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 하루 8

봉투... 가방 안에 아직도 그대로 들어 있는 돈봉투가 생각났다. 적어도 고급 양
장 한 두벌을 사고도 족히 남을 돈이다. 어째야 하나? 그녀의 머리 속이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찼다. 그것은 마교장도, 한선생도 모두 알고 있는 돈이다. 한선생
은 돈을 돌려 주겠다는 숙을 만류했었다. 꼭 그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 하여도 자
기가 다 무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상, 그것이 그와의 협상이었다. 마교장의 동침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것만이 유일하게 그녀가 가진 희망사항이었다. 마교장... 그는 며칠 전 교육관
의 접대자리에서 은과 밤을 보냈었고, 오늘 오전에는 곧 유부녀가 될 영과 훤한
대낮에 교장실 안에서 정사를 벌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마교장은 여선생
들 중 몇 명과 잠자리를 같이 하는 관계일까?
새로운 의문과 의혹이 그녀의 머리 속을 채우고 있었다. 은과 희는 돈을 받자마
자 옷을 산다느니 하며 히히덕거리고 있었다. 언젠가는 나도 그 여자들처럼 아무
일 없듯이 돈을 받게 되는 것일까?
그 때였다. 숙의 아랫배에 얼얼한 통증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차...! 후다닥, 숙은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재빨리 옷을 벗고 그녀는 화
장실로 달려갔다. 며칠 전 호텔 방의 경우에는, 한선생과의 정사가 끝나자마자
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벌써 몇시간이나 지났는데! 쏴아아, 샤워기에서
따뜻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그녀는 서둘러 알몸이 되어 화장실 바닥에 용변을 보는 자세로 쪼그리고 앉았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피임효과도 얻을 수 없었다. 적나라하게 벌어
진 엉덩이 아래로 샤워기를 가져가며, 숙은 자기 실수를 통감하고 입술을 깨물었
다. 바보같이, 깜빡하고 있었다니... 그녀는 한손으로 샤워기를 쥔 채, 다른 손
을 아래쪽으로 뻗어 스스로 국부를 벌렸다.
따스한 물줄기가 분수처럼 퍼져 나왔다. 그녀는 최대한 고개를 숙여 자신의 엉덩
이 사이를 바라 보았다. 여자의 몸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들
여다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곱슬한 음모, 자신의 수풀을 헤치고 손가락으로 음
순을 헤집어 벌렸다. 물줄기들이 그녀의 사타구니에 뿜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의 실수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당장 내일이라도 약을
사 먹어야지 - 숙은 손가락 끝의 감촉으로 자신의 아래 입술을 더듬어 벌리고는
안쪽 속살을 씻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한선생의 정액이 그녀의 하복부 전체에 묻
어있는 느낌이어서, 그녀는 한참동안 질안 구석구석을 물줄기로 훑어냈다.
정성스럽게 - 그것을 정성스럽다고 하는 것이 옳을 지 모르지만, 피임약을 먹고
있던 것도 아니었기에, 최대한 숙은 자신의 엉덩이를 벌리고 그 부드러운 입술이
뽀득거릴 정도로 자신의 음부를 씻고, 또 씻어야만 했다. 십여분이 지나, 하도
문질러서 허벅지 사이가 아플 정도가 되서야, 숙은 쪼그리고 앉았던 몸을 일으켰
다시금 그녀의 하복부에 통증이 왔다. 아! 왜 이러지... 배가 아픈 건가? 그녀는
나머지 몸을 씻으려다 말고 좌변기 뚜껑을 열고 걸터 앉았다.
아야... 그러나 숙의 엉덩이 사이에선 그 어떠한 용변의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
었다. 설마...? 아냐, 그럴 리는 없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는 화장지를
뜯어 좌변기 속으로 들이밀고 허벅지 사이에 대어 보았다.
앗 - 숙은 엉덩이 뒤쪽으로 대고 있던 화장지를 들여다 보고는 까무러칠 뻔했다.
화장지에 아주 조그맣게, 핏자국이 묻어 나고 있던 것이다!
놀란 숙은 다시 한번 화장지를 뜯어 가랑이 사이 사타구니에 밀어 넣었다. 설마.
.. 정말 설마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확인을 해야한
십여 초간 엉덩이 사이 질구에 대고 있던 화장지를 다시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
는 저으기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럼 그렇지, 그렇지는 않은 거야... 숙은 혹시라
도 상처가 났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말로만 들어본 경우였다. 친한 친구, 그것도
시집을 갔거나 아니면 아주 그런 쪽에 밝은 - 밤 경험이 풍부한 - 여자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너무 격렬했던 때에는 정상적인 관계라도 약간의 하혈은 발견
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특별하게 상처가 났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여자의 그
곳은, 그 안쪽 깊숙히 들어가는 곳은, 아주 무디기도 했지만 반대로 아주 예민하
기도 해서, 그래서 설사 그런 일이 있다고 하여도 모르고 지나는 일이 빈번하니
몇시간 전 한선생과의 행위가 상당히 거칠었던 것은 사실이다. 자기가 위에서 움
직였으므로. 하지만 정사가 끝난 후에도 숙은 그다지 이런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
었다. 적어도 그녀는 상당히 매끌거리는 타입이고, 또 별다른 마찰의 통증 따위
는 느끼지 못했었다. 그리고 만약 조금 전에 그녀가 걱정했던 경우의 상처라면
배가 아릴 이유가 없다. 아파도 최소한 그쪽은 아니다.
원래 그녀는 시작할 때에 약간의 통증을 느끼는 타입인데, 물론 그것도 개인차가
있어 어떤 사람은 정작 속옷을 확인해야 알고, 어떤 여자는 떼굴떼굴 구르는 정
도의 사람도 있지만, 만약 숙의 짐작대로라면 이것은 퍽 다행한 - 정말 다행인지
는 모르지만 어쨌든 - 일이다.
나머지 몸을 대충 샤워하고 나서, 숙은 방으로 돌아와 달력을 점검했다. 지난
달, 지지난 달... 맞았다. 다소 빨리 왔다. 비교적 규칙적인 주기를 타는 그녀지
만, 그 또한 들은 얘기로 알 수 있었다. 갑자기 행위가 빈번하거나 하는 경우에
는, 그것이 빨라질 수도 있다고.
