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26장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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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26章 복마신검결(伏魔神劍訣)의 기연(奇緣)
'빌어먹을!'
이검한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고숙향에게로 다가섰다.
'용서하십시요, 약빙이모! 제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는 전모 냉약빙에 대한 죄책감에 휩싸였다.
이검한과 냉약빙은 지난 일 년 간 사실상의 부부로 살아왔다. 어느덧
이검한은 냉약빙을 자신의 유일한 여자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비록 냉약빙과 나이 차이가 제법 나긴 했지만 사랑하는데 연령(年齡)
차이는 큰 장애가 될 수 없었다.
고숙향은 이검한 쪽으로 두 다리를 활짝 벌린 채 숨넘어갈 듯 할딱이
고 있었다. 한아름은 됨직한 허여멀건한 허벅지 사이로 원색적인 쾌
락의 근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용서하십시요, 부인!'
이검한은 나직이 탄식하며 벌려진 고숙향의 다리 사이에서 바지를 벗
어내렸다. 그의 순양지물은 이미 주책없이 한껏 팽창되어 있었다.
이검한은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고숙향의 육체를 내려다보며
앓는 듯한 신음성을 발했다. 어느덧 그도 흥분에 휩싸인 것이다.
그윽하고 기품있는 용모를 지닌 귀부인. 비록 비만해 보일 정도로 살
이 붙긴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왕후 같은 기품과 미모를 지니고 있었
다.
푸근함이 느껴지는 그녀의 품에 안기면 모든 걱정이 사라질 듯했다.
처음에는 단지 의무감에서 고숙향과 방사를 하려던 이검한은 어느덧
그녀의 풍요롭고 육감적인 육체를 원하게 되었다.
'저 분의 품은 정말 따스할 것 같다!'
그는 뜨거운 욕망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이어 그는 조심스럽게 고숙향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부인의 옥체를 범한 죄의 대가는 달게 치르겠습니다!'
그는 나직이 중얼거리고는 경건한 자세로 고숙향의 몸 위로 올라갔다
. 아랫배에 느껴지는 고숙향의 보드랍고 푹신한 하복부의 감촉에 이
검한은 부르르 치를 떨었다.
이검한은 이미 흥건하게 젖어있는 큼직한 옹달샘으로 자신의 실체를
조심조심 밀어넣었다.
고숙향의 눈이 하얗게 뒤집히며 전율의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그녀는
이검한의 거대한 실체를 한꺼번에 받아들이며 전신을 푸들푸들 경련
했다.
그녀의 그곳은 아주 넉넉하고 깊어 이검한의 남달리 큰 실체를 무리
없이 받아들였다.
이검한은 엄청난 쾌감에 전율했다.
'아아! 정말 좋은 기분이다!'
그는 더할 수 없이 따스하고 미끈덩한 고숙향의 육체에 자신을 몰입
시키며 그녀의 젖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러자 그리운 살내음이 그의 코끝에 물씬 풍겨왔다.
본시 색도를 아는 자들은 여자란 뚱뚱한 여자가 제 맛이라고 했다.
그 이유를 이검한은 알것만 같았다.가슴에 얼굴을 묻고 그녀의 통통하고 따듯한 비소에 잔인하게 남근을 박아 넣었다.
불전 안에서는 곧 숨가쁜 열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용서하세요, 언니!'
남천암 밖에서 고숙정이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며 뜨거운 눈물을
쏟고 있었다.
그녀는 남천암의 마당 끝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발치로는 세찬 격랑이 까마득하게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아래
쪽으로 휘돌고 있었다.
고숙정의 귓전으로 암자 안에서 고숙향이 토하는 교성이 들려왔다.
젊은 사내에게 깔려 쾌락에 몸부림치고 있는 언니의 신음소리는 비수
가 되어 그녀의 방심을 갈가리 찢어 놓았다.
'흐윽! 평생 사내놈과 손가락도 마주 대지 않으리라!'
고숙정은 내심 다짐하며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무공연마에 몰두한 나머지 혼기를 놓치고 말았다.
여자 나이 서른이면 노처녀도 보통 노처녀가 아니던 시절이다. 어차
피 그녀는 보통 사내에게 시집가서 가정을 이루고 살기는 틀린 몸이었
다.
하물며 오늘밤 당한 충격적인 사건은 고숙정을 석녀로 만들기에 충분
했다. 눈앞에서 벌어진 그 충격적인 기억은 고숙정의 기억에서 영원
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문득 고숙정의 두 눈이 새파란 살기로 번득였다.
'그놈을 살려보내서는 안된다!'
