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숙, 나의 여자 15

나의 하숙, 나의 여자 15
젊으니까 여자 생각이 주기적으로 났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인사동에서 만나 쎅스를 즐겼다. 그녀는 나이는 50대 중반이었어도 몸은 여자였다.
아니, 내게는 20대 처녀들보다 훨씬 더 맛있고, 매력적인 육체의 소유자였다. 초과 연령차 여성과의 연애 맛이 그래서 좋고, 엄마나 이모, 숙모, 고모, 큰누나 같은 초과 연령차 근친 관계가 그래서 떼기 어렵다. 다른 여자들은 맛이 없어진다. 은밀한 쾌락이 없으니 재미도 덜하고.
그렇지만 남녀관계에 몸이 전부는 아니다. 사랑은 반드시 식게 돼 있다. 남자는 그 식는 과정을 부드럽게 넘겨야 한다. 불꽃을 훅 꺼 버리거나 찬물을 확 끼얹어 더 빨리, 완전히 진화하고 다른 여자에게로 가려고 해선 안 된다. 그러다가 꼭 시끄러워지고, 여자에게 큰 상처를 안겨 주게 된다.
어머니(나의 친어머니)가 서울 올라오기 전 살던 지방 대도시 동네 아줌마의 조카를 소개해 주었다. 중학교 선생이었다. 인물이나 몸매, 성격이 나쁘지 않았다. 나는 그 무렵 장남으로서 부모, 특히 어머니 마음에 맞는 여자와 결혼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고, 그런 여자가 있을 턱도 없었지만, 그때는 그런 마음을 먹었다. 이런 게 다 운명이다. 지금 마누라를 만나려고 그랬던 것 같다. 착하지만 성적 매력은 떨어지는 여자다. 어쩌면, 젊어서 성숙한 여인의 몸을 실컷 누린 업보(?)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마누라와 성적으로 극도의 쾌감을 느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냥 부부니까 했다. 잠재의식적으로 아줌마 몸에 길들여진 중독 증상이 마누라로부터 매력을 느끼거나 쾌감을 얻는 데 방해도 되었을 것이다.
아줌마와 나는 결혼 후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몇 번밖에 만나지 않았다. 성욕을 풀 상대가 공짜로 옆에 있어서기도 했지만, 결혼 전에 우리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일들을 겪었다.
다른 여자에게로 영원히 떠나는 미래가 다가오면서 만나면 다투는 일이 잦던 시절 그녀가 딸이 사는 아파트에서 기거할 때 그곳으로 내가 간 적이 있다. 아마 아줌마가 멀리 외출을 하지 못할 상황이라 그랬던 것 같다.
아줌마의 딸(중학교 교사)은 그때 결혼해서 딸 하나를 낳았는데, 아줌마가 그 손녀를 봐 줄 겸 그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그 아기 아빠가 딸의 반장 학생인지 남편인지는 알 수 없다. 그 딸과 아줌마는 진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손녀의 얼굴이 말해 줄 거니까.
우리는 그날 매우 심하게 싸웠다. 나는 처음으로 아줌마에게 쌍욕을 했다. 엄마 같은 나이이기도 하고 평소 교양을 잃지 않는 여자라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극도로 화가 나고 탈출구가 안 보이니 자연스럽게 욕이 나왔다. 시발년이란 말을 두세 번 했던 것 같다.
우리 사이는 그렇게 끝이 나고 있었다. 물론 몸이야 그 뒤로도 몇 번 또 교접이 있었지만, 마음은 회복 불가능 상태가 되었다. 아줌마가 어느 날 전화로 청구서를 보냈다.
"앞으로 매월 OO만원씩 보내!"
올 것이 왔다. 여자와 좋은 관계가 끝나면 남은 건 돈 문제다. 아줌마는 아마 내가 전문직 시험 준비를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무료로 하숙을 했던 것부터 나 때문에 입은 재정적, 정신적 피해를 보상받고 싶은 생각으로 송금을 요구했을 것이다.