아까까지만 해도 몰랐던 일이다. 실제로 이런 일은 시작되고 난 후에야 아는 경
우가 대부분이고, 특히나 그녀는 냄새 - 아는 사람은 아는 얘기 - 가 거의 없는
편에, 다른 사람처럼 며칠간 지속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다행..
. 아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만, 여하간 화장실에서 씻어내기 전까지 가지고 있
던 걱정거리는 해소된 셈이다.
그녀는 다시 한번 날짜를 짚어가며 체크했다. 그제, 오늘... 아마 이 정도면 안
심할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원래 - 이것도 알만한 사람만 아는 얘기 - 생리 전
후의 며칠간은 안전한 자연피임기간이다. 그러니 요 며칠 간의 한선생과의 정사
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뭐라더라... 그런 걸 이용한 오기노식 주
기법도 있다고들 하지만.
갈아 입을 팬티를 들고, 구석 서랍에서 생리대를 꺼냈다. 숙은 그다지 두껍거나
큰 사이즈를 쓰지 않았다. 뭉쳐서 나오거나 몰리는 타입이 아니니까.
뒷면의 테이프를 떼고, 팬티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리고 다시 가랑이 사이로
끼워 넣어 입고, 옷장 서랍에서 미디 스타일 거들을 꺼내어 덧입었다. 바지를 입
을 것도 아니고, 오늘 아침에 입었다 아까 벗은 것처럼 웨이스트 형의, 허벅지까
지 내려오는 것도 필요가 없다. 그저 팬티보다 조금 큰 미들형이 이런 경우 팬티
와 패드가 흐트러지지 않는 데에는 더 낫다.
피식, 숙의 입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괜한 피임 걱정에 호들갑을 떤 것 같기
도 했지만, 어쨌든 거들 - 이 진짜로 필요해 입게 된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괜
한 생각에 입었다가 갑갑해서 불편했으니까.
자리에 눕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일어났다. 예비의 것을 미리 준비하기
로 한 것이다. 가방 안에 새것의 패드를 집어 넣으려다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본
다. 그래, 그래도 몰라. 행여...
드르륵, 다시 옷장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레이스 없고 하이 레그가 아닌 면팬티
를 하나 골라 가방 안에 미리 넣어둔다. 됐다. 생리대면 몰라도 팬티는 내일 잊
고서 챙기지 못할 수도 있는 일이다.
아아... 숙은 자리에 누우며 안도감을 느꼈다. 당분간은 한선생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공식적이고 피할 수 없는 핑곗거리가 생긴 셈이고, 마교장은... 그가 알아
서 처리할 것이다. 그렇게 누워있자니, 몇시간 전의 일들이 다시 눈 앞에 떠오르
기 시작했다.
눈을 꼭 감았다. 기억하기 싫은 일, 그것이 아무리 그녀 스스로의 동의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 하여도... 그녀는 마지막 그 한선생이 사정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오르가즘 - 내가 겪은 것이 그것이었을까. 숙은 절정에 달한 그 순간, 멋도 모르
고 핸들에 무너져 경적소리가 울렸던 그 순간을 상기해냈다.
아냐, 아닐 거야. 그녀는 부정하고 싶었다. 말도 안돼. 그런 느낌, 그건 내가 알
기론 상대방 남자와 완벽한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한선생, 그
사람과 나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이였어.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구. 차라리 죽
이고 싶은 사람인데, 그런 작자의 아랫배 위에서 내 몸둥아리가 경련하고 있었다
아랫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자기의 땀방울에 젖은 엉덩이를 쥐고 있던 한
선생, 그 사람은 그 모두를 남김 없이 보고 관찰하고 있었을 것이다 - 이런 생각
에, 숙은 수치심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생각하지 말자. 아니야, 난 그런 여자가 아니야. 그런 남자한테서 오르가즘을 느
꼈을 그런 여자가...
그럴수록 한선생의 차안, 좌석시트, 벗어 던져진 팬티스타킹, 이런 단상들이 또
렷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니야, 그만! 빠아앙 - 그 클랙션 소리가 숙의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퍼뜩, 눈이 떠졌다. 앞이마에 땀이 촉촉하다. 훤한 아침이었다. 아아... 그녀는
어젯밤 그렇게 잠이 든 모양이었다. 고개를 들어 침대 머리 맡의 탁상시계를 바
라 보았다.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 잘못하면 지각이다.
어제 하루의 일들이 퍽 고단한 모양이었다. 숙은 꿈도 안꾸고 늦잠을 잤다. 옷을
입으며, 그녀는 무심결에 정장바지를 꺼내려다가 쓴 웃음을 짓는다. 참, 그날 중
이지... 요란하지 않은 치마가 무난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교무실에 도착했을 무렵은 그리 크게 늦지 않은 시각이었다. 휴우.
.. 한숨을 쉬며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던 숙은 흠칫,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
따지고 보면 놀랄 일은 아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하여도 그것은 아주 정상적인
광경인데 - 그녀의 마음 속에 찔리는 그 무엇이 있어서 그럴 뿐이다.
임시 교사들의 책상 줄, 그 맨 끝머리에 그녀들의 주임 - 강사들을 맡은 - 이 돌
아와 있었다. 한선생, 그러나 그는 책상에 앉는 숙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조간신
문에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왜일까... 이 상황은 분명 어느 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어느 교무실이건 매한가지의 아침 모습인데, 숙은 마치 도살장의 한복판에
끌려 들어온 느낌이었다.
저 남자. 저 남자 때문일까. 어제 저녁 저 남자와의 살섞음 때문에...? 늘 앉던
그녀의 책상이 너무나 낯설어서, 그녀는 훅 쉼호흡을 하고 의자에 앉았다.
-어머, 늦었네? 늦잠 잤어?
옆자리의 은이었다. 숙의 신경이 온통 한선생에게 몰려있느라, 그녀는 은이 이미
나와서 자리에 앉아있음도 채 보지 못했었다.
-으응, 조, 조금...
-왜? 어제 뭐 피곤한 일이라도 있었어...?
