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엄마 017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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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08:05
아이엄마 017 -------------------------
집이 엉망이다..
난 아내가 하루 이틀 안에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아내가 느낀 배신감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것인지...아니.. 아내가 어떤 여자인지 잠시 잊고 살고 있었다.
한번 마음먹고 옳다고 생각한건 하늘이 두쪽나도 끝까지 지키는... 나와의 결혼도 그렇게 반대하시던 부모님을 고집하나로 골인까지 했던 아내였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긴 시간동안 독수공방을 할 줄 몰랐기에 받지 않는 아내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다 포기하고 오히려 오기를 부리며 아내가 숙이고 돌아오길 기다렸는데....
근본적인 착각을 하고 있던 나였다. 김대리 말대로 가서 싹싹 빌기부터 했어야 하는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서 일주일이 지났을 때 오기를 부리다 더 시간이 지나자 뭘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도 겁부터 먹고 귀찮아 진다.. 그것이 정말 잘못된 생각인줄 알면서도.. 언젠간 돌아올 거라는 아내에 대한 믿음 아닌 믿음으로 버티다가 포기하기 일쑤였다....
사실 며칠간은 나름 괜찮았다. 오랜만에 찾아온 자유라는 단어를 만끽하며 집에서 문 다 열어놓고 오기로 인해 야동도 보고, 아내가 질색하는 알몸으로 집안에서 뒹굴기도 했다.
김대리와 늦게까지 상황해결이라는 변명으로 술도 마셨고 결국 인사불성이 되기 일쑤였지만.. 김대리의 유혹에는 절대 넘어가지 않는 선을 지켰다.....
내 생활은 점점 엉망이 되어 간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는 아내가 빨아놓은 와이셔츠도 다 동났고, 어설프게 세탁기에 돌렸다가.. 왜 와이셔츠가 줄어들었는지.. 영문도 모른 채 여름옷장에 있던 반팔 와이셔츠까지 꺼내 입게 된다. 밥은 며칠 동안은 해먹다 결국 시켜먹기 시작해 쿠폰만 쌓여갔고, 설거지는 짜증나서 안하고 있었기에 며칠 동안 차려먹은 밥만으로도 싱크대에 산을 그리고 있었다. 결국 방부터 거실까지.. 욕실도.. 난장판에 집안 꼴은 가관이 되어갔다. 아내의 빈자리가 이렇게 큰지 절실하게 느껴지는 기회였다.
거기다... 감기까지 걸려서 화요일인 오늘 회사도 빼먹고 침대에서 일어나질 못한다. 마음가짐이 흐트러지니 이렇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놀랍게 느껴진다.. 열이 많이 오른거같기도 하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땀으로 적시고 있는데도 씻을 기운도, 기분도 없었다.
아내와 아이를 보며 항상 내일을 위해 달리던 난 두 여자의 부재로 너무 쉽게 무너졌다.
불규칙한 식사와 씻지도 않고 술에 취해 들어와 잠을 자길 연속해서 일지도 모르지만.. 무엇보다 기본 정신상태가 문제였다....
집 전화벨이 울리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고 귀찮았기에 이불속으로 숨어들어가 다시 땀만 흘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낯선 번호는 귀찮아서 전부 건너뛰게 된다.
모든 것이 귀찮았기에 눈을 감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무거운 몸의 잠결에도 눈을 조금 뜨게 만든다..
꿈인지.. 생시인지.. 천사 같은 아내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온다... 어느새 거실을 다 치우고 지금은 안방에 들어와 내가 깰까봐 청소기가 아닌 손수 무릎을 꿇고 손걸레 질을 하는 아내다.. 현기증을 느끼며 아내의 모습을 자세히 보려 눈을 크게 뜨는데 이마에 무엇인가가 거치적거린다.. 물수건을 올려놓은 듯하다...
"일어났어요?"
"...."
"약부터 먹어요. 열이 높아요."
"....응."
아내가 언제 준비했는지 물 컵과 약이 올려져 있는 쟁반을 들어 내게 건넨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먹여주지는 않는다...
아내가 건네준 약봉지에서 약을 꺼내 입에 털어 넣고 유리컵의 덮개를 열어 물과 함께 마시게 된다... 이불을 덮고 있던 몸은 땀에 흠뻑 젖어 있는데.... 얼굴과 목은 시원하게 말려져 있었다... 아내가 물수건으로 닦아 준게 분명했다.. 고개를 어렵게 돌려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는.. 내가 전화벨 소리에도 잠이 든 게 10시가 조금 지났을 때였으니.. 그럼 그 전화는 아내가 걸었단 것인지.. 집에 내가 없는 지 확인하고 왔고, 집안 꼴과 내 모습을 보고 놀란 건 아닌지 궁금해진다.
