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 하루 12

★숙의 하루 (제11부)★ 숙의 분비물 묻은 팬티, 고통스런 영 ①
-내일 수업 쉬도록 해. 생리휴가쯤 치고...
예정에도 없던 휴가를 만들어준, 한선생의 이 약속 덕분에, 숙은 그
다음 날 - 은과 희, 그리고 영이 마교장의 교육관 접대 술자리에 불려
간 날 - 과 연이은 주말을 집에서 보낼 수 있었다. 오래간만에 갖는
휴일이었다. 실제적인 공식 휴무는 하루였다쳐도, 잇달은 일요일은 그
녀에게 여름 이후로 처음 돌아온 연휴를 보장했던 것이다.
가족들에게는 적당히 둘러대었다. 비록 난데없는 휴일이라는 것을 알
아도, 집안 식구들은 핼쓱해져 돌아온 그녀의 얼굴을 보고 단지 몸이
아픈 줄로만 알았다.
-무리한 것 아니니? 그 때 상가집에서 밤도 새고 돌아오더니만...
어머니의 걱정서린 말이었지만, 사실 숙의 몸이 전혀 아프지 않은 것
은 아니었다. 그날 여교사 화장실에서 쓰러진 그 충격 탓으로 생리통
은 꽤 심해졌었다. 보통의 경우 - 다른 생리주기 - 에는 그다지 통증
이 없었지만, 이번만은 유달랐다. 다음 날도 그녀는 하루종일 허리가
얼얼한 통에 자기 방의 침대에 누워 잠만 잤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원래 그날이 오래가지 않는 타입이기도
했고, 계속된 이삼일의 여유로 충분히 원기를 회복한 몸은, 곧 그녀에
게 생리가 끝났다는 신호를 보내주었다.
월요일까지는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집안에서는 단지 숙이 며
칠간 몸살을 앓은 것쯤으로 생각했으며, 어쩌면 여자인 어머니는 눈치
를 챘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과년한 딸이기에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하기야, 이제 숙이 그런 것은 알아서 직접 처리하는 것이 당
연하므로.
해서 다시 학교로 나서는 월요일부터 이미 그녀의 여체는 빨간 날이
아니었다.
사실 숙으로서도 걱정이 되기는 하였다. 학교 안에서는 벌써 소문이
자자할 것이다. 비록 당시 화장실 바닥에 기절해 쓰러질 때에야 몰랐
지만, 곧 얼마든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같은 반에서 두명의 학생이
자기와 관련되어 학생부에 끌려갔다는 것... 그것도 여선생의 치부와
부끄러운 모습에 관련되어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분명 센세이션한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한, 아니 빠져들기 시작한 숙의 비리만 아니라
면 그것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 이전에도
몇번인가 여교사의 치마 속에 관련된 사고는 일어난 적이 있었고, 그
때마다 주범인 학생들은 근신이라든가 매를 맞은 적이 왕왕 있어왔다.
열대여섯이라 하여도, 남학생들은 이렇게 일찍 남자의 습성 - 훔쳐보
기, 호기심, 성욕... 그런 것들을 보일 충분한 나이였다.
그러나 숙 자신에게 있어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바로 은,
희, 영, 마교장, 교육관, 한선생... 이 모두가 복잡하게 연루된 그 총
체적 비밀들 - 그것으로 인한 스스로의 자괴감이 그런 학교내 사고들
을 더욱 혼란스럽게 느끼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숙이 다년간의 경험에 중무장한, 노처녀나 유부녀 정교사였다면 다소
의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녀는 이 일을 시작한지 채 1
년도 되지않은 풋내기에 불과했으며, 그리고 신분도 아직 임시교사에
불과한 강사였다. 대학시절의 교생실습과 그다지 다를 것도 없는 처지
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요 며칠간 학교 안에서 터진 사건들이 당혹스러웠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야할지
경험이 전무했다.
그래서 - 기실 이 날의 출근도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몸이야 푹 쉰
탓으로 나쁘지않은 컨디션이지만, 그녀의 머리 속만큼은 복잡한 심경
과 은근한 우려로 난처할 따름이었다.
교무실의 문을 밀고 들어갈 때에도, 숙은 마치 도살장, 아니 노예시장
에 선뵈는... 그런 느낌이었다. 모두가 그녀만을 쳐다볼 것 같았다.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어머, 저 여선생 학생애들한테 치마
속 팬티도 들키더니 이번엔 여교사 화장실에서 그곳까지 내보였다며..
.?' 이런 노처녀 여교사들의 목소리가.
그러나 의외로, 오랜만에 나타나는 그녀를 아무도 주시하고 있지 않았
다. 그녀가 멈칫거리며 다른 선생님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와중에도,
그 누구건 평상시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교무실을 가로질러, 그녀의 책상으로 가는 동안에 그 아무도.
-어머, 숙쌤님 일찍 오셨네요.
반갑다는 듯이, 특유의 그 발랄한 미소를 보내며 인사를 건네는 것은
뜻밖에도 희였다.
