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아래 헬창 누나와 헬창 삼촌 27
정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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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12:18
냉장고 문을 열던 대성이 형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대성이 형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형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가 이내 가늘어졌다. 어두운 거실, 냉장고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빛이 대성이 형의 얼굴에 복잡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평소의 능글맞던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마치 속마음을 들켜버린 소년 같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대성이 형은 한숨을 쉬며 냉장고 문을 닫았다. 캔맥주 몇 개를 손에 든 채, 형은 다시 내 옆에 주저앉았다. ‘치익-’ 캔 따는 소리가 어색한 정적을 깼다.
"언제부터 알았냐?"
그것은 질문이라기보다는 혼잣말에 가까운 중얼거림이었다.
"하긴… 모르는 게 이상한가? 그렇게 티를 냈는데."
대성이 형은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리며 맥주를 한 모금 크게 들이켰다. 알코올의 힘을 빌려서라도 털어놓고 싶었던 오래된 비밀이, 예리한 한마디에 수면 위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좋아했지. 아니, 지금도 좋아해. 그 성질머리 더러운 암고릴라 같은 자식을."
대성이 형은 애써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하는 듯 했다. 우리 누나를 향한 대성이 형의 마음이, 그 거친 단어들 사이로 애틋하게 배어 나왔다.
"근데 어쩌겠냐? 그놈 눈에 난 그냥 죽마고우인데."
죽마고우끼리 성관계도 하고 그러나?
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 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만 그 때 욕실에서 대성이 형과 형의 친구들이 누나랑 섹스한 사실을 대성이 형은 내가 모르고 있다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대성이 형은 남은 맥주를 단숨에 비워버리고는, 빈 캔을 힘껏 찌그러뜨렸다. 캔이 찌그러지는 요란한 소리가 형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하는 듯 했다.
몇 캔을 걸치며 술기운이 오르자 대성이 형의 혀가 풀리기 시작했다. 대성이 형은 붉어진 얼굴로 살짝 웃음을 흘리며 바닥에 널브러진 빈 캔 하나를 발가락으로 툭 쳤다. 평소의 능글맞음과는 다른, 알코올에 젖은 솔직함이 눈빛에 번들거렸다.
"근데 진짜… 민지 그 자식은…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냐?"
대성이 형은 꼬인 발음으로 말을 시작했다. 시선은 허공 어딘가를 향해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누나의 모습이 가득 차 있는 듯했다.
"아니, 무슨… 여자가… 몸이 그렇게… 말이 되냐고."
대성이 형은 손으로 허공에 과장된 곡선을 그렸다. 마치 보이지 않는 조각상을 더듬는 듯한 손짓이었다. 대성이 형의 입에서는 필터링되지 않은 감탄과 욕망이 섞인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슴은 무슨… 수박 두 덩이를 달고 다니는 것 같고… 허리는 잘록한데, 골반은 또 태평양이야. 허벅지는 또 어떻고. 운동해서 그런가? 아주 그냥… 돌덩이 같다고, 돌덩이."
대성이 형은 혼자 중얼거리다가 약간 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웃음소리는 어딘가 씁쓸하게 들렸다. 친구의 동생 앞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있다는 자각과,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술기운 섞인 진심 사이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어릴 때 같이 수영장 갔을 때 있잖아. 그때 처음 봤는데… 와, 진짜… 충격이었다니까. 다른 여자애들이랑은 그냥… 종족이 다른 느낌?"
대성이 형은 잠시 말을 멈추고 술을 한 모금 더 마셨다. 취기가 한껏 오른 눈이 나를 향했다. 그 눈에는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약간의 자책감이 뒤섞여 있었다.
"너는 좋겠다, 새끼야. 어릴 때부터 매일 봤잖아. 나는…학교 다닐 때 운동장에서 땀 흘리는 거 볼 때마다… 미치겠다니까. 땀에 젖은 티셔츠 아래로 그… 실루엣 보일 때마다… 아, 씨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대성이 형은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헝클더니 남은 술을 단숨에 털어 넣고는, 빈 캔을 바닥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미안하다. 친구 누나한테… 할 소린 아닌데. 술이 웬수지, 술이."
대성이 형은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렸다. 술기운을 빌려 쏟아낸 진심의 끝은, 결국 미안함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자조였다.
"이해해."
"뭐?"
"이해한다고. 누나한테 그런 마음 품는 거."
내 말에, 대성이 형은 나를 지그시 쳐다봤다. ‘이해한다’는 내 담담한 목소리는, 어떤 질책이나 비난보다 더 형의 가슴을 후벼 파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대성이 형은 차라리 욕이라도 해주길 바란 것일까?
대성이 형은 무언가 말을 하려 입술을 달싹였지만, 목구멍에 뭐라도 걸렸는지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형은 결국 말없이 맥주캔을 하나 더 집어 들었다. ‘치익-’ 하고 캔 따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네가 뭘 이해해, 새끼야.”
한참 만에, 대성이 형이 툭 내뱉듯 말했다. 목소리는 잔뜩 잠겨 있었다. 대성이 형은 내 시선을 피하며 맥주를 입으로 가져갔다.
