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엄마 016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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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07:56
아이엄마 016 -------------------------
아내와 난 지금 그 놈과 함께 경찰서 강력반에 앉아 있다.
코뼈가 부러져 응급처치를 받고 경찰서로 온 그 놈때문에 2시간째 아내와 같이 멍하니 이곳에 있었고, 다행히 잠이 든 아이는 전화통화를 한 김대리가 와서 열쇠를 받아 우리 집으로 데려갔다.
이런 일로 본가나 처갓집에 전화하기가 부담스러웠기에 그나마 친한 김대리에게 전화를 걸게 되었다.
그런데 그놈이 진술한 내용은 기가찰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중립적임을 자부하는 경찰관은 내가 욕을 하는데도 그 놈의 진술부터 그대로 컴퓨터에 옮겨 치고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아내가 먼저 팝콘세트를 들어달라며 유혹했고, 그 좁은 중간 통로에서 사랑을 나누는데 내가 와서 다짜고짜 자신을 때렸다는 것이다. 유부녀인줄도 몰랐고, 거기에 자신을 유혹하는 여자가 이렇게 예쁜데 마다할 수 있겠냐며.. 오히려 날 폭행죄로 고소한다고 진술이 아닌 접수를 하고 있다....
아내는 정말로 분했는지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면서 오히려 눈물도 흘리지 않고 남자의 말을 들으며 말도 못하고 앉아 있는다....
곧 폭행가해자가 된 내가 본 내용을 진술하게 되었고, 물론 훔쳐본 부분을 제외하고 커튼을 열고 들어갔을 때 분명 반항하며 울고 있는 아내의 모습과 겁탈을 하려는 이놈의 행동에 이성을 잃고, 폭력을 행사했다는 건 인정을 했지만 강간이라는 무서운 사건의 사실을 더 부각시키며 말한다. 하지만 경찰관의 눈에는 상처 입은 피의자가 피해자로 보이는지 코에 붕대를 감고 찢어진 이마와 부어오른 입술을 연신 쳐다보며 폭력이 너무 과했다는 말투로 얘길 한다...... 분노로 이성이 끊어질 듯 느껴졌지만.. 이상하리만큼 냉정을 곧 되찾게 되었다.. 보고도 가만히 있었던 전반에 의한 죄책감으로 인한 것도 아니었고, 분노를 억누를 정도로 내가 냉철하지도 않았지만.. 아내의 눈물이 다시 머릿속에 생각이 나자 냉정해 질 수 있었다..
"그러니까!. 네 말대로라면 내 아내가 널 유혹했고, 그 좁은 통로에서 너한테 꼬리를 쳤다?!?! 아이하고 남편이 극장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언제 찾으러 올지 모를 상황인데 말이야?!!"
"그래서 내가 맞고만 있던 거 아니냐고요!..형사님 보셨죠? 제가 어디 반항을 했습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 강간범이 무슨 반항이냐고!!"
"이 아저씨가!.. 강간범이면 당연히 반항하고 도망갈 거 아니냐고요!"
"뭐?!!"
"잠시 목소리 낮추시고요... 그 통로에는 CCTV도 없어서 지금 말씀하시는 게 전부랍말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물어보는 것부터 답하세요."
"제가 직접 봤다고요! 그래서 때린 건데... 맞지 여보!!"
"저기요. 가해자 친족은 별 도움이 안 되시거든요..팔이 안으로 굽는 건 당연하잖아요."
"아! 진짜!!... 제 아내를 보라고요. 저기 멍든 거하고 스..스타킹도 찢어발겨 졌는데.. 저게 합의하에 한 성관계입니까?! 안에 아이하고 남편이 영화 보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내 말이 설득력이 있는지 이제야 형사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놈을 쳐다보았고, 이 뻔뻔한 새끼는 그럴싸하게 또 변명을 한다.
"저도 이해가 안가더라고요..... 그 장소에서 그렇게 과격하게 해달라고 하는 여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 어린제가 더 흥분했죠..."
"남편분이 보신 상황은 거기 통로에서 아내분의 뒤에서 덮치고 있는 남자를 목격하신거죠?"
"예!"
"그 전의 과정은 못보신거고요?"
".....예."
"그럼 아내분이 이 청년 말대로 먼저 유혹을 할 수도 있었겠내요...."
"아..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럼 제 아내가 이 놈한테 먼저 꼬리를 쳤다고 말씀하시는거에요?!"
