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네사람 중에 내 여친은 유일하게 처음 이곳에 왔을때 주위사람들이 물어보면 한국에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있었다.

160초중반의 자그마한 키에 날씬하고 귀여운 외모때문에 남자들은 그런 사실을 개의치 않고 대쉬를 해왔고, 그럴때마다 여친은 남자친구가 있다며 조심스레 거절을 했다.

그러다 나와 연애를 시작하자 주위에 이런 저런 안좋은 말들이 많았다.

여친은 아닌척 하지만 은근히 신경을 쓰는게 보였다.

여친은 자기 남자친구에게 우리 관계를 숨겼지만 남자친구의 전화를 거의 예외없이 받았고 주로 전화를 여친이 정기적으로 거는 편이었다.

처음엔 아파트에 이사오고나서 베란다나 거실로 나가서 전화를 걸었는데, 밤에 날씨도 쌀쌀한데 나가서 해봤자 어차피 다른 커플에게 더 잘 들릴거고 더 찝찝할거라는 생각에… 얼마후에는 남친과 전화를 할때면 내가 주로 담배를 피러 나갔다.

여친의 남자친구는 나이가 한살 어린 연상연하 커플이었고 전화를 2-3일에 한번정도 길게 했다.

해외전화거는 되게 자주하는 편이었다.

의처증 정도는 아니었지만 전화를 안해주면 불안해 한다고 해서 거의 전화를 거르는 일이 없었다.

보통의 연애관계 였다면 이 일로 싸우고 헤어지라고 했겠지만, 나는 여친에게 그럴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었고 당연히 나는 와이프와 헤어진 것도 아니고, 뭐 굳이 강요하고 싶지도 않았다.

여친은 이러한 나의 사정은 몰랐지만 자기의 어려워 하는 부분을 이해해 주는것이 고마워 나에게 미안해하고 더 잘해줬던것 같았다.

그러나 전화할때마다 밖에 나가있는것이 반복되다보니 좀 거슬렸다. 그래서 여친과 조용히 이야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