-으...응, 이, 일찍 나왔네요...
-어머머, 숙쌤님도... 저라고 맨날 지각하란 법 있나요?
얄밉다는 듯이, 뾰로퉁한 표정가지 지어보이는 희인데...
-참, 저번 주 교육관님 오시던 날... 쓰러지셨다면서요?
멈칫, 속으로 놀라는 숙은, 드디어 올 것이 왔군 - 하며 긴장하였다.
-양호실로 업혀가셨다던데... 괜찮으세요...?
예상 밖으로, 걱정스런 표정의 희였다. 이상한데... 그녀의 생각과는
틀린 반응이다.
-그, 그걸 어떻게 알아...?
희는 짐짓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목소리까지 낮추고 있었다.
-참, 언니도... 왜 몰라요, 저도 여잔데. 근데 언니, 언니 생리통 정
말 심한가보다... 그날도 낮부터 안좋은 것 같더니...
응? 그녀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럼 미리 말씀하시지 그랬어요, 저 그날 패드는 없었어도 진통제는
갖고 있었는데... 후훗, 사실 저도 좀 허리가 많이 아픈 스타일이거든
요, 그날에.
아하 - 숙은 그제야 희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렇다. 그날 그녀가 양호실에 누워있던 날, 희와 은, 한선생 모두는
교육관과 술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학교를 나갔었다. 그리고... 한선생
도 숙이 단지 화장실에서 기절했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맞아... 날 업어다 준 것은 바로 옆 남직원 화장실의 남자 선생들이라
고 했었다. 그럼 - 그 선생님들이?
-어휴, 저도 오늘 와서 다른 선생님들한테 그 얘기 듣고 얼마나 놀랐
는데요... 수업시간에 스러졌으면 큰일날 뻔했어요, 언니...!
그랬구나, 남학생이 화장실 옆칸에 숨어서 훔쳐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발설되지는 않았어... 그 시간에 은이건 희건 접대 문제로 분주했었
고... 나를 챙긴 것은 아무런 상관없는 다른 남자 교사들이었으니까..
.
다행이다. 천만다행이다. 쓰러진 그녀를 발견하고, 화장실에 숨어있던
남학생을 붙잡은 남자 선생들 - 그들이 사건의 완전한 전모를 밝히지
는 않은 것이다.
기실 그것은 원래 당연한 불문율이었다. 여선생들의 난처한 사고를,
개인적 프라이버시의 차원에서라도 쉬쉬, 모른 체해주는 것이 남자 교
사들의 예의라는 것을 그 때까지 숙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다행스런 일이었다. 또한번 이 교무실 내에 야릇한 사건의 주인
공이 될 뻔한 숙이었는데, 뜻 밖에도 그날의 파장은 더이상 커지지 않
은 것이다.
여기 지금 희도 그렇지만, 그녀의 그날 상황 - 전날 한주임과 가진 차
안의 정사, 연이어 찾아온 생리 - 을 속속들이 알았던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 없었던 셈이고, 숙을 구출했다는 다른 이들도 그녀가 화장
실 바닥에 쓰러진 것만을 발견했던 것이다. 즉, 그들은 그녀가 화장실
안에서 무엇을 했었는지 모른다는 얘기다.
어쩌면 숙 자신도 영원히 몰랐을 문제일 수도 있었다. 혁, 화장실에서
걸린 그 녀석이 들키지만 않았던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그 직전에 그 안에서 패드를 바꾸고, 팬티까지 갈아입었다는 사실은
전혀 알 수 없었다. 단지 지금의 숙은 멋모르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남학생과 맞딱드리고 기절했던 것뿐이다. 그것도 겉보기로는 전혀 이
상없는 멀쩡한 옷차림 그대로.
심지어는 한선생도 모른다. 그녀가 그 안에서 얼마나 적나라한 모습을
보였는지는...
그러나 - 남은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혁... 그 학생은 어떤 것일까. 한선생의 말로는 점심시간 내내 그 여
교사 화장실에 숨어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혹시 - 아니야, 제발, 설
마 그럴 리는 없어. 아니 없어야해!
숙은 당혹스런 상상이 미치자, 온몸이 부르르, 수치심으로 전율하고
있었다.
그, 그 녀석이 모두 봤던 것 아닐까? 내가 생리대를 갈고, 새팬티로
갈아입던 그 모든 적나라한 행동, 그것을 전부 훔쳐본 것은 아닐까?
그녀의 아랫입술이 무의식적으로 세게 깨물리고 있었다. 그 남학생이
자기의 치부와 관련된 그 모든 모습을 관찰했을지도 모른다... 그 상
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쳐오며 두려움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숙이 알 수 없는 것은 그 부분이었다. 딴 사람들은 그녀가 그 화장실
변기칸 안에서 어떤 작업을 했었는지는 영원히 알 수 없다해도, 그 혁
에게는 몽땅 들켰던 것이 아닌지... 이 때만해도 자신의 짐작이 전부
사실이라는 것 - 실제로 혁이 그 모두를 칸막이 아래로 목격했다는 것
- 은 전혀 모르고 있는 그녀였다.
