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엄마 1부 23
프리랜서 엄마 1부 23
지하철 4호선은 이미 숨 막히게 붐벼 있었다. 사람들의 어깨와 가방이 파도처럼 밀려들었고, 차가 흔들릴 때마다 몸은 의지할 곳을 잃고 휘청였다. 그 순간, 그는 내 뒤에 서서 벽처럼 막아주었다. 등 뒤로 전해지는 단단한 기운이 낯설게 다가왔고, 군중의 압박 속에서 오히려 그 존재가 더 선명해졌다.
차가 급정거하자, 손잡이를 붙잡은 그의 손이 내 손등을 스쳤다. 짧은 접촉이었지만, 전류처럼 스며들어 심장이 불쑥 뛰어올랐다. 귓가로 스치는 그의 숨결, 가까워진 거리에서 느껴지는 체온은 차가운 금속 냄새와 섞여 묘한 긴장을 만들었다.
금정역에 도착해 인파 속에서 빠져나오자, 플랫폼의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하지만 달아오른 볼은 식을 줄 몰랐다. 부끄러움과 알 수 없는 떨림이 뒤섞여, 고개를 들 수조차 없었다.
330번 버스에 올라 나란히 앉았을 때, 좁은 좌석은 우리 사이의 거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정류장마다 버스가 멈출 때마다 몸이 살짝 기울었고, 팔꿈치와 허벅지가 맞닿았다. 그 작은 접촉이 파문처럼 번져, 말없이 서로를 의식하게 만들었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들판과 바다 냄새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조용히 피어올라 두 사람 사이를 채워갔다.
버스는 덜컹이며 길을 달렸다. 좁은 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으니, 조금만 움직여도 그의 팔과 내 허벅지가 스쳤다. 처음엔 단순한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정류장마다 멈출 때마다 그 거리는 점점 더 좁아졌다.
창밖으로는 바다가 가까워지며 짭조름한 바람이 스며들었지만, 차 안은 오히려 더 뜨겁게 느껴졌다. 그의 어깨가 내 쪽으로 기울어올 때마다 옷감 너머로 전해지는 체온이 오래 남아, 괜히 숨이 가빠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귓가를 스치는 그의 호흡, 무릎 위로 떨어지는 햇살, 그리고 미묘하게 맞닿은 선이 내 신경을 자극했다. 피할 수 있었지만, 피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피하고 싶지 않았다.
버스가 제부도 입구에 다다르자, 창밖의 바다는 서서히 밝아지고 있었다. 옅은 안개 사이로 아침 햇살이 번져 나오며 수평선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갈매기 소리가 맑게 울려 퍼졌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지금 우리 사이에 흐르는 공기는 더 이상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 이 썰의 시리즈 (총 30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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