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숙, 나의 여자 10

나의 하숙, 나의 여자 10
아줌마와의 제주도 신혼여행은 나의 몇 년 후 진짜 신혼여행지를 제주도 외 관광지로 바꾸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애틋한(비밀스런) 추억의 그곳을 다른 여자와 갈 수 없어서였다.
엄마와의 근친이 그렇듯이 그 관계의 맛을 보고 나면 어린 여자와는 맛이 없어진다. 풋사과를 먹는 것과 같다. 그냥 기계적으로 할 뿐이다. 하면서도 그 여자를 생각한다. 무서운 중독이다. 이것은 끝까지 정상적인 결혼 관계를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우리는 부부가 되어 서울로 돌아왔다.
나는 정복감을 학구열로 연결시켜 전문직 시험 공부에 들어갔다. 서울에서는 성관계를 자주 할 수 없는 환경이기도 했다. 내가 백수여서 낮에 주로 했지만, 한 번 고지에 오른 나는 맨날 그 생각만 한 건 아니었다. 고시 공부 비슷한 거라 낮에는 책을 보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줌마가 밖에서 만나자고 했다. 색다른 이벤트였다. 한복으로 성장을 하고 이화동 쪽 호텔에 투숙했다. 그리고 전화를 걸어 나에게 몇 호실로 오라고 했다.
우리는 거기서 오랜만에 운우지정을 나눴다. 아마도 딸의 눈을 피해 날 만나고 싶어 그렇게 한 것 같다. 옷은 어떤 행사에 간다는 거짓말을 위해 한복을 골랐을 것이고.
아줌마는 냄새 좋은 향수를 뿌리는 게 습관인 여자였다. 난 만성이 되어 당시에는 그게 아줌마 냄새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마누라는 향수를 잘 사용하지 않아서 그 은밀한 향기가 가끔 생각난다.
그러나 그때 난 향수를 선물할 생각은 한 번도 못했다. 참 한심한 친구였다. 너무 어렸지.
생각해 보면 난 성행위를 위한 연구에도 너무 게을렀다. 할 때마다 패턴이 똑같았다. 본능적으로 69 빨고 넣고 했다. 부드럽게 만지고 핥아 주는 애무라는 걸 하지 않았다.
이건 애인답지 않고, 애인으로서 예의가 아니었다. 이 세상 남편들이 하는 그대로 한 것이었다. 남편들은 마누라에게 무성의한 쎅스를 제공한다. 판에 박은 패턴으로...
그래서 여자들은 색기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별 재미를 못 느낀다. 게다가 조루면 최악이다. 그러나 남편들도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만날 같은 구멍에 박는데, 마누라가 신음도 야하게 내지 않고 요분질도 적극적으로 안 하면서 혀와 손놀림이 감각적이지 않잖아? 이렇게 말이다.
그런 걸 잘하는 아내들은 많지 않다. 여자도 귀찮기 때문에 자기 남편이랑은 대강 한다. 그런데, 그렇게 습관이 되고 기량을 연마한 게 없다 보니 애인이 생겨서도 영 별로다.
아줌마가 그랬다. 우리 아줌마만 그러는 게 아니고 아마도 수많은 여자들이 다 그러리라고 본다. 화려한 기술은 극히 예외이고, 이런 게시판에 보이는 스킬과 감각이 특출난 여자들은 창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봄이 오기 전 길바닥에 얼음이 남아 있을 무렵 딸이 날 불렀다. 면담 신청이었다. 엄마 일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녀는 엄마를 닮아 늘씬했는데, 성격은 괄괄했다. 여선생들이 보통 그렇듯이 교실에서 소리를 많이 지르다 보니 목이 상해 허스키해서 성적 매력은 떨어졌다. 남중 교사라 사납기도 했다. 나는 이 여자를 먹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이 별로 없었다. 아마도 좋아하는 사람의 딸이어서 조심해야 했기에 더 무서워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동네 찻집에서 나를 기다리던 그녀는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조용히 내 이름을 부르며 다그쳤다.
