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아래 헬창 누나와 헬창 삼촌 28
정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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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그로부터 얼마 후, 겉으로나마 좀 잠잠했던 일상을 뒤흔드는 소식이 내 귀에 날아들었다. 대학 배구 커뮤니티와 지역 뉴스에 누나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지난 대회 때 누나에게 접근했던 프로 팀 스카우터가 누나에게 일방적인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충격적인 기사였다. 나는 그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가 꺼져 있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아빠로부터 내게 전화가 왔다. 수화기 너머의 아버지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우냐? 너도 뉴스 봤지?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 민지 그 기집애는 전화를 왜 안 받아!"
아버지의 목소리는 분노보다는 당황스러움과 걱정이 앞서 있었다. 평소 털털하고 호탕한 성격이긴 했지만, 사람을 때려 병원에 입원시킬 만큼 앞뒤 가리지 않는 딸이 아니었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아빠는 나라면 무언가 알고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묻는 듯 했다.
"대체 그 스카우터라는 양반이랑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거야?"
아빠의 쏟아지는 질문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스카우터와 누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나가 왜 그토록 무참히 폭력을 행사했는지, 나로서는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어휴, 미치겠네. 일단 나도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으니까, 너는 민지 연락 오면 바로 나한테 알려라. 알았지? 그리고 너도 함부로 나서지 말고 가만있어."
아빠는 한숨을 깊게 내쉬며 전화를 끊었다. 뚜- 뚜- 하는 기계음만이 나의 귓가에 공허하게 맴돌았다. 며칠 전, 대성이 형의 핸드폰에서 보았던 충격적인 진실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사건이 터지다니. 누나의 핸드폰은 여전히 전원이 꺼져 있다는 무미건조한 안내 멘트만 반복하고 있었다. 세상의 비난 어린 시선 속에서, 누나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거실 한가운데 서서, 묵묵부답인 핸드폰 화면만 초조하게 바라보다가 사택 밖으로 나서며 누나를 찾아다녔다. 막연하게 돌아다녀 봤자 찾을 턱이 없으니 누나가 갈 만한 곳을 곰곰히 생각해 봤다. 금방 결론을 도출해낸 나는 몸부터 움직였다.
* * *
인적이 드문 시냇가에 도착하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숲 사이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누나였다.
낡은 벤치에 웅크리고 앉은 그녀는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미동조차 없었다. 평소의 당당하고 활기찬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상처 입은 짐승처럼 작고 초라해 보였다. 내 발자국 소리가 자갈에 부딪혀 바스락거리자, 누나의 어깨가 움찔했다. 천천히 고개를 든 누나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며칠 밤을 새운 듯 눈가는 퀭했고, 구릿빛 피부는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에는 두려움과 원망, 그리고 깊은 피로감이 뒤섞여 있었다.
누나는 나를 발견하고도 놀라거나 반가워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초점 잃은 시선으로 나를 응시할 뿐이었다.
"……왔니?"
갈라진 목소리가 힘없이 흘러나왔다. 평소처럼 그를 반기는 호탕한 웃음도, 장난스러운 스킨십도 없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짐을 혼자 짊어진 듯한 무거운 침묵이 누나를 감싸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와 누나의 헝클어진 흑발을 어지럽혔지만, 누나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시냇물의 졸졸 흐르는 소리만이 우리 두 사람 사이의 무거운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누나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무릎을 꽉 끌어안았다. 누나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방어적인 자세. 그것은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숨기고 싶어 하는, 상처받은 영혼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누나는 고개를 들어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았어? 여기 있는 거."
이런 심각한 상황인데도 진지충인 나는 그 성격이 어디 안 갔는지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듯한 어조로 대답했다.누나가 평소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한적한 곳을 찾는 습관, 특히 물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안정을 얻는다는 점을 정확히 짚어냈다. 또한, 현재의 구설수와 언론의 관심 때문에 집이나 평소 자주 가던 곳은 피했을 것이며, 전에 우리가 함께 배구를 하며 좋은 기억을 남겼던 이 시냇가가 누나에게 심리적 도피처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론을 더했다. 게다가 아빠가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누나가 모든 통신을 차단하고 고립을 선택했음을 파악하고, 누나의 이동 반경을 계산해냈을 뿐이다. 누나의 굳게 다물려 있던 두툼한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멍하던 눈빛에 서서히 놀라움이 번졌다.
누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마른세수를 했다.
"하… 너 진짜… 소름돋는다. 무슨 범죄 프로파일링 듣는 줄 알았네."