억지 웃음을 지으며 돌아보는 숙인데, 은은 컴팩트 거울을 꺼내들고 화장을 고치
느라 여념이 없다. 그녀는 숫제 이제는 교무실 안에서도 공식직함을 쓰지 않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숙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친한 척이 역겨웠다. 은은 숙이 그녀들과 함께
밤자리 접대에 같이 나간 것만으로, 마치 무슨 대단히 친밀한 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런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한선생은 신문에서
콧빼기도 들지 않았다. 숙은 그런 그를 무의식적으로 흘끔거리는 자기 자신을 발
아냐, 아무 일도 없는, 아니 아무 사이도 아닌 것처럼 행동해야지... 적어도 학
교 안에서는 그래야 해... 그리고, 혹시나 나와 저 남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
다는 걸 절대로 여기 은이나, 희에게 들켜서는 안돼 -
-어머, 일찍들 나오셨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때였다. 멤버들의 마지막이자 한살 어린 막내, 희가 생글거리는 얼굴로 숙의
맞은 편에 앉고 있었다.
-희 선생, 어제 산 것 맞어?
희가 오자마자 은이 던진 말이었다.
-아뇨, 그게...
맞다. 어제 그녀들은 마교장에게서 받은 수표를 들고 옷을 사러 간다고 했었다.
아마도 어제 쇼핑에 관한 화제인 모양이다. 숙은 혹시나 은이 곤란한 질문을 할
까봐 걱정하는 와중에, 희의 등장으로 대화가 그쪽으로 옮겨가자 저으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직도 한선생은 여전히 그들의 존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눈치
조회가 시작되었다. 조회의 주된 내용은, 다음 주에 방문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교육관의 방문이 오늘 오후로 당겨졌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
인지, 숙은 대충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보통은, 그런 높은 자리의 사람이 온다고 하는 것은 급작스레 변경되는 경우가
드물다. 왜냐면 당연히 방문을 받는 입장에서도 준비와 호들갑이 필요하기 때문
인데, 그래서 방문자 측도 대충은 그럴 것을 예상하고 넉넉하게 예정을 잡기 마
련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들이닥친다 -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요식행위라는 의미였다. 즉 숙의 학교는 별반 볼 필요가 없다는 얘기로, 어차피
들리지 않아도 뻔한 곳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이미 전산화 시범중학교는 정해
졌다는, 그녀의 학교가 선정되었다는, 그런 뜻인 셈이었다. 그렇기에 조회를 맡
은 교감 선생도, 대충 교장실에서 차 한잔 하시고 갈 터이니 별다른 준비는 말아
라 - 이렇게 공지하고 있었다.
사실 그 소식에 가장 큰 몫을 한 것은, 바로 이 교무실의 맨 끝자리에 앉은, 여
기 세명의 여자 강사선생들의 덕일 것이다. 누구한테 밝힐 수도 없고, 또 밝혀져
서도 안될 노릇이지만, 며칠 전의 그 술자리 접대 - 숙이 호텔에서 한선생과 처
음 관계를 맺은 날 - 가 효과를 발휘한 모양이었다. 그러니 교육관으로서도 대충
이 학교는 넘어 가고 일정을 줄이는 것이겠지... 숙은 짐작할 수 있었다.
교육관, 그 작자가 희에게는 돈봉투를 따로 얹어 주었다더니, 아마 썩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러니 다시 만나자는 암시를 준 것이겠지만, 결국은 그래서 생긴
당연한 결과가 방금 전의 발표 아니겠는가.
-자, 모두들 들으셨죠? 오늘 교육관님이 오십니다.
조회가 끝나고 교감선생이 나가자, 한선생이 자기 앞자리에 나란히 앉은 그녀들
에게 던진 말이었다. 그는 능글맞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저 미소의 의미는...
숙은 양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오늘도 접대가 있다는 말이겠지.
-다들 잠깐 수업 전에 얘기 좀 했으면 좋겠는데...
숙의 예상대로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교무실 안을 휘 둘러본 한선생은, 다른 교
사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는 우리끼리 얘기하기가 힘들 것 같고... 그래요, 잠깐 따라들 오세요.
우리끼리 얘기한다. 은밀한 대화임에 틀림 없다. 은과 희는 스스럼 없이 자리에
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숙도 하는 수 없이 그녀들의 뒤를 따라 장
소를 옮겨야 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늘 그녀에겐 확실한 거부의 구
실이 있었다. 빨간 날, 매직 데이, '그날'...
한선생의 뒤를 따라 들어선 곳은 학생부실이었다. 오전 첫 수업 이전의 시간이므
로, 그곳은 당연히 비어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
숙은 학생회실에 들어서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 학생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석이었다. 바로 며칠 전 음악실 안에서 그녀의 치마속을 훔쳐보던 그 녀석이었
다. 혁과 거울을 주고 받다가 아예 바닥에 엎드려, 숙의 치마속에 겁도 없이 고
개를 들이밀었다가 정통으로 걸렸던...
근신처분 중이였기에, 이곳 학생부실에서 아침 일찍부터 나와 반성문을 쓰고 있
는 석이었는데, 당시 숙은 한선생에게 넘겼었기에 이 녀석이 이곳에 와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놀라기는 석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학생부에서 매를 맞은 이후로 처음 이 여선생
을 마주친 것이다.
숙은 왠지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치마
속으로 얼굴을 거의 절반이나 쑤셔넣고서 부끄러운 부분을 적나라하게 들여다 본
놈 아닌가. 게다가 그녀의 종아리에 본의아닌 입맞춤(?)까지 했던 녀석인데...
곤란하고 어색한 대면이었다.
석도 그녀가 자신을 알아봤다는 것을 느꼈는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뭐해요, 숙쌤. 이리 앉아요.
그러나 한선생은 그런 두 사람 사이를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예, 예...
숙이 자리에 앉자, 그는 예의 능글맞은 미소를 띄운 채 말을 꺼냈다.
-자, 우리끼리 있으니 얘긴데...
우리끼리? 접대용 여선생들과 담당 주임선생... 하지만 저기 저 학생도 있는데..
. 숙은 혹시나 석이 그들기리의 얘기를 엿듣는 것이 아닌가 불안했다. 하지만 한
선생은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당연히들 아시겠지만... 오늘도 교육관님을 모실 술자리가 있어요.
흘낏보니 은과 희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에... 시간 없으니 이따 점심시간에 이리로들 잠깐 모이세요, 받아가셔야할 게
있으니. 참, 희선생님은 이따 도착하시면 교장실로 오세요... 교육관님 차대접을
해드려야하니까...
-네.
숙은 어이가 없었다. 희는 당연한 듯 대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차시중까지
여선생에게 시키다니... 그리고, 점심시간에 받아갈 것이 있다니? 아마 오늘 저
녁 술자리의 댓가일 돈봉투들을 얘기하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그녀는 오늘 빠져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저, 그, 그런데요...
