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아래 헬창 누나와 헬창 삼촌 19
정철2
10
533
4
20시간전
내 동공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내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어 버렸다.
눈앞에서 벌어지 상황을 이해하려는 모든 시도는 혼란 속에서 길을 잃었다.
누나가 왜 갑자기, 내 앞에서 옷을 벗으려 하는가. 이것이 분노의 표현인가? 슬픔의 발로인가? 아니면 상상조차 하기 두려운 어떤 종류의 제안인가?
나는 어떠한 합리적인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그저 눈앞의 광경을 필름처럼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누나는 내 혼란스러운 표정을 봤을 텐데도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오히려 나의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누나의 입가에 희미하고 냉소적인 미소가 걸렸다.
누나는 두 번째 단추에 손가락을 걸었다.
딱, 하고 단추가 풀리는 작은 소리가 정적 속에서 유난히 크게 울렸다.
단추가 풀린 틈새로 누나의 짙은 구릿빛 피부와 깊은 가슴골의 그림자가 언뜻 드러났다.
그 작은 틈은 시선을 떼려 해도 뗄 수 없는 모든 이성을 빨아들이는 위험하고 매혹적인 심연이었다.
"왜, 무서워?"
누나의 목소리는 와인에 젖어 낮고 허스키했다. 그것은 순수한 질문이라기보다는 내 심장을 꿰뚫는 조롱에 가까웠다.
누나는 나의 반응을 즐기고 있었다.
삼촌이 구속된 후 처음으로 누나의 눈에 생기 비슷한 것이 돌아온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건강한 생기가 아닌, 상처 입은 맹수가 발산하는 위태롭고 파괴적인 광기로 보였다.
누나는 세 번째 단추마저 풀어헤쳤다. 이제 누나의 가슴골은 거의 반쯤 드러나 있었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풍만한 K컵 가슴이 셔츠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듯 아슬아슬하게 부풀어 올랐다.
나는 목이 타들어가는 것 같아 마른 침을 삼켰다. 나는 뒷걸음질을 치고 싶었지만 발이 바닥에 뿌리라도 내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
도망쳐야 한다는 이성과 이 광경을 끝까지 보고 싶다는 본능이 내 안에서 격렬하게 충돌했다.
누나는 내 셔츠의 멱살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잡지는 않았다.
누나의 손가락이 내 셔츠의 첫 번째 단추와 두 번째 단추 사이로 들어왔다. 누나의 차가운 손끝이 내 맨살에 닿자 나는 살짝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삼촌은 이럴 때 어떻게 했더라......"
누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누나가 삼촌을 거론하자 나는 눈쌀을 찌푸렸다.
누나는 내 눈을 들여다보며 마치 나를 시험하듯 물었다.
"너라면 어떻게 할 건데?"
누나의 도발적인 질문과 행동에 대한 내 반응은 누나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나는 얼어붙거나, 당황하거나, 혹은 누나의 유혹에 넘어오는 대신 마치 이 모 상황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인 마냥 미묘한 거리감을 두었다.
내 마음속에서 당혹감은 사라지고, 대신 상황을 파악하려는 냉정한 관찰자로서의 마음이 자리잡았다.
나는 경계하는 것도, 그렇다고 완전히 회피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태도로 누나의 의도를 가늠하고 있었다.
나의 그런 태도에 누나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누나의 손가락은 여전히 내 셔츠 단추 위에 머물러 있었지만 더 이 다음 행동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누나가 준비한 무대 위에서 상대 배우가 대본에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한 감독처럼 누나는 순간적으로 혼란에 빠진 듯 했다.
내가 이 도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누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누나의 의도된 도발이 나에게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나가 이 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
정적이 흘렀다.
내 침묵은 동의도, 거절도 아니었다.
그저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건데?'라고 묻는 듯한 무언의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나의 그런 반응에 누나의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던 파괴적인 충동이 맥없이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술기운과 상실감에 기댄 채 저질렀던 즉흥적인 행동이, 나의 냉정한 태도 앞에서 한없이 유치하고 부끄럽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누나는 내 셔츠에서 손을 떼어냈다. 차갑게 식어 버린 손끝이 어색했다.
"재미없네."
누나는 나지막이 읉조리며 나에게서 등을 돌렸다. 더 이상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는 듯이.
누나는 다시 소파 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가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던 와인병을 집어 들었다.