그리고 또 한번의 까무러칠 일... 그녀의 설마했던 일이 사실로 밝혀
지는 것은 오후였다.
★숙의 하루 (제11부)★ 숙의 분비물 묻은 팬티, 고통스런 영 ②
-어이, 숙쌤님,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당혹스런 생각 속에, 한동안 정신이 나가있는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화들짝 놀란 숙의 올려다본 시선에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자기
자리에 앉는 한선생이 들어왔다.
-일찍들 나오셨네... 휴일은 잘들 쉬셨나?
야릇한 그의 시선, 한선생의 등장에 조잘거리던 희도 입을 다물고 있
었다.
-아, 안녕하세요...
어쩔 수 없이 의례적인 인사를 건네야하는 숙이었다. 씩, 왠지 모를
의미의 웃음을 보이며 늘 그렇듯 한선생은 주임교사 자리에 앉자마자
신문을 펴들었다.
철저한 포커페이스였다. 그는 알만한 사람들 - 지금 그녀나 은, 또는
희 - 끼리 모인 자리 이외에는 철저히 평범한 주임선생의 얼굴과 모습
을 보이고 있다. 그런 비아냥거리는 가증스러움에, 숙은 속이 울렁거
리기까지 했다.
하기야 그래서 지금 이 교무실 안의 다른 어느 누구도 그들의 얽히고
설킨 비리를 알지 못하는 것일 게다. 한선생은 그런 인물이었다.
-어이구, 매일 일등이시더니, 오늘은 꼴찌네요.
문득, 신문을 내리며 중얼거리는 한선생의 목소리에 돌아보는 숙. 그
런 그녀의 옆자리로 털석 엉덩이를 붙이는 것은 -
은이었다. 마교장과 한선생의 품을 오가며 자기 위치를 다져놓은 태풍
의 눈.
-후훗, 좀 늦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은선생님.
여전히, 밝은 인사를 건네는 것은 막내 희.
-어머, 희선생님 왠일이야?
똑같이 자연스런 인사를 보내는 은. 별로 달갑지는 않지만, 어쨌든 지
난 번 난처한 상황에서 생리대를 빌려준 그녀니까... 숙도 의례적인
인사를 해야한다.
-늦... 으셨네요, 은... 선생님.
그런데 - 이게 왠 일, 은은 숙이 먼저 인사를 보내는 데에도 흘끗, 차
가운 시선만을 되돌릴 뿐이었다.
응? 왜 그러지? 숙은 은이 얼음장같은 분위기로 자기를 무시하는 것에
내심 뜨끔한 기분이었다. 비록 모여앉은 몇사람 사이지만, 거의 공개
적으로 그녀는 숙의 아는 체를 무안하게 만들며, 예의 일과인 아침화
장 - 컴팩트를 꺼내고 있었다. 눈길조차 주지않는 그녀였다.
영문을 몰라 떨떠름하게 얼굴이 달아오르려는데, 마주 앉은 희가 난처
한 표정을 보내고 있었다. 슬금슬금, 은의 눈치를 보던 희는 볼펜을
꺼내 뭔가를 적더니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그녀에게 내밀었다.
뭐지? 희가 내민 쪽지를 본 숙은 살며시 아무도 모르게 꾸겨버려야했
다.
'숙 언니, 이따 조회 끝나고 화장실에서 좀 봐요. 은 언니나 한주임님
모르게'
화장실로? 무슨 일이지? 어쨌든 아침조회는 시작되었다.
희는, 조회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자리를 떴다. 아마도 숙과 쪽지에 적
어놓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인 모양이다. 그래서 숙은 일부러 멈칫거
리며 딴청을 피웠다. 한선생이나 은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교실로 사라지기를 기다려 눈치 채이지 않도록 말이다.
그 탈 많은 여교사 화장실 - 그 앞에서 숙은 약간 멈칫거려졌다. 지난
주 자기가 쓰러졌던 바로 그 장소였으므로... 왠지 들어서면서도 또다
시 누군가가 숨어있지 않을까 두려워지는 기분이었다.
-걱정 말아요, 언니. 아무도 없어요.
희는 세면대 거울을 들여다보는 척하고 있었다.
-무, 무슨 일이야...?
자초지종이 궁금한 숙이었다.
-저... 기요, 이거... 말씀드리는 게 옳은지 모르겠는데...
-왜? 뭘...?
왠지 희는 숙의 시선을 피하며 작게 한숨마저 내쉬고 있었다.
-저, 그날 말씀인데요... 교육관님 오신 날...
그날? 숙이 생리로 인해 접대자리를 피하고... 지금 여기 이 화장실에
서 쓰러진 날?
-왜요? 그 때... 무슨 일 있었어? 혹시... 교장님 때문에...?