"아이는..?"
"친정에 있어요."
"혼자 온 거야?"
"아이 옷 가지러 들렸어요...."
"...."
아내는 다시 방청소를 시작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이주간의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헤어짐으로 어색함이 느껴지며 아내에게 말을 걸지 못하고 그냥 눕게 된다.
결정적으로 이 이별의 근본적인 죄는 내가 만든 것이니,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무슨 말을 어떻게 끄집어낼지... 머릿속에 잡생각만 가득할 때... 아내가 날 바라보다 입을 땠다.
"죽 끓여 놨으니까.. 열 좀 내리면 데워서 드세요."
".....미안해.."
"...."
"다희야.. 정말 내가 미쳤었나봐..."
"......"
결혼하고 이렇게 쓸쓸하게 아파본적 없는 나였기에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이 주책없게 조금 눈에 맺힌다.
아니.. 아내에게 정말 미안한 감정을 가진 상태에서 몸까지 아팠고, 거기에 천사 같은 아내가 날 챙겨주는 모습에 죄인처럼 아내에게 사과를 하게 된다...
그래도 꼴에 자존심이 있는 가장이였기에 얼른 이불로 눈물을 훔친다...
그 찰나를 아내도 봤는지.. 방금 전과는 조금 다른... 차분한 목소리로 내게 다가와 묻는다.
"많이 아파요?"
"......응."
"병원 갈래요?"
".......아니."
"병원 안가도 되겠어요?"
".....응. 당신만 옆에 있어주면 괜찮을 거 같아....."
"......좀 쉬세요."
아내는 대충 정리가 됐는지.. 걸레를 들고 안방에서 걸어 나간다..
아직도 아내는 내가 용서가 되질 않는 게 분명해 보였다.. 집을 다시 나갈 아내를 잡아야 하는데... 역시 상체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고.. 거실에서 가방을 들고 있는 아내의 모습만 보게 된다.
"엄마.. 이 이가 많이 아파요.. 예...조금 더 있다가 갈게요.... 알았어요..."
장모님인 듯 한 상대방과 짧은 통화를 끝을 내고 아내가 다시 안방으로 걸어 들어온다. 아내의 행동을 몰래 훔쳐보듯 살펴보는데.... 아내가 장롱에서 오랜만에 추리닝과 메리아스를 꺼낸다.
약기운이 도는지 무거운 눈꺼풀에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방안에서 갈아입지 않고 그것들을 들고 나가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다시 잠이 든다..
얼마나 잤는지... 벌써 어둠이 깔린 안방에서 난 눈을 뜬 동시에 아내부터 찾게 되었다.
잘 보이지도 않는 안방에 상체를 벌떡 일으켜 아내의 모습을 찾아 두리번거렸고, 이내 보이지 않는 아내의 모습에 서둘러 몸을 일으킨다... 약이 효과가 좋은지.. 한결 몸이 가뿐하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아프더니.. 아내를 찾는 내 육체는 본능적으로 문을 열고 뛰어나갔다가 거실의 환한 형광등들에 눈가를 찡그리며 손으로 눈을 가렸고, 그래도 아내의 모습을 찾으려는 듯 실눈을 뜨고 두리번거리게 된다..
거실에도.. 싱크대 앞에도 아내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고,,, 곧바로 화장실로 뛰어가 문을 열어보는데 역시 아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이미 8시를 넘기고 있는 작은 바늘을 확인하곤... 그대로 서서 긴 한숨을 내쉬곤.. 당장 내 잘못된 행동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내의 모습을 봤을 때.. 싹싹 빌지 못한 내 자신과, 그리고 잡지 못한 내 육신을 자책하며 서둘러 다시 방으로 들어가 대충 옷을 챙겨 입고 맨발인 것도 잊은 채 현관문 앞으로 뛰어가 구두에 발을 넣는데..... 아내의 3cm 뒤 굽의 낮은 샌들이 눈에 들어왔다..
현관엔.. 이주전 그날 아내가 경찰서에서 신고 들어온 높은 검은색 하이힐과 아이의 신발만이 놓여 있었는데....
구두를 신다 말고 난 다시 거실로 시선을 옮겼고, 아직 열어보지 않은.. 그 작은 방의 문고리를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제하며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게 되었다.
아내가..... 소라사이트를 화면에 띠워놓고 가만히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둘러보고 있는... 충격적인 장면에 다시 몸이 얼음처럼 굳어져 꼼짝도 못한 채 문지방에 서 있게 되었다.