"저희로선 목격자도 확보해야 하고 우선 더 조사해봐야 하니까요.. 두분다 신원 조회해보니 확실하시던데 오늘은 그냥 보내드릴게요. 먼저 돌아가시고 저희가 조사하고 나서 내일 얘길 하시죠.."
형사의 눈에는 피의자인 이 남자의 상처가 강간미수를 당한 아내보다 더 심각해 보이나 보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아니 강간범을 그냥 풀어준다는 말입니까?!"
"저분도 지금 폭행죄로 아저씰 고소한 상태 아닙니까... 우선 시시비비를 가리기전에 증거도 조사해야 되고,,."
"뭐..이런 법이 있습니까.."
"걱정 마십시오. 당연히 죄가 있으면 구속조치 할 테니까.."
"그러다가 내일이라도 도망가면요! 저런 새끼는 씨를 말려야 된다고요!"
"아저씨!. 만약에 정말 저 여자 분이 먼저 유혹한거라면요.. 이분도 억울할 수 있잖아요."
"예?!!!!"
"진술대로라면 삽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아저씨 말대로라면 강간 미수인데..그것도 남편분이 오해에서 일어났을 수 도 있는 거고.. "
"뭐라고요?! 그럼.. 강간범이 아내를 겁탈하려고 했을 때 삽입하는 거 확인하고 때리란 말입니까?!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아니요.. 어디까지나 중립적인 상황에서 확실히 상황판단도 하지않고 폭력부터 행사하신게 너무 과했다는 거죠.. 병원에서 대략 전치 4주정도 나올 거라는데.. 잘못하면 상해죄에요.. 그 정도면 구속이에요."
"정말 말도 안 되네요..상해죄? 4주라고요? 그게 구속이라고요?!!..아!! 그럼 강간 미수라도 증거만 있으면 이 새끼 구속이죠?!!"
"예?? 상황증거는 입증이 어려워서..."
"야!!"
내 고함소리에 그 남자가 귀를 세워 듣다가 움찔거리며 놀란다. 당장이라도 처음부터 다 봤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난 문득 처음에 목격했던 장면중 하나가 떠올라 그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뱉어냈다.
"너 합의하에 했다고 했지!"
"이 아저씨가.. 내가 몇 번을 말 했잖아요.."
"그래 좋다!..이 새끼야."
나는 엉뚱하게 아내에게 다가가 얼굴을 다시 한 번 살핀다. 씻고 오긴 했지만 희미하게 남아 있는 입술에 묻어 있는 핏자국을 확인하고 다시 그 놈에게 걸어간다. 내 발걸음에 주춤거리며 그 놈이 의자에 등을 더 기댔고, 난 그 새끼의 손을 잡아채 형사에게 보여준다. 붕대가 감겨 있는 손을 확실히 보여주며 입을 열었다.
법을 아무리 모르는 나도 맨주먹에 4주로 구속이라는 게 말도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고, 날 겁주려는 형사가 괘씸해 더 강하게 말을 한다.
"형사씨!. 이거 보이시죠."
"예?? 예."
"이거 제 아내가 반항하면서 있는 힘껏 깨물은 겁니다. 한 번 풀어 보시죠. 아마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세게 물었을거에요. 제 아내라면 분명히 그랬을 겁니다. 그렇게 반항하는게 형사씨가 말하는 합의된 성관계입니까?"
"......잠깐만요."
"이..이거 왜 이래요!"
"어허! 가만히 있어봐요!. 이 손 방금 다친 거야?"
"....."
방금 전까지 얼굴에 철판을 깔아놓은 듯 뻔뻔하게 지 할 말 다하던 이 새끼가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돼 버렸다.
"역으로 생각했을 때 아무리 합의하에 격렬한 걸 좋아한다고, 그렇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여자가 있다 칩시다. 그런데 살점이 떨어질 정도로 깨물면 그걸 가만히 두겠습니까? 그게 정상적인 합의 섹스냐고요?! 손에 난 상처 보면 당연히 소리 못 지르게 틀어막았다는 거 밝혀질 겁니다! 거기다가 아저씨가 말하는 삽입이라는 거! 인터넷에 올려보죠. 입을 틀어막혀서 소리도 못지르고 거기에 옷도 거의 다 찢어져 울고 있는 아내를 보게 된 상황이라도 삽입을 했는지 확인하라고 말하는 대한민국 경찰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딱 보면 손이 왜 다쳤는지 물어봐야 하는거 아닙니까?! 합의된 섹스?!! 이정도도 못 찾아내면서 잘도 법집행 한다고 세금 받아먹는겁니까!!."