숙에게 한가지 두려운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렇다. 그녀는 마교
장이 건넨 돈봉투와 수표를 떠올리고 있었다. 혹시... 그날 내가 일부
러 빠진 것으로 알고...
그것은 거의 분명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미 숙은 여기 희와 한선생
의 확인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만약에 그날 자신이 생리중만 아니었
던들, 그날의 자기 파트너는 다름아닌 마교장이었을 터 - 요정 별채의
방안에서 벌어졌던 질퍽한 밤 잠자리들, 자기 대신 나간 영이 한선생
에게서 당한 봉변... 그런 자세한 내막까지는 모른다해도 그녀가 충분
히 짐작할 수는 있는 상황들이었다.
마교장의 돈은 사실 그것이 목적이었다. 숙, 그녀와의 동침 - 하지만
그날은 우연한 일들의 연발로 성사되지 못했으니... 어쩌면 그로 인해
마교장이 내게 앙심을 품은 것은 아닐까? 지금 희가 전하는 소식은 어
쩌면, 자기 뜻을 이루지 못한 마교장의 앙갚음에 관련된 것이 아닐까?
-예... 언니도 아시네요...
이런... 낭패감을 느끼는 숙인데, 그러나 희는 전혀 의외의 말을 전하
고 있었다.
-그 돈봉투 있잖아요. 그거... 은 언니가 알거든요. 제가 무심결에...
응? 은이 안다니, 그게 무슨 얘기지? 다소 의아한 그녀의 표정을 마주
한 희는 부가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죄송해요, 숙 언니... 언니가 돈 더 받은 걸... 은선생님이 알고서..
.
-그, 그게 왜...?
은이 그 돈봉투와 무슨 상관 - 그 순간 숙의 머리 속에 짚히는 느낌이
있었다. 희는 그것을 확인해주고 있었다.
-원래... 은 언니가 교장 선생님 파트너셨잖아요... 그런데 숙쌤님
이... 그 언니보다 돈을 더 챙기니까, 은선생님이 뭔가 오해하시는 것
같아요...
오해? 난처한 듯, 민망한 얼굴로 희는 말을 잇고 있었다.
-그게요... 언니가 교장 선생님한테 따로 잘보이려는 줄 알고 은 언니
가... 예, 쉽게 말씀드려서 숙 언니가 자기 제끼고 은 언니 자리 뺏으
려 꼬리치는 것쯤으로...
이럴 수가. 이게 무슨 얘긴가. 숙은 놀라서 입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그래서 은이 아까 - 그렇게 차가운 표정을 보낸 것이구나! 말도
안되는 얘기였다.
-은 언니가 사실은 마교장님하고 그런 사이가 된지 오래 됐잖아요...
그래서 그 언니 생각에는 숙쌤님이 먼저 그런 줄 알고...
간단한 얘기였다. 숙이 먼저 교장을 유혹해서 자기를 내몰려는 심산,
그런 오해를 은이 하고 있다는 희의 말이었다. 맙소사, 그녀의 아랫입
술이 아프게 깨물어졌다.
-마, 말도 안돼...!
-예, 언니, 저도 알아요. 교장 선생님이 먼저 알아서 주신 거라는 걸.
.. 근데 제가 말 실수를 하는 바람에...
-이해하세요 언니... 은 언니가 원래 욕심이 좀 많은 사람인 걸... 제
가 다시 은 언니하고 얘기해볼께요. 정말 죄송해요...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그들의 비리에 끼어들게 된 자신의 처지만으
로도 절망적인 숙인데, 이런 오해까지 받아야하다니... 질끈 감은 두
눈 속으로 눈물이 핑 돌았다. 아니, 머리마저 어지롭게 핑돌고 있었
다.
마치 육체를 무기로 남자들에게서 돈이나 뜯으려는, 그렇고 그런 여자
의 취급을 받다니... 오해라 하여도 그 늙수그레한 마교장에게까지 꼬
리를 치는 그런 여선생이 되버렸다니... 할 수만 있다면 한없이 목을
놓아 울 일이었다. 내가 왜, 내가 왜 그런 사람으로 생각되어져야하는
거지?
숙의 그런 처절한 모습을 보고 희도 못내 안타까운 얼굴로 그녀의 어
깨를 감싸 부축했다.
-제가 그 때 미처 그런 것까지 은선생님에게 말씀을 못드렸었어요...
걱정 마세요. 제가 오해 풀어드릴께요...
어금니를 악물었다. 무너져 또 한번 이 화장실 바닥에 쓰러질 것 같은
몸뚱아리를 가까스로 지탱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 희 앞에서 그런 꼴
을 보이고 싶지는 않다.
-괜찮으세요? 미안해요, 언니... 하지만 전 언니 편이에요... 제가 도
와드릴께요...
-아, 알았어... 나, 난 괜찮아, 희...