누나의 목소리에는 어이없음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묻어났다. 세상 모두가 자신을 비난하고 오해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완벽하게 읽어내고 찾아와 주었다는 사실.
그것이 누나의 굳게 닫힌 마음의 빗장을 조금씩 열고 있는 것 같았다.
방어적으로 움츠러들었던 누나의 어깨가 미세하게 풀렸다.
"그래서… 내가 왜 그랬는지도, 알아맞혀 볼래?"
누나는 시선을 돌려 흐르는 시냇물을 응시했다.
퀭한 눈동자 너머로, 끔찍했던 기억이 피어오르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누나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누나의 구릿빛 피부 위로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누나는 주먹을 꽉 쥐었고, 탄탄한 팔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했다. 누나의 내면에 억눌려 있던 분노와 수치심이 다시금 꿈틀거리고 있었다. 한 번 프로파일링을 하고 나니 내 상상력과 추리력이 아까보다는 확실히 더 원활하게 동원되었다.
나는 그 때 누나를 음흉한 눈으로 보는 중년의 스카우터를 떠올림과 동시에 눈앞에 있는 누나의 육감적인 몸매를 봤다.
"그 스카우터가 누나 몸 요구한 거야?"
누나의 눈이 토끼처럼 동그랗게 커졌다. 짙은 눈썹이 위로 치켜올라가며, 누나의 얼굴에 경악이 어린 표정이 번졌다.
"…너 진짜 뭐야? 다 본 것처럼."
누나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던 끔찍한 진실을, 내가 단번에 알아맞히자 누나의 탄탄한 구릿빛 어깨가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누나는 주먹을 꽉 쥐었고, 손등 위로 핏줄이 선명하게 불거졌다.
"하…네 말 맞아."
누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누나의 짧은 흑발이 얼굴을 가렸지만, 그 사이로 비치는 표정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누나는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억눌렀던 감정을 천천히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 새끼가… 스카우트 핑계로 따로 불러내더니, 개소리를 지껄이잖아. 프로 입단시켜 줄 테니까, 자기랑… 하, 씨발. 진짜 생각할수록 역겨워서 구역질이 나네."
누나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누나의 두툼한 입술이 파르르 떨렸고, 눈가에는 분노의 눈물이 맺혀 있었다. 평소의 호탕하고 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수치심과 모멸감에 상처 입은 여린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내가 아무리 성적으로 개방적이고, 남자애들이랑 허물없이 지낸다고 해도… 그런 취급을 받을 이유는 없잖아. 내가 몸 팔아서 배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 새끼 눈빛이, 날 무슨 술집 여자 보듯 위아래로 훑는데… 눈이 돌아서 참을 수가 없었어. 정신 차려 보니까 그 새끼 면상에 주먹을 날리고 있더라."
누나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 듯, 오히려 억울함과 분노를 터뜨렸다. 하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 벌어진 참담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막막함이 누나의 목소리에 배어 있었다. 누나는 무릎에 얼굴을 파묻은 채, 가늘게 떨리는 어깨를 힘겹게 지탱하고 있었다. 누나는 평소 남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성적인 농담도 서슴지 않는 털털한 성격이지만 결코 자신의 프라이드와 배구에 대한 열정을 가벼운 거래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스카우터라는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는 자가 누나의 실력보다는 누나의 육체적인 매력-풍만한 가슴과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에 더 시선을 두었을 것이라는 의심이 합리적이었다. 그리고 누나가 폭력을 행사할 만큼 극단적인 분노를 느꼈다면 그것은 단순한 의견 충돌이나 모욕이 아닌 누나의 근복적인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 즉 성적인 요구와 그에 따른 모멸감일 수밖에 없다고 나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너 진짜 무섭다. 차라리 직업을 형사로 고르지 그랬냐?"
누나는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 웃음 끝에는 미세한 안도감이 서려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삭여야 했던 끔찍한 수모를 누군가가 먼저 알아챈 것이 마음의 위안이 되는 모양이었다. 누나는 무릎을 감싸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며 시냇물 위로 반짝이는 햇살을 가만히 응시했다. 누나의 굳어 있던 어깨가 아주 조금, 편안하게 내려앉았다.
나는 핸드폰을 켜 정보를 확인했다. 누나의 시선이 내 핸드폰 화면에 꽂혔다. 화면에 뜬 기사 제목을 확인한 누나의 두툼한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폭행 고소’라는 단어가 특히나 누나를 자극하는 것처럼 보였다.
"고소…? 그 개자식이 날 고소했다고?"