"....이....이 새끼가!"
형사는 급기야 내가 비아냥거리기까지 하며 쏘아붙이자 얼굴이 붉어져서 내게 받은 화를 그 놈한테 푼다.
"야 이 새꺄! 어디 새파랗게 젊은 새끼가 벌써부터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이야! 이새끼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네.. 넌 가중처벌까지 각오해! 뭐? 유혹을 해? 저런 분이 유혹을 하면 이 세상 여자들은 다 다리 벌리고 유혹하는 여자냐! 이 빌어먹을 새끼야!"
"...유..혹..했어요!"
"이 새끼가 그래도!.. 차라리 선처를 구해 이호랑말코같은 놈아. 너 강간 미수가 얼마나 무서운 죄인지 몰라?!"
"...."
"너 후회 없지! 그럼 증거에서 위증죄에다가 강간 미수가 아닌 강간죄로 쳐 넣을 테니까 나중에 무릎 꿇고 빌지나 마! 알았어!"
"아..아저씨.. 죄송해요.. 그..그만 충동에.....아줌마가 너무 예뻐서.. 저도 모르게 그랬어요..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그제야 상황파악이 됐는지 울먹이며 고개를 숙이는 놈이다..
일순간 조용해진 강력반 안에서 그제야 난 한숨을 쉬며 그 놈을 노려보며 앉게 된다. 사건 이 후 울지도 않던 아내가 이제서야 자신이 결백하다는 게 증명이 되었다는 걸 알았는지 조용히 눈물을 훔치며 그 놈과 같이 고개를 숙인다. 자신이 무슨 잘못한 듯... 정말 미안해진다..
"너 OO대학 1학년 맞지?! 부모님은?"
"......."
그 놈이 대학생인걸 처음 알게 된 나였고, 그놈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고개를 더 깊게 숙인다..
형사는 그놈이 대답하도록 여러 번 반복해서 물어보았고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하는 놈의 말을 듣고 나서야 타자를 쳤다. 그리고... 그 놈은 어느 순간 수갑을 차고 앉아 있다....
방금 전까지 내게 대들듯 막말을 하며 뻔뻔하게 굴던 남자는 수갑을 차게 되자 현실을 깨달았는지 눈물을 흘리며 찾아 볼 수 없게 된다. 눈물만 흘리며 형사가 묻는 말에 순한 양처럼 대답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자...나도 모르게 이 어린놈이 측은하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아내를 아프게 한 놈에게 용서란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형사아저씨...."
계속 된 질문 속에 갑자기 조용히 얘길 꺼내며 끼어든건 내가 아닌 아내였다.
"예? 걱정 마십시오.. 이런 놈은 콩밥 좀 먹고 정신을 차려야..."
"그게 아니고요.. 초범이란 게 처음 범죄를 저지른 게 맞는 거죠?"
"예?? 예.."
"그럼....이번이 처음인건가요?."
"예.. 자료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럼 용서해주면.."
"예??? 합의를 하신다고요?"
"합의가 되나요?"
"강간은 미수라고 해도 형사사건이긴 하지만.. 합의 하신다면....."
"잠깐만요... 당신 무슨 말 하는 거야.."
"저기요..형사아저씨..."
"예.."
"합의 안하면요.. 호적에 빨간 줄 가는거에요?"
"빨간줄?..아!~~ 물론 남죠... 이정도면 증거도 확실하고...초범이라서 집행유해를 받을 수도 있지만....그건 괘씸죄 때문에 어려울 겁니다...이 새끼 뻔뻔하게 뒤집어 씌우려는 거 생각해보세요. 이런 놈은 남편분 말씀처럼 싹을 잘라야 합니다..."
정말로 화가 난 형사인 듯 보였다...아니면 인터넷에 지 이름이 올라갈까 봐 걱정이 될지도 몰라서 하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그럼 합의하면요?"
".......정말 합의하시게요?"
"이제 겨우 20살인데...... 빨간 줄 가면 평생 남는 거잖아요.."
"그건 아닌데......그런 일 당하시고 합의를 하신다고요?"
