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 13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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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여자친구 --- 13
소은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 근처까지 나와 주었다.
이렇게 되면 소은은 집에 택시를 타고 가지 않는 이상 갈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그 문제에 대해선 환우도 소은도 특별히 입을 열지 않았다.
근처 술집에 들어가 마주 앉는 두 사람.
어색하다….
2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둘 사이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어색했다.
환우는 말없이 테이블만 바라보고 있었고 소은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긴장된 기색은 숨길 수 없었다.
결국 소은이 밝은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연다.
“…벌써 어디서 한잔하고 왔구나?”
“어? 응….”
환우의 짧은 대답을 끝으로 다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잠시 후 주문한 술과 안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한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말없이 술만 따라 마시는 두 사람….
그리고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이번에도 먼저 입을 연 것은 소은이었다.
“…은빈이랑은 잘 사귀고 있어?”
“…방금 헤어지고 왔어….”
놀라는 소은...
“갑자기 왜?”
“그냥…. 그럴 일이 있었어.”
대답하기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는 환우인지라 소은은 더 이상 물을 수가 없었다.
“응. 그렇구나….”
“미안해.”
갑자기 환우가 뜬금없이 사과를 한다.
“응?”
“너한테 너무 미안해…. 정말 미안해.”
환우는 여전히 고개도 들지 못한 채 그렇게 계속해서 소은에게 사과를 했다.
“에이. 아냐…. 예전 일인데….”
소은은 웃는 낯으로 환우의 사과를 받아준다.
분명 어딘지 모르게 서글픈 웃음이지만 환우 앞에서 슬픈 기색은 보이지 않으려 애를 쓰는 그녀였다.
소주 한 병을 비웠을 무렵 환우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 돌아갈 수 있을까?”
“뭐?”
무언가 분명히 들었지만 자신의 귀를 의심케 하는 말에 다시 한 번 반문하는 소은. 환우는 그런 그녀를 위해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명확한 내용을 담아서….
“나 너한테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소은도 이번엔 무슨 말인지 확실히 들었다.
그리고 그 말은 놀람으로 커다래진 소은의 두 눈에 촉촉이 물기를 만들었다.
놀란 것도 잠시 이내 눈물이 가득 고인 소은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진다.
“짧은 시간 이었지만 난 항상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는걸. 아니…. 혹여 그 시간이 더 길어졌다 해도 난 여기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을 거야.”
소은의 말에 환우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
오늘 소은과 만나고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 본 것이다.
커다란 두 눈에 눈물 한 가득 고인 채 자신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
천사의 모습이 따로 있을까.
지금 이 순간 그녀가 바로 천사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환우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어?”
놀란 소은은 환우의 옆자리로 와 다독였다.
“왜 울어 바보야….”
소은이 다독이자 환우의 감정이 더욱 북받쳐 오른다.
이내 소은의 품에 안겨 아이처럼 펑펑 울어버리는 환우….
“바보….”
소은도 자신의 얼굴에서 흐르는 눈물을 쉼 없이 닦아낸다.
환우가 돌아와 준 기쁨의 미소만은 잃지 않으며….
그날 소은은 환우의 집에서 자고 갔다.
예전처럼 밤새도록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뜨겁게 뜨겁게….
덕분에 다음 날 집에 들어간 소은은 부모님에게 엄청나게 혼났다며 환우에게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려야 했다.
그리고 환우는 소은이 무엇보다 고마운 것은 은빈에 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묻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치 그 잠깐 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환우는 소은과 다시 사귀게 되었다.
*
그 후로 환우는 변하기 시작했다.
소은을 진심이 담긴 마음으로 대하니 그녀를 아껴주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집으로 불러들여 관계를 가졌지만 이젠 그녀와 키스를 나누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했다.
기말고사 공부를 하려고 소은을 자신의 집에 불렀을 때도 그녀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고 공부에 집중했다.
끝나면 그녀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집까지 데려다주고….
그것도 매번 데려다주려는 걸 소은의 만류로 가끔씩 그래야만했다.
기말고사가 끝나갈 무렵 함께 자취방에서 공부하던 소은이 웃는 낯으로 생글거리며 환우를 바라본다.
소은에게 신경 쓰지 않고 공부에 몰두하던 환우는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왜 그래?”
“아냐. 헤헤….”
아무것도 아니라지만 여전히 웃는 낯으로 바라보는 그녀.
“뭐야. 뭔데 그래….”
환우가 계속해서 묻자 소은이 밝게 웃으며 입을 연다.
“너 많이 변한 거 같아….”
“내가?”
“응. 정말 많이….”
소은의 얼굴에는 행복한 기색이 가득했다.
요새 정말 행복한 것이 사실이니까. 환우와 사귀고 나서 요즘처럼 행복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처음 환우와 사귄다고 했을 때도 이렇게 좋진 않았다.
그냥 좋아하는 사람과 사귀게 되어서 좋다 정도였다.
게다가 사귀고 나서 초반은 어떠했었나.
환우가 자신의 몸만 원하는 듯해서 많이 섭섭했던 적도 있지 않았었나.