-뭐죠, 숙쌤?
말을 마치려던 한선생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번득였다. 난감했다. 아무리 정당한
사유라지만, 이 남자 선생에게 생리중이라는 말을 어찌 드러내놓고 한단 말인가.
-저, 오, 오늘은... 제가...
뭐라고 얘기하지? 수치스러움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말씀하세요.
아아, 같은 여자인 은과 희마저 의아한 눈초리로 숙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귀밑이 붉어져옴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모, 몸이...
-왜요? 어디 아프신가? 그래 보이진 않는데...
당혹스러웠다. 대충 눈치채고 넘어가주면 좋으련만.
-아니 뭐 술자리까지 안갈 수도 있는데, 왠만하면 나오시지?
-저, 그, 그게 아니라... 오늘부터...
숙은 입술을 깨물었다. 도대체 뭐라고 얘기해야하지...?
-말해봐요. 몸이 어떻다는 건지.
이제 좌중의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쏠리고 있었다. 여자들만 있거나, 아님 최소
한 저 구석의 학생만 없어도 좋을텐데 - 별 수 없는 숙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그, 그게 시작해서...
기어들어가는 숙의 목소리였다. 한선생은 못알아 들었는지 그녀쪽으로 몸을 기울
이며 재차 물었다.
-오늘부터 뭐가 시작됐다구요...?
그 때였다. 키득키득, 웃음소리가 났다. 은이었다.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은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아항, 알았다 - 하는 표정이었다. 어머, 언니이! 희
가 숙의 눈치를 보며 은을 조그만 목소리로 책망했다.
-후훗, 주임 선생님, 숙쌤님 오늘부터 그날이래요, 그날...!
-뭐요? 그날?
부끄러움에 쥐구멍이라도 찾고픈 심정의 숙이었다.
-어유... 한선생님도... 생리중이라고요, 생리중!
숙은 놀라 까무러칠 정도였다. 같은 여자로서도 감추고픈 비밀을 중년 남자에게
이렇게 다들리도록 떠들다니. 게다가... 저기엔 엄연히 선생과 제자 사이인 석이
도 있는데.
-아... 생리...
아아, 다 들었을 꺼야. 이렇게 큰 목소리로 말했으니, 저 남학생도... 수치심에
숙은 죽고만 싶었다.
-푸훗... 어제 봤을 때는 아니더니... 그럼 어쩔 수 없군. 하지만 오늘도 꼭 저
번처럼 하자는 얘기는 아닌데... 정 그렇다면 오늘 숙쌤은 안되겠구만...
어제까지는 아니었다 - 그녀는 이 말에 더 큰 분노를 느꼈다. 무슨 말을 하는 건
가, 이 작자는! 그럼 어제 내가 생리중이었는지 아닌지 자기는 알았다는 얘기인
데, 사실이기는 했지만 그것을 입에 올리다니. 제발, 은과 희가 못알아 들었기
를...
눈물이 핑 돌았다. 은도 자기가 심했다는 걸 알았는지, 일어서며 흘끗 구석의 석
이를 돌아 보았다. 한선생은 야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 한 여자의 부끄러운
얘기가 그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사건일 뿐이었다.
-어쨌든 숙쌤도 이따가 여기 학생부실에 잠깐 들려요. 저녁 술자리에는 안나와
도 좋지만.
학생부실에서 돌아온 숙은, 창피감에 혼자 음악실로 향했다. 어디 구석진 곳에서
울기라도 하고픈 심정이었다. 부디 어제는 아니더라는 한선생의 말을 은과 희가
못들었기만을 바랬다. 만약 그렇다면, 그녀들은 대번에 그가 말한 의미를 알 것
이다. 즉 어제, 한선생은 숙이 생리중이었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었다는...
당연히 아침부터 이런 황당함을 겪은 숙이었으니, 오전의 수업이 제대로 될 리가
만무했다. 그렇기에 입맛마저 떨어져, 점심시간이 되어도 그녀는 텅빈 음악실에
틀어 박혀 피아노 앞에만 앉아 있었다.
어쨌든 점심시간이 되었고, 그녀는 한선생이 말한 대로 학생부실에 들러야만 했
피아노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던 숙은, 그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치마
속,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뭔가 잘못된 감촉이 들고 있었다.
아, 이런... 낭패였다. 본격적으로 그녀의 월중 행사가 시작된 모양이었다. 그러
나 아뿔사, 너무 오래 앉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녀의 허벅지 사이 사타구니가
야릇한 상황이었다.
그날이라면 흔히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자세 탓에 패드가 약간 비뚤
어진 모양이었다. 아무리 요즘의 생리대가 흡수력이 좋다고 하여도, 흘러나오거
나 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숙은 그보다도 속옷에 묻을까 걱정이 되
었다. 이럴 수가, 그럴까봐 거들까지 입었었는데...
어쨌든 이럴 때를 대비한 여분의 것은 일층의 교무실 안 그녀의 가방 속에 들어
있었다. 숙은 흐트러질까 염려하며 조심스러운 자세로 재빨리 교무실로 향했다.
한편, 3학년의 어느 교실 안.
-야, 넌 똥 닦는데 신문지 쓰냐?
점심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혁은 넓은 신문지 한장을 챙겨들고 일어서고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한 녀석이 화장실에 가느냐고 묻고 있었다.
-그래, 화장실 간다. 짜샤.
-근데 그건 뭐야? 내가 휴지주리?
녀석은 난데없이 신문을 들고 화장실에 가는 혁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킥킥, 몰라도 돼, 내가 이따 점심시간 끝나고 가리켜 줄께.
일층을 향하며, 혁은 알 수 없는 미소를 키득대고 있었다. 니들은 모를 꺼다. 내
가 왜 신문지를 가지고 가는지 -
일층의 복도 끝엔 다른 층과 마찬가지로 화장실이 있었다. 그러나 그 앞에서 그
는 잠시 머뭇거렸다. 누가 자기를 보고 있지나 않은지 망을 본 것이다. 그리고
잽싸게, 혁은 화장실 안으로 뛰어들듯 사라졌다.
이 화장실은 다른 화장실과 다른 점이 두가지 있었다. 첫번째로 그것은 학생이
아닌 이 사립학교의 용역 아주머니가 청소를 하기에, 다른 곳보다는 월등히 깨끗
하다는 점이고 - 두번째는 그 팻말이 다르다는 것이다.
