았을 뿐이다!"
"아!"
듣고 있던 이검한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져나왔다.
원시천존이 고금오대고수에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의 제자인 현음마모와 태양신군조차 고금오대고수의 다른
고수들만큼 막강했다니 실로 경이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이검한의 귓전으로 다시 고독마야의 음성이 들
려왔다.
"만일 노부가 나한삼절예를 모두 연마했다면 지금쯤 원시천존님의 발
치에라도 따라붙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본래 나한삼절예는 그 위력이 막강한 대신에 연마하기가 지극히 까다
롭다.
뛰어난 자질(資質)과 오성(悟性)을 필요로할 뿐만 아니라 불문(佛門)
의 절기인 만큼 동정(童貞)의 몸으로 연마를 시작해야하며, 가능하다
면 심맥(心脈)과 골격(骨格)이 굳기 전인 다섯살 이전부터 기초를 닦
아야만 한다.
하지만 연남천은 나한삼절예의 연마를 시작할 당시 이미 십오세의 나
이였다.
비록 자질은 천고에 다시 없을 정도로 뛰어난 그였지만 벌써 심맥이
굳어지기 시작한 상태였으니 나한삼절예를 모두 연마하는 것은 차치
하고라도 그 중 한 가지라도 제대로 연마할 수 있을 지조차도 미지수
였다.
그러나 연남천은 피나는 노력 끝에 나한삼절예 중 한 가지를 연마해
냈다.
파천황결(破天荒訣)!
오로지 파괴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무서운 수법이 그것이다.
연남천은 멸문당한 가문의 복수를 위해 파천황결을 연마해낸 것이다.
고독마야 연남천은 아쉬운 눈빛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본래 파천황결은 부동결(不動訣)을 바탕으로 시전해야만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부동결을 연마하지 못한 노부는 단지 파천황결의 칠
성(七成) 정도밖에 구사하지 못한다!"
순간 이검한은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맙소사! 천하무적이라는 할아버지가 연마한 파천황결의 화후가 겨우
칠성 수준이라니……!'
그는 실로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갑자 동안 구주팔황을 독행했건만 적수를 만나지
못했던 연남천의 파천황결이 겨우 칠성 수준에 불과한 것이라니!
하물며 파천황결을 십이성(十二成) 모두 시전한다면 그 위력은 어떠
하겠는가?
상상만 해도 전율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고독마야 연남천의 어조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흘러나왔다.
"비록 노부는 실패했지만 너는 원시천존님의 경지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강렬한 눈빛으로 이검한을 주시했다.
순간 이검한은 퍼득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그는 막 철이 들 때부터 고독마야로부터 한 가지 난해한 내공심법을
전수받았다. 그 내공심법을 연마하기는 지독히 어려워서 어떤 때는
삼주야(三晝夜) 내내 가부좌를 튼 채 미동도 못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수련이 어려운 데 반해서 그 내공심법은 별다른 묘용이 없는
듯했다. 그저 정신을 맑게 해주고 기력을 증진시켜 주는 정도일 뿐이
었다.
해서 이검한은 전모 냉약빙에게서 따로 대연심법(大衍心法)이라는 도
가(道家)의 운기토납법을 전수받아 전궁만리비 등 다른 무공을 시전
하는 데 사용해왔다.
이검한은 흥분의 빛을 지으며 고독마야를 주시했다.
"혹… 혹시 어릴 때 제게 가르쳐주신 심법이……!"
고독마야는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것이 바로 노부도 연마하지 못한 부동결, 즉 나한부동신
공(羅漢不動神功)의 심법이다!"
"아!"
이검한은 나직한 탄성을 발하며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이검한은 나
한원의 비전 심법을 자신도 모르게 연마해온 것이다.
고독마야는 희열의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이검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
었다.
"너는 태어난 직후 부모로부터 벌모세수(伐毛洗髓)의 대법을 받아 전
신의 모든 혈맥이 소통되어 있었다. 그 결과 처음부터 임독이맥(任督
二脈)이 타통되어 있었고, 그 위에 나한부동심결을 연마한 덕분에 지
금은 이미 그 화후가 육성(六成)에 이르러 있다."
"아!"
이검한은 놀람움을 금치 못했다.
"제… 제가 벌써 육성의 나한부동신공을……!"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회의도 없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육성의 나한부동결을 연마했다고 하지만 그 결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한삼절예가 그토록 대단한 초절기라면 육성의 나한부동신공을 익힌
지금 세상에서 적수가 없어야 옳았다.