이어 그녀는 철검의 손잡이를 굳게 움켜쥐었다.
그녀는 지금 모종의 결심을 한 상태였다.
'생명의 은인이기는 하지만, 죽여야만 하리라. 혁련검호각 모든 검호
들의 대모인 언니의 정조를 지켜드리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내심 다짐하며 입술을 굳게 악물었다.
원래 사람이란 혈육이 아니면 이용가치가 없다면 누구라도 버릴수 있는 법이다.
그 사이에 암자 안에서 들려오는 두 남녀의 신음은 더욱 급박하게 고
조되어 가고 있었다. 어느덧 그들은 절정을 향해 육박하고 있는 것이
다.
이검한은 몸을 일으켜 의복을 추스렸다.
'덕분에 앞으로 열흘 정도는 그럭저럭 견딜 수 있겠군!'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한바탕 열풍이 지나간 후 이검한의 발치에서는 자애검모 고숙향이 물
에 젖은 솜처럼 퍼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은 무척 만족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풍만한 몸 곳곳에는 이검한과의 행위의 흔적이 역력하게 남아
있었다.
이검한은 고숙향의 그런 난잡한 모습을 내려다보며 깊은 죄책감을 느
껴야만 했다.
'못할 짓을 했다.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이어 그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벗겨진 승포자락으로 고숙향의 아랫
도리를 대충 덮어준 후 말없이 암자 밖으로 나섰다.
'헉!'
헌데 막 암자 밖으로 나서던 이검한은 움찔했다. 암자 앞의 마당 끝
에 한 명의 인영이 바위에 앉아 등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그 사내 같은 여자다!'
이검한은 바위 위의 인영을 주시하며 그녀가 고숙정임을 첫눈에 짐작
할 수 있었다.
'저 귀부인을 내게 맡기고 아주 떠난 것이 아니었군!'
이검한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고숙정이 지금껏 암자 밖에서 경계하
고 있었음을 말이다.
그 사실에 이검한은 민망하고 어색해져 말을 붙이기도 무엇하고 해서
그냥 말없이 그 자리를 떠나려 했다.
"기다려요!"
고숙정이 여전히 이검한에게 등을 보인 채 싸늘한 음성으로 외쳤다.
"소저, 무슨 가르침이라도 계시오?"
이검한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숙정을 돌아보자 그녀도 천천히 돌아섰
다.
두 사람 사이는 이 장 정도의 거리였다.
한 순간 시선과 시선이 부딪치며 뜨거운 불꽃이 작렬했다.
고숙정의 시선을 접한 이검한은 해연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뜻밖인데, 여자 중에 이런 고수가 있다니!'
그의 눈앞에 서 있는 암사자 같은 여검수가 놀랍게도 하토삼기를 능
가하는 고수가 아닌가?
이검한은 자신도 모르고 있는 무명의 여자 중에 이런 절정고수가 있
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와 저 안에 계신 분이 어떤 사이인지 알겠어요?"
고숙정이 이검한을 주시하며 싸늘한 음성으로 물었다.
이검한은 그녀의 물음에 흠칫했다.
'그러고 보니 그분과 어딘가 흡사한 것 같구나!'
그는 비로소 고숙정의 얼굴 전체 윤곽이 고숙향과 비슷한 것을 깨달
을 수 있었다.
그런 그의 짐작에 확신을 주듯 고숙정이 잘라 말했다.
"나는 바로 그분의 친동생이에요!"
"그럴 수가!"
놀라움에 이검한의 안색이 일변했고 다음 순간 입에서 다급한 경악성
이 터져나왔다.
쩌엉!
고숙정의 몸이 순간적으로 흔들린다 싶더니 한줄기 강력한 검기가 벼
락같이 그의 가슴을 무찔러 오는 것이 아닌가?
"무슨 짓, 크윽!"
이검한은 노갈을 터뜨리다가 그대로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그의 가
슴팍에 무지막지한 검기가 작렬한 것이었다.
쐐애애액!
허공으로 튕겨진 이검한의 몸은 그대로 단애 아래로 추락해 버렸다.
그것은 실로 너무나 창졸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콰아아!
단애 아래로 추락한 이검한의 몸은 삽시에 휘도는 격류 속으로 사라
져 버렸다.
그것을 내려다보던 고숙정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나를 용서하거라!"
그녀는 탄식하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언니의 정조를 지켜드리기 위해서는 이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검한에 대한 깊은 죄책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너를 해친 대가로 나 고숙정은 평생 너의 명복을 빌며 독신으로 살
아갈 것이다!"
그녀는 이검한이 추락한 단애 아래를 향해 합장하며 명복을 빌었다.