"아저씨 말대로 ....삽....입은 아니잖아요....울 남편이 너무 심하게 때리기도 했고.....지금 반성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내의 조곤조곤 속삭이듯 말하는 말투에 그 놈이 고개를 들어 아내를 바라본다. 정말로 울고 있었는지 뺨을 지나 턱까지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아내와 날 애원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
"여보.. 우리 합의라는 거 해요....."
"뭐???.....후~~"
"후회 안하시겠어요? 아무리 초범이고 대학생이라도... 부인한테 한 행동이 얼마나 심각한 건지 깨우치게 만들어야 할 텐데요..잘못하면 이렇게 풀려나고 법 우습게 알아요. 그래서 또 재범률 높이는 거죠..."
"저기 학생......"
"..........예?"
"이런 나쁜 짓 또 할 거예요?"
"아. 아닙니다. 정말 충동적으로.........."
"..... 그럼 됐어요. 형사아저씨... 합의할게요."
".....혹시나 마음 바뀌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겨우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대충의 말로 김대리와 제수씨에게 얼버무리고 집으로 돌려보냈다..답답한 마음에 맥주를 꺼내 마시는데... 아내가 긴 시간의 샤워를 끝내고 욕실에서 나온다.
난 아내를 노려보곤 다시 맥주를 벌컥거리며 마셔대기 시작했다..
정말로 아내의 행동을 이해 할 수 없던 나였기에 비록 변태같은 잘못을 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화를 참을 수 없었다.
"화내지 말아요.."
"화 안 나게 생겼어!..아니.. 합의 하려면 돈이라도 받던가..."
"....."
"당신 제정신이야?!"
"당신한테 많이 맞았잖아요.. 코뼈에 이빨까지 부러졌다는데...."
"그게 문제야?! 난 정당방위라고!! 내 아내를.. 내 와이프를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가한 폭력이란 말이야."
"알았으니까... 그만해요.."
"뭘 알아!...참나........"
"..."
"순딩이냐.. 아니면 바보야...그런 일을 당하고도... 참나....."
"당신..."
얘길 하던 아내가 갑자기 날 똑바로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얘길 한다.
"뭐?!!"
"언제부터 봤어요?"
"뭘?!"
"제가 그 학생 손 깨문 거 어떻게 알았어요?"
"무..뭐?"
순간 나도 모르게 정색하게 된다..
아내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무작정 뱉어낸 말과 행동이었는데.... 분명 제일 먼저 손을 깨문 아내였고, 남자가 손에 공간을 둬 더 이상 깨물지 못하게 만들었을 거라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된다..
아내의 확신에 찬 눈빛에 난 주저하며 말을 잇지 못하고 웅얼거린다..
"그...거야.. 당신 입에 묻은 피하고...당연히..."
"솔...직히 말해요....."
"......"
"당신은 그게 얼마나 배신감 느껴지는 행동이란 걸 모르세요? 제가.. 어떤 공포를 느꼈는지..."
"........"
"그 학생보다... 당신이 더 나쁜 사람이에요..."
"...."
"진짜 실망했어요...... 오늘은 거실에서 자요... 그리고..... 저 당분간 친정에 가 있을게요.."
"뭐?.. 자..잠깐만..."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린 아내다..
무슨 변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잔머리 대왕인 나도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다..
아내가 그걸 알아차렸을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고, 잠시나마 멋진 남편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덮어버리려던 내 생각은 무색하게 깨져버리게 된다.
이렇게 조용히 말을 하는 아내의 모습이 정말로 화가 난 상태라는 걸, 그리고 내 행동을 벌써 확신하고 있다는 걸 느꼈고, 그런 아내의 카리스마에 이미 난 꼬리를 내린 채 변명조차 꺼내보지 못했다..... 그제야 아내가 왜 그 학생을 어렵지만 용서할 수 있었는지 조금은 알수있게 되었다. 만약.. 내가 그 놈이 덮치자마자 그 장소에 달려들었다면... 이렇게 일이 커지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냥 성추행범으로.. 그 놈을 그렇게 심하게 때리지 않고 현행범으로 신고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나만 한 게 아닐 것이다....
일이 크게 벌어진 모든 근원은 나였을지 모른다.
토요일인데...아이와 아내가 없는 너무 한가로운 거실에서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고 앉아 있다.
이건 뭔가가 단단히 잘못돼도 한참 잘못 됐다... 모든 원인이 나한테 있었지만...혹시... 그 놈이 아내와 정말로 사랑을 나눈 건 아닌지 좀 더 지켜보고 나가길 결정했어야 했다는 말도 안 되는 자기위안을 해보지만... 정말로 말이 안 됐다..