하지만 이검한 자신은 십왕총에서 혈황이란 자에게 형편없이 당하지
않았던가?
고독마야는 그런 이검한의 내심을 읽었는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
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지 마라!"
그는 담담한 음성으로 설명을 덧붙였다.
"나한부동신공은 최소한 팔성(八成)의 화후에 이르러야 비로소 부동
심(不動心)의 법력(法力)을 발휘하게 되는 바, 그 경지가 바로 금강
지체(金剛之體)다!"
"금강지체!"
이검한은 흥분된 음성으로 나직이 부르짖었다.
금강지체, 또는 금강불괴체(金剛不壞體)란 무엇인가?
가장 단단하여 무엇으로도 흠집을 낼 수 없는 금강석(金剛石)처럼 외
부의 어떤 힘에도 해를 입지 않는 경지를 일컫는다.
이것이야말로 무림인이라면 꿈에도 원하는 성취이며 일갑자 넘게 천
하무적이었던 고독마야 연남천조차도 이루지 못한 무상(無上)의 경지
이기도 하다.
나한부동신공이 팔성에 이르면 바로 그 금강불괴체를 지니게 되는 것
이다.
그리고 이검한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나한부동신공을 육성
이나 완성한 상태라니 어찌 흥분되지 않겠는가?
이검한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자 고독마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이제 불과 이성(二成)의 화후만 더 쌓으면 나한부동신공이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니 앞으로도 더욱 정진해야만 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할아버지!"
이검한은 격탕되는 가슴을 억누르며 고개를 숙였다.
고독마야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짐작하겠지만 전궁결(電弓訣)은 네 이모에게 맡겼으니 나중에 이모
에게 배우면 된다. 따라서 나한삼절예라고는 하지만 사실 너는 파천
황결만 기억하면 되는 것이다!"
그는 안색을 엄숙하게 고치며 이검한을 바라보았다.
"파천황결은 하늘과 땅 사이에 가장 강한 파괴력을 발휘하는 심법이
다. 당연히 그 이치가 지극히 난해하고도 난해하다."
이검한은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여러번 설명할 수 없다. 그러니 정신 바짝 차리
고 듣거라!"
"명심하겠습니다!"
이검한은 신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이윽고 고독마야는 나한삼절예 중의 마지막 초절기인 파천황결의 구
결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이검한은 모든 정신을 집중하여 고독마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와 함께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파천황결!
그것은 단지 구결만으로도 전율스러울 정도였다.
파천황결의 구결을 듣게 되자 이검한 자신이 지금껏 기연으로 얻었던
모든 무공들이 보잘것없는 쓰레기들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현음마모!
황역사천왕!
십왕!
그 누구의 절기도 파천황결에 비견되지 못했다.
가히 고금최강이라 할만한 절대적인 파괴력을 지닌 내공심결이 바로
파천황결이었다.
이검한은 이내 무아지경으로 빠져들었다.
절기를 전수하는 사람과 전수를 받는 사람 둘 다 몰아경(沒我境)으로
접어들었다.
두 사람은 무공전수에 몰입한 나머지 해가 저물고 밤이 되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그 사이에 냉약빙이 몇 번이나 고독헌에 들렀다.
하지만 그녀는 두 사람의 엄숙한 분위기를 방해하지 못하고 한숨만
쉬며 조용히 물러가곤 했다.
* * *
새벽 무렵,
"이제 내가 파천황결을 연구하여 얻은 심득(心得)은 모두 네게 전한
것 같구나!"
고독마야 연남천은 비로소 감았던 눈을 뜨며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했
다.
파천황결은 정말 난해했다.
비록 이검한이 천고의 기재라고는 해도 단지 심법만 얻었다면 족히
십 년 넘게 고심해야만 그 중의 오의(奧義)를 다소나마 깨달을 수 있
을 것이다.
하지만 고독마야의 자세한 해설 덕분에 이검한은 하룻밤만에 대충이
나마 파천황결의 윤곽을 깨달을 수 있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이검한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고독마야를 주시하며 물었다.
연남천은 밤새 한잠도 자지 않고 파천황결을 해설해 주었으나 전혀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 검푸르던 그의 안색은 오히려 불그레한 혈색
이 돌아오고 두 눈조차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언뜻 보기에 그는 병세가 회복된 듯했으나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연남천은 지금 자신의 생명의 불길을 거의 다 태워버린 상태였다.