대성이 형은 남은 맥주를 단숨에 들이켜고는, 빈 캔을 신경질적으로 구겨 바닥에 던졌다.
“됐어. 내가 주정 부렸다. 잊어버려.”
대성이 형은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술기운과 격해진 감정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듯했다. 대성이 형은 당장이라도 눈꺼풀이 감길 기세였다. 그 때 대성이 형의 핸드폰 알림음이 들렸다. 문자를 확인한 대성이 형은 내게 자신의 핸드폰을 건네주더니 지금 잘 거니까 내일 얘기하자는 내용만 문자로 대신 보내달라고 한 뒤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나는 대성이 형이 시키는 대로 답장만 보내고 휴대폰을 끄려고 했는데 눈에 띄는 단톡방이 있었다. 대성이 형, 건우 형, 강민이 형 이렇게 셋이서 만든 방이었는데 이 세 사람은 예전에 이 집 욕실에서 누나와 난교를 한 적이 있다. 그 때의 기억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나는 대화방을 엿봤다.
화면을 위로 밀어 올리자, 과거의 대화 기록들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단순한 욕망의 나열이 아니었다.
[박건우] : 고딩 때가 좋았지… 민지가 우리 아지트 와서 술 마시고 그냥 꼴리면 박게 해줬는데.
[최강민] : ㅇㅈ. 그때 민지 존나 걸레였잖아. 주는 대로 다 받아먹고. 대성이 너는 제일 많이 하지 않았냐?
[대성] : …아가리해라.
대성이 형의 짧은 대답에는 수치심과 분노, 그리고 과거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는 것 같았다. 내 눈에 그들의 대화 내용은 상상했던 순수한 짝사랑의 모습보다 십 대 시절의 치기 어린 욕망과, 누나를 성적인 대상으로만 소비했던 과거의 기록처럼 보였다.
[박건우] : 대학 가고 배구부 들어가더니 갑자기 존나 비싸게 굴더라. 우리가 박자고 해도 쌩까고.
[최강민] : 누구 만난다고 했었나? 우리한테는 이제 대주지도 않고.
[대성] : 그만하라고 했다.
대성이 형의 두 번째 경고는 더욱 날카로웠다. 형은 친구들의 저급한 대화에 동조하지 않으려는 듯 선을 그었지만, 형 역시 그들의 과거에 함께 얽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여전히 대성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평온함이 오히려 기괴하게 느껴졌다. 내가 들고 있는 핸드폰 액정의 차가운 빛이, 얼굴 위로 복잡한 감정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나는 화면 속 대화를 더 읽었다.
[박건우] : 아, 옛날 생각하니까 또 꼴리네. 대성이 너, 민지 신음 소리 기억나냐? 존나 색기 넘쳤는데.
[최강민] : ㅋㅋㅋ 미친놈. 근데 진짜였지.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더니, 나중에는 자기가 더 해달라고…
[대성] : 그만해라, 개새끼들아.
이번 대성이 형의 메시지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형은 더 이상 친구들의 저급한 농담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강한 어조로 그들의 말을 끊었다. 그 메시지 뒤로, 한동안 대화창은 조용했다.
잠시 후, 강민 형이 조심스럽게 새로운 메시지를 띄웠다.
[최강민] : …알았다. 미안. 근데 너 아직도 민지 그렇게 좋냐? 그냥 고딩 때 잠깐 즐긴 거 아니었어?
[대성] : ……
대성이 형은 대답이 없었다. 그의 침묵은 수많은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 듯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저 길고 무거운 침묵. 그 침묵을 깬 것은 건우 형이었다.
[박건우] : 야, 우리가 뭐 틀린 말 했냐. 솔직히 우리 다 민지 좋아하잖아. 대하는 게 좀 달라서 그렇지. 대성이는 순정파고, 우리는 그냥… 몸정이 먼저 든 거고.
건우 형의 메시지는 변명처럼 들렸지만, 그 속에는 나름의 진심이 섞여 있었다. 그들 역시 누나를 단순히 하룻밤 상대로 여긴 것이 아니라, 서툴고 비뚤어진 방식이었을지언정 누나를 여자로서 좋아하고 있다는 뉘앙스가 묻어났다. 이에게 누나는 첫 성적 판타지의 대상이자, 손에 닿지 않는 첫사랑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최강민] : …솔직히 말해서, 민지 같은 여자는 다시 못 만날 것 같다. 그냥 몸만 좋은 게 아니라… 뭐라고 해야 하지. 사람을 확 휘어잡는 뭔가가 있어. 침대에서도 그렇고.
그 말에 건우 형이 곧바로 동조했다.
[박건우] : 맞아. 그냥 박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교감하는 느낌? 눈 마주치면서 할 때… 진짜 온전히 내 여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은 한창 만나고 있다는 그 누군지 모를 새끼만 보고 있겠지만.
형들의 대화는 더 이상 과거의 일을 들추며 누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누나와의 육체적 관계를 통해 느꼈던 깊은 감정적 연결,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서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성욕의 배설이 아닌, 한 여자에게 깊이 빠졌던 남자들의 솔직한 고백에 가까웠다.