미안해 어쩔 줄을 몰라하는 희를 돌려보낸 뒤에도, 숙은 한참 동안 화
장실 벽을 짚은 채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다. 너무나 서글픈 현실이었
다. 도대체 이게 무슨 얼토당토않은 말인가. 해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넋이 나간 듯 기대어있는 그녀였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
에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다. 어이가 없는 노릇이다.
그 때였다. 또각또각, 벌컥 - 여교사 화장실의 문이 다시 열리고 있었
다.
그리고, 안에 있던 그녀와, 들어선 또 한명의 여자, 그들 둘은 서로가
놀란 표정으로 마주치고 있었다.
황당한 자리에서, 황당한 입장에 놓인 두 사람의 만남이었다. 그건 영
이었다.
★숙의 하루 (제11부)★ 숙의 분비물 묻은 팬티, 고통스런 영 ③
-아, 안녕하세요...
간신히, 정교사인 영을 향해 고개를 숙여야하는 임시교사 숙이었다.
숙의 머리 속에는 당장 지난 주의 교장실에서 목격한 장면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녀였다. 지금 이 영이 그날 교장실 안에 있었다. 돈봉투를
돌려주기 위해 멋모르고 열었던 교장실 문틈 - 그 안에서 들려왔던 헐
떡거리는 신음소리, 마교장의 시커먼 사타구니 앞에서 흔들리던 뽀얀
엉덩이... 그것의 주인이 여기 숙 앞에 서있었다.
얼마나 민망했던가. 결혼날짜가 내일모레라는 이 여교사와 마교장의
적나라한 소문의 진실을 파악하던 그날... 그 야릇하고도 망측한 사건
의 여주인공, 영. 그녀와 단 둘이 마주친 것이다. 그것도 서로의 치부
를 은밀하게 드러내야할 화장실 안에서.
먼저 입술을 깨무는 것은 영이었다. 그녀 역시도 머리 속으로는 지금
숙과는 전혀 또다른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머, 수업... 없나요?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정식 교사인 그녀 앞에서 강사인 숙은 더이
상 할 말이 없었다.
-지, 지금 가려고요...
말없이,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서둘러 자리를 피해야했다. 숙은 저 말
끔한 미모의 영을 조금이라도 더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저런 예쁜 얼
굴의 여선생이, 그것도 불과 며칠 후면 유부녀가 될 사람이, 마교장의
추한 욕심에 맞추어 엉덩이를 내맡겼었다니...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황급히 음악실로 향하는 숙의 귓가
에, 저 미인 여선생 영이 질러대던 교성이 자꾸만 들려오는 것 같았
다.
화장실 안에서, 숙은 숙에 대한 다른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치마를 올리고, 팬티를 내린 뒤 쪼그려 앉는 그녀의 엉덩이에 아직도
얼얼한 통증이 몰려왔다. 한선생... 그래, 한선생에게 내 뒤쪽 처녀지
를 점령당한 것은 저 강사선생 때문이야. 그녀는 며칠 전 마교장에게
호출되었을 때를 상기했다. 뭔가 두툼한 봉투를 안고 나가던 숙 - 저
기집애만 아니었던들.
어찌보면 그녀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닐 수도 있었다. 하기야 숙이 빠
지지 않았다면, 영이 그날 술자리 접대에 불려나갈 일은 없었을 것이
다. 그리고 그랬다면... 자기가 생각지도 못한 한선생의 상대가 될 일
은 없었다.
아아... 쪼그려앉아 선뜻하게 드러난 숙의 엉덩이, 그녀의 엉덩이가
당한 수난을 떠올리며, 숙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나쁜 년들... 까닭
모를 울화가 숙과 임시교사들에게 치밀었다. 그날 이후로, 며칠째 뻐
근한 숙의 둔부 사이였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이렇게 쪼그리고 용변을 보는 자세에
선 불편함이 채 가시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그곳, 단 한번도 남자의
물건이 들락여본 적 없는 그 뒤쪽 - 그곳을 한주임에게 내어줄 수 밖
에 없었다는 수치심이, 그날 자리했던 다른 여강사들에게 묘한 반감을
생기게 하고 있었다.
옴찔거리며, 물줄기가 벌려진 그녀의 엉덩이 사이에서 흘러나와 변기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교장에게도, 그리고 곧 결혼할 그이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곳이었
다. 휴지를 뜯어내 가랑이 사이를 닦아내며, 뭔가 야릇한 복수심에 치
를 떠는 영이었다.
한편, 윗층의 어느 교실 안에서는 석이가 가방 안에서 자랑스럽게 무
언가를 꺼내고 있었다.
지난 주, 숙의 치마 속을 훔쳐보다가 일주일간의 근신처분을 받았던
그는, 애꿎은 혁이 화장실 안에서 걸리는 바람에, 방과 후에만 벌을
받는 일종의 감형처분을 받고 있었다.