잠시 후 고숙정은 서둘러 몸을 돌렸다.
'언니가 정신이 드시기 전에 몸 단장을 해드려야 한다. 자기 몸에 사
내와의 교합의 흔적이 남아 있으면 어떤 어리석은 짓을 할지 모르니
까!'
그녀는 서둘러 남천암 안으로 들어갔다. 고숙향으로 하여금 자신이
겁탈당한 사실을 모르게 하기 위해서였다.
콰아아!
이검한을 삼킨 단애 아래로는 여전히 황하지류가 격류를 일으키며 휘
돌고 있었다.
* * *
콰르르!
남천암 아래로 휘감아 도는 격류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하나의 동
굴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동굴을 통과한 격랑은 마침내 황하의 본류와 합쳐지는 것이다
.
"크으으! 정말 악독한 심보를 지닌 계집이다!"
동굴 속을 마치 천둥치는 듯한 굉음을 내며 흐르는 격랑 속에서 한줄
기 괴로운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촤아아!
하나의 인영이 힘겹게 격랑에서 빠져나와 물가의 바위 위로 올라섰다
.
가슴이 온통 피로 물든 창백한 안색의 그 청년은 바로 이검한이었다.
그는 남천암에서 고숙정의 기습으로 가슴에 일검을 맞고 이 격류로
떨어졌다.
고숙정의 일검은 아주 강맹했다. 만일 이검한이 부동결을 연마하여
금강지체가 되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상체가 으깨져 죽었을 것이다.
비록 부동결을 연마한 이검한이었지만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그의 가슴에 난 검상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허, 헉!"
이검한은 바위 위에 벌렁 드러누운 채 거칠게 숨을 할딱였다.
헌데 기묘한 일이었다. 그는 왠지 자신을 암습한 고숙정에 대해 별로
악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그 귀부인과 그녀가 자매 사이였다니!'
오히려 그는 고숙정 자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언니의 정조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죽이려고 한 고숙정의 행
위도 이해가 갔다.
'그녀가 누군지 모르지만 일검을 맞아 주었으니 빚은 조금이나마 갚
은 셈이로군!'
이검한은 내심 자위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웃고는 있으나 검에 맞은 가슴의 상처는 지독하게 아팠다.
문득 이검한은 자신이 오른손에 한 권의 책자를 움켜쥐고 있음을 발
견했다.
복마신검결!
이검한은 본래 그것을 고숙정에게 돌려주려고 남천암 밖으로 들고 나
왔으나 돌려주지도 못하고 오히려 그녀의 일검을 맞고 절벽 아래로
추락했던 것이다.
"으음, 고통을 잊으려면 무엇인가에 몰두하는 게 최선이겠지!"
이검한은 안면을 이지러뜨리며 중얼거린 후 물가에 물러나 마른 바위
위에 걸터앉아 복마신검결을 펼쳐들었다.
비록 동굴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으나 내공을 눈에 집중하자 그럭저럭
복마신검결을 읽을 수 있었다.
'이럴 수가!'
헌데 복마신검결을 읽어 내려가던 이검한의 얼굴이 점차 경악으로 물
들기 시작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복마신검결이 읽어감에 따라 결코 평범한 검술
비급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복마신검결의 내용에는 두서가 없었는데 특별히 어떤 초식이나 검의
운용법을 기술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검술을 연마하던 중 떠오른 영
감을 즉흥적으로 수록해 놓았다.
이검한은 복마신검결을 읽어나가는 동안 그것을 쓴 인물이 검술의 달
인임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가 기록해 놓은 검결에는 숱한 실전을 통해 얻은 경험과 해박한 지
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복마신검결의 전체적인 기초는 한 가지 내공의 운용술에 대한 고찰이
었다.
검결이란 이름이 붙었으면서도 검법의 초식이 아니라 내공의 운용술
을 기록했다는 것이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으나 이검한은 깨달은 바
가 있었다.
'이것은 극상승의 검기를 끌어내기 위한 토납술이다!'
그는 두 눈을 번득 빛내며 내심 중얼거렸다.
복마신검결이 추구하는 바는 바로 검술의 구극의 경지였다.
마음에 따라 검이 움직이고, 일단 검이 움직이면 살의만으로도 적을
죽일 수 있는 고도의 심결!
죽이고자 하는 의지만으로 적을 벨 수 있는 최상승의 검예!
이름하여 초극심결(超極心訣)의 경지가 바로 복마신검결이 추구하는
바였다.
이검한은 점점 경악과 전율을 금치 못했다.
'이… 이런 공포스러운 검술을 누가 생각해 냈단 말인가?'
