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음....10
현석은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히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뱉었던 말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지만, 사실 거절할 마음 따윈 추호도 없었다.
어쩌면 누나의 핑계를 대며 마지못해 따르는 척하는 이 상황 자체가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한 비겁한 구실에 불과할지도 몰랐다.
솔직히 인정해야 했다. 혈기 왕성한 남녀가 남매라는 아슬아슬한 울타리를 얼마나 버텨 낼수 있을까 .....
지수의 숨 막히는 몸매를 볼 때마다 현석은 매번 아랫배가 묵직하게 조여드는 아쉬움을 삼켜왔다.
'저 여자가 내 누나만 아니었다면' 하고 남몰래 침을 삼켰던 밤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지수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거실 탁자에 술잔을 세팅하는 동안, 현석은 타들어 가는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외투를 집어 들었다.
"누나, 술 마시는데 안주가 너무 부실하다. 내가 편의점 가서 요깃거리 좀 더 사 올게."
"올 때 메로나~!"뒤에서 들려오는 지수의 간드러진 목소리를 뒤로하고 현석은 문을 박차고 나왔다.
차가운 밤공기가 뺨을 때렸지만 아랫도리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현석은 편의점으로 가기 전, 아직 불이 켜져 있는 동네 약국으로 직행했다.
그리고 약사에게 가장 독하고 효과 빠른 숙취해소제와 알약 형태의 술 깨는 약을 달라고 해 그 자리에서 원샷으로 들이켰다.
꼴랑 맥주 한 병이 주량인 그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절대로 취해서 필름이 끊기고 싶지 않았다.
매번 다음 날 아침 홀딱 벗은 누나의 몸을 눈앞에 두고도, 정작 본 게임의 기억이 통째로 날아가 버려 속을 끓여야 했던 그 안타까운 짓을 세 번이나 반복할 수는 없었다.
이번엔 정말 똑똑히 깨어있는 맑은 정신으로 누나를 온전히 맞이하고 싶었다.
편의점에서 대충 안주거리를 사 들고 집으로 돌아오자, 거실 조명은 어느새 은은하고 야릇한 주황빛 스탠드 하나만 켜진 채 어둑해져 있었다.
지수는 아예 답답한 니트를 벗어던지고 얇은 슬립 형태의 민소매 차림으로 소파 앞 바닥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있었다.
가느다란 어깨끈 아래로 드러난 하얀 살결과, 숨을 쉴 때마다 속옷 없이 출렁이는 풍만한 가슴의 굴곡이 스탠드 불빛을 받아 비현실적으로 탐스러웠다.
"왜 이렇게 늦었어? 누나 목말라 죽는 줄 알았잖아."
지수가 붉은 입술을 내밀며 투정을 부렸다.
현석은 침을 마른침을 삼키며 지수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약 기운 덕분인지 머리는 무서울 정도로 차분하고 맑았다.
"자, 건배."두 사람의 잔이 맑은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지수는 여느 때처럼 잔을 단숨에 비워내며 하얀 목덜미를 길게 늘어뜨렸다.
꿀컥거리며 목구멍으로 술이 넘어갈 때마다 가슴골이 깊게 파였다가 차올랐다.
현석 역시 잔을 비우며 눈빛을 굳혔다.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로 시작된 술자리였지만,
잔이 한 번 두 번 거듭될수록 두 사람 사이를 감도는 공기는 빠르게 온도를 높여갔다.
지수의 눈빛이 몽롱하게 풀려갈수록, 현석의 시선은 누나의 입술과 쇄골, 그리고 얇은 천 너머로 날것 그대로 도드라지는 가슴 끝으로 완전히 고정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마셨을까. 약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속으로 들이켠 소주와 맥주 탓에 현석의 눈앞이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머리는 맑았지만 온몸에 뜨거운 열기가 돌며 심장이 쿵쾅거렸다.
'지금이다.'현석은 본능적으로 타이밍을 포착했다.
여기서 더 마셨다가는 약효고 뭐고 진짜로 필름이 끊겨 아침에 또 땅을 치며 후회할지 몰랐다.
지금 이 이슬 맺힌 취기를 무기 삼아 본게임으로 들어가야 했다.
현석은 혀를 일부러 살짝 굴리며, 무거운 몸을 지수의 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였다.
"아…… 누나, 나 이제 더이상은 못 마시겠다. 진짜 머리 아프고 너무 어지러워……."
현석은 짐짓 잔을 내려놓으며 눈꺼풀을 무겁게 깜빡였다.
완전히 취해서 무너진 남자의 모습을 연기한 것이다.
당연히 누나가 "에이, 싱겁긴! 넌 남자가 왜 그러냐"라며 핀잔을 주거나, 장난치며 받아줄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온 지수의 대답은 전혀 뜻밖이었다.
"거짓말하지 마, 현석아."지수는 잔을 탁자에 톡 내려놓더니, 흐릿하던 눈빛을 순식간에 거두고 생생하게 날이 선 눈으로 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붉게 달아오른 뺨과는 대조적으로, 지수의 목소리는 소름 돋을 만큼 차분하고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너 지난번엔 이것보다 훨씬 많이 마셔놓고…… 왜 이렇게 약해진 척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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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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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하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