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엄마 1부 27

그의 시선이 내 눈을 붙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바닷바람이 불어와 머리칼이 흩날렸지만, 이번엔 그가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아주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숨결이 가까워졌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그의 호흡이 따뜻하게 스며들었고, 그 온기가 내 귓가를 스쳤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 금방이라도 들켜버릴 것 같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그의 손이 내 뺨에 닿았다. 거친 온기가 피부에 스며들자 온몸이 전율처럼 떨렸다.

그리고 아주 짧은, 그러나 분명한 접촉.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멀어졌다. 파도 소리도, 갈매기 울음도, 심지어 내 호흡조차도 사라지고, 오직 우리 사이의 떨림만이 남았다.

짧았지만 여운은 길게 이어졌다. 그는 서둘러 물러나지 않았고, 나 역시 피하지 않았다. 서로의 이마가 맞닿은 채, 우리는 한동안 숨을 고르며 그대로 서 있었다.

이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야.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선을 넘어섰다는 걸, 너무도 선명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가 낮게 속삭였다.

“누나… 지금, 꿈 같아요.”

나는 눈을 뜨지 못했다. 하지만 곧 용기를 내어 눈을 마주했다. 젊고 뜨거운, 그러나 진심이 담긴 눈빛.

망설임 끝에 이번엔 내가 먼저 다가갔다. 아주 짧게, 그러나 분명하게 다시 입술을 맞췄다.

그는 놀란 듯 숨을 멈추더니, 곧 내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짧은 웃음 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쳤지만, 내 안에서는 오직 그의 심장 소리와 내 심장 소리만이 겹쳐 울리고 있었다.

그가 내 손을 놓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나도 따라 걸었지만, 발걸음은 자꾸만 느려졌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오래 붙잡아 두고 싶었다.

“누나…”

그 한마디가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마을 끝자락, 희미한 불빛이 켜진 모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

그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누나… 우리,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어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시선을 간판으로 향했다.

이 문을 열면, 되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지금 멈춘다면 평생 후회할지도 몰라.

그가 천천히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싫으면… 지금 말해요.”

나는 눈을 감고, 아주 작게 고개를 저었다. 싫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 순간, 그의 손이 내 손을 더 세게 감쌌다. 간판 불빛이 깜빡이며 우리를 비추었다.

그의 손끝이 문고리에 닿자, 불빛이 순간 더 밝아졌다.

문이 열리며 따뜻한 공기가 바닷바람을 밀어내듯 스며들었다.

나는 문턱 앞에서 잠시 멈췄지만, 곧 그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 순간, 우리는 함께 문 안으로 발을 옮겼다.

문이 닫히자, 바깥의 소음은 완전히 차단되었다.

남은 건 두 사람의 숨결과 심장 소리뿐이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누나… 혹시 후회하고 있나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지금은, 그냥… 이 순간이 전부예요.”

그는 안도하듯 미소 지었고, 그 미소가 내 마음을 더 흔들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이제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어. 이 순간 만큼은 내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