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덫에 걸린 아내 3

앞머리가 개기름으로 번들거리는 천만복부장과 곱슬머리가 꽤 강단있어 보이는 강우재이사, 그리고 요염한 미소를 짓는 은아영과 안경 너머로 날카로운 눈초리를 숨긴 서영은대리를 차례로 둘러보며 사례를 하는 순간 표부열차장과 낯 모르는 사람이 널찍한 가구를 힘겨운 표정으로 함께 들고 들어섰다. 나는 재빨리 뛰어가 표차장이 들고 있는 부분을 건네 받았다.
"차장님, 이게다 뭡니까?"
"허어! 손님 맞을 상이 없다는 소릴 자네 안사람한테 들은 적이 있어서 이렇게 튼튼한 것으로 준비했네."
표차장의 말대로 인부가 포장지를 벗겨 바닥에 펴자 잔치상으로 손색이 없는데다 꽤 단단해 보였다. 단지 밥먹는 상으로만 쓰기에는 아까워 보일 정도로 튼튼했다.
"자, 이만하면 자네같은 어른이 올라가서 쇼를 해도 끄떡 없을 것 같지 않은가? 유대리가 보기에는 어때?"
"아, 예. 감사합니다. 차장님."
이때만해도 나는 표차장의 호기로운 말에 담긴 진의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표차장과 함께 자리에 상을 펴면서 아내의 점차 잦아드는 말을 의식할 겨를도 없었다. 거실에 상을 편 순간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앞치마를 두른 은아영과 서대리, 그리고 장모까지 나서 그간 아내가 준비한 음식을 상에 차리는 모습은 얼핏 보기에도 여늬 잔치집과 다름이 없게 보여 내가 아까 들었던 천부장과 아내의 통화내용이 악몽을 꾸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들 정도였다.
"허어! 원체 많이 차렸구먼, 유대리."
"이사님, 많이 드세요."
"유대리, 잔뜩 차렸는데 생선회는 이따가 술먹을 때 먹도록 하지.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명하늘 입장시켜야지."
강이사는 아내가 회사다닐 때 부르듯이 대리 직급을 그대로 호칭하며 스스럼없이 이것저것 주문했다. 이윽고 음식이 차려지자 딸 하늘이를 커다란 탁자앞에 세우고 돐의식을 진행하며 아내와 나까지 나란히 포즈를 잡게해 사진을 찍었다.
"자, 건배!"
"예, 부장님."
"그럼, 오늘의 주인공 명하늘을 위하여 할까."
천부장의 제안에 음식과 술을 마시며 나는 경각심을 가지고 신경을 모으기 시작했다. 언제 어떤 방법으로 나를 잠재울것인지 권하는 술잔 하나하나 신경 쓰면서 여러사람들에게 장단을 맞췄다.
"유대리, 하늘이 한테 아무래도 담배는 안 좋겠지?"
강이사의 말에 눈치를 챈 아내는 장모에게 한 마디하였다.
"엄마, 아까 말씀드린대로 우리 하늘이 데리고 정미네로 가실래요."
"어! 알았어. 명서방, 나 하늘이 데리고 작은 딸네 갈테니 손님들 모자라지 않게 잘 모시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장모님, 그럼 안녕히 가세요."
"저희가 부산피워서 내쫓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부장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서운합니다. 제가 마음먹고 모처럼 초대했으니까 지금부터 화끈하게 노십시요. 저는 잠깐, 실례를 하겠습니다."
엊그제 해산한 처제네로 하늘이를 데리고 가겠다는 장모의 말에 나는 다시 퍼뜩 정신이 들며 장모를 배웅하고 이내 욕실에 들어서며 볼일을 보고 난다음 실내의 동정에 귀를 기울였다.
"허어! 명과장 말마따나 그럼 화끈하게 놀아 볼까. 건배를 해야 하는데."
"이사님, 명과장님이 자리에 앉는대로 건배하시죠."
서영은 대리의 낭랑한 목소리에 나는 윤혜미가 조제해준 약을 주머니에서 꺼내 입안에 머금었다. 이윽고 다시 내 자리에 앉아 좌중을 둘러보자 부서원들은 하나같이 묘한 열기에 들뜬 눈빛들이었다.
"자, 명과장, 앞에 잔들어."
부장의 권유에 내앞에 놓인 맥주컵에 가득 담긴 술잔을 높이 들었다.
"유대리도 이리와서 건배하지."
"예, 이사님."
"자, 그럼 화끈한 밤을 위하여~!"
"위하여!"
열기에 들뜬 강이사의 건배 제창에 나는 입속에 머금은 약을 의식하며 입만 크게 벌려 호응했다. 이윽고 술잔을 가져가는 순간 창백하고 안타까운 눈빛으로 나를 마주보곤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아내의 모습에 확신을 하고 술을 입안에 부었다. 순간 지금까지 마신 술맛과 다른 것을 확실히 음미하며 술병을 들어 술을 가득채워 강이사에게 권했다.
"강, 이사님, 한 잔, 드, 드십시요."
"어! 그래."
"천, 천, 부장님도요."
나는 동공이 풀린 모습으로 변신하며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표, 차~차장님도 드려..야..하는데 가, 가, 갑자기 눈이, 자..잠..."
"어허! 명과장, 이렇게 술이 약해서야... 명과장."
"조....조...금 ....쉬면..괜...."
"그래, 여기 소파에서 잠깐 눈을 부치게."
"예...죄...죄......"
나는 비틀거리며 표부열차장의 권유대로 쇼파에 몸을 뉘었다. 그러나 수면제를 해소하는 약을 먹었는데도 어찔거리는 것이 실제로 논꺼플이 잠겨들었갔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정신을 차리고 의식적으로 코를 골다 이윽고 새근거리며 깊은 잠에 빠져든 연기를 시작했다.
드르릉드릉드릉드르릉.......
"명과장!"
"...."
"뻗었는데요. 이사님."
"호호! 그많은 것을 한꺼번에 먹었으니 명과장인들 견딜 수 있겠어요?"
이 썰의 시리즈 (총 34건) | ||
---|---|---|
번호 | 날짜 | 제목 |
1 | 2025.10.18 | [펌]덫에 걸린 아내 32(완결) (1) |
2 | 2025.10.18 | [펌]덫에 걸린 아내 31 |
3 | 2025.10.18 | [펌]덫에 걸린 아내 30 |
4 | 2025.10.18 | [펌]덫에 걸린 아내 29 |
5 | 2025.10.18 | [펌]덫에 걸린 아내 28 (1) |
31 | 2025.10.18 | 현재글 [펌]덫에 걸린 아내 3 (1) |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