그것보다.. 차라리 강간 미수를 당한 아내가 마음을 추수리려 처갓집에 갔다라고 위로를 하는 쪽이 더 설득력 있어보였지만... 아내에겐 강간 미수보다 내가 보고도 나중에 뛰어 들어왔다는 것이 훨씬 큰 충격이었고, 배신감을 느낀 순간이었을 게 분명하다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아침에 간단한 짐을 챙겨 내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아이와 나가는 아내의 뒷모습도 잡지 못한 채 뜬눈으로 밤을 세우고 지금도 이렇게 앉아 있는 내 신세가 처량하고 원망스러웠다.
내가 왜!... 도대체 무엇을 볼려고......
한순간의 호기심과 변태적 쾌락에 빠져 미친 짓을 했던 나란 존재가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로 어처구니없었고, 자괴감까지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단 한 번도 친정에 며칠일지 모르는 장기간의 체류를 한적 없는 아내였기에 장모님을 어떻게 봐야하는지 벌써부터 이기적인 걱정이 밀려온다.
토요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일요일은 뭘 먹었는지도 생각나지 않은 주말을 보내고 아내가 항상 말끔히 다려놓은 양복을 챙겨 입고 출근을 하게 되었다....
"제수씨는 괜찮아?"
"응??..응..."
"다행이다.. 넌? 넌 괜찮냐?"
주말 내내 내 전화기를 유일하게 울린 놈인 김 대리가 생각 없다며 발을 뺀 날 기어코 식당에 끌고 와 질문을 해대고 있다...짜증이 밀려오고 귀찮았기에 건성으로 대답하게 된다.
"....응."
"에휴... 그래 잊어라.. 잊는 게 최선이야.."
"......"
"제수씬 혼자 집에 있어? 무서울 텐데.."
"처갓집 갔어.."
"그래? 잘했다.. 그런일 당하고 친정이라도 가 있어야지.. 여자들 고통이 생각보다 크다고 하더라.."
"모르면 가만히 좀 있어라... 밥이나 먹어.."
"엥? 뭐가?"
"미수로 그쳤어.."
"그래? 그래도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한데..."
"그게 아니라고....."
"...."
내 말투에 짜증이 섞여 있었기에 김대리가 잠시 날 쳐다보곤 위로랍시고 다시 말을 이어간다..
"야! 남자가 대범해져야지.. 너 와이프 사랑하잖아. 그럼 그 정도는 참아야하는거야! 남자라면 당연히 그런 거 아니냐!. 바람핀것도 아니고 거기에 미수로 그쳤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야. 일부러 그런 부부도 있는데 그냥 잊어.. 그게 속편해!."
"이 새끼는... 아무것도 모르면 좀 조용히 하라고."
"뭔데? 너 그렇게 속 좁은 남자였냐?!"
"어휴.. 내가 너랑 무슨 말을 섞냐... 됐다.. 밥이나 처먹어."
"야!.. 너도 실수 한번 했잖아... 그런 네가 아무리 그래도 너무한 거 아니냐.. 그렇게 사랑한다고 낯간지럽게 나한테 지껄여놓고는... 진짜 속 좁아 터졌군....."
"............."
말 하나하나가......
"그것 때문에 처갓집 간거 아니니까... 닥치고 처먹어라... 나 증말 성질부리기 전에......"
"그게 아니야? 그럼?"
"제발.. 밥 좀 먹자...."
"....."
우선 후퇴하듯 김대리는 내 눈치를 살피며 밥을 조용히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퇴근을 하게 된다..
"뭐? 진짜 그랬어?"
"...."
김대리와 포차에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날 위로한답시고 계속 내 주위를 맴돌던 김대리였고, 신세아닌 신세를 지게 된 그제의 일도 있어서 김대리에게만은 사실대로 털어놓게 된다.. 물론 자학하며 내가 미쳤었다는 말을 반복했고, 김대리에게 욕이라도 실컷 얻어먹으면 이 못난 마음이라도 오히려 풀리지 않을까 했는데... 김대리는 천하의 김대리였다..
날 훈계하면서도 동조를 하고 앉아있으니..... 오히려 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야! 그건 아니지.. 아무리 그런 상상을 하더라도 현실하고는 차이가 있는데.."
"안다고!.. 그러니까 술이나 마시라고!"
"그래서? 제수씨 친정에 간 거고?"