누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짙은 눈썹이 찌푸려지며 분노가 얼굴 위로 번졌다. 탄탄한 팔 근육에 잔뜩 힘이 들어가며 주먹을 꽉 쥐었다. 구릿빛 피부 위로 핏대가 섰다. 자신을 성적으로 유린하려 했던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 행세를 하며 법의 테두리 뒤에 숨었다는 사실에, 누나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하… 진짜 어이가 없어서. 자기 잘못은 쏙 빼놓고, 내가 일방적으로 때린 것처럼 꾸며놨겠지. 그 새끼, 내가 녹음이라도 해놨을까 봐 쫄아서 선수 친 거야."
누나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나의 넓은 골반이 움직일 때마다 청바지 아래로 드러난 탄탄한 허벅지 근육이 팽팽해졌다. 누나는 시냇가 주변을 서성거리며 거친 숨을 내몰아쉬었다. K컵의 거대한 젖가슴이 위아래로 크게 요동쳤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어. 나도 가만 안 둘 거야. 그 새끼가 어떤 개수작을 부렸는지 다 까발려 줄 테니까!"
그녀의 눈빛에 독기가 서렸다. 두려움에 움츠러들었던 조금 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특유의 호탕하고 전투적인 본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분노의 이면에는, 불합리함에 맞서 홀로 싸워야 한다는 막막함과 두려움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누나는 나를 돌아보며, 마치 도움을 구하듯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나는 이 사실을 아빠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에게 불리한 얘기는 쏙 빼놓고 누나가 폭력을 휘두른 것만 강조한 것을 보면 이 스카우터는 작정하고 누나에게 모든 죄를 덮어씌울 생각이다. 내 말을 들은 누나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고, 꽉 쥐었던 주먹의 힘이 조금 풀렸다.
아빠에게 알린다는 것. 그것은 이 사태가 단순히 누나 혼자 짊어져야 할 비밀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마주해야 할 현실이 됨을 의미했다.
누나는 아빠가 실망할까 봐, 혹은 가족들에게 짐이 될까 봐 두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혼자 끙끙 앓다가는 배구 선수로서의 꿈이 영영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아빠한테…?"
누나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평소의 당당함은 사라지고, 어린아이처럼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누나는 짧은 흑발을 신경질적으로 헝클어뜨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탄탄한 구릿빛 어깨가 축 처졌다.
"하… 아빠가 알면 얼마나 놀라시겠어. 나 진짜 미치겠다."
누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누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동안, 누나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힌 상념들로 어지러웠다. 스카우터의 비열한 얼굴, 아빠의 실망 섞인 표정, 그리고 산산조각 날지도 모르는 배구 코트의 꿈. 그 모든 것들이 누나를 짓누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나는 이내 고개를 들었다.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에는 여전히 두려움이 남아 있었지만, 동시에 결연한 의지도 엿보였다. 누나는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두툼한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아빠한테… 다 말씀드리자. 내가 당한 일, 빠짐없이 다 말할게."
누나의 목소리에는 체념과 함께 묘한 후련함이 묻어났다.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에 기대기로 결심한 누나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 한결 편안해 보였다. 나는 우선 아빠에게 전화하여 누나를 찾은 것과 누나가 왜 사람을 때렸는지에 대하여 전후사정을 설명했다.
내가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는 동안, 옆에서 그 내용을 듣고 있던 누나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아버지의 고함은 멀리서도 느껴질 만큼 격렬했다.
[뭐? 그 개자식이 감히 내 딸한테!]하고 노발대발하는 목소리에 누나는 움찔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분노도 잠시, 이내 가라앉은 아빠의 차가운 목소리가 스피커 폰을 통해 흘러나왔다.
아빠는 냉철하게 현실을 짚어내기 시작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주먹을 휘두른 것은 민지고, 상대가 진단서를 끊고 고소까지 마친 상태라면 법적인 처벌은 물론 체육계 내부의 징계 위원회도 피할 수 없을 거다."
최악의 경우, 선수 자격 정지나 영구 제명까지 거론될 수 있다는 말에 누나의 구릿빛 피부가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다.
"자격 정지…? 아빠, 그게 무슨 소리야. 나 이제 겨우 시작인데…."
누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누나의 거대한 젖가슴이 불안하게 오르내렸고, 탄탄했던 허벅지 근육은 힘이 풀린 듯 보기 흉하게 떨렸다. 아빠는 나에게 상황을 수습할 테니 일단 누나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라고 명령하듯 덧붙였다.
전화가 끊기고 정적이 찾아온 시냇가에서 누나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민우야, 나 이제 어떡해? 나 진짜 배구 못 하게 되는 거야?"