그는 자신도 모르게 오한이 이는 것을 느끼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에게는 파천황심결이라는 최강무적의 파괴수법이 있다.
파천황심결로 발휘한 나한파천황수(羅漢破天荒手)는 백만 근의 철괴
도 모래로 으깨어 버릴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을 지녔다.
어떤 면에서 복마신검결이 추구하는 초극심결은 그 나한파천황수를
능가할 듯이 보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복마신검결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었다.
복마신검결을 지은 인물은 초극심결을 구사하기는 했으나 완성시키지
는 못한 것이다.
따라서 여기저기에 헛점도 많고 체계적이지도 못했다.
이검한은 복마신검결을 통해 지난 일 년 간의 수련으로 얻은 성과 못
지 않은 심득을 얻었다.
검법이라면 이검한도 천랑신붕황의 천랑십삼식을 연마한 몸이었다.
천랑십삼식!
그것은 초일류로 불리어 부족함이 없는 검법이었으나 최근 다른 검법
에 패했다.
-사망칠대검식!
바로 스스로 장한선자라 불리던 그 신비여인이 썼던 괴검법에 말이다
.
이검한은 그 사망칠대검식 중 전삼식(前三式)을 채 받아내지 못하고
패할 뻔하지 않았던가?
이검한은 복마신검결을 읽는 동안 비로소 사망칠대검식도 완벽한 검
법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때는 몰랐던 사망칠대검식의 허점이 지금은 생생히 깨달아지는 것
이었다.
"그때 이렇게 대항했었으면 장한선자의 손에서 어장검을 떨굴 수가
있었을 텐데!"
이검한은 손짓으로 검식을 그리며 복마신검결을 넘겼다.
그렇게 얼마나 삼매지경에 몰입해 있었을까?
"크악!"
돌연 어디선가 한소리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뭐지?"
이검한은 퍼득 정신을 차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제서야 그는 주위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가 앉은 곳은 두 가닥의 동굴이 만나는 길목이었다.
한쪽 동굴은 지하수맥이 격랑을 일으키며 지나는 지하동굴이었고 다
른 한쪽은 물기가 전혀 없는 마른 동굴이었다.
'이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검한은 즉시 마른 동굴 쪽으로 몸을 날렸다.
몸을 날리는 이검한의 귓전으로 노인의 괴로운 신음소리가 재차 들려
왔다.
"크윽! 노부의 패배다. 너는 누군데 유성천층검막(流星千層劒幕)을
이토록 무기력하게 만든 것이냐?"
몸을 날리던 이검한은 경악으로 눈을 부릅떴다.
'유성천층검막!'
-유성천층검막(流星千層劒幕)!
그것은 바로 유성신검황의 독문검예가 아닌가?
이검한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설마 방금 전 비명을 토한 것이 유성신검황, 그 늙은이란 말인가?'
쐐애액!
이검한은 두 눈에서 살기를 번득이며 질풍같이 동굴을 통과했다.
그때 또 다른 음성이 그의 귓전을 울렸다.
"흐흐흐! 패자는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고 했다! 내가 누군지 늙은
이가 알 필요는 없다!"
그 목소리에 문득 이검한은 검미를 찡그렸다.
'귀에 익은 음성이다. 내가 아는 자가 유성신검황을 핍박하고 있단
말인가?'
그는 계속 신형을 날리며 의혹을 금치 못했다. 두 번째 들려온 음성
은 이검한의 귀에 익었으나 누구의 음성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흐흐흐! 늙은이가 졌으니 이제 약속대로 이 약을 먹어라!"
"으음!"
두 사내의 음성이 다시 번갈아 들려왔다. 아마도 이긴 자가 진 자에
게 무엇인가 먹으라고 강요하는 듯했다.
"커억!"
직후 먼저 말한 노인이 돌연 고통에 찬 신음성을 토해냈다.
그 신음성은 이검한의 귀에 아주 가깝게 들려왔다.
'이 뒤쪽이다!'
이검한이 두 눈을 번뜩 빛내며 멈추어 선 곳은 하나의 석벽(石壁) 앞
이었다.
예의 두 사람의 목소리는 바로 그 석벽 뒤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이검한은 조심스럽게 그 석벽을 두들겨 보았다. 그 결과 석벽의 두께
가 무려 이삼 장이나 됨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을 일격에 깨려면 파천황결을 써야 한다.'
이검한은 파천황결을 끌어모으며 한차례 심호흡을 했다.
헌데 막 파천황결을 내치려던 이검한은 일순 멈칫했다.
츠으으!
석벽의 한쪽에서 한 가닥 빛이 흘러듬을 발견한 것이다.
