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엄마 1부 25

순간, 시간이 잠시 멈춘 듯 고요해졌다. 그 고요 속에서 햇살이 점점 더 밝아지며 그의 얼굴을 환하게 비췄다. …

나는 괜히 시선을 돌리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눈길이 내 눈을 붙잡았고, 그 안에서 묘한 떨림이 전해졌다.

숨결이 가까워졌다. 바닷바람이 차갑게 불어왔지만, 그 순간 내 볼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심장이 요동치며, 손끝이 떨렸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멀어지고 오직 우리 둘만이 바다 위에 서 있는 듯했다. 파도 소리마저 멀리서 잔잔히 울려 퍼질 뿐, 지금 이 순간은 우리만의 것이었다.

그가 살짝 물러나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늘… 정말 특별한 아침이네요.”

나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그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짧은 키스가 끝나자, 나는 숨을 고르며 고개를 숙였다. 파도 소리와 갈매기 울음이 여전히 들려왔지만, 내 귀에는 심장 뛰는 소리만 크게 울렸다.

순간, 죄책감이 스쳤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나는 이미 누군가의 아내인데.

하지만 동시에,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사실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밤새 이어진 피로와, 새벽부터 함께 걸어온 길, 그리고 그의 따뜻한 시선이 나를 흔들고 있었다.

그가 조심스레 말했다.

“미안해요. 너무 갑작스러웠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도… 싫지 않았으니까요.”

말을 내뱉고 나서야, 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처럼 반말이 아니라 존댓말이 흘러나온 것도, 아마 이 순간이 너무 특별하고 낯설어서일 것이다.

우리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발밑에서 물방울이 튀었고, 그 차가운 감촉이 오히려 내 심장을 더 뜨겁게 뛰게 했다. 나는 괜히 손등을 만지작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그의 손등에 살짝 손가락을 겹쳤다. 그는 놀란 듯 나를 보더니, 천천히 내 손을 감싸쥐었다.

그 순간, 더 이상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이 길 끝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하지만 지금 만큼은, 바다 위를 건너는 이 발걸음이 내 삶의 모든 무게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유일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