누나의 어깨는 아까보다 더 작고 위태로워 보였다.
누나는 나에게 보여주려던 망가진 자신의 모습이 내 무관심 앞에서 얼마나 초라한지를 깨달았을 것이다.
삼촌이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누나를 거칠게 벽으로 밀어붙이거나, 혹은 누나의 옷을 단번에 찢어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삼촌이 아니었다.
누나는 와인병을 입에 가져가 남은 와인을 전부 들이켰다.
빈 병을 쥔 누나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
나는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를 느꼈다.
이전에 나였다면 냉정한 관찰자 같은 눈으로 누나를 망연히 바라봤겠지만 지금은 누나의 불안정한 상태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다는 감정이 서려 있었다.
나는 누나의 도발이 단순한 유혹이나 장난이 아니라 상처받은 영혼의 필사적인 구조 신호임을 깨달았다.
누나는 지금 자신을 망가뜨려서라도 텅 빈 마을 채워줄 누군가를 절실히 원하고 있었다.
그 대상이 바로 나 자신임을 마침내 직시했다.
나는 조용히 누나의 곁으로 다가갔다.
나는 거칠게 누나를 돌려세우거나 누나의 몸을 탐하지 않았다.
대신, 누나의 손에서 차갑고 단단한 와인병을 조심스럽게 빼앗아 들었다.
나의 손가락이 누나의 손등을 스치는 순간 누나는 저항 없이 힘을 풀었다.
나는 빈 병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다시 누나를 마주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풀어헤쳐진 누나의 셔츠 단추를 향해 손을 뻗었다.
누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나는 옷을 더 벗기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맨아래 풀린 단추부터 다시 채워주기 시작했다.
나의 손길은 서툴고 조금 떨렸지만 그 안에는 누나를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단추가 하나씩 채워질수록 누나의 드러났던 살갖은 다시 옷 속으로 감춰졌다.
마치 내가 누나의 상처를 하나씩 꿰매주는 것만 같았다.
마지막 단추까지 모두 채운 나는 그대로 누나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것은 성적인 의도가 전혀 없는 오직 위로와 안정을 주기 위한 포옹이었다.
누나는 내 품에 안긴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누나의 몸은 긴장으로 뻣뻣했지만 얼어붙었던 마음 한구석이 내 온기에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누나는 고개를 들어 내 어깨에 턱을 기댔다.
누나는 기댄 채로 내 심장을 관통하는 화살과도 같은 말을 했다.
희미하지만 분명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인 그 한마디.
그 말속에 담긴 수많은 의미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내 옷 단추를 푼 남자는 많았지만 채워 준 남자는 네가 처음인 거 알아?"
그것은 단순한 사실의 전달이 아니었다.
누나가 겪어온 수많은 관계의 공허함과 그 속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작은 진심에 대한 놀라움과 어쩌면 희미한 감동까지 담겨 있는 복잡한 감정의 결정체였다.
나는 누나를 안고 있던 팔에 나도 모르게 힘을 주었다.
누나의 말이 내 안에서 잠자고 있던 무언가를 깨우는 듯 했다.
그동안 누나를 향한 내 감정을 비참한 짝사랑, 혹은 넘볼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동경이라고만 치부해 왔다.
다른 남자들처럼 누나를 소유하고 정복할 수 없음에 대한 열등감에도 시달렸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누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그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말하기에는 주제넘은 약속처럼 들렸다.
나는 그저 누나를 조금 더 꽉 끌어안았다.
말보다 행동으로 내 진심이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누나의 어깨에 얼굴을 묻자 땀과 와인이 뒤섞인 누나의 체취가 더욱 짙게 끼쳐왔다.
상처 입고 지친 누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애틋한 향기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 동안 서로의 체온에 의지한 채 말없이 서 있었다.
단단하게 쌓아 올렸던 누나의 방어벽이 드디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누나는 순간적으로 숨을 멈췄다.
억지로 눌러 왔던 슬픔, 외로움, 그리고 그리움이 한꺼번에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이었다.
언제나처럼 퉁명스럽게 받아칠 거라 예상했던 내가 그저 말없이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한 이런 행동을 하자 누나의 눈물샘을 터뜨리는 방아쇠가 되었다.
"크흡..."
누나의 어깨가 떨리기 시작하자 오늘은 누나의 등이 유난히 좁게 느껴졌다.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온 울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흐으...끅, 흐어엉....!"