사실 혁의 죄목은 상당히 심각한 편이었다. 어쩌다 석이 녀석처럼 팬
티나 훔쳐본 것이 아니라 - 학생 출입금지인 교직원용 화장실, 그것도
여교사 화장실에 계획적으로 숨어들어가... 여자 선생님들의 적나라한
치부까지 관찰을 기도했던 셈이니, 마땅히 근신정도가 아닌 정학감이
었다.
그래서 연일 학생부실에서는 그의 처분을 두고서 회의가 벌어지고 있
었고, 덕분에 어부지리를 얻은 석은 이번주부터 수업에 들어갈 수 있
는 혜택을 누린 것이다. 물론 방과 후에는 몇대의 매와 반성문이 기다
리고는 있지만.
어쨌든 지금 그는 같은 반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가방 안을 뒤적이고
있었다. 석의 둘레에는 호기심 어린 시선들이 잔뜩 집중되어 있었다.
녀석은 뽐내며 그 물건을 내보였다. 당장에 우와, 하는 탄성이 그의
주변에서 터져나왔다.
-이, 이거 진짜야?
-야, 누, 누구 건데?
여기저기서 부러움 섞인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석이가 영웅이 되
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 이 교실 안의 영웅이 꺼내보인 것은 - 여자팬티
한장이다.
여자팬티, 그것은 물론 숙이 잃어버린, 화장실의 손가방에서 나온 것
이었다. 실제로 그녀가 입고 있던, 그리고 화장실에서 아무 것도 모른
채 벗어버린 그 팬티... 그것이 지금 석의 손에 들려있었다.
-정말이야? 그 음악선생이 입고 있던 게!
-그래, 맞다니까... 혁이 그 새끼가 걸릴 때에, 그 때 그 여자가 갈아
입었대...!
우와, 다시 한번 왁짜한 술렁임이 일었다.
-야, 그, 그럼 이, 이게 진짜로 입고 있다가 벗은 거라구? 증거 있어?
증거? 석은 속으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물론 증거가 있구말
구 - 하지만 그로서는 그걸 밝히고 싶지 않았다. 누구에게건, 심지어
혁에게도. 그 단 하나의 증거는 지금 자기 집 책상서랍 깊숙한 곳에
감춰져있다.
그곳에 감춰진 한권의 공책, 그 종잇장 사이에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발견하지 못할 한올의 터럭이 끼워져 있었다. 그것은 심혈을 기울인
노력 끝에 발견된 것이다. 곱슬한 한가닥의 음모... 그 예쁜 여선생의
가랑이 사이에서 묻어나온, 그것이 바로 실제로 숙이 이 속옷을 입고
있었다는 증거다.
자신만의 비밀에, 녀석은 흐뭇함마저 느꼈다.
-에이, 그렇다니까... 거짓말 아냐. 냄새 맡아봐. 정말이지...!
우르르, 그 말에 모두가 달려들고 있었다. 실제 여선생이 묻혔을지도
모를 냄새를 맡아보기 위해, 그들 사이에서 아귀다툼이 벌어지고 있었
다.
숙은 오전 중의 수업시간들이 어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머리 속에는
답답한 생각들이 가득 들어차 무언가 다른 것에 집중할 여유가 생기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점심시간이 되어도 밥 따위는 생각나지 않았다. 멍하
니, 음악실의 피아노 앞에서 커피 한잔만으로 속을 달랬다.
무얼 어찌해야 옳을지 떠오르지 않았다. 은의 오해 - 그것이 큰 문제
였다. 비록 숙이 한선생에게 몸을 허락하였다 해도, 그것은 이것과 다
른 자존심의 문제였다. 그녀로서는 자기가 그런 돈에 몸을 굴리는 여
자로서 인식되는 것이 견딜 수 없었다. 어떻게든 이런 처지에서 벗어
나야했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럼... 그날은 어찌 되었을까? 의문이 떠
오르고 있었다. 자기를 탐하려했던 마교장은 누구와 잠자리를 같이했
을까 - 은일까, 영일까.
그렇다면? 숙은 꼬리를 무는 생각에 몸서리를 쳤다. 희는 교육관을 모
셨을 것이고... 마교장을 따라야했던 나는 그 자리에 없었고... 그럼
한선생은? 틀림없다. 그의 색마적 기질이 그냥 넘어갔을 리가 없는데,
만약 은이나 영, 둘 중 한사람이 마교장의 동침상대가 됐다면, 한선생
이 나머지 한사람을...?
아니야 아니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한선생이 누구와
잤건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게 은이었건, 아니면 예비 유부녀인 영이
었건... 그녀는 헛된 생각을 떨쳐버리려 어금니를 깨물었다. 거세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생각은 털어버리자. 중요한 것은, 내가 그런
여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거야!
종이 울리고 있었다. 오후수업의 시작이다. 수업, 그래 수업에 충실하
자. 입술을 깨무는 숙이었다.
