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사랑-----23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의 환한 조명이 켜졌다.
하은은 밀려드는 수치심과 미안함에 아내 민주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런 하은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민주가 먼저 서늘하게 말을 건넸다.
"하은아! 이 기집애, 비싼 돈 주고 들어온 영화를 너는 하나도 못 봤지?"
민주가 장난스레 던진 말이었지만, 찔리는 게 있는 하은에게는 가슴을 강하게 찌르는 날카로운 한 방이었다.
하은은 꼼짝없이 죄인이 된 것처럼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변명했다.
"미…… 미안해, 민주야…….""그럼 저녁 술은 하은이 네가 내는 걸로 하자."
민주가 피식 웃으며 분위기를 전환하려 했지만, 하은의 죄책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겨우 고개를 조금 들더니 이 상황을 도망치듯 벗어나고 싶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 먼저 갈게."
"어딜? 너 술값 안 낼려고 도망가는 거지?"
"아…… 아냐, 그런 거. 그냥 너무 미안해서 도저히 같이 못 있겠어. 미안해, 민주야……."
하은이 황급히 발걸음을 돌려 도망치려 하자,
아내 민주가 민첩하게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
그러고는 잔인할 정도로 태연하게 한마디를 툭 던졌다.
"미안하면 오백 원."
"……뭐?"
"미안하면 오백 원 내라고. 그런 말 있잖아."
생뚱맞은 농담에 하은은 멍하니 민주를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기가 찬 듯 황당하게 대꾸했다.
"그런 말이 어디 있어? '궁금하면 오백 원'이지……."
"아무튼 이제부터 우리끼리는 '미안하면 오백 원'으로 정하자."
민주의 엉뚱하고도 갑작스러운 제안에 하은은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하은은 기가 막힌다는 듯 내 얼굴과 민주를 번갈아 보더니, 툭 쏘아붙였다.
"야~ 그럼 형부가 무슨 오백 원짜리냐?"
그 당돌한 응수에, 순간 우리 세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생각지도 못한 웃음을 크게 터트렸다.
극장 안을 채우던 숨 막히는 긴장감이 오백 원이라는 기묘한 농담 한마디에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근처 카페에 가서 가볍게 커피도 마시고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 무렵이 되어서야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익숙한 도어락 소리와 함께 거실 불이 켜지자, 나는 두 여자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이제 우리 본격적으로 술 마셔볼까?"
내 말에 민주가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묘한 눈빛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농담을 던졌다.
"오백 원짜리, 오늘은 내가 따먹어 볼까?"
아침에 형부의 진짜 자지 맛을 보고 극장에서 손가락에 유린당했던 하은은,
부부의 장난스러운 대화 속에 숨겨진 은밀한 뼈를 알아채지 못한 채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술상을 차리는 두 사람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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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키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