그들의 진심 어린 어조에, 그동안 굳게 닫고 있던 대성이 형도 반응했다.
[대성] : …알면 됐다.
그 짧은 대답은 더 이상 분노나 제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너희도 이제야 내 마음을 아는구나’ 하는 듯한, 씁쓸한 동질감과 체념 섞인 긍정이었다. 대성이 형은 친구들이 누나를 단순한 성적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친구들을 자신의 영역 안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박건우] : 그래서 더 미치겠다고. 한번 맛본 걸 잊을 수가 없으니까. 대성아, 너는 오죽하겠냐.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더 깊이 알았을 텐데.
건우 형의 말은 대성이 형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르는 동시에, 그의 진심을 이해한다는 위로처럼 보였다. 그 순간, 세 남자는 민지라는 한 여자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상처받고 욕망하는, 하나의 공동 운명체처럼 보였다.
거실을 채우는 냉장고의 낮은 소음이 유난히 신경을 긁었다. 누나 친구들의 대화는, 내가 알지 못했던 그들 사이의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단톡방을 빠져나오자, 아래에 누나의 프로필 사진과 함께 ‘대성’의 이름이 나란히 놓인 개인 대화방이 눈에 들어왔다. 그 짧은 미리보기 창에 ‘민우’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망설임은 짧았다.
화면을 누르자, 예상치 못한 대화의 풍경이 펼쳐졌다. 일단 이 많은 걸 다 읽을 수도 없지만 최대한 초기 대화부터 읽고 싶어 스크롤을 좀 올렸다.
[대성] : 괜찮아?
[민지] : 뭐가?
[대성] : 민우 일 말이야.
누나의 퉁명스러운 대답에도, 대성이 형은 끈질기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꺼냈다.
[민지] : 봤냐?
[대성] : …어. 멀리서. 너 표정 안 좋아 보이길래. 무슨 일 있었어?
[민지] : 신경 꺼.
[대성] : 민지야.
대성이 형은 누나의 이름을 불렀다. 그 이름 뒤에는 수많은 감정이 응축되어 있는 듯했다. 걱정과 안타까움, 그리고 차마 말로 다 하지 못하는 깊은 연민.
[대성] : 너 민우랑… 그런 사이인 거 알아. 언제부터였는지는 몰라도, 네가 그 자식 보는 눈빛 보면 알아.
충격적인 고백이었다. 대성이 형은 그저 짐작하는 것이 아니었다. 명확히 알고 있었다. 나와 누나의 관계를.
[민지] : ……
[대성] : 힘들면 나한테라도 기대. 꼭 남자가 아니어도 되잖아. 그냥… 친구로. 네가 무슨 짓을 했든,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그냥 네 편 해줄게. 그러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마.
대성이 형의 메시지는 누나가 남동생과 금지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는 비난 대신 위로를 건넸다.
[민영] : 네가 뭘 알아?
[대성] : 다는 모르지. 근데 하나는 알아. 너 지금 되게 위태로워 보여. 민우 그 자식도 마찬가지고. 둘 다 결국 상처받을 거야.
내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화면을 위로 쓸어 올렸다.
[대성] : …아직도 화났냐?
[민지] : 뭐가?
[대성] : 그날… 너 술 마시고 잠들었을 때, 내가 안에다 한 거.
누나의 메시지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체념과 미안함이 뒤섞여 있었다.
[민지] : 화 안 났어. 네가 멋대로 한 건 좀 그렇지만, 그렇다고 화낼 일은 아니지.
[대성] : ……
[민지] : 우리가 처음 했을 때, 원하면 언제든 해도 좋다고 한 건 나였으니까. 그래놓고 내가 일방적으로 너희들 밀어낸 거잖아. 그건 이해해. 미안하게 생각해.
누나의 말은 마치 오래된 빚을 갚는 사람처럼 담담했다. 과거의 약속. 그것은 단순한 허락이 아니라, 그들 사이에 존재했던 육체적 관계의 역사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누나는 그 과거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성] : 그럼 왜 피하는데?
[민지] : …그냥. 민우한테 미안해서. 그 애를 배신하는 것 같아서, 그게 불편해.
배신감 때문에 불편하다는 누나의 말에, 대성이 형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진심을 쏟아냈다.
[대성] : 네가 부르면, 나는 언제든지 너한테 갈 거야. 민우 때문이라면… 그냥 아무도 모르게 만나면 되잖아. 네가 외롭거나, 그냥… 누가 필요할 때. 예전처럼.
그의 메시지는 절박한 애원이자,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대성이 형은 누나의 죄책감을 파고들어, 과거의 익숙했던 관계로 돌아가자고 속삭이고 있었다. 그는 누나의 약한 부분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것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누나의 짧은 메시지는 그로부터 20여 분 뒤를 기준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민지] : …생각 좀 해볼게.
그것은 긍정도, 부정도 아니었다. 그러나 단호한 거절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대성이 형에게는 희망의 여지를 남기는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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