그곳의 깊이 갈라진 틈은 석벽 안쪽까지 관통해 있었다.
이검한은 호기심을 느끼며 급히 그 틈으로 눈을 들이밀었다.
'헉!'
벽의 틈으로 안쪽을 들여다보던 그는 두 눈을 부릅떴다.
석벽 안은 한 칸의 널찍한 석실(石室)이었다.
석실의 사방 벽에 설치된 서가(書架)에는 많은 서적들이 빽빽이 진열
되어 있었는데 횃불이 환히 밝혀져 있는 석실 중앙에는 한 명의 인물
이 얼굴을 바닥에 처박은 채 쓰러져 있었다.
혁련검호각 특유의 푸른색 복장을 한 인물로 머리는 허옇게 센 것으
로 보아 아마 노인인 듯했다.
스읏!
이검한이 막 석실을 들여다 보는 순간 한줄기 붉은 인영이 석실 밖으
로 질풍같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그 인물의 경신술은 너무 빨라 이검한은 미처 그자의 용모를 보지 못
했다.
다만 그자의 옆구리에 누군가가 한 명 축 늘어진 채 끼워져 있는 것
만 언뜻 보았을 뿐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이검한은 알 수 없는 눈으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꽈릉!
직후 이검한은 석벽에서 물러서 파천황결이 실린 일장으로 석벽을 후
려쳤다.
우두둑!
지축이 뒤흔들리는 가공할 폭음이 짓터져 오르며 두께 삼 장의 석벽
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이검한은 무너진 석벽 안으로 벼락같이 날아들었다.
"욱!"
그는 코 끝에 확 풍겨오는 강한 피비린내를 느끼고 급히 입을 틀어막
았다.
석실 바닥에 엎어져 죽어있는 인물은 끔찍하게도 안면이 몽땅 으깨져
시뻘건 피와 허연 뇌수가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그 노인의 시체 앞에는 한 자루 시커먼 색의 목검(木劒)이 나뒹굴고
있었다.
"철목신검!"
이검한은 그 검은 빛 목검을 발견하고 경악성을 발했다.
-철목신검(鐵木神劍)!
그것이 그 목검의 이름인데 남만(南蠻) 특산의 철목(鐵木)을 깎아만
든 목검이었다.
철목이란 무쇠보다 단단하여 붙은 이름이었다.
특히 철목신검을 만든 철목은 천 년 이상 묵은 천년철목으로 무쇠보
다 더 단단했다. 비록 검날은 날카롭지 않았으나 철목신검은 당금 무
림에서 십대신병이라 불리는 보물이었다.
그 철목신검의 주인은 바로 유성신검황 혁련휘였다.
이검한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철목신검을 보며 경악과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렇다면, 이 노인이 바로 유성신검황이란 말인가?"
그는 허탈한 표정으로 망연히 노인의 시체를 내려다 보았다.
-유성신검황 혁련휘!
바닥에 떨어져 있는 목검이 철목신검이 맞는다면 청포노인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유성신검황일 것이다.
이검한은 일순 두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고독마야의 원
수를 갚으러 수천 리 길을 왔건만 유성신검황의 시체만 그의 앞에 누
워 있지 않은가?
헌데 한동안 허탈한 표정으로 맥없이 서 있던 이검한의 두 눈이 번득
강하게 빛났다.
'아니, 무엇인가 이상하다!'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방금 전 이곳까지 달려오며 들었던 대화가 떠오른 것이었다.
-늙은이가 졌으니 이제 약속대로 이 약을 먹어라!
그것은 유성신검황을 패배시킨 신비인물이 했던 말이었다.
이검한은 의혹의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얼굴을 으깨어 죽이려 했다면 무엇 때문에 약을 먹이는 번거
로운 짓을 했겠는가?'
일단 의심하기 시작하자 의혹은 잇따라 구름처럼 일어났다.
그리고 이검한 자신이 석실을 들여다보는 그 순간 사라져 버린 혈포
인의 옆구리에는 누군가 기절한 채 끼어있었지 않은가?
'설마 이 자는 가짜 유성신검황이란 말인가?'
이검한은 검미를 찌푸리며 신음했다.
이어 그는 허리를 굽혀 시체를 똑바로 눕히려 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이놈! 어디다 손을 대느냐?"
돌연 이검한의 등 뒤에서 천둥치는 듯한 폭갈이 들려왔다.
흠칫하며 돌아본 이검한의 눈에 몇 명의 남녀가 질풍같이 석실 안으
로 뛰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혁련검호각의 제자들이었다.
