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아내, 노출, 그리고 스와핑 -22부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온 나는 먼저 아내에게 전화부터 걸었다. 하지만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걱정스러움에 안절부절 하던 나는 장식장 안에서 양주 한 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병마개를 열며 잔을 가지러 주방으로 가다가 걸음을 멈추고는 그대로 병째로 한 모금을 마셔버렸다. 독한 기운이 입안으로 번지더니 곧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 배 속을 쓰라리게 만들었다. 다시 한 모금을 더 마셨다. 목구멍이 마취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양주 병을 든 채 건넌방으로 향한 나는 책상 서랍에서 김덕수 부장으로부터 받은 8mm 테잎을 꺼내 들었다. 테잎을 응시하던 나는 다시 양주 한 모금을 마셨다. 취하지 않고는 도저히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김덕수 부장을 받아들일 아내의 힘겨운 모습을 보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취해가고 있었다. 술기운이 올라와 내 몸과 감각들을 마비시키는 동안 내 머리 속을 채우고 있던 이성의 덩어리들을 하나씩 하나씩 제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본능뿐이었다. 원초적인 본능이 술의 기운을 얻어 폭발할 듯한 기세로 내 몸을 점령하고 있었다.
책상 위에 양주 병을 내려놓고 비디오 카메라를 찾았다. 그리고 거실로 나와 연결선을 TV 뒤쪽 단자에 연결시키고는 손에 들고 있던 8mm 테잎을 꽂아 넣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소파로 돌아와 앉았을 때 내 가슴에는 뜨거운 공기가 팽창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심장이 타 들어가는 것 같은 흥분의 덩어리가 느껴져 왔다.
파란색 화면이 꽤 길게 이어지더니 갑작스럽게 화면이 바뀌며 카메라 위치를 조절하고 있는 김부장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책상을 향해 초점을 맞춰놓은 채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 리모콘으로 보이는 물건을 들어 카메라를 향해 누르자 줌 기능이 작동하면서 적당한 앵글을 만들어냈다. 화면에 비친 김부장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그의 표정에 드러난 흥분과 기대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깊게 숨을 들이켰다 내뱉고는 수화기를 들었다. 그가 번호를 누르자 멀리서 전화벨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깥 사무실에서 울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여..연주씨? 지금 밖에 혼자 있나?..... 그래? 그럼 잠깐 내 방으로 들어오지?”
그의 입에서 아내의 이름이 흘러나왔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알 수 없는 흥분과 기대감이 내 몸을 지배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전화를 내려놓은 김부장은 잠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며 안절부절 하더니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서둘러 의자에 기대앉으며 애써 의연한 척 하는 것이 보였다. 화면의 바깥쪽으로부터 그림자가 비치더니 여자의 뒷모습이 화면 안으로 들어왔다. 아내였다. 아내는 흰색 에리가 달려 있는 핑크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지난 여름에 가을 맞이 세일을 하고 있던 백화점에서 내가 직접 골라준 옷이었다. 허리라인이 잘 살아있어 아내의 몸매를 더 예뻐 보이게 했던 것이 마음에 들어 사준 것이었다. 아내가 그의 책상 앞에 다소곳하게 서자 김부장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지금 바쁜가?”
“부장님이 주신 일로 바쁩니다.”
아내의 목소리에는 가시가 돋아 있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아무것도 모른 채 여전히 그를 냉대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에서 측은함과 죄책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김부장이 침묵을 지키고 있자 아내는 쏘듯이 말했다.
“급한 일 아니면 나중에 말씀하시면 안될까요?”
“생각하기에 따라 급할 수도 안 급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겐 급한 일인 것은 분명해.”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자꾸 그렇게 따지지 말고 내 말을 들어봐.”
김부장은 기분이 상한 듯 얼굴을 찌푸리더니 거만한 눈빛으로 아내를 올려다보았다.
“자네, 몇 주 전에 미사리에 있는 모텔에 간 적이 있지?”
“모..모텔이라뇨? 그..그런 곳에 제가 왜..”
아내는 그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당황하며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두 남자와 모텔에 있었던 걸로 아는데. 남편과 또 다른 중년의 남자. 거기에서 뭘 한 거지?”
“지..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두..두 남자라뇨. 그..그런 일 없어요.”
“그래? 그날 가면을 쓰고 남편 앞에서 중년 남자와 즐기지 않았었나?”
“바..바쁜 사람 붙잡고.. 무..무슨 얘기를 하시는 거에요? 사람 잘못 보셨군요.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그대로 있어.”
김부장이 소리를 지르자 아내는 흠짓 놀라며 얼어붙은 듯이 서있었다. 그리고 아내의 두 다리가 지탱하기도 힘들어 보일 만큼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김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내는 다시 흠짓 놀라며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김부장은 책상을 돌아 나와 아내에게로 다가서며 음흉한 눈빛으로 아내의 몸을 위아래로 뜯어보고 있었다.
“나를 벌레 보듯 하며 멸시하던 우리 연주가 오늘은 왜 이렇게 기가 죽어 있을까? 응? 어디 말 좀 해보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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