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 02
네코네코
1
42
0
0
2시간전
여자친구 --- 02
주말을 보내고 학교에 간 환우의 귀엔 정혁과 은빈에 대한 이야기만이 들려왔다.
자기도 여학생 한 명과 그 자리를 떴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자리에 앉는 환우에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남학생이 다가왔다.
“야 너도 그 은빈이란 애 찍지 않았었냐?”
“아냐 인마….”
“아니긴 뭘 아냐. 너 찍은 거 다 봤는데.”
“아니라니까….”
환우는 쓴 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치다 멀리서 남학생들과 떠들던 정혁과 눈이 마주쳤다.
자기도 모르게 잽싸게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환우….
‘내가 왜 이러지….’
너무도 한심한 자신의 모습에 한숨이 새어나온다.
그렇게 환우의 새내기 대학생활은 별다른 변화 없이 흘러가게 되었다.
아니 변화가 있긴 했다.
바로 정혁과 함께 다니는 은빈의 모습을 혼자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버릇이 생겨버린 것이다.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 커플인 둘을 쳐다보는 사람이 많았기에 다행이지 만약 그런 사람들마저 없었다면 둘에게 들킬 정도로 오랫동안 바
라보는 그였다.
‘그 애는 잘 지내나. 학교에서 도통 보이질 않네….’
소은을 떠올린 것이다.
그 날 그렇게 헤어진 이후 3주가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단 한 차례도 그녀를 본 적이 없었다.
전화번호도 찍어주기만 했지 받지는 못해서 연락을 할 수도 없었다.
다시 1주일이 지났을 무렵 환우의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도착했다.
내용을 확인하자 소은이었다.
[환우야 안녕^^? 나 소은이야. 기억하니?]
그때 이후 거의 한 달 만에 온 그녀의 문자에 환우는 반가움부터 앞선다.
[응. 당연하지. 잘 지내?]
환우의 답장에 바로 답장이 왔다.
[응. 잘 지내지^^/ 저기 혹시 토요일에 약속 있니?]
[아니 없어 ㅠㅠ]
[ㅎㅎ그럼 토요일날 만날래?]
환우는 자기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처럼 외롭고 우울한 때에는 그녀라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 ^^]
둘은 그렇게 주말에 만날 약속을 정했다.
*
4월의 맑디맑은 어느 토요일.
환우는 따사롭게 내리 쬐는 햇살을 받으며 소은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을 지나치는 많은 사람들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도중 저기 멀리서 노란 후드티를 귀엽게 차려입은 소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앞머리가 날리지 않도록 그러는지 고개를 푹 숙인 채 쫄래쫄래 달려와 환우의 앞에 서는 그녀...
“헥, 헥…. 미안 환우야 늦었지.”
소은은 무릎을 짚은 채 숨을 몰아쉰다.
“아냐. 나도 방금 왔는걸.”
환우는 자신의 앞에서 살짝 혀를 내민 채 숨을 몰아쉬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아기같이 어려보이는 귀여운 외모. 약간은 헐렁해 보이는 노란 후드티와 그에 잘 어울리는 짧은 청치마...
치마 아래로 드러난 그녀의 맨다리가 생각 외로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학교에서 자주 보던 은빈의 짧은 치마 아래로 드러난 길고 매끈한 다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지만….
‘아….’
갑자기 은빈의 생각이 나자 앞에서 커다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소은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왜 이러지 정말!’
방금 소은이 도착했을 때만 해도 그녀가 꽤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자신에게 호감까지 갖고 있지 않은가?
분명히 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은빈의 생각이 들자마자 그러한 소은조차도 너무나도 평범하게 보였다.
아니….
그녀가 평범해 보인다기보다는 일종의 패배감이 들었다.
정혁의 옆에서 우월한 미모를 뽐내며 걷는 은빈과 소은을 비교하자 자신이 너무나 비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내가 왜 이런 병신 같은 생각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멍하니 서있는 환우가 걱정스러운지 소은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저기 왜 그러니?”
그녀의 말에 퍼뜩 정신이 드는 환우.