"OOO씨와 우리 엄마, 어떤 사이예요?"
나는 그냥 좋은 아줌마로 생각한다고만 말하며 시치미를 뗐다. 딸 입장에서는 너희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냐고 따질 수도 없으니 뭐라고 더 묻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유부녀 동정했다가 괜히 난처해진 거 아니에요?"
난 우선 유부녀란 말이 굉장히 낯설었다. 자기 엄마를 유부녀로 보는 딸이 이상하게 보였다. 아줌마도 유부녀구나, 라는 생각을 그때 했다.
그러니까 중학교 교사인 그녀는 남편(아빠)이 있는 엄마가 젊은 하숙생 남자가 잘해 주니 거기에 빠져서 그 사람에게 매달리고 있다고 봤는지 모르겠다. 나는 젊은 여자를 찾을 사람인데, 그런 짝이 없는 과도기에 나이든 유부녀에게 호감을 표시했다가 물린 게 아니냐는 반 걱정, 반 의심이 아니었지 않나 한다.
아줌마는 딸이 수상하게 본 대로 깊이 빠지고 있었다. 남자건 여자건 사랑을 하면 남을 속일 수 없다. 들떠 있고 말이 많아진다. 시골(아줌마의 고향 대도시)에서 친척 동생이 올라왔을 때 이 동생에게 그 모습을 들켰다. 딸이 이모(그 동생)에게 말을 듣고 내게 전했다.
"엄마가 이상하대요. 구름 위를 걷고 있는 사람 같다는..."
우리는 그때 하숙집 안에서나 밖에서나 보통 사이가 아닌 듯한 모습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연애 초기 남녀에게 당연한 일이었는데, 나는 특히 부주의한 사람이었다. 엉큼하면서 잘 들키는 가벼운 면이 있었다.
딸의 취조는 일단 피했으나 넘어야 할 또 한 고개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저씨였다. 가끔 집에 들를 때 낌새가 심상치 않은 걸 느끼기도 했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가족 중에 누군가가 말을 전한 것기도 하다. 딸일 확률이 크다.
근친(우리는 근친은 아니었으나 정신적으로는 근친과 마찬가지였다. 엄마 같고 아들 같은 나이에 고향도 같은 지역이었으니까) 관계 탄로는 이 딸의 역할이 지대하다. 딸이 어느 집에서나 제일 먼저 눈치를 챈다. 여자의 촉이다. 무섭다.
아줌마가 봄이 무르익던 어느 날 짐짓 대수롭지 않게 내일 OO리(당시는 수유리, 교문리처럼 여기도 리로 불렸다) 아저씨 영업 사무실로 좀 가 보라고 했다. 나는 각오를 했다. 그거 하는 사이라고야 절대로 실토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질문엔 시치미 떼고 거짓말 답을 할 생각이었다.
버스를 타고 생전 처음 가 보는 종점에 내려 사무실로 들어갔다. 아저씨는 말없이 근처 포장마차로 날 데려갔다. 거기서도 아무 말이 없었다. 차마 무슨 말을 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아들 같은 놈에게 이렇게 질문할 수도 없으니...
"너, 내 마누라랑 붙어 먹고 있냐?"
우리는 소주 몇 잔을 침묵 속에 마시고 헤어졌다. 집에 돌아오니 아줌마가 궁금한 듯 궁금하지 않은 듯 슬쩍 물어 보았다.
"어떻게 됐어?"
난 잔뜩 무게를 잡고 아무 일 없었다고 말해 주었다. 승리하고 온 개선 장군처럼... 내가 왜 죄의식이 없었냐면, 그 아줌마가 과거에 아저씨 때문에 속 썩은 얘기를 아주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근친이 그렇다. 엄마가 아빠에 대한 불만을 입에 달고 산다. 거기에 세뇌된 아들은 아버지를 배신하는 걸 무슨 자랑으로 여기게 된다. 어머니를 대신해 복수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딸과 아저씨 고개를 넘은 우리는 이제 거칠 게 없는, 공인(?) 부부로 발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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