비로소 그들은 유성신검황의 폐관장소를 발견하고 들이닥친 것이었다
.
'저 계집은!'
선두에 서서 성난 암사자같이 덮쳐드는 한 명의 여인을 보고 이검한
은 흠칫 놀랐다.
철사자검 고숙정!
바로 그녀가 아닌가?
"바득, 네, 네놈이 사부님을 시해하다니!"
고숙정은 비통하게 울부짖으며 맹렬히 이검한을 향해 철검을 쪼개왔
다.
'사부님?'
이검한은 창졸간에 해연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비로소 그는 고숙정
이 유성신검황의 제자임을 안 것이다.
'그렇다면 그 귀부인은 유성신검황의 마누라란 말인가?'
이검한은 경황 중에도 낭패함을 금치 못했다. 얼마 전 자신이 범한
나이든 귀부인이 유성신검황의 아내임을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쩌엉!
놀라는 것과는 달리 그의 손은 즉시 반응을 일으켜 신도 고독혼으로
앞을 휩쓸어갔다.
"크윽!"
따다당!
직후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고통스러운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이검한
을 덮쳐들던 고숙정과 다른 고수들은 마치 술 취한 듯 비틀 뒤로 물
러섰다.
그들 중 대부분의 검수들은 수중에 들고 있던 장검이 모두 부러져 나
가 있었다. 이검한이 휘두른 고독혼에는 파천황결이 실려있어 그들의
장검을 수수깡처럼 부러뜨린 것이다.
"크흑, 네, 네놈이 뒈지지 않고 살아나 사부님을 해치다니!"
고숙정은 피눈물을 뿌리며 흉신악살같이 사나운 기세로 이검한을 향
해 다가들었다.
"멈춰랏! 이것은 모두 오해다!"
이검한은 다급히 일갈하며 고숙정을 저지했다.
"헛소리 마라!"
쩌어어엉!
고숙정은 폭갈과 함께 맹렬히 장검을 수평으로 휘둘러왔다. 평범한
횡소천군(橫掃千軍)의 일식이나 그 안에는 천변만화한 무서운 살기가
내포되어 있었다.
그 모습에 이검한은 일순 가슴이 섬뜩해졌다.
'이거 만만치 않군!'
그는 일전 이같이 평범한 중에 무서운 살기를 품은 검초에 쓴맛을 본
적이 있지 않은가?
바로 장한선자의 사망칠대검식이 이와 같았었다.
놀랍게도 지금 고숙정은 장한선자에 필적하는 검초를 시전하고 있지
않은가?
젊은 나이에 이같은 경지에 이르렀음은 가히 경이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만일 이검한이 초저녁 무렵이었다면 크게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몇 시간 동안 복마신검결을 통해 검법의 심오한 경지에 개
안한 상태였다.
"물러나라고 했다!"
콰르릉!
이검한은 사나운 일갈을 내지르며 고독혼도 쓰지 않고 맨주먹으로 고
숙정의 가슴에 일장을 후려쳤다.
우두둑!
"크흑!"
고숙정의 손에 들렸던 철검이 보이지 않는 무서운 암경에 부딪혀 무
참하게 박살나 버렸다.
그리고 박살난 검날의 파편 하나가 튕겨지며 고숙정의 왼쪽 뺨을 비
스듬히 갈라 버렸다.
"사저!"
"사매!"
동료 검사들의 입에서 동시에 다급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 속에서 고숙정은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그런 그녀의 얼
굴은 삽시에 시뻘건 피로 물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피를 뒤집어쓴
나찰과도 같이 끔찍했다.
이검한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전율했다.
'아차!'
그는 내심 당혹함을 금치 못했으나 그때는 이미 고숙정의 얼굴에 지
울 수 없는 상처가 생긴 후였다.
사실 이검한은 고숙정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고독혼을 쓰지 않았
던 것이다.
고숙정이 최후로 시전한 그 일초를 깨뜨리려면 파천황결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하나 아직 파천황결을 칼에 실어 내치는 것이 미숙하여 자칫하다가는
고숙정의 몸뚱이를 두 동강 내버릴 수도 있었다.
해서 이검한은 파천황결을 장력으로 변용하여 약하게 내친 것이다.
그런 것이 그만 순간적으로 고숙정의 얼굴에 상처를 내고 만 것이 아
닌가?
"저, 저것은 마도(魔刀) 고독혼이다!"
"저놈은 고독마야의 후예다!"
"으으! 고독마야의 후예가 쳐들어 오다니, 어서 대사형에게 알려라!"
혁련검호각 제자들 사이에 공포에 찬 파문이 번졌다.
고독마야!
