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사랑-----18
하은의 절박한 외침이 거실 가득 울려 퍼졌다.
남편의 뻔뻔한 연기와 상상을 초월하는 침묵에 결국 엉엉 울음을 터트리는 하은을 향해,
민주가 살며시 다가가 그녀를 따뜻하게 끌어안았다.
민주의 부드러운 품에 안기자 하은은 간신히 울음을 그쳤다.
고개를 들어 자신을 안아준 민주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안도감과 미안함이 뒤섞여 다시 민주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서럽게 울기 시작하는 하은이었다.
민주는 그런 하은을 애써 떼어놓더니, 하은의 젖은 볼을 양손으로 다정하게 감싸 쥐고 눈을 똑바로 맞추었다.
그리고 서서히 입을 뗐다.
"하은아……."
민주가 부드럽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영문을 모르는 하은은 그저 눈만 멀뚱멀뚱 굴릴 뿐이었다.
그 순간 하은의 눈가에 고여있던 눈물 한 방울이 투명하게 흘러내려, 그녀의 볼을 잡고 있던 민주의 손등 위로 툭 떨어졌다.
"하은아."
민주가 다시 한번 이름을 불렀다.
하은은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을 나무랄 그다음 민주의 말이 무서운지, 감히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눈만 멀뚱거리며 숨을 죽였다.
그때 민주가 하은에게 전날 밤의 진짜 시나리오를 고백하려는 듯 입술을 뗐다.
나는 하은의 시선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민주를 향해 고개를 좌우로 단호하게 흔들었다.
아직은 진실을 밝힐 타이밍이 아니라는 무언의 신호였다.
내 신호를 포착한 민주는 하려던 말을 급히 멈추고 문장을 바꾸었다.
"하은아, 네가 생각하는 거 그런 거 아냐. 그러니까 나한테 너무 미안해하지 마."
"그…… 그런 게 아니라니? 이 기집애야, 내가 네 남편을…… 아니, 형부를 어떻게 했는데……!"
"그래, 알아. 다 알고 있으니까 이제 그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뚝 그쳐, 이년아. 그렇게 눈물 질질 짜면 형부 보기 부끄럽지도 않냐?"
민주의 황당할 정도로 담담한 위로에 하은은 내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
죄책감에 찌든 처제의 시선을 무던하게 받아내며 나는 침묵을 지켰다.
민주가 하은의 어깨를 툭 치며 말을 이었다.
"그래, 오늘은 그냥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 잊고, 우리 저녁에 술이나 한잔하면서 이야기하자."
"또…… 술을?""그래, 오늘 제대로 해장해야지. 끝까지 가보는 거야."
도대체 이게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하은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자신들이 설계했던 공포의 불륜 스릴러가
왜 이토록 기묘하고 평화로운 치정극으로 흘러가는지 하은의 머리로는 도저히 계산이 서지 않는 눈치였다.
나는 민주가 했던 것처럼 양손을 가볍게 내밀고 어깨를 으쓱하며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우리는 찝찝한 기분 전환을 겸해 집을 나섰지만, 대낮에 딱히 마땅하게 갈 만한 곳이 없었다.
결국 영화나 한 프로 보자며 근처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어두컴컴한 상영관 안으로 들어서자 좌석에 앉는 게 문제였다.
평소의 셋이었더라면 당연히 내가 가장 오른쪽에 앉고, 아내인 민주가 중간, 그리고 하은이 왼쪽에 앉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이번에도 민주와 하은을 나란히 앉혔다간 영화를 보는 내내 하은이 민주의 눈치만 보느라 숨도 제대로 못 쉴 것이 빤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두 여자의 가운데 좌석으로 들어가 앉았다.
그러자 내 옆에 앉은 민주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투정하듯 쏘아붙였다.
하은이 들으라는 듯 일부러 가시가 돋친 목소리였다.
"어쭈? 어제 둘이 궁합 아주 잘 맞췄다고, 이젠 대놓고 중간에서 감싸네?"
그 소리에 놀란 하은이 가방을 움켜쥐며 금방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아…… 아냐! 민주야, 내가 네 옆자리로 갈게."
하지만 나는 하은의 가녀린 손목을 부드럽고 단단하게 잡아채며, 내 옆자리에 그녀를 그대로 앉혔다.
민주는 장난삼아 하은의 반응을 즐기듯, 극장 안의 소음 속으로 들리게끔 피-이 하고 콧방귀를 뀌며 빈정거렸다.
가운데 좌석에 앉은 내 양옆으로, 나를 사이에 둔 두 여자의 완전히 다른 온도의 기류가 엉켜 들었다.
한쪽에는 남편을 쥐고 흔들 패를 쥐었다고 믿는 아내의 여유로운 빈정거림이,
다른 한쪽에는 형부의 자지 맛에 타락해 죄책감과 안전부절못함으로 떨고 있는 처제의 숨소리가 있었다.
| 이 썰의 시리즈 (총 38건) | ||
|---|---|---|
| 번호 | 날짜 | 제목 |
| 1 | 2026.05.22 | 위대한 사랑-----38 완결 (1) |
| 2 | 2026.05.22 | 위대한 사랑-----37 |
| 3 | 2026.05.22 | 위대한 사랑-----36 |
| 4 | 2026.05.22 | 위대한 사랑-----35 |
| 5 | 2026.05.22 | 위대한 사랑-----34 |
| 21 | 2026.05.22 | 현재글 위대한 사랑-----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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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