“아, 아냐. 그냥 좀 이런 저런 생각하느라…. 근데 너 진짜 오랜만이다. 학교에서 보면 인사하자고 해놓고 학교에선 보이지도 않더라?”
“아…. 응. 사실 저기…. 멀리서 너 보이면 피했거든….”
“나를? 왜?”
“아니 저기 음…. 이상하게 부끄럽다고 해야 할까…. 그냥 그래서 좀 피해 다녔어.”
소은의 하얗던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그, 그랬었구나. 흠…. 아. 내가 연락 해보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난 번호를 안 받았더라고.”
“맞아! 내가 그때 너무 긴장해서 너 번호로 통화버튼을 누른다는 걸 깜빡했었어.”
소은의 말에 둘은 살짝 웃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약간이나마 덜어낸다.
살짝 미소를 짓고 있던 소은이 손뼉을 마주쳤다.
“음…. 그럼 우리 뭐 할까?”
소은이 밝게 웃으며 그렇게 물었지만 환우의 입에서 마땅한 대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여자친구도 한 번 사귀어보지 못한데다 지금 자신의 머릿속이 은빈의 생각으로 꽉 차 있으니 적극적으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서로 아무 말이 없는 시간이 길어지자 금세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환우는 너무나도 어색한 분위기에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당황한 소은이 얼른 입을 열었다.
“그, 그럼 우리 영화 보러 갈래?”
“여, 영화?”
“응. 나 요즘에 보고 싶은 영화 있었거든 그거 보러 가자.”
결국 소은의 말대로 둘은 근처 영화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토요일 낮에 표를 구할 수가 있을까?
간신히 몇 장 남은 표는 아직도 네 시간도 넘게 남은 저녁 7시 30분 영화표였다.
소은은 시간이 너무 맞질 않자 울상을 지었다.
“어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네….”
환우는 마땅히 할 거는 없기에 우선 저녁 시간대 영화표를 사자고 제안했다.
영화표를 샀지만 이젠 영화 시작시간까지 무엇을 해야 할지가 문제였다.
“음…. 그럼 근처에서 뭐 간단하게 먹으면서 얘기라도 하자.”
이번에도 먼저 얘기를 꺼낸 것은 소은이었다.
허나 근처 커피숍에서도 서로 음료수만 만지작거리며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두 사람...
가끔 학교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짧게 끝나곤 했다.
그러던 도중 소은이 은빈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은빈이도 그 정혁이란 애랑 잘 사귀더라.”
“아, 응. 그렇지….”
환우의 대답에 소은이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장난을 친다.
“에이 너도 은빈이 찍었었잖아. 지켜보는 기분은 어떠니?”
“하, 하…. 뭐 기분이 어떻긴 아무렇지 않아. 그냥 그때 한 번 찍어본 거야.”
실제 생각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꺼내는 환우...
“오? 그래? 그럼 여자친구는 안 만들어? 다른 좋아하는 애는 없니?”
“여자친구는 무슨 하하…. 대학 온지 얼마나 됐다고. 공부해야지 공부!”
환우가 짐짓 여유로운 척 자세를 잡으며 그렇게 대답한다. 환우의 대답에 소은은 피식 웃는다.
“뭐야 그게…. 너 여자친구 한 번도 안사귀어본 거 아니야?”
정확히 집어낸 소은의 말에 뜨끔한 환우는 이내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 그래…. 맞다…. 못 사귀어봤다….”
“어? 정말?”
소은이 놀라자 환우도 오기가 생겨 역으로 물었다.
“야! 너는 남자친구 사귀어 봤냐?”
“나, 나는 고등학교 때 사, 사귀어 봤어!”
소은은 대답을 하긴 하지만 왠지 말을 더듬는다. 환우는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거 같아서 몰아붙이기로 했다.
“흥. 말 더듬는 거봐. 거짓말이지?”
“아, 아냐! 진짜야! 며, 며칠이긴 하지만….”
“며칠? 야 며칠이 사귄 거냐?”
환우가 꼬리를 잡았다는 듯 몰아붙인다.
허나 소은도 질 수 없다는 듯 언성을 높였다.
“야 며칠도 사귄 거지! 넌 사귀어보지도 못했잖아!”