육십여 년의 세월 동안 구주팔황을 주유하면서도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전설의 승부사!
그 이름이 주는 공포는 가히 악마의 그것과도 같았다.
이검한은 음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일갈했다.
"그렇다. 본좌가 바로 그분 고독마야의 후손이다!"
그는 주위의 무사들을 둘러보며 음울한 어조로 말했다.
"본좌는 비록 복수를 위해 찾아왔으나 무익한 피는 보기 싫다! 목숨
이 아깝다면 길을 터라!"
이어 그는 고독혼을 거두어들이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이에 혁련검호각의 제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비칠비칠 물러섰다.
그때였다.
"호호호!"
돌연 고숙정이 미친 듯한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처절한 통한과 분노
가 서려 마치 실성한 듯한 그녀의 웃음소리는 절로 이검한의 가슴을
섬뜩하게 했다.
고숙정은 광소를 뚝 그치며 말했다.
"오냐! 어차피 네놈과 나 고숙정은 세불양립의 철천지원수다! 오늘
이곳에 누가 시체로 눕게 될지 끝장을 내자!"
그녀는 이를 바득 갈며 원망의 음성으로 외치고는 옆에 선 수하의 손
에서 거칠게 장검을 뺏아들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이검한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리석은 짓 하지 마라! 본좌는 네 사부를 죽이지도 않았고 또 이
시체는 네 사부도 아니다!"
"헛소리는 저 세상에 가서 하거라!"
분노가 극에 달한 고숙정은 이를 바득 갈며 천천히 수중의 검을 쳐들
었다. 광기가 번득이는 그녀의 얼굴은 실로 보기에도 소름이 오싹 끼
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이검한은 은연중 찬바람을 들이켰다.
'방심할 수 없다!'
이어 그는 천천히 고독혼에 손을 가져갔다. 일단 두 사람이 충돌하면
둘 중 한 명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멈춰라! 사매!"
돌연 중인들의 뒤쪽에서 한소리 위엄이 가득한 일갈이 터져나왔다.
이어 일남일녀가 빠른 걸음걸이로 장내에 나타났다.
아주 인후한 인상을 지닌 중년의 검수와 인자하고 그윽한 분위기를
지닌 귀부인이었다.
'저 여인은!'
이검한은 다소 비만해 보일 정도로 살찐 귀부인을 보며 일순 움찔했
다.
자애검모 고숙향!
중년미부는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다행히 그녀는 이검한을 못 알아보는 눈치였다.
"낙성(落星) 대사형!"
"사모님을 뵙습니다!"
두 남녀가 나타나자 혁련검호각의 제자들은 급히 허리를 숙이며 좌우
로 물러섰다.
이검한은 인후한 인상의 중년검수를 주시하며 내심 중얼거렸다.
'저 자가 유성신검황의 대제자인 낙성검왕(落星劒王)이로군!'
-낙성검왕(落星劒王) 운대엽(雲大葉)!
이것이 그 인물의 이름이었다.
유성신검황의 대제자이며 혁련검호각의 제이(第二) 고수인 그는 인후
한 성품으로 인망이 높은 인물이었다.
그 성품답게 왕자지검(王子之劒)이라는 웅후한 검술의 달인이었다.
"사매! 진정하거라. 그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본 연후에 결판을 내
도 늦지 않다!"
낙성검왕은 침중한 음성으로 말하며 고숙정의 앞을 자연스레 막아서
이검한과 그녀 사이의 긴장을 해소시켰다.
"흥! 이제야 겨우 얘기가 통하는 자가 나타나셨군!"
이검한은 천천히 고독혼을 거두며 냉소를 발했다.
고숙정은 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나 평소 큰오라버니같이 따르던
낙성검왕 앞인지라 감히 발작하지 못했다.
"소협, 이 계집이 검시를 해도 되겠어요?"
문득 고숙향이 눈물 가득한 눈으로 이검한을 올려다보며 양해를 구했
다.
이검한은 그녀에게 죄를 지은 것이 있는지라 찔끔 고개를 떨구며 물
러섰다.
"편하실 대로 하십시요, 부인!"
"감사해요, 소협!"
시체를 가로막고 있던 이검한이 물러서자 고숙향은 급히 시체의 앞으
로 다가섰다.
그녀는 피와 뇌수가 손에 묻는 것도 아랑곳없이 시체를 이리저리 만
지며 상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중인들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긴장된 표정으로 주시했다. 어쨌든 유
성신검황과 부부였던 고숙향만큼 유성신검황의 신체적 특징을 잘 아
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잠시 숨막히는 긴장감이 장내를 뒤덮었다.
"으음!"