팻말에는 다름아닌 이런 글자가 씌여 있었다.
- 교직원 전용 <여> -
숙은 교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자기 책상 위에 놓인 가방을 뒤졌다. 팬티, 그리고.
어? 숙은 다시 한번 뒤져 보았다. 새것의 생리대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네? 분
명 어제 넣었는데아차, 그제서야 숙은 무릎을 쳤다. 어제 팬티를 가져갈까
말까 망설이느라고 - 패드를 챙긴다는 것을 깜박했구나!
어쩌지, 큰 일이었다. 그녀의 팬티 안 불안감은 예민한 신경 탓인지 자꾸 팽배하
는 느낌이었다. 할 수 없군... 누구에게 빌려야지. 혹 준비성 있는 여자인 경우
에 불의의 상황을 대비하여 그것 하나 정도는 항상 챙겨두는 사람이 있다. 늘상
여자라면 누구든 공통된 월중행사니까, 아마 여기 교무실 안의 누군가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가방 속이 아니라면 최소한 책상서랍 안에라도.
숙은 고개를 들어 교무실 안을 둘러 보았다. 하지만 점심시간 탓인가, 몇몇 남자
선생들이 식후의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은 보여도 여선생들은 오늘따라 유달리
눈에 띄지 않았다. 물론 찾아보면 나이 든 중년 유부녀 여선생이나 노처녀 여선
생들이 어딘가에 있겠지만, 괜스리 임시교사인 그녀와 친하지도 않고 또 괜히 준
비성 없는 여자로 생각되어지는 것이 싫은 그녀였다.
학교 밖의 상점까지 가기에는 너무 멀다. 지금도 아슬아슬한 느낌인데, 그곳까지
갔다오는 동안에 정말로 속옷에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때였다.
천만다행으로 아는 얼굴이 교무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어머, 숙쌤님, 학생부실에 안가보세요?
재빨리 혁은 화장실 안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했다. 남자 중학교이기 때문에, 모
든 층의 화장실은 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지만, 이 일층 여직원 전용 화장실만은
그것을 절반으로 나누어, 소변기가 있는 쪽은 남자 화장실, 쪼그려 앉는 수세식
변기가 있는 곳은 여자 화장실로 꾸며놓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학생 화장실보
다 나은 - 석고보드로 된 칸막이 - 시설로 각 칸이 나누어진 구조였고, 그것은
당연히, 아래쪽과 위쪽이 십여센티 이상 바닥에서 떼어져 있다.
그는 재빨리 일렬로 늘어선 칸들중 가운데 한곳의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신문
지, 그것은 이때 필요했다. 혁은 그것을 재빨리 반으로 찢어 변기의 양쪽 바닥에
펼쳤다. 짜식들, 신문지는 이럴 때 쓰는 거라구...
이제는 지저분한 바닥 걱정 없이 - 물론 직원용이기에 학생들 곳처럼 바닥이 더
럽지는 않지만 - 손을 짚고 고개만 수그리면 된다.
시험적으로 오른 쪽과 왼쪽을 번갈아 들여다 보았다. 완벽했다. 쪼그리고 앉으
면, 옆 칸 여선생의 허리 아래만 딱 한눈에 들어올 위치였다. 다소 허리와 고개
가 뻐근할지라도.
흐흐... 근데 양쪽이 동시에 들어오면 어쩌지? 어느 년을 먼저 봐주나 - 행복한
상상에 혁은 소리없이 흐뭇한 웃음을 터뜨렸다.
-저... 희...
-예, 언니...!
숙은 되도록 목소리를 낮추어 희에게 물었다.
-그것... 좀 있어?
-예? 그거라뇨?
민망했다. 아무리 여자 사이라도 이런 것을 부탁하기엔.
-아까... 우리끼리 있을 때 얘기한 것 말이야...
희는 눈치를 못챘는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언뜻, 생각이
났는지 손뼉을 쳤다.
-아...! 아까 그... 어머, 없으세요?
-응, 으응... 아침에 깜빡 잊고...
자꾸 흘러나오는 기분에 숙은 불안해지고 있었다.
-어쩌지, 저 그것 없는데...! 급하세요?
-아... 야, 약간...
난감했다. 하필 이럴 때에...
-참, 맞다! 은 선생님이 갖고 있어요. 봤어요, 전에 서랍 안에 갖고 있는 걸...!
은이가? 숙의 눈쌀이 찌푸려졌다. 안그래도 아까 아침나절 지금 숙의 이 부끄러
운 시기를, 같은 여자이면서도 놀리듯 떠벌리던 그녀인데. 하지만 도리가 없었
다. 시급한 상황에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 밖에.
그리고 어찌 알았는지, 은이 때마침 들어서고 있었다.
혁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계속 기다렸다. 벌써 십분여 기다린 것 같은데, 아무
도 옆 칸으로 들어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젠장, 먹고서 싸지도 않나... 속으로 혼잣말을 지껄이며 투덜거리는 녀석이
었다. 물론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남자처럼 몇시간 이상씩 참을
수 있는 것도 아닌 여자들이지만, 더군다나 이 학교에는 통털어 여선생들이 30명
넘게 있으니까. 그러나 오늘 그가 잡은 날이 잘못된 탓인지, 오늘 이 점심시간에
들어온 여자들은 모두 변기가 있는 쪽은 얼씬도 않고 있었다.
대신에 갸르륵, 캬악, 치카치카... 방금들 식사를 마쳤는지, 용변을 볼 생각은
않고 바깥 세면대에서 양치질을 하는 여선생들만 분주히 오락가락거리고 있었다.
하마터면, 혁은 소리를 내어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꾹 참아야만 했다.
푸힛, 우습군. 우리 학생들 앞에서는 천하에 얌전만 떠는 여선생들이, 저렇게 요
란한 소리로 지저분하게 양치질을 하는 줄은 몰랐는 걸... 킥킥.
-저, 은이 언니!
-응, 왜?
희는 숙 대신 은에게 다가가 귀엣말로 뭔가를 설명해 주었다. 숙은 잠자코 기다
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은은 숙에게로 다가오더니 얄궂은 눈초리로 훑어보며 열쇠로 책상서랍을 땄다.
-흐흥, 그날이라면서 제일 중요한 걸 까먹어?