아무리 아내가 바보일지라도 가려진 얼굴이지만 자신의 몸을 몰라볼 리 없었고,, 아내는 바보도 아니었다...
문소리를 듣고 내가 들어왔음을 알고 있을 텐데도.. 아내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천천히 사진을 삭제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 이란 건..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설상가상?.....
가만히 아내의 시선이 박혀 있는 모니터 화면을 보며 한발자국도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아내가 마지막 사진을 지웠는지 더 이상 앨범에 사진이 남아 있질 않았다....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아내가 의자에서 일어나 화면을 그대로 두고 내게 몸을 돌려 걸어온다.
한참을....말없이 내 앞에 서 있던 아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난 따귀라도 날아올 줄 알았는데....
"죽 데울게요.. 몸 좀 추슬렀으면 한술 떠요."
아내가 내 옆을 스쳐지나가듯 문을 통해 나갔고,, 곧 가스레인지의 불을 켜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꼭.... 사형수의 집행을 예고하는 카운트다운처럼 탁탁거리는 거슬리는 소리가 날 더 움츠려들게 만들었다.... 왜.. 저 사진들을 지우지 않았는지....... 후회에 후회를 하며.. 조용히 컴퓨터 앞에 서 회원탈퇴 버튼을 찾아 클릭하게 된다.
정말로 살 떨리는 식사라는 게 이런 것일까? 우선 먹이고 패려는 건지.. 아니면.....
아내의 입에서.. 만약 이혼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면... 죽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가만히 아내의 입술만 훔쳐보며 저 아름다운 입에서 무슨 무서운 말이 튀어나올지 눈치만 보는데.. 내 행동에 아내가 숟가락을 내려놓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곤.. 내게 입을 연다.
"좋아요?"
".....응?"
"저렇게 다른 사람들한테 제 알몸 보여주는 게 좋냐고요...."
"............"
"언제부터였어요? 저 사진.. 당신이 찍은 거 확실해요?"
".,,응? 그..그게 무슨 말이야?"
"똑바로... 솔직히 말해요.. 지금 저 제가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으려고 하니까요..."
"........"
"당신이 저런 제 모습 찍은 거예요?"
"........응."
"그.. 모텔에서도 당신이었고요?"
"......."
"절 감쪽같이 속이고...."
".....미. 미안해.."
"무슨 생각을 한 거예요? 말이라도 한번 들어보자고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절 그렇게 궁지로 몰아넣고.. 거기에 저런 사진까지....."
"..........내가..미쳤었나봐.....정말... 내가 미쳤었어.."
"그래서... 그 대학생이 절 강간하려고 할 때에도... 훔쳐보기만 한 거고요?"
"......"
"거기서 제가 강간 미수가 아닌.. 강간을 당했다면.... 당신은 저랑 살 수 있겠어요? 아니!.. 제가 다른 남자한테 범해지려는 걸 보고도 훔쳐보기만 한 거예요? 그게 좋았어요?"
"아..아니야!... 나도 중간에 봤으...ㄹ..."
"솔직히 말하라고요!"
단 한번도... 결혼식 이전과 이후로 내게 소리를 지르지 않은 아내였다.
아니.. 이렇게 화를 낸 적도 없는 아내였기에 지금 이런 아내의 모습에 난 충격과 함께... 겁을 먹게 된다... 지금 이런 분위기는 아내가 모든 걸 놔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그 의미는......
"처..처음엔 내가 왜 훔쳐보는지 나도 몰랐어.. 그냥 그런 당신모습보고.. 흥분했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정말로 당신 눈물보고 내가 미쳤다는 생각 들었고, 그래서 더 그놈한테 화풀이하듯 때렸을지도 몰라.. 정말이야!.. 당신 우는 거보고.. 현실하고 망상하고 얼마나 차이가 큰지... 정말로 깨달았어......미안해.. 아무리 변명을 하고 용서를 구해도.. 당신이 화를 못 풀겠다고 하면... 날 때려라.. 아니.. 날 없는 놈 취급해도 돼.. 제발 이혼이라는 말만 하지 말아줘... 정말 내 잘못은.....미안해.."
"......,,"
아내가 눈을 감고 길게 심호흡을 한다...
감은 눈 사이로 한줄기의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고... 그 눈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고 난 연신 아내에게 사과를 하게 된다.
아내의 기분이 내 사과로 조금이라도 풀리길 바라며 난 식탁에 머리까지 박아 소리 내며 아내에게 사과를 하게 되었다.
유리테이블이 소리 내며 조각나듯 금이 갔고, 내 이마엔 피가 묻어났다.