고숙향은 한소리 신음을 발하며 펑퍼짐한 엉덩이로 털썩 바닥에 주저
앉았다.
"아, 아니군요!"
"각주님의 시체가 아니다!"
중인들 사이에서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주저앉은 고숙향의 옥
용에 비록 눈물로 범벅되어 있었으나 안도의 빛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숙향은 낙성검왕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서더니 동생이며 또 남편의
제자이기도 한 고숙정에게 말했다.
"거의 비슷하지만 이 사람은 그이가 아니다!"
"으음!"
그때까지 굳어있던 고숙정도 비로소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럼 사부님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또 저 시체를 누가 사부님으
로 위장해 놓았단 말인가?'
그녀는 내심 의혹이 구름처럼 일어났다.
고숙향이 아미를 찡그리고 있는 고숙정에게 말했다.
"저쪽 세 번째 서가의 목함을 살펴보거라. 그곳에 혈마대장경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녀의 말에 고숙정은 급히 언니가 지적한 서가로 달려갔다.
"없어졌어요!"
다음 순간 그녀의 입에서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터져나왔다.
그렇다. 그곳에는 그저 텅빈 하나의 목갑만이 놓여있을 뿐이었다.
혈마대장경 중 초식편을 누군가 갖고 간 것이었다.
중인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검한에게 집중되었다.
"그자는 아니다!"
고숙정이 이검한을 주시하며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이 석실에서 벌
어진 괴사가 이검한의 짓이 아님을 누구보다도 그녀가 잘 알고 있었
기 때문이다.
"흥! 이제야 이성을 되찾으셨군!"
이검한은 그런 고숙정의 모습에 비웃음을 흘리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본시 나는 오늘밤 혁련검호각을 초토화시켜버릴 작정으로 찾아왔었
다!"
그의 그 말에 혁련검호각의 제자들은 일제히 공포의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 이검한의 신위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검한은 그런 그들을 둘러보며 싸늘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걱정 마라! 고독마야님의 후손인 내가 남의 불행을 틈타 난
동을 부릴 정도로 파렴치하지는 않으니까!"
그 말에 비로소 중인들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이검한은 싸늘한 음성으로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후일 유성신검황이 다시 혁련검호각으로 돌아온다면 나도 재차 방문
하겠지만 그 전에라도 유성신검황을 대신해서 본좌에 설욕코자 하는
자는 언제라도 찾아오라! 단 본좌에게 도전할 때는 본좌의 손에 죽음
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말을 마침과 함께 그는 세차게 한 발을 굴렀다.
우르릉!
마치 지진을 만난 듯 석실 전체가 무섭게 뒤흔들렸다.
두두두!
그와 함께 이검한 주위의 석실 바닥이 직경 일 장 정도로 푹 꺼져 내
리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단순히 꺼져 내린 것이 아니라 일 장 방원
이 마치 칼로 자른 듯 똑같은 깊이로 세 자 가까이 무너져 내린 것이
다.
"맙소사!"
그 가공할 광경에 낙성검황을 포함한 혁련검호각의 제자들은 그만 아
연하여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이것은 돌려준다!"
피잉!
이검한은 품속에서 복마신검결을 꺼내 고숙정을 향해 던져 주었다.
고숙정은 언니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재빨리 그것을 받아서 품속에 감
추었다.
이검한은 그런 고숙정을 향해 싸늘하게 말했다.
"한마디 충고하자면 흥분은 검사의 제일금기다! 본좌를 이기려면 그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스읏!
그 말을 던짐과 함께 그는 유령같이 석실 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
"……!"
중인들은 멍하니 이검한이 사라진 쪽을 바라볼 뿐 누구 하나 감히 이
검한을 막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고숙정은 으스러져라 이를 악물며 이검한이 사라진 곳을 주시했다.
'오늘의 이 치욕을 반드시 갚고야 말겠다!'
그녀는 내심 결연하게 다짐했다.
'저, 저 놈이 고독마야의 제자였다니!'
경악하고 있는 중인들 틈에서 공포에 질린 채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는
자가 있었다. 혁련검호각의 제자로 분장했으나 어딘가 어색하게 보
이는 자였다.
'빨… 빨리 이 사실을 사부님에게 알려야 한다. 놈이 혁련검호각 다
음으로 노리는 것은 우리 귀왕궁이다!'
그자는 사색이 된 채 혁련검호각의 다른 제자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석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유령잠룡 유운학!
이것이 그자의 이름이었다.
자애검모 고숙향을 능욕하고 그것을 미끼로 해서 복마신검결을 탈취
하려 했던 귀왕궁의 젊은 효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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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