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엄마 1부 26

그의 손을 잡고 걷는 동안, 나는 문득 마음이 복잡해졌다.

나는 그보다 나이가 많다. 세상 경험도, 짊어진 무게도 다르다. 그런데 왜 이렇게 흔들리는 걸까.

그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내 옆을 걸었다. 그 웃음이 너무 젊고, 맑고, 그래서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

“누나… 아니, 이렇게 부르면 안 되겠죠?” 그가 장난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는 순간 멈칫했지만,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사실… 그 말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네요.”

그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장난처럼 시작된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진심이 숨어 있었다.

나는 시선을 바다로 돌렸다. 아침 햇살이 수평선을 금빛으로 물들이고, 파도는 잔잔히 발밑을 적셨다.

그래, 나는 연상이고, 그는 아직 젊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나이도, 경계도 아무 의미가 없다.

그가 조심스레 내 손을 더 꼭 쥐었다.

“오늘…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나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만 속삭였다.

나도 그래. 하지만 이 감정이 어디까지 허락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

그의 손길이 점점 더 뜨겁게 전해졌다. 단순히 손을 잡고 있을 뿐인데, 손끝에서부터 심장까지 전류가 퍼져나가는 듯했다. 바닷바람은 차갑게 불어왔지만, 내 안은 오히려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는 애써 시선을 멀리 두었지만, 시야의 끝마다 자꾸만 그의 옆모습이 겹쳐졌다. 젊고 선명한 눈빛,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 그리고 나를 향해 번지는 미소. 그 모든 것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이건 단순한 호기심일까, 아니면 더 깊은 무언가일까.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몸은 이미 솔직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손끝이 떨리고, 숨이 가빠지고, 발걸음이 자꾸만 느려졌다.

그도 눈치챘는지,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누나… 괜찮아요?”

그 한마디에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평소처럼 가볍게 불러온 호칭인데, 지금은 이상하게 더 깊게 파고들었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눈길은 피하지 못했다. 그의 시선과 내 시선이 공기 중에서 맞닿는 순간, 바다의 파도 소리마저 멀어지고, 오직 두 사람 사이의 숨결만이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바람이 스치듯, 아주 천천히.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 모든 망설임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