아줌마는 서로 좋아서 몸을 탐하기는 했어도 내가 너무나 자기 몸만을 먹고 싶어 할 뿐 다른 배려는 안 하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하고 그 배신에 떨었다. 그건 거의 사실이었다. 나는 아줌마와 쎅스는 즐기되 내가 갈 길은 따로 있다고 편리하게(이기적으로) 생각했으니까.
나는 그러면서 아줌마도 그걸 이해하고 포기한 줄로만 알았다. 자기는 나이가 많고, 자기도 남편이 있는 몸이며, 나는 젊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려야 하는 남자라는 걸 잘 아는 사람이라는, 이심전심만 믿고 너무 방심을 했던 것이다.
아줌마가 그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너무 자기 몸 따먹는 욕심만 보이지 정신적, 경제적으로 자기를 위해 베풀 줄 전혀 모르는 나쁘고 철없는 인간이라고 본 것이었다. 그렇게 사이가 안 좋을 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는 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이리 끌고, 저리 끌고 다녔어."
여자에게 중요한 건 몸보다는 마음이고, 돈이다. 나는 이 후자 2가지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 이런 걸 못하는 남자들은 아예 초과 연령차 불륜이나 근친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쾌락은 순간이고 상처는 영원하다.
이런 게시판들에서 보이는 야설 중에 둘 관계가 오래갔으면 하고 바라지만, 몇 달 불타다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게 잘하는 것이다. 결국 아닌 관계라면 일찍 끝내는 게 서로를 위해 좋다.
아줌마에게서 송금 협박을 받고 나는 걱정을 했다. 안 보내면 마누라에게 알리겠다고 생난리를 칠 것이고, 보내자니 액수가 부담이 됐다. 그래서 자존심은 잠시 어디로 던져 놓고 전화로 사정을 했다.
"내가 그 돈을 매월 보내기엔 좀 많아. OO만원을 OX만원으로 낮추면 안 돼?"
그녀의 대답은 단호했다.
"안 돼. 다 보내!"
이미 딴 여자에게로 간 놈 사정 봐 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소심한 나는 힘없이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 후 OO 은행(그녀 딸 아파트 단지 안에 이 은행 지점이 있었다)으로 요구한 금액을 매달 꼬박꼬박 보냈다.
송금 신청서(영수증)들은 사무실 책상 서랍에 두었다. 결혼하고 3년 쯤지나 회사를 옮기려고 할 때 이 영수증도 함께 봉투에 넣고 집으로 가져다 놓았는데... 마누라가 이걸 본 모양이다. 어느 날 퇴근하니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돈 보낸 종이들 어떻게 된 거예요?"
그 영수증에는 OOO이라는 아줌마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빼도 박도 못하게 걸렸다. 나는 재빨리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했다.
"하숙집 아줌마인데... 시험 준비하느라고 돈 안 내고 하숙했던 거 갚으라고 하더군. 그때는 괜찮다고 하더니 취직하니까 마음이 달라져서 달라고 하니 매월 보낸 거야."
마누라가 그때 의심을 했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아마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설명이 그럴 듯했으니까. 여자에게는 뭔가를 흘리고 다니지 말아야 한다.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한다. 뭘 뒤지고 찾는 걸 본능적으로 아주 잘하는 동물이다. 귀신이다.
월급에서 뺄 수는 없어(마누라에게 전액을 줬으니) 부수입(?)으로 이 돈을 해결했다. 달마다 송금 일자가 다가오면 머리가 아팠다. 부수입을 일부러 만든 적도 솔직히 많았다. 직업상 부정행위였다.
송금 햇수가 5년이 조금 못 되었을 때 아줌마에게 만나자고 전화를 했다. 나는 오랜만에 그녀 몸이 생각나서였는데, 아줌마는 돈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여관 침대에 나란히 앉아서 얘기할 때 그녀가 먼저 나직이 말했다.
"돈 이제 그만 보내..."
나는 뜻밖의 말을 듣고 속으로 놀랐다. 동시에 드디어 악몽이 이렇게 끝나는구나,라는 안도의 한숨도 쉬었다. 그녀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눕혔다.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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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숙, 나의 여자> 고백 씨리즈 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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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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