누나는 고개를 숙인 채,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언제나 당당하고 씩씩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저 상처받고 약해진 한 명의 여만이 보일 뿐이었다.
아빠가 집을 비운 이후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약한 모습이었다.
그 일이 있은 뒤에도 누나는 친구들 앞에서 괜찮은 척, 더 활기찬 척 연기를 하고 혼자 있을 때는 술기운에 기대어 간신히 버텼지만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주는 사람의 품 안에서, 누나는 더 이상 강한 척을 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았다.
누나는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아이처럼 서럽게 울었다.
뜨거운 눈물이 내 옷을 축축하게 적셨다.
"너무하잖아! 나더러 어쩌라는 건데! 이 나쁜 새끼......!"
원망 섞인 목소리가 울음과 뒤섞여 뭉개졌다.
누나는 내 등을 꽉 끌어안았다.
마치 지금 잡고 있는 이 온기마저 놓치면 세상에 정말 혼자 남겨질 것 같다는 듯이.
나는 누나의 등을 쓸어 주며 계속 위로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그동안 짊어지고 있던 무거운 마음의 무게만큼, 슬픔의 깊이만큼, 눈물은 하염없이 쏟아져 내렸다.
* * *
눈을 뜨자마자 나는 내 방 천장과 마주했다.
창문 틈새로 스며든 아침 햇살이 방 안을 희미하게 밝혔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가 빛줄기 속에서 반짝이며 춤을 췄다.
아침인가?
고요한 정적 속에서 들리는 것은 규칙적인 숨소리 뿐이었다.
새근, 새근...
어라?
이건 내 숨소리가 아니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린 나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놀랐다.
내 옆에서 누나가 깊은 잠에 빠져 자고 있었는데 우린 한 침대 위에서 같은 이불을 덮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이상의 문제가 있었다.
이불이 누나의 가슴 언저리까지 덮여 있었는데 이불 밖으로 드러난 매끄럽게 빛나는 건강한 구릿빛의 어깨선은 누나의 맨살이었다.
나는 이불을 휙 들쳐내며 누나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라는 걸 확인한 순간 빛의 속도로 이불을 다시 내렸다.
그리고 이불을 잠깐이나마 걷어 올린 덕분에 나도 지금 발가벗은 나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짹짹거리는 새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평화로운 아침이었지만 지금 내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였다.
옆에서 자고 있는 누나는 느긋하게 몸을 뒤척였다.
"으음...."
하고 잠결에 낸 콧소리가 공기 중에 옅게 흩어졌다.
누나는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당기며 더 편안한 자세를 찾으려는 듯 몸을 웅크렸다.
어젯밤의 슬픔은 온데간데 없이 그저 깊고 편안한 잠에 빠져 있는 얼굴이었다.
땀으로 젖어 이마에 달라붙은 몇 가닥의 머리카락과 살짝 벌어진 도톰한 입술은 무방비했다.
밤새 흘린 눈물 자국도 사라지고 잠결에 살짝 찡그린 미간만이 희미한 흔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어젯밤의 와인 때문인지, 아니면 깊은 잠 때문인지, 누나의 몸에서는 평소보다 더욱 진하고 달큰한 체취가 섞인 알코올 향이 은은하게 풍겨 나왔다.
"으음..."
누나는 잠결에 나지막한 신음을 흘리며 몸을 뒤척였다.
누나의 맨팔이 이불 밖으로 빠져나와 옆으로 뻗어졌다.
탄탄한 근육으로 다져진 팔이 침대 위를 더듬거리다 이내 익숙한 온기를 찾은 듯 멈췄다.
그리고는 무의식적으로 그 온기를 향해 파고들었다. 마치 추운 겨울밤, 따뜻한 난로를 껴안는 것처럼.
누나는 잠꼬대하듯 무언가 웅얼거리며 더욱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방 안에는 어젯밤 마신 와인의 시큼한 포도향과 누나의 달콤한 체취, 그리고 서로의 뒤섞인 살냄새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가득 차 있었다.
침대 밑 바닥에 어지럽게 널브러진 옷가지들, 바닥에 쓰러진 와인병까지.
지난밤의 혼란을 짐작할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한 곳에서도 누나의 잠든 얼굴은 기묘할 정도로 평화로워 보였다.