그의 신색이 좋아 보이는 것은 단지 촛불이 꺼지기 직전에 가장 밝듯
생명이 다하기 전에 나타나는 회광반조(回光返照)의 현상일 뿐이었
다.
이검한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근심의 빛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었다.
"밖으로 나가자!"
연남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고독헌 밖으로 나갔다.
고독헌 밖에는 짙은 새벽안개가 깔려있었다.
자욱한 안개에 휘감긴 탓에 고독애 일대는 한층 더 신비하게 보였다.
연남천은 나직한 웃음소리를 내며 중얼거렸다.
"후훗! 만일 노부가 부동결까지 연마한 상태였다면 이 곤륜의 절경을
좀 더 오래 감상할 수 있었을 것을……!"
그는 뒷짐을 진 채 안개로 뒤덮인 곤륜의 절경을 둘러보며 아쉬운 눈
빛을 지었다.
짙은 안개바다 사이로 무수히 솟아있는 높고 낮은 산봉들이 하늘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용(龍)의 이빨처럼 보인다.
그리고 먼 동쪽의 운해(雲海) 너머로는 시뻘건 불덩이가 솟구쳐 오르
고 있었다. 마치 바다의 일출을 보는 듯 신비하고 장엄한 광경이었다
.
연남천의 뒤에 말없이 서 있던 이검한의 가슴으로 온갖 감회와 비감
이 교차되었다.
연남천이 이검한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명심하거라. 혈마대장경(血魔大藏經)은 반드시 회수해야만 한다. 그
것은 이 세상에 단 한시라도 머물러 있어서는 안될 마물(魔物)이다!"
연남천의 말에 이검한은 흠칫했다. 그의 말이 마치 유언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하, 할아버지!"
이검한은 전신을 스치는 불길한 예감에 떨리는 음성으로 고독마야를
불렀다.
하지만 고독마야는 담담하고 허허로운 표정이었다.
"허허,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했느니라. 아직 시간이 남았
으니 네게 파천황결의 실제 시전모습을 보여주마!"
그는 껄껄 웃으며 이검한을 돌아보았다.
그런 그의 두 눈은 자애로운 빛으로 가득했다.
누가 그런 연남천의 눈빛을 고독하고 살벌한 철혈의 승부사 고독마야
의 눈빛이라 여기겠는가?
"잘 보거라. 파괴(破壞)의 주(主) 시바의 파괴력을!"
스읏!
고독마야는 한소리 외침과 함께 천천히 양팔을 들어올렸다.
느릿하게 움직이는 고독마야의 이 완만한 동작은 이검한을 위해 일부
러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듯한 그 동작들 안에는 실로 무궁무진한 현기(玄機)와
내공의 운용법이 포함되어 있었다.
"……!"
이검한은 단 하나의 미세한 변화도 놓치지 않고 고독마야의 동작을
지켜보았다.
설명만 들었을 때는 미처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고독마야의 시범
동작들을 통해서 해연이 깨우쳐졌다.
이검한은 비통한 심정으로 고독마야의 동작을 주시했다.
독기가 이미 골수까지 미친 고독마야에게 파천황결처럼 내공 소모가
극심한 초식을 시전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독마야는 이검한을 위해 사력을 다해 파천황결
을 시전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우!"
어느 한순간 고독마야의 입에서 늙은 사자의 그것 같은 포효성이 터
져나왔다.
쩌쩌쩍!
직후 고독애와 백여 장 저편에 자리한 바위산의 허리에서 굉렬한 폭
음이 터져올랐다.
우르르릉!
그와 함께 그 바위산의 산록에 수십 장 너비의 구멍이 뻥 뚫리며 산
전체가 마치 지진을 만난 듯 맹렬하게 뒤흔들렸다. 도저히 인간의 손
에서 뻗어나온 위력이라 믿을 수 없는 가공스러운 광경이었다.
'저럴 수가!'
이검한은 그 어마어마한 광경에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무려 백 장 저편의 바위산에 수십 장 너비의 구멍을 내는 이런 무시
무시한 파괴력을 어찌 인간의 몸에서 나온 것이라 믿을 수 있겠는가?
헌데 이검한이 경악과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였다.
쿵!
파천황결을 떨쳐내고 잠시 그 자리에 굳어진 채 서 있던 고독마야의
몸이 갑자기 나무토막같이 뒤로 벌렁 넘어갔다.
"할아버지!"
화라락!
