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덫에 걸린 아내 1

[펌]덫에 걸린 아내 1
"명과장, 회사일은 신경쓰지 말고 얼른 집에 가봐!"
"부장님, 아직 일 더 보고 가도 됩니다."
"허허! 명과장, 천부장 말대로 미리가서 확실하게 준비 하도록 해."
"호호! 명과장님, 이사님까지 권하실 때 얼른 사모님 도와주러 가세요."
나는 결국 천만복부장에 이어 강우재이사, 그리고 환한 표정으로 활짝 웃음을 짓는 서영은 대리의 권유에 마지못한 자세를 취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때만해도 난 정말로 좋은 직장 동료들을 두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오늘은 바로 사랑스럽고 정숙하기 그지없는 아내 유정숙과 나 사이에 태어난 딸, 하늘이의 돐잔치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신혼 살림이라고 변변치 못해 결혼 일년이 되도록 나는 회사 부서원들을 초대 한 번 못한 채 지내다 하늘이의 돐을 맞아 핑계김에 집들이겸 돐잔치를 함께 하기로 부서원들이 강권해서 정한 잔치였다.
별다른 소질도 없으면서 중학교 때부터 한 연극에 미쳤던 나, 뚜렷한 직장도 없이 가끔 걸려드는 단역으로 허송하다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적잖은 빛을 지고 결혼도 못한 채 서른 여섯의 나이를 먹어 내인생은 퇴물이 된 듯 싶었다.
그랬던 내가 늦복이 들려고 그랬는지 탄탄한 벤처기업인 이곳 해성에 우연히 입사 한것도 행운이었다. 그러나 입사후 뜻밖에 부서원중에 유달리 정숙해 보이는데다 풋풋하고 청순한 미모까지 지닌 유정숙대리와 어떻게 가까와지다 입사한지 불과 삼개월후에 전격 결혼까지 한 나는 정신이 다 나갈 지경이었다.
띠동갑이기도 한 지금의 아내는 고전적인 아름다운 순결한 미모가 단연 발군이었다. 모델을 하여도 좋을 만큼 늘씬한 키에 완벽한 S자의 몸매까지 겸비한 외모까지 지녀 남들 얘기대로 호박이 덩굴째 들어온 행운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회사 생활 일년을 넘기며 적응을 하는 나는 회사를 뒤로 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집으로 향했다.
러시아워때 한시간도 넘게 걸리는 시간이 금요일의 한낮이라 그런지 삼십분도 안돼 집에 들어서며 이내 아내 정숙을 찾았다.
"숙아, 어딨어?"
"...."
바로전까지 지짐개며 전을 부쳤는지 고소한 냄새가 가득한 집안에 뜻밖에 아무도 없었다.
가게라도 갔나? ....흠, 숙을 놀라게 해 줄까?
나는 혼자 중얼거리며 현관에 벗어둔 구두를 손에 들고 안방의 베란다에 놓아두고 간편한 평상복으로 갈아입는 순간 요란한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따르르릉, 따르르....
나는 평상복의 바지를 찾아 두 다리에 꿰어 입다 방안의 침대 머리맡에 놓인 수화기를 들고 막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새 현관문을 박차며 들어와 거실에 걸린 전화를 받는 아내의 음성이 수화기를 통해 들렸다.
"헉헉! 여보세요?"
"....이년아, 왜 이렇게 늦게 받아."
"헉! 누, 누구?"
"흥! 나는 네년 숨소리만 들어도 알겠는데 날 몰라?"
"어머! 죄, 죄송해요. 부장님. 헉헉! 시장감을 봐 오느라고요."
순간 나는 휘청하며 쓰러질 뻔 했다.
이년아! 현숙하기만 한 아내 정숙에게 전화기속에 들려오는 무자비한 폭언에 까무라치게 놀랐다. 그러나 놀라움은 수화음이었지만 낯익은 상대방의 음성이 회사 천만복부장의 목소리임을 깨달은 나는 경악한채 머리가 비는 느낌에 바닥에 주저 앉으며 귀에 댄 수화기만은 들고 있었다.
"흐흐! 이따 화려한 만찬을 위해 준비 중이라는 거지. 응, 개보지."
"...예, 이사님. 맛있는 것 많이 준비 할게요."
나는 아내를 거침없이 이년아에서 이제는 개보지라고까지 폄하하는 천만복의 말에 분노를 느껴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으나 가까스로 냉정을 찾았다. 이성을 찾자 엄청난 패악에도 불구하고 고분고분한 아내의 태도에 순간 구름처럼 피어 오르는 의혹에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흥! 지금부터 내가 얘기하는 말을 잘 듣고 차질없이 준비하기 바란다. 이년아 알았나?"
"아~ 안돼요. 부장님. 용서해주세요. 흑! 전 이제 결혼까지 하고 아기까지 낳았어요."
"안돼! 이년이 이게 일년 동안 풀어 줬더니 죽고 싶어."
"흑! 용서해 주세요."
"흥! 네년과 맺은 계약을 파기하자고? 할까?"
"흑! 그건...."
나는 수화기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는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 빨려 들면서 이 엄청난 사태를 파악하려 애썼다.
"흐흐! 이년아, 계약을 파기하고 싶지 않으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차질없이 준비하도록 한다. 알았어?"
"흑! 부장님."
"얼빵한 네년 남편을 죽지 않을 만큼 완전하게 잠재우기 위해 아영이하고 서대리가 수면제를 준비하도록 지시했으니....."
"....."
나는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엄청난 분노로 머리가 빌만큼 페닉 상태에 다다라 이성을 잃고 발작 할 뻔했다. 그러나 어떻게 간신히 정신을 추스리고 천만복이 아내에게 내리는 지시사항이 들려왔다.
"이제 네년에 대한 복장에 대해서도 미리 말해 두겠다."
"예."
"흐흐! 부서원들 여론에 따라 네년 머리는 뒤로 크게 땋은 모습이 순종적이고 청순해 보인다니 그렇게 해라."
"예."
"다음은 부라자."
"예, 듣고 있어요."
"전에 정한 다섯가지 메뉴얼중에서 네 년이 알아서, 그리고 아랫도리 복장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예."
나는 이제 체념한 채 순종의 음성으로 부장의 명을 받는 아내의 뒷 모습을 문틈으로 주시했다. 커다란 꽃무늬에 물색의 원피스를 허리에서 질끈 동여맨 아내의 한줌 밖에 안되는 끊어질듯 잘록한 가는 허리와 둥근 어깨, 그리고 어깨까지 물결치듯 크게 웨이브진 머리칼을 한 아내는 비록 뒷모습이었지만 하늘이를 낳은 몸이면서도 처음 만났을 때와 달라진 점이 없었다.
이 썰의 시리즈 (총 34건) | ||
---|---|---|
번호 | 날짜 | 제목 |
1 | 2025.10.18 | [펌]덫에 걸린 아내 32(완결) |
2 | 2025.10.18 | [펌]덫에 걸린 아내 31 |
3 | 2025.10.18 | [펌]덫에 걸린 아내 30 |
4 | 2025.10.18 | [펌]덫에 걸린 아내 29 |
5 | 2025.10.18 | [펌]덫에 걸린 아내 28 |
33 | 2025.10.18 | 현재글 [펌]덫에 걸린 아내 1 (4) |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 글이 없습니다.
Commen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