숙은 비아냥거리는 은을 보면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어쨌든 급한 것은 그녀였
-여기 있어. 준비성 하고는...
서랍 구석에서 생리대를 찾아낸 은은, 숙에게 건네며 야릇한 미소마저 비웃고 있
-어, 어쨌든 고, 고마워... 은.
왠지 모르게 그녀가 미운 숙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참기로 했다. 그런데 -
돌아서며 화장실로 향하려는 숙의 등뒤로, 손거울을 들여다보며 은의 지나가는
듯한 말투가 귓가를 파고들듯 들려오고 있었다.
-근데 말야, 한선생님이 어제는 니가 그날 아니었다는 걸 어떻게 알아...? 어제
같이 있었나 보지?
맙소사, 그 한선생의 지나가는 말을 저 은은 놓치지 않은 모양이구나!
젠장, 미치겠네... 한 떼의 이를 닦던 여선생 무리가 지나가자, 또 한 십여분 동
안 여직원 화장실에는 인기척이 들지 않고 있었다. 어휴, 이러다가 수업 종 치면
말장 도루묵인데...
혁은 초조함에 좀이 쑤셔 미칠 지경이었다. 점점 쪼그리고 앉은 무릎이 시큰해져
왔다. 그 때였다. 벌컥,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똑똑, 변기가 있는
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옳거니!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 - 끼익, 찰칵, 문고리가 잠기는 소리가 들렸고 아
무도 없는 화장실에 사삭거리는 옷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 신이시여... 혁은 마음을 굳게 먹고 재빨리 미닫이 문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변기의 앞방향 부분 - 슬리퍼의 발가락 넣는 곳을 닮은 - 이 반대방향인 벽쪽으
로 향하고 있기에, 이렇게 하면 뒤쪽에서 완벽하게 관찰할 수 있는 위치였기 때
문이다. 그럼 비록 얼굴은 보이지 않겠지만 등뒤니까 들킬 위험도...
으아악, 이럴 수가!
혁은 땅을 치며 통곡하고픈 심정이었다. 그곳은, 누군지는 모르나 드디어 첫 테
이프를 끊은 여선생이 용변을 보러 들어선 칸은, 바로 녀석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옆 칸의 하나 건너였던 것이다.
워낙 텅빈 공간이었기에, 그가 잘못 들은 것이었다. 아이고 정말 환장하겠네...
그 여선생이 들어간 칸은 아무리 혁이 허리를 굽힌다하여도 겨우 구두부분만이
보일락 말락 할 정도의 각도일 뿐이었다.
쪼르륵거리는 적나라한 소리를 들으며, 혁은 가슴을 두들겼다. 에이, 차라리 건
너가서 볼까 - 위쪽의 공간은 아래쪽보다 훨씬 높기에 잘만하면 타넘을 수도 있
을 성 싶었다.
그러나, 녀석의 억장이 무너지듯이 쏴아아...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끼익, 탕! 또각또각... 시원하게 용변을 본 여선생의 발소리가 멀어져 갔다.
숙은 한 손에 새 패드와 팬티를 쑤셔넣은 손가방을 들고, 한 손으로는 입을 막은
채 고개를 숙이고 다급한 발걸음을 화장실로 옮겼다.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거나, 그도 아니면 울음이라도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이럴 수가... 모든 것이 탄로된 기분이었다. 은은 이미 숙과 한선생이 정사를 나
누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그게 숙이었더라도 충분히 넘겨 짚을 수 있는 일
이었지만, 지난 호텔에서의 하룻밤은 얼마든 부정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 그러
나 이번엔 완전히 그녀들에게 들켜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생각해 보시라. 누가, 직접 보지 않고서, 또 경험하지 않고서 한 여자가 어제 생
리중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픈 심정이었다. 왈칵, 여직원용 화장실 문을 열어 젖
히며 숙은 간신히 눈물을 참고 있었다.
혁이 거의 단념할 무렵, 그에게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새로운 누군가가 이 화
장실 안에 들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녀석은 거의 기도하는 심정이었다. 제발, 부
디, 어느 쪽이든 이 옆 칸으로만 들어와라... 그냥 나가지 말고, 꼭, 꼭...!
그러나 바깥쪽에선 한동안, 아무런 인기척도, 심지어는 타일바닥에 구두굽 소리
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멍하니, 화장실의 한복판에서, 숙은 쉼호흡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아...
은과 희, 이미 한명씩의 유부남들을 정부로 갖고 있는 그녀들 - 가장 두려운 것
은, 이제 그녀가 은과 희와 같은 부류의 여자가 되었다는 스스로의 죄책감이었
다. 아마도 한선생과의 어제 관계가 드러난 이상, 그녀들은 숙을 자기들처럼 은
밀한 밤생활의 여자로 여길 것이다.
이젠 그녀들 모두 서로가 공공연한 비밀을 공유하는 셈이었다. 그렇고 그런 여
자, 그렇고 그런 사이, 그렇고 그런 관계의 정부들... 이런 생각들이 숙을 벼랑
끝으로 내미는 것 같아, 숙은 한참을 그렇게 쓰러질 듯한 몸을 가누며 간신히 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무너져선 안되
었다. 터지도록 입술을 깨물며, 숙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 아니야, 그렇게 되어
서는 안돼...! 변기 칸의 문을 밀며 그녀는 이를 악물고 다짐했다.
이야, 드디어!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 혁의 심장이 두방망이질 치고 있었다.
바로 옆칸의 석고보드 아래로 여자 구두코가 보였다.
마침내 기회가 온 것이다. 그것도 구두를 보아하니 젊은 여자일 성싶었다. 그는
만세라도 외치고 싶었다. 늙은 아줌마 여선생도 아니고, 젊은 여선생이 옆 칸에
들어오다니...
후우... 옆 칸의 여자는 들어서자마자 한숨을 쉬고 있었다. 꽤나 급했던 모양이
군... 속으로 짐작하며, 혁은 쉼호흡을 가누며 소리를 죽이고 다음 순간을 기다
그러나 이상했다. 사사삭, 옷소리가 들리기는 하는데, 이 여선생은 쪼그려 앉는
모션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숙은, 먼저 스커트를 끌어올리고 조심스레 팬티와 거들을 아래로 내렸다. 혹시라
도 허벅지 사이에 묻지 않도록. 무릎께까지 속옷을 한꺼번에 내린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아래쪽을 내려다 보았다.