사실.... 이렇게 오버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아직 가시지 않은 현기증에 거리조절을 못한 나였고, 그대로 머리라도 숙여야 된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것뿐인데.. 아내는 소리에 놀라 눈을 뜨고는 내 이마에 맺힌 피를 보며 커진 눈으로 너무 놀라 황급히 자신의 메리아스를 벗어 내 이마를 닦아준다.
"무..뭐하는거에요!"
"자기야.. 정말 미안해.. 당신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할께... 당신이라는 존재를 망각하고 정말로 내가 미쳤었어.... 단지 결혼이후 섹스리스를 벗어나려고.. 아니 내 병신 같은 몸 때문에 당신한테 기쁨도 전해주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다 보니까...."
"알았으니까.. 가만히 있어 봐요.."
아내는 내 말문을 막고는 찢어진 이마를 연신 메리아스로 닦아준다.
아내의 손은 약간 차가운 편이었는데.. 지금은 어느 여자의 손보다도 따뜻하고 부드럽게 느껴지며 내 이마를 누르고 있었다.
이런 아내에게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다시 한 번 후회하게 만드는 아내의 행동이었다.....
"이게 뭐에요.. 아무리 그래도.."
".......정말 미안해.."
"......"
밥을 먹다 말고 난 다시 침대에 눕게 된다.
가벼운 상처였고, 피는 곧 멎었는데.. 현기증 때문에 결국 다시 눕게 되었다. 아내는 식탁을 치우곤 내가 누워있는 방으로 조용히 들어온다.
약간 찢어진 이마와 사그라지던 감기가 다시 심해지며 얼굴이 더 뜨거워졌고, 땀을 흘리게 된다... 아내는 내게 다시 물수건을 이마에 대주며 그나마 이해해보려는 듯 내게 고맙게 방금 전보다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걸어준다. 하지만 아직도 말에 가시가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당신은.... 다른 남자들이 내 사진보고 무슨 짓을 할지 생각 해봤어요?"
"......."
"아무리 이해하려고 생각을 해봐도....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어서 물어보는 거니까... 당신 생각을 말 해봐요.... "
".....그냥.."
"그냥?? 그냥 그런 거라고요?"
"아니... 나도 처음엔 그런 사진들 보고... 이런 미친놈들이 있나 했다고...."
"...."
"솔직히.... 당신이 그런 여자들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그리고 자랑하고 싶기도 했고.."
"자랑? 그런 걸 자랑해요?"
"......미안.."
'.................혹시.. 그 마사지샵도 당신이 꾸민 짓이에요?"
"아..아니야!... 정말로 아니야."
"...."
"난 부부마사지 교실이라고 해서......"
여기서 더 까발려진다면...
난 억울하다는 표정을 최대한 얼굴에 실어 아내에게 어필을 하게 된다.
"정말이라고.."
"....못 믿겠어요."
"...아니! 그렇게 시설 좋은 곳에 그런 짓을 할지 누가 알겠냐고....윽.."
흥분해 소리를 크게 내자 머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꼭 숙취로 인한 현기증과 고통을 느끼는 사람처럼 머리를 쥐게 된다.
"...알았어요."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준 몰랐어.... 사실 난 그 남자가 극장 앞에서 당신 쫓아왔던 그 잘생긴 놈인 줄 알았단 말이야.."
"....."
"정말로 난 당신이 인기 있는 게 좋다고 했잖아.... 솔직히 당신이 바람피는건 아닌지....망상하고 현실하고 헷갈렸고,, 그런 당신 모습 보다가 나도 모르게 흥분했던....미쳤었어...."
"당신은 그게 좋아서하는 건지, 강간을 당하는 건지 딱 보면 몰랐다고요?"
"아니야.. 보고 알았어... 근데...."
"......"
"미안해.. 내가 이상한 생각에 빠져서.. 정말 정신이 나갔었다고...."
"..........."
"나 정말 후회했어... 당신한테 미안해서 전화도 걸지 못할 정도로 정말 후회했고,, 당장이라도 쫓아가서 무릎 꿇고 빌려고 하다가.. 당신 얼굴 어떻게 봐야하는지...혹시나 이혼얘기 나오면 정말 무너질 거 같아서 가보지도 못했다고...."
"...제가 이혼 얘기 할 줄 어떻게 알았어요?"
"..........제발.. 여보.. 내가 아무리 잘못했다고 해도... 그건 아니잖아...."
"뭐가 아니에요?"
"........"
"아내 몰카 찍어서 다른 남자들하고 같이 보고.. 그것도 모자라서 강간당하려는 아내를 지켜만 보고.... 제가 어떻게 해야 되요?"
