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악마 12

집으로 돌아오니
엄마도 방금 일을 마치고 돌아온 듯했다
아무리 가사도우미 일을 하러가는거지만 화장은커녕 머리도 안 만지고 다녀온 듯했다 옷은 역시나 아침에 입고 있던 헐렁한 반바지에 낡은 티셔츠차림이었다 항상 그런 차림새여서 딱히 특별할 것도 없었다
근데 뒤로 돌아서 있는 엄마의 목뒤 어깨에 부황자국이 시뻘겋게 찍혀있었다
이모는 서울에 살 때 엄마에게 자주 부황을 떠줬다
나는 이모가 서울에 온건가싶어 물어봤는데 엄마는 부산사는 이모가 갑자기 미쳤다고 여길 오냐며 화를 냈다
전혀 화낼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화를 내는 엄마를 보고 혹시 학원 재낀걸 들켰나싶어 살짝 떠보았다
근데 내가 학원 재낀거는 전혀 모르는 거 같았고 갑자기 나보고 너도 한의대 가라 한의원 차리면 돈 많이 버는가보다라고 뜬금없는 얘기를 했다
나도 갑자기 짜증이 나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그 아줌마의 사진을 핸폰에 띄워놓고 분노의 딸을 쳤다
그 아줌마의 얼굴이 기억은 안 나지만
고등학교 2학년 남자애가
딸감으로 삼을만한 얼굴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아마도 리얼한 한국아줌마의 얼굴이어서 일본 야동 배우 얼굴들보다 더 꼴렸던 거 같다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찍힌 사진이라 그 아줌마가 입을 벌리고 내 자지를 빠는 상상을 하며 딸을 쳤다
며칠 후 친구가 동네 대형 사우나 할인 쿠폰을 몇장 주어서 엄마에게도 건네주었다
엄마가 그 사우나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쿠폰을 냉큼 받아놓고는 됐어 너나가라 라고 말하며 나에게 다시 넘겨주었다
나는 왜 안 가냐고 물었고 엄마는 부황자국이 아직 안 없어져서 안 간다고 했다
나는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갔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부황자국이 있다고 사우나에 안 갈 엄마가 아니었다
이모랑은 부황을 뜬 상태로도 사우나를 엄청 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줌마들 부황뜨는 건 흔한데 부황 좀 떴다고 사우나엘 안 가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그러고 넘어갔는데 엄마의 스타킹이 갑자기 떠올랐다 가사도우미를 하러갔는데 스타킹은 왜 신었던거야
혹시 그집 사모님이울엄마 맨발이 더럽다고 신으라고
한거면 진짜 슬픈 일이었다 엄마가 그런 수모를 겪은 것이라면 분명 화를 낼만도 했다
그 생각을 하며 잔뜩 우울해 있었는데 엄마가 옆방에서 작은 소리로 통화를 하는 것이 들려왔다
나는 혹시 가사도우미 일을 하러갔다가 진짜 수모를 당한 것이 아닌가싶어 방문에 귀를 기울였는데 엄마는 작은 목소리였지만 잔뜩 화가 나있었고 진짜 이상한 말을 했다
이거 왜 이렇게 오래 가? 완전 변태아냐?
어떻게 여기에 부황을 떠??
나는 뭐가 오래 간다는건지 누굴보고 변태라는 건지 궁금해서 계속 통화를 엿들었는데
엄마의 통화 상대인 여자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엄마를 설득하는 뉘앙스였다 아마도 내 카톡 딸감인 아줌마였을 것이다
엄마가
해도 엥간히 오래 해야지
라고 말하자
다시 아줌마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쏟아냈다
그러자 엄마는
나 이제 안 갈거니까 다른 사람 구하라고 해 아니면 그냥 언니 혼자 가던가 혼자 가면 더 좋지 돈도 따블로 받겠네
라고 말했다
나는 엄마가 가사도우미일을 하러갔다가 그집 남편한테 성추행이라도 당했나싶어 진심으로 걱정이 되었다
근데 가사도우미는 혼자서 일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사도우미가 두명이나 필요할 정도로 거대한 아파트는 분명 아니었다
뭐 고급 아파트였던 건 맞는데 그렇다고 가사도우미를 동시에 둘이나 쓰는 사람이 있을까
혼자 일하면 돈을 따블로 주기도 하나
엄마가 방에서 나오려고 하는거 같아 거실로 냉큼자리를 옮겼다
방에서 나온 엄마는 역시나 화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엄마가 가사도우미 일을 그만둔 것이라 생각했다 가사도우미 일을 하던 중 기분 나쁜일을 겪었고 그래서 그만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집 남편에게 뭔가 성적인 희롱이나 추행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 화가 났지만 내가 뭘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실제로 엄마는 한동안 일을 하러가지 않았다
얼마 후 아마 토요일 아침이었던 거 같은데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잠에서 깼다
눈을 떠보니 엄마가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옷차림은 어제 잘 때 입고 있던 것이랑 동일했고 맨얼굴에 산발한 머리도 그대로였다
나는 엄마에게 어딜 가냐고 했고
엄마는 일을 하러간다고 했다
나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한건가싶어 물어봤는데 엄마는 황당한 듯 가사도우미를 하러 간다고 말했다
엄마는 내가 전화를 엿들은 것을 몰랐기 때문에 내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분명 가사도우미 일을 하던 중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것이 분명하기에 나는 엄마가 다른 집에 일을 하러가는 것으로 판단했다
암튼 더 물어보지는 못했고 엄마는 마트 쇼핑백 하나를 들고 집을 나섰다
학원에 안 가는 날이었기 때문에 집에서 하루종일게임만 했던 거 같다
게임을 하던 중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사도우미 일을 이렇게도 오래 하는가
저녁이 다 되도록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뭐 결국 돌아오기는 했는데 그때는 분명 밤이었다
암튼 엄마와 쇼파에 나란히 앉아 티비를 보고있는데
엄마의 얼굴에서 미묘한 흔적을 발견했다
그건 화장을 지운 흔적이었다
엄마의 얼굴과 눈썹에 화장을 지운 흔적이 조금 남아있었다
분명 맨얼굴로 나가 맨얼굴로 돌아왔는데 화장을 지운 흔적이 있다는 것은
밖에서 화장을 했고 집에 돌아오기 전 화장을 지웠다는 것이다 원래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처음 엄마가 밖에서 화장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근데 가사도우미 일을 하면서 화장을 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나는 엄마가 바람이라도 났나싶어
뭐 이혼을 했기에 연애를 할 수도 있지만 암튼 기분이 나빴다
근데 또 그건 그것대로 말이 안 되는게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이런 옷차림으로 애인을 만나는 여자가 있을까
뭐 빡쎄게 차려입을 경우 내가 의심을 할 수도 있으니
그렇다하더라도 조금은 평범하게 입고 나갈 수 있는거 아닌가 평범한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나가는 엄마를 보고 울엄마 바람났구나라고 생각할 아들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집에서 쳐잘때 입고 있던
아줌마 반바지에 티쪼가리를 입고 애인을 만날 여자는 없을 것이다
그럼 왜 화장을 했을까 화장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복장을 하고서 말이다
나는 한동안 잊고 있던 스타킹이 떠올라 일부러 엄마의 허벅지를 보려고 노력했다
나는 결국 보았다 엄마의 허벅지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스타킹자국을 말이다 또 스타킹을 신었다
아니면 계속 신었는데 내가 작정하고 안 봐서 몰랐을 수도 있다
그 옷차림을 하고서 스타킹도 신고 화장도 했다? 가사도우미일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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