이검한은 기겁하며 다급히 고독마야에게로 날아갔다.
이 순간 고독마야의 안색은 납빛으로 변해 있었으며 입가로 가늘게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치지직!
고독마야의 입에서 흘러나온 피가 바닥을 적시자 주위의 풀들이 그대
로 하얗게 타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 피에는 천하오대극독(天下五
大劇毒) 중 두 가지가 섞여있기 때문이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울부짖으며 덮쳐드는 이검한을 고독마야가 급히 저지했다. 행여나 이
검한이 자신의 몸 속에 흐르고 있는 극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까 저
어한 때문이다.
"크윽! 할아버지!"
이검한은 비통하게 울부짖으며 고독마야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고독마야는 창백한 납빛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
다.
"어떠냐? 잘 보았느냐?"
"예! 잘 보았습니다."
이검한은 닭똥 같은 눈물을 팔뚝으로 닦으며 대답했다.
고독마야는 흐뭇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되었다. 내 평생의 심득을 네게 제대로 전수해준 듯하니 이
제 여한은 없다!"
그는 아주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피곤… 하구나. 멀리 옮길 것도 없이 내 시체는 이곳에 묻거라. 여
기야말로… 나의 제이의 고향(故鄕)이니!"
그의 말소리는 점점 작게 줄어들더니 스르르 눈을 감았다.
"할아버지!"
이검한은 낮게 부르짖으며 고독마야의 몸을 흔들어 보았다.
그러나 조용히 눈을 감은 고독마야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절명(絶命)한 것이다.
고독마야 연남천!
그는 마침내 영겁(永劫)의 세상으로 가버렸다.
백여 년 동안 전무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우내제일인의 비장한 최후
였다.
"할아버지!"
처절한 이검한의 울부짖음이 곤륜의 산역을 뒤흔들었다.
비통하고 애절한 이검한의 울부짖음은 마치 부모를 잃은 어린 사자의
포효와도 같았다.
* * *
은은한 달빛이 오연하게 우뚝 솟아있는 고독애 일대를 비추고 있었다.
스스스!
교교한 달빛을 받으며 고독애 위에 인영이 하나 소리없이 나타났다.
「 휴우! 정말 무심한 아이구나.. 벌써 한 달이 지났건만 장춘곡에는 얼
씬도 하지 않다니.....! 」
인영은 나직한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인영은 물론 전모 냉약빙이었다.
고독애 위로 올라온 냉약빙은 한쪽에 쓸쓸하게 자리한 봉분 앞에 무릎을 꿇었다.
「 대가가! 」
그녀의 입에서 나직하지만 더할 수 없이 애절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아직 잔디조차 제대로 자라지 않은 그 초라한 봉분이 바로 우내제일인 고독마야
연남천의 무덤이었다.
냉약빙의 창백한 볼을 따라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바로 그 고독마야가 죽은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장례 후 냉약빙은 한 달이 지난 오늘에야 처음으로 고독애에 올라왔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번째 이유는,
고독애에 올라오면 고독마야가 생각나 견딜 수 없이 슬퍼질 것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바로 이검한때문이다.
그녀는 이검한의 무공수련에 방해가 될까 저어하여 될 수 있으면 고독애에 오는
것을 삼가햇던것이다.
한데,
한 달이 지났건만 이검한은 한 번도 고독애 아래에 있는 장춘곡에 들리지 않았다.
이검한은 무엇 때문인지 고독애에 칩거한 채 그림자조차 비치지 않는 것이다.
여자의 육감이랄까?
냉약빙은 왠지 이검한이 자신을 의식적으로 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냉약빙으로서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으나 이검한이 무공을 수련하는 데에 방해가
될까봐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한 달 이상이 흐르자 냉약빙은 마침내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고독
애를 찾아온 것이다.
「 이 아이가 데체 어디 갔을까? 」
고독마야의 무덤에 분향을 끝낸 냉약빙은 의아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고독애 어디에도 이검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삐꺽!
고곡마야의 무덤을 떠난 냉약빙은 이제는 이검한의 거처가 된 고독헌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쯧쯧! 별 수 없는 사내녀석이구나! 」
고독헌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녀의 입에서는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깔끔한 성격의 고독마야가 살 때와는 달리 지금의 고독헌 안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
었다.
벗어 던진 의복과 읽던 책자들이 바닥에 여기저기에 제멋대로 뒹굴고 있었으며 도
처에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기도 했다.
