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덫에 걸린 아내-프롤로그

덫에 걸린 아내
프롤로그
자욱한 안개와 같은 보슬비까지 내리는 심야의 운전이었다. 운전대를 잡은 여자의 운전 솜씨는 언뜻 봐도 초보였다. 벤처기업 해성의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의 부인의 갑작스런 운명으로 해성의 임원과 직원 모두가 조문을 간 것이었다.
내심 밤을 새며 고인을 기리며 사장을 위로 해주려 작정하고 먼길을 왔던 직원들이었다. 그런데 일행의 리더인 강이사가 사장의 요청이라며 올라갈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거래처에서 긴급 발주가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밤을 새려고 작정했던 남자직원이나 여직원들 전부 초저녁부터 이미 술을 마신 상태였다.
다만 한 사람만 제외하고, 바로 여사원 중 한 명이었다. 워낙 술을 싫어하는 데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동양적인 여직원이었다. 순수한 자연산이 연상되는 연약할 정도로 부드러운 성격에 모델을 해도 좋을 만큼 S자의 굴곡진 몸매가 일품인 여사원이었다.
여직원은 이미 입사 3년차를 넘겼으나 해성에서는 사실 과분한 인재였다. 그러나 그 여직원이 해성에 꼼짝없이 매인 것은 집안 사정으로 3천만원의 가계대출을 회사측으로 부터 받은 것 때문이었다.
내일 처리해야 할 일 때문이라도 목포에서 서울까지 누군가는 운전을 해야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여직원이 거부할 명분이 별로 없었다. 있다면 장농면허인 초보라는 것이었지만 자신이 아끼는 애마라며 거의 강압적으로 쥐어주다시피하는 소나타 차키를 건네주는 상사와 동료들의 분위기 때문에 결국 운전대를 잡은 여직원은 후회를 했다.
칠흑같이 어두운 그믐밤에 안개비는 시야를 가로 막는 요인이었다. 더구나 목포는 초행길이기도 했다.
그런 여직원에게는 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위해 교통표시판을 찾으며 시내 도로를 벗어나는 운전은 무척 고단한 노릇이었다. 일행들이 이리저리 안내하는 대로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앞쪽에 썩은 짚단같은 것이 도로에 가로 놓인 것이 언뜻 보인 찰라 차체는 덜컥하는 기분나쁜 요동과 함께 크게 흔들렸다.
"뭐, 뭐야?"
"개라도 친 것 아냐?"
"아! 어떡해."
두려움에 여직원이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여직원이 간신히 차를 세우고 일동이 차문을 열고 우르르 나가 도로를 살핀 순간 경악하고 말았다.
"사, 사람이잖아?"
"어, 어떡해?"
"어맛! 내가 사람을!"
장내의 인물들은 정신 없이 도로에 널부러진 사람을 살폈다.
순간 붉은 피에 범벅된 처참하게 훼손된 사람은 이미 절명한 상태였다. 일동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창백하게 질린 정숙의 얼굴을 보고, 쏜살같이 다시 차에 되돌아가 올라탔다.
"이미 죽은 사람이야 어떡해? 산사람은 살아야지."
누군가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일동중 리더격인 강우재이사의 묵직한 말 한마디에 의해 아무런 조치도 못하고 서울로 돌아오고 말았다. 다음날 지방 조간신문의 귀통이에 조그맣게 난 기사가 있었다.
[어제 오호 00시 경, 평소 치매 증상이 있던 박막동 할머니가 도로를 무단으로 횡단하다 뺑소니를 당해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습니다. 안개비로 인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되며, 마침 사고가 빈발한 장소인 현장에 설치된 CC회로를 확인한 결과, 최초 사고차량은 검은색 체어맨으로 확인되었으며 번호를......그러나 그후에도 적어도 다섯대가 넘는 차량들이 연거푸 피해자를 확인하지 못하고 연쇄적으로 시신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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