커피숍에 살짝 정적이 흐른다.
소은의 목소리가 꽤나 높았던 것이다.
무안해진 두 사람은 고개를 푹 숙였다.
얼굴이 살짝 붉어진 소은이 배시시 웃는다.
“우리가 너무 떠들었나 보다.”
“그러게…. 하하….”
어색한 것이 꽤나 사라진 두 사람이었지만 네 시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별 이야기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3D의 판타지물이었다.
생각보다 재미가 있어서 두 사람은 끝난 뒤에도 영화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극장을 빠져 나왔다.
극장을 나오자 9시가 되었다.
시계를 보던 소은은 헤어지긴 약간 애매한 시간인지라 무엇을 할까 또 고민을 한다.
그러다 저번에 환우가 술 마시는 걸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던 걸 떠올렸다.
“아 환우야. 우리 술 한 잔 하고 갈래? 너 술 마시는 거 좋아한다며.”
“술? 응 뭐 나야 좋지.”
환우가 좋다고 하자 소은은 활짝 웃는다.
“히히. 그래 가자.”
둘은 근처 술집으로 들어갔다. 간단한 안주와 소주 한 병을 시키고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두 사람.
소은은 이렇게 둘이서 술을 마시니 과팅 때 생각이 난다며 웃는다.
“그땐 많이 추웠는데 날씨 금방 풀렸다. 그치?”
“응. 이제 봄이지 뭐….”
그렇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술을 마신다.
소은과 둘이 있는 걸 어색해하던 환우도 술이 조금씩 들어가자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다.
“너 근데 고등학교 때 며칠 사귀었다는 건 무슨 말이야? 남자친구랑 며칠 사귀어보고 헤어진 거야?”
술이 들어간 환우는 실례인 질문일 수도 있다는 걸 망각한 채 입을 열었다.
“아…. 응…. 그냥 그렇게 됐어.”
“왜 헤어졌는데?”
환우의 집요한 질문이 이어진다.
하지만 술이 약한 소은도 취기가 꽤나 오른지라 별다른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친구 소개로 만난 옆학교 남자애였는데…. 그냥 성격이 안 맞아서 1주일 만에 헤어졌지 뭐…. 아 넌 한 번도 못 사귀어 봤다고 했지?”
“응. 나야 뭐…. 성격 자체가 워낙 소심해서 여자한테 잘 다가가질 못해….”
“그렇구나….”
이렇게 짤막짤막한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셨지만 워낙 할 이야기가 없는 두 사람인지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보다는 술을 마시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자 술이 약한 소은이 확 취하게 되었다.
소은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환우에게 말한다.
“나 화장실 좀….”
화장실로 향하면서도 넘어질 듯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린다.
환우는 취한 소은을 보자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계를 바라보았다.
‘헉-! 뭐야.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지?’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 토요일이라 지하철도 일찍 끊길 텐데….’
소은이 나오면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기다리는데 얼른 나오질 않는다.
10분 쯤 기다리자 소은이 비틀거리며 나온다.
“미안 사람이 많아서….”
그렇게 말하며 다시 자리에 앉는 그녀..
“소은아 우리 이제 집에 가야겠다. 지금 12시 반이야.”
환우의 말에 반쯤 눈이 풀려있던 소은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헤엑? 뭐?”
환우는 소은이 보태준 돈을 합쳐 얼른 계산을 하고 술집을 나온다.
그리고 취한 소은의 팔을 붙잡고 지하철로 갔지만 당연히 끊겨 있었다.
‘큰일났다….’
| 이 썰의 시리즈 (총 10건) | ||
|---|---|---|
| 번호 | 날짜 | 제목 |
| 1 | 2026.08.04 | 여자친구 --- 10 (3) |
| 2 | 2026.08.04 | 여자친구 --- 09 (1) |
| 3 | 2026.08.04 | 여자친구 --- 08 (1) |
| 4 | 2026.08.04 | 여자친구 --- 07 (1) |
| 5 | 2026.08.04 | 여자친구 --- 06 (1) |
| 9 | 2026.08.04 | 현재글 여자친구 --- 02 (1) |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스위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