냉약빙은 그런 실내를 둘러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래서 남자에게는 여자가 필요한 거겠지! 기왕 올라왔으니 청소나 해주고 가야
겠구나! )
그녀는 소매를 훌훌 걷어붙이고 어질러진 고독헌 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잠시후,
고독헌 내부는 고독마야가 살 때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청소를 마친 냉약빙은 한쪽에 놓여있는 돌의자에 걸터앉았다.
「 검한이에게도 빨리 여자가 생겨야겠구나. 언제까지 내가 돌봐줄 수는 없으니
....! 」
그녀는 미소지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문득 냉약빙의 시선이 한쪽의 서가로 향했다.
「 이것들이 검한이가 신강에서 얻은 비급들이겠구나! 」
그녀의 시선이 서가에 아무렇게나 올려져있는 세 권의 비급에 머물렀다.
그녀는 별 생각 없이 비급들을 집어들어 살펴보았다.
-천약활인경!
-조화구곡!
세 권의 비급 중 두 권은 바로 약왕림과 마음도의 비전비급들이었다.
「 대단한 것들을 얻었구나! 」
냉약빙은 눈을 반짝이며 천약활인경과 조화구곡을 대충 훑어보았다.
그녀는 한눈에 그 두 권의 비급이 대단한 가치를 지닌 것임을 알아본 것이다.
그녀는 세 번째 비급을 집어들며 고개를 갸웃했다.
「 옥룡경? 」
옥룡경이란 이름은 어디서 들은 것 같기도 한데 언뜻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무심코 옥룡경을 넘겼다.
(흑!)
냉약빙은 두 눈을 부릅뜨며 숨을 죽였다.
옥룡경 안에는 실로 눈뜨고 볼 수 없는 민망한 도해들이 가득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남녀들이 난잡한 자세로 뒤엉켜 있는 그 그림들은
묘사기법이 너무나 정교하여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보였다.
그 때문에 냉약빙은 마치 눈앞에서 남녀가 직접 교합하는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그림들은 더할 수 없이 정교한 필체로 묘사한 데다가 여인의 비소 부분은 아
찔하게도 원색으로 색칠까지 되어 있었다.
게다가,
사내들의 흉칙한 부분도 너무나 생생하여 냉약빙의 가슴을 물레방아처
럼 콩닥이게 만든다.
그림들은 비단 정상적인 체위만 묘사해 놓은 것이 아니었다.
마치 짐승처럼 두 팔과 다리로 엎드린 여자와 그 뒤에서 결합하는 사내,
여자의 다리를 사내의 어깨에 걸친 그림,
그리고,
사내의 무릎에 안겨 환희의 표정을 짓는 여자의 모습 등등....
실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갖가지 형태의 기묘한 체위들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 ......! 」
냉약빙은 부들부들 떨라는 손으로 옥룡경을 넘겼다.
그녀의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 두근거렸다.
비록 삼십대 중반의 나이지만 그녀는 아직 사내와 손도 잡아 본 적도 없었다.
처녀인 그녀인지라 옥룡경의 내용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냉약빙은 경악하면서도 단숨에 옥룡경을 독파해 버렸다.
그만큼 옥룡경은 엄청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 이...이런 음서를 갖고 다니다니! 나쁜 녀석! 」
한차례 옥룡경을 독파한 냉약빙은 당혹한 신음을 발했다.
비로소 그녀는 이검한이 왠지 자신을 서먹서먹하게 대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
다.
신강에 다녀온 후로 이검한은 이미 아이가 아니었다.
단 한 달이란 짧은 기간 동안 그는 여자를 아는 한 명의 어엿한 사내가 된 것이
다.
(검한이가 나를 여자로 의식한 것이다. 그래서 장춘곡에도 들르지 않은 것이고
......! )
내심 염두를 굴리던 냉약빙은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렸다.
묘한 배신감과 함께 알 수 없는 야릇한 열기가 온 몸 구석구석으로 스물스물 피
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손으로 기른 어린 아이가 어느덧 한 명의 어엿한 남자가 된 것이다.
냉약빙은 삼매진화로 옥룔경을 태워버리려다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이걸 태워버리면 그 녀석은 내가 이것을 본 줄 알고 무안해 할 것이다!)
그녀는 포기하며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녀는 세 권의 비급을 다시 원래대로 꽂아두었다.
「 그나저나 이 녀석은 어디로 간 것일까? 」
한숨을 내쉰 냉약빙은 몸을 일으켜 고독헌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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