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음....9
현석도 누나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지수 역시 제 입으로 방금 무슨 엄청난 실언을 뱉었는지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란 눈치였다.
문틈으로 보이는 지수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고, 하얗던 얼굴은 순식간에 터질 듯이 붉게 타올랐다.
지수는 마른침을 꿀컥 삼키며 손사래를 치더니, 어색하기 짝이 없는 웃음소리를 억지로 쥐어짜 냈다.
"어…… 그, 그게! 네가 지난번에도 옷을 안 입고 자길래, 난 또 이번에도 당연히 옷을 안 입고 자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 하하하……."
누가 들어도 앞뒤가 맞지 않는, 얄팍하고 다급한 변명이었다.
하지만 지수를 궁지로 몰아넣기에는 현석 역시 켕기는 구석이 너무 많았다.
현석 또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제 뒷목을 긁적이며 더듬더듬 말도 안 되는 핑계를 얹었다.
"어…… 그, 그러니까.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옷도 못 벗고 그냥 뻗어서 잤나 봐."
옷을 다 입고 잤다는 현석의 말 역시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바로 몇 분 전까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한 침대에서 맨살을 끈적하게 비비고 있었으면서,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허술하기 짝이 없는 가짜 방패를 내밀어 상황을 모면하려고 발버둥 쳤다.
방 안을 감도는 공기는 이미 숨이 막힐 정도로 무겁고 끈적했다.
말도 안 되는 대화가 오가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서로가 잠에서 깨어 동태를 살폈던 것, 나체로 얽혀 있던 서로의 몸을 똑똑히 확인했다는 것,
그리고 어젯밤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났던 그 은밀하고 거친 행위들까지 전부 다 들켜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미 감추려야 감출 수 없는 진실이 두 사람 사이에 날것 그대로 놓여 있었지만,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어 '어젯밤 같이 잔 사실'을 꺼내지 않았다.
그 금기를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동생과 누나라는 아슬아슬한 관계의 끈이 완전히 끊어져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지수는 터질 것 같은 민망함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얼른 나와서 밥이나 먹어" 하고 홱 토라지듯 문을 닫아버렸다.
닫힌 방문 너머로 지수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침대에 홀로 남은 현석은 여전히 바지 속에서 뜨겁게 핏대를 세우며 발기해 있는 제 자지를 내려다보았다.
이미 서로의 알몸을 확인했고 모든 걸 알아버린 이상, 이전과 같은 남매 사이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런 아슬아슬한 말실수 사건이 있고 나서, 누나도 나름대로 심각성을 느꼈는지 한동안 술을 뚝 끊은 듯 보였다.
주말마다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던 발걸음도 줄었고, 집 안에서도 묘하게 나를 의식하며 노출이 있는 옷은 피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우리 사이에 조용한 평화가 찾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그 결심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인간의 본능과 습관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고쳐질 리가 없었다.
어느 주말 늦은 밤, 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유난히 더디게 들리더니 현관문이 열렸다.
밖에서 이미 거하게 한잔 걸치고 온 지수가 양손에 편의점 검은 비닐봉지를 묵직하게 들고 들어섰다.
지수의 뺨은 가을 단풍처럼 붉게 달아올랐고, 흐려진 눈빛에는 특유의 흥분감이 서려 있었다.
신발도 대충 벗어던진 누나가 거실 탁자에 봉지 속 내용물들을 거칠게 쏟아냈다.
소주와 맥주캔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나뒹굴었다.
"누나, 이게 다 뭐야? 또 술 사 온 거야?"
현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가 묻자, 지수는 가방을 소파로 던져버리더니 픽 웃으며 현석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게 분명한 얇은 니트 위로, 숨을 몰아쉴 때마다 풍만하게 흔들리는 누나의 가슴 굴곡이 현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네가 지난번에 그랬잖아……."
"내가 뭘?"
"밖에서 필름 끊길 때까지 처마시지 말고…… 흐흥, 술 마시고 싶으면 적당히 마신 다음에 집에 와서 너랑 마시라고……."
지수는 허리를 살짝 숙여 현석의 얼굴 가까이 제 얼굴을 들이밀며 속삭였다.
끈적한 알코올 냄새와 함께, 심장을 자극하는 누나만의 진한 살 냄새가 콧등을 훅 찔렀다.
그 순간 현석은 온몸의 피가 그대로 굳어버리는 것 같았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탈색되는 충격이었다.'누나가 그걸 기억하다니…….'
그 말은 소방서에서 누나를 부축해 나오며, 택시를 타기 직전 길거리에서 현석이 흘리듯 뱉었던 잔소리였다.
분명히 누나가 정신을 못 차리고 횡설수설하며 "여기가 어디냐, 데리러 와라"고 주정을 부리던 그날 밤의 이야기였다.
현석의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단편적인 기억이 무서운 속도로 짜 맞춰졌다.
그렇다면 누나는 그때 정신을 완전히 잃은 게 아니었다는 뜻이 된다.
소방서에서 동생의 가슴팍에 노브라 상태로 매달려 물컹하게 가슴을 비벼대던 그 순간도,
그리고 그날 아침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이불 속에서 현석의 허벅지를 감싸 안고 있던 그 순간도……
전부 다 맨정신으로 기억하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현석의 시선이 지수의 촉촉하게 젖은 입술로, 그리고 니트 너머로 거칠게 솟아오른 은밀한 돌기로 천천히 내려갔다.
지수는 당황해 굳어버린 동생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미 서로가 서로를 원하고 있다는 그 음란한 진실을, 누나는 술기운을 빌려 완전히 까발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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