평소의 쾌활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누나는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눈으로 내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억울함과 공포가 뒤섞인 누나의 체취가 땀 냄새와 섞여 진하게 풍겨왔다.
* * *
집으로 와 보니 누나는 어두컴컴한 거실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누나는 기숙사를 나와 아빠, 엄마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며칠 사이 누나의 눈가는 눈에 띄게 퀭해졌고, 생기 넘치던 구릿빛 피부도 푸석하게 죽어 있었다. 아빠가 선임한 변호사가 다녀갈 때마다 상황은 절망적인 소식뿐이었다. 스카우터 측은 이미 치밀하게 입을 맞춘 목격자 진술과 상해 진단서를 제출했고, 정작 누나가 폭행을 저지른 결정적 원인이었던 성희롱과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는 입증할 수 있는 녹취나 물증이 단 하나도 없었다.
"하아!"
누나는 평소의 호탕함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한숨만을 내쉴 뿐이었다. 거실 테이블 위에는 협회에서 날아온 징계 위원회 출석 통지서가 차갑게 놓여 있었다. 누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칠게 거실을 서성였다.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아 민소매 셔츠 아래로 여실히 드러나는 누나의 거대한 가슴이 격렬한 호흡에 따라 위태롭게 흔들렸다.
내가 곁으로 다가오자 누나는 멈춰 서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누나의 눈동자에는 억울함과 수치심, 그리고 꿈이 짓밟힐지도 모른다는 근원적인 공포가 뒤섞여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나 진짜 이대로 끝나는 거야? 그 돼지 같은 새끼 말 한마디에 내 인생이 다 날아가는 거냐고."
누나는 내 어깨에 이마를 툭 기댔다. 탄탄한 근육질의 몸이 힘없이 무너져 내리며 내 온기에 매달렸다. 땀과 눈물이 섞인 진한 체취가 내 코끝을 찔렀다. 누나는 내 옷자락을 손가락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꽉 움켜쥐었다. 누구보다 당당했던 누나가 내 앞에서 자신의 처참한 나약함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누나는 내 어깨에 기댄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평소의 당당하고 호탕하던 기색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상처 입고 길 잃은 어린 짐승처럼, 누나는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민우야... 이상하게 들릴 거 아는데... 나 가슴 좀 만져줄래?"
누나의 두툼한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부탁을 내뱉는 그 모습이 너무도 측은해서, 평소의 누나를 잘 알던 나는 가슴이 미어질 지경이었다. 무너져 내린 자존심을 다른 무언가로 채우려는 듯, 누나는 간절히 매달리고 있었다.
지금은 누나의 그 어떤 부탁도 거절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었다.
내 손이 옷 위로 얹어지자, 누나는 그 손을 제 손으로 꽉 붙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민소매 셔츠 안쪽으로 내 손을 이끌었다. 브래지어 하나 없는 맨살의 거대한 젖가슴이 내 손바닥 가득 묵직하게 잡혔다. 따뜻하고 탱탱한 살결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옷 위 말고... 이렇게. 그냥......"
누나는 눈을 질끈 감으며 작게 속삭였다. 그 목소리에는 처참하게 무너진 마음을 동생의 체온으로나마 위로받고 싶어 하는 애처로운 갈망이 짙게 배어 있었다.
내 손바닥이 누나의 거대하고 탄력 있는 K컵의 가슴을 움켜쥐자 누나의 입술 사이로 작고 뜨거운 신음이 새어 나왔다. 구릿빛의 탄탄한 피부는 땀으로 미세하게 축축했고, 누나의 진한 체취가 훅 끼쳐왔다.
"하아… 미치겠네. 진짜 나 돌았나 봐. 이런 상황에서 이런 부탁이나 하고…."
누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내 가슴팍에 얼굴을 비볐다. 누나의 두툼한 입술이 닿은 셔츠 자락이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누나는 내 손이 자신의 부드럽고 묵직한 살덩이를 움켜쥐자, 오히려 더 깊숙이 내 손 안으로 파고들며 몸을 밀착시켰다.
"근데… 네가 만져주니까, 그 욕정 덩어리 변태 생각나는 게 조금은 잊혀져. 진짜 병신 같지… 나 진짜 징계받으면, 배구 못 하면 어떡하냐… 무서워 죽겠어, 민우야."
누나의 목소리는 끝내 울음기로 젖어 들었다. 누나의 꽉 찬 두꺼운 허벅지가 내 다리에 얽히듯 바싹 붙어왔고 팽팽하게 부풀어오른 누나의 유두가 내 손바닥을 부드럽게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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