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살이 3
조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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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어찌어찌해서 도내 독창 대회에 나가서 2위를 하고 월요일마다 운동장에서 전교생이 모여 조회를 하는데 교장선생이 내 이름을 불러 앞에 나가 상도 받고 그랬다.
기억이 가물 가물 하는데. 동창 중에 진짜 이쁜 여학생이 있었다. 이름은 선희(가명)이고 원주에서 큰 철물점을 하는 집 딸내미였다.
언니도 같이 중학교를 다녔는데 솔직히 언니가 더 이뻣던걸로 기억한다.
나는 그녀를 꼬실라고 걔앞에서 무게도 잡고 체육대회 날 멋지게 축구를 하며 골도 넣었다. 그리고 그녀와 사겼다.
가끔 손잡고 다니다가 동네 분들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입방아에 오르 내리면서 쪽팔림을 당할 당시 였으니...정말 순순하게 사겼다. 그러던 어느날..전 날 찬구들과 같이 지네를 잡으려고 온 산과 밭을 헤집고 다녔다
그날 해가 지평선에 거의 닿아 있었다.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고, 보리 이삭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조용한 소리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지네 한 마리 잡자고 벌써 세 시간째 산과 논을 헤집고 다녔다. 땀에 젖은 티셔츠가 등에 달라붙고, 발바닥은 흙투성이였다. 그런데 갑자기 보리밭 한가운데가 살아 있는 것처럼 출렁였다. “야, 멧돼지다. 진짜 크다.” 대문이가 목소리를 죽였다. 우리는 동시에 숨을 죽이고, 발끝으로 다가갔다. 심장이 쿵쿵 뛰어서 귀까지 울렸다. 가까워질수록 소리가 달라졌다. 숨소리였다. 아니, 숨이 아니라… 더 거친, 더 절박한 소리. 누군가 죽을 것처럼 신음하는 소리. 그 소리가 내 가슴을 쿡쿡 찔렀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다리가 떨렸다.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손바닥에 땀이 찼다. 그리고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자지가 딴딴해졌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발이 땅에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뭔가… 잘못된 걸 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보고 싶었다.
보리 한 줌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었다. 그리고 세상이 멈췄다.
두 사람이 있었다.
옷이 다 흩어져 있고, 땀에 젖은 살이 서로 부딪히며 움직였다.
엉덩이 두 개가 리듬을 타듯 들썩였고, 네 개의 발이 흙바닥을 파고들었다.
그 사이로 보이는 건… 붉고 검은, 살아 숨 쉬는 살덩이.
그들은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아니, 서로를 삼키려는 것처럼.
숨이 끊어질 듯 거칠었다. 신음이 터져 나왔다가 다시 삼켜졌다.
나는 그 장면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대문이가 참지 못하고 작게 기침을 했다. “콜록.”
순간 모든 게 정지됐다. 남자가 고개를 홱 돌렸다. 우리와 눈이 딱 마주쳤다. 그 눈빛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놀람과 분노와, 아주 조금의 부끄러움이 섞인 눈빛.
“야!”
우리는 본능적으로 뒤돌아 달렸다. 보리가 얼굴을 할퀴고, 발밑 흙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숨이 차올라 목이 메었다.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날아왔다. 그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저놈… 웃동네 ○○이 아니가? ○○아! 뭐라 안 할 테니까… 이리 좀 와봐라…”
다른 애들은 계속 뛰었다. 나는 멈췄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냥… 불려서 갔다. 다리가 저절로 돌아갔다. 발소리가 점점 느려졌다.
보리밭 가장자리에 서 있는 건 점빵 아줌마였다. 늘 앞치마에 밀가루 묻히고, 웃으면서 사탕 하나 더 쥐어주던 그 아줌마. 지금은 머리카락이 엉망이었고, 얼굴은 새빨갰다. 옷도 제대로 여미지 못한 채였다. 아줌마가 나를 빤히 봤다. 그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너 ○○이 맞지? …어디 가서, 나 이러는 거 말하면 안 된다. 알았지? 절대.”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목이 너무 메여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줌마는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한숨을 쉬었다. 그러더니 앞치마 주머니를 뒤적여 구겨진 500원짜리 한 장을 꺼냈다. 내 손바닥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그래… 나 믿을게.”
그리고 아주 작게, 아주 슬프게 웃었다. 그 웃음이 내 가슴을 후벼 팠다. 왜 그렇게 슬펐는지, 왜 그렇게 외로워 보였는지, 그때는 몰랐다.
다음 날부터였다. 점빵 앞을 지날 때마다 아줌마가 나를 불렀다.
“○○야, 이거나 먹고 가.”
뽀빠이 하나. 아폴로 사탕 하나. 때로는 자야까지. 나는 말없이 받아 들고, 고맙다고 중얼거린 뒤 뛰듯이 사라졌다. 그 사탕을 입에 물 때마다 그날 보리밭이 떠올랐다. 그리고 처음으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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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Blazing
가을향기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