모든 슬픔을 잊고, 오직 이 순간의 안락함에만 기대어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누나의 가슴이 숨을 쉴 때마다 부드럽게 오르내리는 움직임만이, 이 고요한 아침의 유일한 시간의 흐름을 증명하고 있었다.
'주여......'
상상을 초월하는 현타가 찾아온 나는 내 손아귀에 얼굴을 묻고 몸이 굳을 대로 굳었다.
그렇게 내가 꼼짝도 않은 채 하염없이 시간을 흘려 보내고 있는 사이에 누나가 잠에서 깼다.
"으음...아, 머리야...."
나지막한 신음과 함께 누나가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밤새 굳어 있던 목을 좌우로 돌리자 뚜둑, 하는 소리가 났다.
부스스한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뜨리며 누나는 무심코 이불을 걷어내려 했다.
하지만 이불 아래로 느껴지는 서늘한 공기와 맨살에 닿는 시트의 감촉에 누나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고개를 숙인 누나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자신의 몸이었다.
봉긋한 가슴과 건강한 구릿빛의 복근이 아침 햇살 아래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뭐야?"
자신이 왜 나체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누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이 덜 깬 누나의 시선이 천천히 내 쪽으로 향했다.
똑같이 알몸인 채 얼굴을 감싸 쥐고 있는 내 모습을 본 누나의 입에서 어이가 없다는 듯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허."
순간 누나의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누나는 이내 입술을 꾹 깨물었다.
어색하고 당황스러운 이 분위기를 견딜 수 없는 듯 했다.
여기서 당황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건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 건지 누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꼬맹이? 아침부터 웬 명상 자세야? 어젯밤에 아주 그냥 누나를 상대로 대단했나 보지?"
누나는 일부러 더 크게 웃으며 격려하듯이 내 등을 퍽, 퍽, 하고 거칠게 두드렸다.
평소의 장난기 어린 손길이었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이 누나의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크으...우리 동생 다 컸네, 다 컸어! 언제 이렇게 커서 술 취한 누나도 덮치고 말이야! 이야, 이거 완전 상남자 아니냐?"
목소리는 평소처럼 유쾌했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높고 빨랐다.
누나는 애써 내 시선을 피하며 방 안을 둘러봤다.
바닥에 어지럽게 널브러진 서로의 옷가지들이 눈에 들어오자 누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술에 취했다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미칠 지경이겠지.
"아이고, 등짝아. 어젯밤에 얼마나 격렬했으면 기억도 안 나네. 너, 똑바로 말해. 누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어?"
짖궂은 농담을 던지면서도 누나의 귓불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누나는 슬그머니 이불을 끌어당겨 자신의 가슴을 가렸다.
언제나 자신만만하던 누나의 얼굴에 난생 처음 보는 복잡미묘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아니, 덮친 게 나라고?"
내 반문에 누나는 내 등을 두드리던 손을 멈췄다.
이어 누나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뜨렸다.
"푸흡!"
마치 세상에서 가장 어이없는 소리 들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야, 그럼 내가 너를 덮쳤겠냐? 이 누님이? 어? 술 취해서 엉엉 우는 가련한 누나를 네가 덥석! 하고 덮친 거지!"
누나는 다시 한 번 과장되게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쳤다.
하지만 누나의 눈빛은 웃음기와는 달리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지금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 어색하고 민망한 상황의 원인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됐고! 기억 안 나면 할 수 없지, 뭐. 어차피 술 먹고 한 일을 뭐 대수라고. 안 그래?"
누나는 애써 쿨한 척 어깨를 으쓱하며 이불을 고쳐 덮었다.
그러나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허공을 헤매는 눈동자는 누나의 속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누나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듯 말했다.
"아, 머리 아파 죽겠네."
"그러게 곱게 좀 마시라니까. 무슨 숭늉인 줄 알아? 도수 높은 와인을 벌컥벌컥 퍼마셔대니 머리가 비명을 지르지."
"아, 됐고 가서 해장 라면이나 끓여와 봐. 어젯밤에 누나한테 힘 썼으면 이 정도 서비스는 해줘야지. 안 그래?"
누나는 장난스럽게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하지만 그 손길에는 평소와 같은 힘이 실려 있지 않았다.
귓불을 넘어 목덜미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른 누나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뿐일 것이다.
나 역시 이불 속에서 느껴지는 서로의 맨살이 닿는 감촉이 자꾸만 신경 쓰여 미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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