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엄마 1부 24
프리랜서 엄마 1부 24
버스에서 내리자, 서늘한 새벽 공기가 먼저 스며들었다. 밤새 깜깜했던 하늘은 서서히 옅은 푸른빛으로 물들고 있었고, 동쪽 수평선 위로 붉은 기운이 번져오고 있었다.
“와… 벌써 바다가 열리네요.” 나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그가 옆에서 미소 지으며 말했다.
“딱 맞췄네요. 아침에 오면 이게 제일 멋있거든요.”
바닷길은 막 드러나기 시작해, 물결 사이로 반짝이는 길이 아침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났다. 갈매기들이 낮게 날며 울음소리를 남겼고, 바닷바람은 밤새 쌓인 피로를 씻어내듯 상쾌했다.
그 순간, 바람에 머리칼이 흩날려 시야를 가렸다. 그런데 그가 조심스레 손을 들어 내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아침 햇살이 내 볼을 더 환하게 비추는 것 같았다.
“고마워요…” 나는 시선을 피하며 작게 말했다.
말을 내뱉고 나서야 깨달았다. 평소처럼 반말이 아니라, 존댓말이었다.
아마도 이 순간이 너무 낯설고 특별해서, 그를 대하는 내 마음이 달라져 버린 걸까.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웃었다.
“누나, 갑자기 존댓말이에요?”
나는 순간 당황해 시선을 돌렸다.
“…그냥, 지금은 그래야 할 것 같아서요.”
그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괜히 긴장하지 마요. 그냥… 바람이 세서 그런 거잖아요.”
“아니에요. 그냥… 바람이 세서.” 그는 괜히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는 바닷길을 나란히 걸었다. 발밑에서 물방울이 튀었고, 그 차가운 감촉이 오히려 내 심장을 더 뜨겁게 뛰게 했다. 옆에서 걸어오는 그의 그림자가 내 그림자와 겹쳐졌다가, 파도에 흔들리듯 다시 갈라졌다. 그 단순한 움직임조차 내 숨을 고르게 만들었다.
멀리 제부도의 마을이 아침 햇살에 드러나며 선명해졌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이 길, 진짜 신기하네요. 바다 위를 걷는 것 같아요.”
그가 대답했다.
“그러게요. 근데… 같이 와서 더 신기한 것 같아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아침 햇살에 달아오른 얼굴은 더 붉게 물들었고, 다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다 위를 건너는 내 발걸음은 점점 더 무겁고도 설레는 감정으로 채워졌다.
바닷길을 건너 마을에 들어서자, 작은 식당들이 하나둘 문을 열고 있었다. 갓 부친 전 냄새와 따끈한 국밥 냄새가 바닷바람에 섞여 퍼졌다. 밤새 이어진 피로가 몰려왔지만, 옆에 그가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든든했다.
“누나, 저기 들어가 볼래요?”
그가 손가락으로 작은 간판을 가리켰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식당 안은 소박했지만 따뜻했다. 창가 자리에 앉자, 아침 햇살이 유리창을 통해 들어와 우리 얼굴을 비췄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이 놓이고, 갓 부친 전이 접시에 담겨 나왔다.
“밤새 고생했잖아요. 이거 먹으면 좀 나아질 거예요.”
그가 젓가락을 내 쪽으로 밀어주며 말했다.
나는 웃으며 한입 떴다. 뜨거운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순간, 그의 시선이 내게 오래 머물렀다. 나는 괜히 숟가락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봤다. 하지만 시선이 자꾸만 돌아갔다. 젊고 맑은 눈빛이, 오늘은 이상하게도 나를 더 흔들고 있었다.
나는 연상이고, 그는 아직 젊다. 하지만… 왜 이렇게 안심이 될까. 왜 이렇게 기대고 싶을까.
그가 조심스레 내 손등 위에 손을 올렸다. 식당 안의 소음이 순간 멀어지고, 다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그의 손을 감쌌다. 그 짧은 접촉만으로도, 다시금 온몸이 전율처럼 떨렸다.
| 이 썰의 시리즈 (총 30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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