오후 첫 시간이다. 숙은 교탁 뒤에 앉았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숙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었다. 교실, 음악실의 한가운데에
앉은 어떤 남학생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저 학생이... 숙은 소름끼치는 기분이었다. 능글거리며 그
녀를 마주 본 녀석은 다름아닌 석이었다. 불과 며칠전, 그녀의 종아리
에 정통으로 부딪치는 바람에, 훔쳐보기를 들킨 남학생 - 그 때 자신
의 치마속 비밀을 남김없이 드러낼 수 밖에 없었던 당사자 - 녀석이
돌아와 있었다.
근신처분이 풀린 모양이었다. 왠지 모르게 숙의 손가락들이 떨려왔다.
그의 눈길 앞에서 마치 숙은 발가벗기운 느낌이었다. 석의 눈초리가 '
난 다 알아. 그 때 당신이 어떤 속옷을 입었는지, 음악선생님 당신의
가랑이 사이가 어떤 모습인지, 전부 다 보았다구...'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아니 실제가 그랬다. 녀석은 지금 그녀의 치마속이 어떤지 훤
히 알고 있는 것처럼 기분 나쁜 눈초리를 훑고 있었다.
뭔가 두려움이 숙을 엄습하고 있었다. 자신의 모든 부끄러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분위기였다. 자기가 알아볼 수 있는 석, 그뿐
만이 아니었다. 이 반의 모든 남학생들이 그녀에 대해 속속들이 관찰
한다는 느낌이었다.
서둘러 이 시간을 지나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시선을 피했다. 쓸데없이 책상사이를 돌아다니지도, 함
부로 수업 이외의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오전의 시간들에는 노래도
부르고, 음악감상시간도 있었지만, 지금 이 학급 - 석이 있는 학급 -
만큼은 할 수 있다면 수업조차 거부하고 싶었다.
잠자코 칠판, 악보가 그려져있는 칠판만을 보았다. 악보를 잔뜩 그려
놓고, 베끼기나 시킬 생각이었다. 두어 곡 숙제를 내고나면, 그저 이
한시간은 흘러갈 것이다. 아니, 그렇게 흘러가기를 바래야 한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이 난감한 수업시간의 초반은 지나가고 있었다.
악보를 그려놓고, 휴우, 숙은 한숨을 쉬었다. 점차 평정을 되찾고 있
었다.
그래, 편하게 생각하자... 저 녀석에게 내 부끄러운 모습을 들키기는
했지만, 그건 사춘기 남학생들의 호기심이었을 뿐이야. 그리고 내가
수치스러워할 상대는 단 한명이야. 그리고 이미 그 녀석은 톡톡히 혼
이 났고.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겠지. 사진을 찍힌 것도 아니고, 이
반 아이들 전부 앞에서 치마가 벗겨졌던 것도 아니니까...
이미 칠판 가득히 그려졌던 악보는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야했다. 숙은
새 필기내용을 적으면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쓴
웃음까지 짓고 있었다. 자괴감, 그건 자괴감일 뿐이었다. 도대체 이제
겨우 십대의 중반에 오른 저 어린 남자애들이, 호기심 이상 더 무엇을
그녀에게 원하겠는가. 겨우 막내동생들도 안될텐데.
차라리 저 애들이 순수할지도 몰라. 다른 어른들처럼, 돈, 권력, 이런
것들로 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야. 녀석들이 어쩌겠어? 내가 같이 잠
을 자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정사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할거
야...
그런 안도감이 전해져서일까. 아니면 슬슬 악보그리기에 싫증난 탓일
까. 음악실 안에 갑자기 술렁이는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조용히 해, 얘들아...!
뒤돌아선 채, 여전히 칠판만을 보며 등을 돌린 채로 숙은 핀잔을 주었
다.
그러나 왠일인지... 웅성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용히 하라니까, 선생님 화낸다!
그 때였다. 툭탁거리는 소리가 뒷편 교실구석에서 들려왔다. 무슨 일
이지? 싸움이라도 난 건가? 하는 수 없이 등을 돌리는 그녀였다.
-어...!
그러나 숙의 돌아섬에 놀라는 것은 그녀가 아니라 학생들이었다. 뭐야
? 얼핏, 그녀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분단의 뒤쪽에서 실랑이를 벌리
는 몇몇 학생이었다. 그들은 숙에게 들킨 것을 알자 후다닥, 들고 있
던 무언가를 다급히 감추고 있었다.
무엇인지 그 물건 하나 탓에 학생들끼리 다툼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지? 뭣 때문에 그러는 거야?
이상하다. 다른 때라면 왁짜지껄, 걸린 학생을 조롱하는 웃음소리라도
나와야할 법한데, 지금 묘하게도 음악실 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 일순
에 조용해지고 있었다.
-뭐야? 거기, 지금 그것 갖고 나와봐!
쥐 죽은 듯 조용한 교실 안이었다. 숙은 의구심이 일었다. 뭔데 그러
지?
-거기, 방금 니들이 싸운 것 있잖아. 그거 당장 앞으로 갖고 나와.