"......정말 미안하다고...."
"그게 미안하다는 말투에요?"
여자의 집요함은...
말꼬리에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끝없는 이길 수 없는 익숙지 않은 싸움에 나도 모르게 결국 짜증을 부리게 된다. 아니..... 감기로 인해 인내심을 지켜야 하는 내 스스로를 망각하고 당연히 화풀이를 하는 아내에게 나도 모르게 반격을 하고 말았다.
"당신도 저번에 그 사진보고 자위했잖아....."
"무..뭐라고요?"
"나 다 봤다고... 당신 그 전에 불 다 꺼놓고 컴퓨터 앞에서 팬티 내리고......"
아차... 아내의 얼굴이 더 심하게 붉어졌고,,,, 날 노려보는 두 눈이 심상치 않았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기에 조금이라도 아내에게 내 자신만큼 아내도 원하고 있었던 거 아니냐는 어필을 하게 된다...
"당신도 그 샵에서 그 남자가 저질스러운 말하면서 당신 대놓고 볼 때에도 좋아했잖아... 평소보다 더 느꼈고.,,,,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당신 술에 취했을 때.. 내겐 한 번도 안보여준 몸짓으로 좋아했다고.. 내가 조루로 고민하다가 겨우 얻은 기적 같은 약으로 당신하고 할 때.. 정말로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쾌감으로 당신 좋아했잖아...."
"정말 다시 생각해봐요.... 주무세요."
그대로 일어나..... 거실로 향한 아내는 옷도 안 갈아입고 걸어놨던 입고 온 옷을 들고 현관으로 나가버렸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이놈의 아집과 용감무쌍한 주댕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찢어진 이마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또 후회하게 된다.
벌써 아내가 돌아가고 나흘이 지났다..토요일인 휴일을 맞아... 난 여지없이 방안의 침대에 앉아 고민에 고민을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잡생각만 많아지고,, 거기에 쓸데없는 일까지 혼자 방에서 하게 된다...이런게 아내에게 쓸모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동안 몇 번이고 처갓집에 가려했던 나였지만..... 아내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답을 찾지도 못했기에 망설이기만 수없이 반복하는 찌질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될 거라는 생각에 옷을 주워 입는다. 그리곤 무작정 차를 몰고 아내가 있는 처갓집으로 향한다.
아파트인 처갓집에 도착한 난 만차인 주차장으로 인해 차를 도로가에 주차하고 우선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역시 받지 않는 전화였고, 마음을 다지듯 깊게 심호흡을 한 후 차에서 내려 아파트 입구부터 걸어가기 시작했고, 머릿속에는 온갖 상황을 떠올려보며 우선 장모님과 장인어르신에게 절부터 올리고 그대로 사죄하듯 용서를 빌어야 한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아내가 이 모든 걸 그대로 전할 리 없는 여자란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마도 최악의 상황은 내가 바람을 피웠다거나.. 아니면 평범하게 부부싸움으로 인해 처갓집에 묵고 있다는 걸로 말을 내 놨을 거라는 추리를 해보며 힘차게 걸음을 옮기는데... 정작 발걸음의 폭은 좁디좁았다..
막 아파트 입구에 당도해 높은 아파트를 올려다보는데.....
어디선가 너무도 익숙한 음성을 듣게 되었다.... 이건 확실히 아내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나도 모르게 몸을 담벼락에 숨기며 귀를 세우고 바짝 기대는데... 아내가 코너를 돌아 내 반대방향으로 걸어간다.. 정말로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운.. 아내의 뒷모습은.. 타이트한 스키니진을 입고... 거기에 흰색 티와 구멍이 숭숭 뚫린 긴팔 흰색 가디건을 입은..... 아무리 봐도 애 엄마로는 도저히 안 보이는 젊은 아가씨는 다름 아닌 아내가 분명했다.
길게 늘어트린 생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묶고 각선미를 그대로 드러낸 스키지진의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걷고 있는 아내의 옆에... 건장한 체격의 요즘 텔레비전에서 유행하는 옆머리를 바짝 잘라 머리통의 살결을 훤하게 드러낸 채 윗머리에 잔뜩 무스를 바르고 있어 찔리면 피가 날지도 모른다는 머리스타일의 남자를 보게 되었다..
아내보다 아무리 봐도 5~7살 적어보이는 그놈은 아내와 마찬가지로 똥 싼 청바지에 흰색 목폴라 티를 입고 아내와 나란히...
아니.. 아내에게 팔짱까지 끼며 그걸 거부하는 아내에게 장난을 치며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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