다행이었다. 그녀가 예상한 정도는 아니었다. 팬티의 가랑이사이 부분 - 그녀의
가장 부끄러운 부분을 덮는 - 에 붙은 생리대는 단지 약간 옆으로 구겨져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패드의 한복판에는 아주 약간의 그것이 묻어있을 뿐이었다.
괜찮은데... 그냥 패드만 갈까? 손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숙은 조심스레 생리
대의 접착부분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뭐야? 뭘하고 있는 거지? 참을 수 없게 된 혁은 바닥을 깐 신문지를 짚고 조심스
레 고개를 숙여 보았다. 하지만 옆 칸의 여선생은 엉거주춤 선 자세로, 들고 있
던 것인지 조그만 손가방을 바닥에 던져 놓았을 뿐이었다. 이 정도라면 그는 간
신히 그녀의 발목과 종아리 이상을 관찰할 수 없었다. 그 때였다.
혁은 하마터면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정말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툭, 하고 바
닥에 구겨진 채 떨어진 것은 - 다름아닌 여자의 생리대, 녀석으로서도 단지 광고
사진 이상으로 본 적이 없는 바로 그것이었다. 세상에, 그렇다면 이 여선생은 지
금...!
낭패였다. 패드의 접착띠를 뜯고보니, 그 아래 팬티의 가장자리에 약간의 하혈이
묻어나온 것을 숙은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어쩐담? 단순히 새것으로 간다고
해서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었다. 아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가만히 놔두
면 거들까지 번질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거들은 베이지색의 밝은 색상이었다.
뒤집어보니 다행으로 그 밑의 거들에는 묻은 흔적이 없었다. 그나마 팬티를 한장
더 가져왔길래 망정이지... 그녀는 일단 바닥에 놓인 손가방을 열었다.
혁은 엄청난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는 생각에 희열마저 느끼고 있었다. 목구멍에
서 소리를 죽여 마른 침이 꿀꺽, 삼켜졌다. 말로만 듣던 그 장면, 꿈에도 그리던
그 미지의 세계에 대한 경험이 벅차게 다가오고 있었다.
으홧, 이, 이게 무슨 장면인가! 쪼그려 앉기에 앞서, 옆 칸의 여선생은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의 발목이 움직이더니, 털어내듯 구두에서 발을 빼내고 있
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 더욱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녀의 그 발목
께로 스르르, 떨어진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속옷 아닌가! 그녀의 발목이 그 한
쪽 구멍에서 빠져나오더니, 이번엔 반대쪽 발목이 구두를 벗고는 나머지 구멍에
서 발을 빼내고 있었다.
밴드스타킹을 신고 오기를 잘했지, 팬티스타킹이면 큰 일이었잖아... 그나마 숙
에게 위안이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살짝 구두를 벗고는 번갈아 발목을 빼내 완
전히 팬티와 거들을 벗어냈다.
이제 됐지, 그럼... 그녀는 투둑, 화장지를 뜯고는 변기 위로 쪼그리고 앉았다.
혹시 남은 흔적이 엉덩이 사이에 묻어 있다면 새 팬티를 갈아입기 전에 깨끗이
닦아내야 한다. 안 그러면 또 더러워질 테니까.
아, 아니, 이 여자가 왜 팬티를 벗는 거지? 그러나 그는 그 의문을 생각할 겨를
이 없었다. 드디어 그가 바라던 행동이 펼쳐지고 있었다. 엉거주춤, 허연 커다란
것이 들썩이며 내려앉고 있었다.
다음 순간, 혁은 문자 그대로 쌍코피를 터뜨릴 뻔하였다. 그 뽀얀 색깔의 큼지막
하게 둥근 부분은, 다름아니라 가운데가 복숭아처럼 쪽 갈라진, 여선생의 엉덩이
였던 것이다. 그것이 팔꿈치만 내밀어도 얼마든지 만질 수 있는 지척에 적나라한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그 엄청난 광경에, 녀석의 머리 속은 텅빈 것처럼 충
격을 받고 있었다.
어디, 어디... 그 사이, 엉덩이 사이, 그것이 혁이 원하는 핵심이었다. 재빨리
고개를 움직여 위치를 조정하려는 찰라에, 안타까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
치 하늘에서 내려온 것처럼, 갑자기 그녀의 손과 화장지가 나타나 바로 정확한
그 부분에 쑥, 들이대지더니 한참동안을 문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잠시 동안 사타구니에 휴지를 댄채, 숙은 남은 것이 모두 닦아지도록 구석구석을
잘 처리했다. 이 정도면 됐겠지. 숙은 그 부분에 여전히 화장지를 누른 채 다시
엉거주춤 엉덩이를 일으켰다. 이제 다음 차례는 새 팬티로 갈아입기였다. 휴지를
바닥에 버린 그녀는, 거들안에서 원래 입고 있던 팬티를 빼내어 손가방 안으로
수셔넣고 대신 새 팬티와 패드를 꺼냈다.
우선 은이 준 생리대를 다시 새 팬티에 붙이고, 먼저 팬티를 입고, 다음에 거들
을 위에 덧입으면, 모든 일처리가 끝나는 것이었다.
혁은 미칠 노릇이었다. 여선생의 엉덩이는 다시 하늘 위로 올라가듯 사라져 버렸
다. 이럴 수가 - 그는 결국 가장 큰 목표를 놓친 것이었다. 왜, 도대체 왜 저 여
자는 소변도 보지 않는 거지? 어째서... 그렇기만 하다면 지금 이 고생을 하면서
훔쳐보려한 광경과 경치를 남김 없이 볼 수 있는 건데, 그냥 휴지 쪼가리로 가린
채 그녀는 다시 쪼그리고 앉았던 몸을 일으켜버린 것이다.
말도 안돼, 바닥에는 단지 방금 전 그가 그토록 원했던 부분을 덮어 씌우고 있던
화장지만이 툭, 던져지고 있었다. 제길헐, 미치겠군! 저 여자는 오줌싸러 온 것
이 아니란 말인가. 그녀의 손이 바닥에 놓인 손가방에서 다른 팬티를 끄집어 내
고 있었다.
숙은 새로운 패드를 접착시킨 팬티를, 아까와의 역순으로 한쪽 발씩을 빼내어 입
었다. 은이 준 것은 다소 두꺼운 것이었다. 그럼, 아마도 은은 숙보다 분비물이
많은 모양이었다. 이제 마지막 거들만 입으면 된다.