하지만 그런 건 아닐 거라는 생각으로 버텨왔던 것인데 요새는 달랐다.
정말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환우에게서 느껴지니까….
환우는 행복해하는 소은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안다.
자신의 무엇이 변했는지도….
“응…. 너 많이 아껴주고 싶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정말 진심이 가득 담긴 환우의 말. 그걸 모를 리 없는 소은이 환우에게 와락 안긴다.
“나도 사랑해 환우야….”
그렇게 환우에게 잠시 동안 안겨있던 소은이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우리 여름방학 때 바닷가 놀러가자!”
갑작스러운 소은의 제안에 환우는 놀랐다.
외박도 안 되는 그녀가 여행이라니….
“우리 둘이?”
“응. 그럼 우리 둘이 가지!”
“너 외박도 안 되는 애가 어떻게 남자친구랑 여행을 가.”
환우의 말에 소은이 귀여움이 가득 담긴 사악한 미소를 짓는다.
“에이. 여대생이 남자친구랑 여행 하나 못 갈 거 같아? 대한민국 여대생이 엠티 간다는 건 다 남자친구랑 둘이 여행 간다는 거야!”
“뭐? 하하.”
소은의 깜찍한 말에 환우는 웃음이 나왔다.
사랑하는 그녀와 바닷가로 여행을 가다니….
생각만 해도 행복한 일이었다.
당연히 환우는 찬성이었다.
“그래. 8월 초쯤에 가기로 하고 음…. 돈이 없으니까 여름방학에는 아르바이트해서 돈 모아서 가기로 하자.”
“히힛. 그래!”
소은은 다시 한 번 환우의 품으로 뛰어든다.
너무 좋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함께한다는 것이….
*
기말고사가 끝나고 동시에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환우와 소은은 약속대로 8월 초쯤에 여행을 가기 위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환우는 시급이 센 마트 물류창고 정리를 하기로 했고 소은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선택했다.
데이트는 토요일만 하기로 했다.
하지만 1주일에 한 번 만나는 거라 아침 일찍 만나 밤늦게까지 함께 있다가 헤어지곤 했다.
그렇게 7월 중순쯤이 되었다.
여느 토요일과 다름없이 데이트를 한 환우와 소은...
저녁을 먹고 근처를 돌며 구경이라도 하려하는데 소은의 태도가 평소와 다르다.
왠지 안절부절 거리며 무언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자꾸 쭈뼛쭈뼛 거리기만 할 뿐 제대로 걷질 못하고 있었다.
이상스레 여긴 환우가 물었다.
“소은아 왜 그래? 다리 아파?”
“아니 그게 아니라….”
“응? 그럼 왜 그래?”
굉장히 망설이며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소은. 분명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거 같았다.
환우가 재차 물었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나한테 못할 말이 뭐가 있어.”
환우가 그렇게까지 얘기하자 소은이 조심스레 입을 연다.
“…저, 저기! 나 너네 집에 가고 싶어!”
소은의 표정은 무언가 결연한 의지를 담고 있었다.
환우는 그런 소은의 표정을 보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말을 뭐 저렇게까지 긴장해가면서 어렵게 이야기 한단 말인가.
“하하. 그게 뭐 그리 어려워.”
“그게 다가 아냐!”
소은은 또 할 말이 남아 있단다.
“응? 또 뭐?”
이번엔 소은의 목소리가 굉장히 작아진다.
환우에게만 들릴 듯한 목소리로.
“있잖아…. 저기…. 앞으로 데이트하고 나면 너네 집에 들러서 꼭 하고 가면 안 될까?”
“응?”
소은의 의외의 말에 환우는 꽤 놀랐다.
소은이 먼저 저런 말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놀라는 환우를 무시하고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저기 그…. 예전엔 매일같이 하다가 요새는 거의 뜸하게 하잖아. 7월 달 들어서도 한 번도 안했고….”
여기까지 말하고 난 소은은 배시시 웃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헤헤…. 이 말 진짜진짜 되게 용기내서 하고 있는 중이야. 환우랑 그거 하고 싶기도 하고, 또 혹시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어진 건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살짝 고개를 숙이는 소은의 얼굴엔 약간의 근심이 서려있다.
정말 용기내서 한 말, 그리고 자신이 여자로서 매력이 없는 건가 하는 걱정까지….
이 고민은 여자가 할 수 있는 고민 중 가장 크나큰 고민 중 하나가 아닌가.
환우는 그런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그녀를 너무 아껴주기만 했던 자신의 경솔함이 원망스러웠다.
그녀의 좋은 남자친구가 되려면 이런 세심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야 했던 건데….
“너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니. 그럴 리가 있어? 그럼 내가 처음에 그렇게 너와 하고 싶었던 건 어떻게 되는 거냐…. 단지 나는 널 아껴주고 싶어서 그래왔던 거니까. 전혀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
환우는 소은을 살짝 안으며 말을 잇는다.
“나에게 있어 최고의 여자는 바로 너야.”
그 말에 소은은 환우의 품으로 한껏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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