일부러 엄한 척 목소리를 내는 숙, 그 목소리에 눌렸는지 들킨 당사자
들이 움찔거리며 그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안되겠군. 전부 기합 받고 싶어?
할 수 없었다. 되도록이면 학생들 책상 사이로 지나다니지 않기로 마
음먹은 숙이지만, 이번만은 어쩔 수가 없다. 책상들 사이를 지나, 늘
어선 학생들 뒤편으로 다가가자, 한 남학생이 서둘러 등뒤로 가리는
것이 있었다.
-이리내, 얼른!
가끔은 따끔한 모습을 보여야한다. 숙이 코 앞에 다가오자, 경악하는
그 학생. 거칠게, 억지로 그 녀석의 팔을 비틀어 뒤에 감춘 것을 빼앗
았다.
그 순간, 기절초풍할 정도로 경악하는 인물이 단 두 사람 있었다 -
먼저, 석의 고개가 떨구어졌다.
-새끼들, 그냥 구경만 하라니까...!
그리고 또 한 사람, 숙...!
그녀는 맨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단순히 작은 헝겊쪼가리인 줄로만... 그러나, 악몽같은 몇초가 지난
후, 그녀는 놀라 까무러칠 정도가 되었다.
그것이 보통의 여자팬티라면 그렇게까지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을 알아본 이상, 숙은 그것을 쥔 손이 사시나무처럼 떨릴 수 밖에
없었다. 틀림없이 그녀는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그 원 주인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팬티였다. 그것도 엊그제까지 입고 있다가 잃어버린.
숙은 세상이 빙빙 도는 것만 같았다. 이럴 수가, 어떻게 이게 이 녀석
들 손에... 자신의 생리혈이 묻은 그 조그만 팬티를 쥔 채, 그녀는 온
몸을 떨어야만 했다. 새팬티도 아닌 - 자신의 가장 은밀한 국부를 가
리고서 직접 그 부끄러운 부분에 닿아있던 그 팬티, 세탁도 안되어 자
신의 분비물이 말라붙어있을 그 천조각을 쥐고서.
거세게, 학생부실의 문이 열어젖혀지고 있었다.
-어, 왠일이세요...?
그러나 지금 그녀에게는 아무도 안중에 들어오지 않는다. 갑자기 들이
닥친 그녀, 느긋하게 담뱃재를 떨며 자리를 지키던 총각 남선생은 눈
이 휘둥그레 올려다볼 뿐이었다.
-일어나!
눈이 휘둥그래지기는, 꿇어앉아 반성문을 쓰고 있던 혁도 마찬가지였
다. 난데없는 그 새된 불호령에 엉거주춤, 몸을 일으키는 그인데...
-자, 자리 비켜드릴까요?
남자 교사는 그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알자 슬그머니 꽁무니
를 빼고 있었다. 하기야 이번 사건의 당사자가 와있으니...
-너 다 봤지?
-예...?
영문을 모르는 혁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다 본 거지? 그렇지?
무슨 말씀을... 대꾸도 못하는 혁의 눈 앞에 불쑥, 뭔가가 들이밀어지
고 있었다.
이, 이건 - 아뿔싸! 녀석은 낭패감으로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불쑥, 그녀가 들이민 것은 그로서도 익히 아는 물건이었다. 석에게 가
르쳐줘 몰래 집어오게 한 물건 - 그건 바로 이 여선생님의 팬티였다.
지난 주 자신의 코앞에서 그녀 손으로 직접 벗겨져 내리는 것이 목격
되었던...
-너 나 다 훔쳐본 거지? 그치?
도리없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혁 - 이럴 수가!
그날 그때부터의, 숙의 가장 큰 두려움이 현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
다. 더할 수 없이 수치스러운, 그 낭패의 광경을 관찰당하다니, 하필
이면 그 때 그 당혹스런 불의의 사고를 -
이 남학생은 모든 것을 본 것이다. 거들을 벗고 생리대를 갈며, 치마
를 걷어올리고 팬티를 바꿔입던... 그 뿐이 아니다. 어쩌면 그 좁은
변기칸 안에서 훤히 드러났을 숙의 하체, 가장 부끄러운 그 치부까지
도 - 여자로서의 가장 적나라하고 치욕스런 모습을, 다른 사람도 아니
고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에게 몽땅 내보인 것이다. 이제 머리에 피도
안마른 남자애에게.
숙은 차라리 죽고만 싶은 기분이었다. 정말로 죽고 싶었다.
-나쁜 새끼!
철썩, 음악선생의 손바닥이 뺨을 후려쳤다.
-나쁜 자식...! 나쁜 자식...!
수그린 혁의 시야에 자신의 팬티를 쥔 채 부들부들 떨고있는 숙의 허
연 손마디가 들어왔다. 우는 것 같았다. 이 여선생이 울고 있었다.
사실이었다. 숙은 한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채, 어깨를 들썩이
고 있었다. 그녀의 뺨 위로 분노와 수치심의 눈물이 흘렀다.
-나쁜 자식...!
♣ 제11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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