이렇게 놓칠 수는 없어, 여기에서 팬티를 갈아입는 엄청난 일을 행한 저여자, 다
름아닌 요 며칠간이 생리중인 저 여선생 - 저게 누구인지 얼굴을 봐야겠어. 혁은
지금 막 또다른 욕심이 생기고 있었다. 여자 선생님의 팬티구경, 그건 저번 때도
했었어, 비록 거울에 비춰본 것이긴 했지만. 난 겨우 그런 팬티, 그것도 입고 있
는 것도 아니었고, 저 쓰다버린 생리대, 얼마든지 돈 주면 사는 것 따위... 그런
걸 구경하려는 것은 아니야.
혁은 이대로 가다가는 아쉬움에 질식사할 것만 같았다. 그가 목표했던 것은 생생
한 여자의 사타구니, 코 앞에 놓여진 그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겨우 볼 수 있었
던 장면은 펑퍼짐한 엉덩이 외엔 아무 것도 없었다. 이대로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리도 하나 없는 셈이었다.
그래, 얼굴을 봐두자. 그럼 친구들에게 누구누구 여선생은 학교 와서 팬티를 갈
아입고, 그것도 오늘이 생리중이었대 - 이런 무용담이라도 들려줄 수 있을 것 아
팔을 최대한 뻗으니, 칸막이 위에 손가락이 간신히 걸린다. 펄쩍 뛰어오르거나,
뭐라도 받치고 내려다 본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단지
뻗어 걸친 손가락의 힘만으로 몸 전체를 끌어 올려야만 한다. 위쪽 칸막이의 뚫
린 공간은, 충분히 고개 하나는 들이밀 수 있을 것이다.
인간승리였다. 이 녀석은 체력장 턱걸이 시험을 본대도 결코 낼 수 없는 힘을 내
고 있었다. 그 손과 팔 근육만으로, 혁은 상체를 당겨 올리고 있었다. 머리카락,
눈높이, 턱높이 - 드디어 고개가 거의 천정에 닿을 정도로 턱걸이가 되었다. 양
쪽 팔과 손가락들이 떨어져나갈 것만 같았다. 발끈거리는 콧구멍에선 할 수만 있
다면 씩씩대는 소리가 뿜어져 나올 것이다.
내려다 보였다. 그러나 그가 볼 수 있는 것은 마지막 거들까지도 막 올린 여선생
님의 뒷모습이었다. 비록 치마를 스스로 몽땅 위로 끌어올리고 입는 중이었기에,
적나라한 뒷모습의 하체는 볼 수 있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있었다.
여선생은 벌써 변기 칸의 문쪽으로 돌아서 있었다. 그리고 그나마도 순간, 그녀
는 다시 당겨 올린 치마를 내리고 안으로 손을 넣어 스타킹을 고쳐 신고 있었다.
딸칵, 끼익, 그 여선생은 칸막이 문을 밀어 열고는 나가고 있었다. 제길헐, 결국
얼굴도 못본 셈이다. 뒷모습만 봐서는 모르겠는걸, 젠장 - 그럼 이따가 저 옷차
림의 여선생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학교를 전부 뒤지는 수 밖에 없게 된다.
1학년이나 2학년 담임일지도 모르므로.
어쨌든 혁은 이 아슬아슬한 턱걸이, 아니 손가락걸이를 몇초간 더 유지하고 있어
야 했다. 갑자기 쿵, 뛰어 내리는 날엔 큰 소리 때문에 발각될지도 모른다.
숙은 다시 옷매무새를 고쳐입었다. 치마자락이 구겨진 것이 거슬렸지만, 도리 없
는 일이다. 어쨋든 무사히 패드를 갈고, 또 팬티도 깨끗한 것으로 갈아입었으니
변기 칸에서 나와, 막 화장실 문을 밀고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아차, 바닥에 놓
아둔 손가방이 떠올랐다. 어머, 나좀 봐 - 하혈이 묻은 팬티가 들어있는 건데.
그녀는 사뿐히 발길을 돌리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금 전 자기가 나
온 칸의 미닫이 문을 확 열어 젖혔다.
그 때였다. 숙과 혁의 휘둥그레진 눈동자가 정면으로 마주친 것은.
숙은 심장마비가 걸린 것 같았다. 화장실 칸막이 위에 덩그러니, 시커먼 사람 얼
굴 하나가 걸려있던 것이다!
앗, 저, 저 여선생은 - 내가 거울로 훔쳐본 그, 그 음악선생! 그리고 쿠당탕, 혁
이 옆 칸으로 굴러 떨어졌다. 어처구니 없게도, 그와 동시에 숙의 입에서 튀어나
온 비명은 이것이었다.
-꺄 악! 귀, 귀신이야!
-무릎 꿇어, 이 놈의 자식!
한 명도 아닌 두어명의 남자 선생들이 학생부실로 들이 닥치더니, 누군가를 석의
옆으로 거칠게 꿇어 앉혔다. 얼레, 누구지? 흘끗 고개를 돌려 본 석은 깜짝 놀라
입이 딱 벌어졌다. 다름아닌 같은 반 단짝 혁이었던 것이다.
남자 선생들이 우르르, 다시 몰려 나갔다. 뻔했다. 교무실에 놓아둔 몽둥이를 가
지러 간 것일 게다.
-얌마, 너 어떻게 된 거야?
이미 귀싸대기가 몇대 올려졌는지, 퉁퉁 불은 얼굴의 혁을 보며 석이 놀란 목소
리로 물었다.
-어휴, 난 죽었다...!
-뭐야, 왜 그래?
어휴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혁이 모기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 음악선생 있잖아...
-응. 왜, 너도 나처럼 그 여자 훔쳐보다 걸린 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 내가 기절시켰어...
-기절시켜? 어디서?
푹, 고개를 떨구며 혁의 체념한 목소리였다.
-저기... 여교사 화장실에서...
-그, 그래서? 그래서 그 여자는?
-흐유... 어쨌겠냐... 남자 선생들이 양호실로 업고 갔지...
우르르, 학생부실 문앞에 발자국 소리가 다다르고 있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매
타작이 시작될 판국이었다.
[출처] 숙의 하루 8 ( 야설 | 은꼴사 | 성인사이트 | 성인썰 - 핫썰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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