"....."
"빌어라.. 싹싹 비는 수밖에는 없다.."
"...전화도 안 받아.."
"당연하지 새끼야.. 무조건 찾아가.. 그리고 장인 장모 앞에서 아내한테 무릎 꿇고 싹싹 빌어.."
"장모님 앞에서?"
"원래 여자란 게 자기 남편이 자기 부모 앞에서 그러면 마음이 약해지는 게 정상이야. 그러니까 꼭 있는데서 싹싹 빌어.. 당연히 뭘 잘못했는지 얘기하면 난리나는거니까.. 그건 빼고.."
체념하듯 연거푸 술을 마시게 된다..
김대리도 내 마음을 알겠다는 듯 같이 잔을 기우려줬고, 우리 둘은 취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냐?"
"응? 뭘?"
"그런 생각하고 상상한 게.."
"몰라 새꺄...."
"하긴 저렇게 예쁜 마누라 데리고 살려니 너도 고생이 많겠다...크크.... 내 마누라처럼 평범하면 그런 상상보다는 직접 봐야 꼴리는데..."
"미친놈.. 그러고 싶냐? 난 이번 사건으로 정신이 번쩍 들더라..."
"크크크크.. 요즘 우리 모임에 나간다.."
"나가던 말던...."
"어차피 이번 사건 보니까.. 제수씨는 진즉 물건너간것처럼 보이는데~~...우리 요즘 한창 물올랐어,"
"물이 오르다니?"
"너 그때 내 말 들었지?"
"무슨 말?"
"그 도우미 여자 둘하고 쓰리 했다는 거.."
"미친놈..."
"와~~ 진짜 별세계더라... 이런 기쁨을 한번 알게 되니까... 계속 생각나더라고.. 솔직히 아무리 막나가는 우리 부부사이라고 해도 좀 찔리기도 했고.."
".....그래서?"
"아내한테 대놓고 얘기했지.. 나 여자 둘하고도 자봤다고...크크크크크크크"
"무,,뭐??? 제수씨가 가만히 뒀냐?!"
"가만히 두긴.. 눈치 채고 모른척 포기하면서 사는거랑 남편한테 듣는 거랑 똑같냐?!... 아주 난리였다...그런데 말이야.. 그 분노를 역으로 이용했다는 거 아니냐..."
"그건 무슨 말인데?"
"솔직히 털어놨지.. 이렇게 당신도 눈감아주는 게 더 괴롭지 않냐고.. 아니.. 포기했다고는 해도 부부사이에 속이고 묵인해주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거 자체가 믿음이 없는 거 아니냐고
말이야.. 나도 바람폈으니까 당신한테도 기회를 주겠다고,....크크크크크.."
"그게 통하냐?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여자가 그게 통하겠어?"
"너 맞바람이라고 들어봤냐?"
"...."
"여자가 복수하는 방법은 두 가지더라.. 이혼을 하던가.. 맞바람을 피던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복수가 아닌걸 택하고 우리 부부처럼 모른 채 하고 살던가....그런데 내가 다 까발렸으니.. 아내가 가만히 있어도 이상한 거잖아.. 아무리 묵인을 한다고 해도, 내 허락 하에 바람을 피라고 말을 했더니.. 나보고 미친놈이라고 욕을 해대는데...."
"당연하지....그게 미친놈 아니냐...."
"크크크크... 그래서 남자 하나 불러서 내 앞에서 해보는건 어떻겠냐고.. 그것도 이해 못한다고 막 뭐라고 하는데.. 친구라고 소개하고 술같이 먹다가 셋다 술에 꼴아서 모텔갔는데.. 아주 환장하더라..."
".....뭐?"
"분명히 눈치 채고도.. 나한테 복수할 마음으로 더 오버하는 거 같더라.. 결국 같이 즐기는데 아주 난리가 아니었다.."
"........."
"그 후에 모임까지 같이 다닌다는 거 아니냐.."
"미쳤구나.... 그러고 싶냐?"
"미친놈! 넌? 아내를 겁탈하려는 걸 지켜본 게 누군데..."
"그거야....."
"너두 우리쪽이야!.. 뭔 말이 필요해?"
"씨발... 몰라 새끼야... 무슨 말도 안 되는..."
"그게 문제가 아니다.. 우선 제수씨나 좀 달래봐라...제수씨 성격이 얼마나 올곧은데.. 너 그러다가 진짜 미움 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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