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로 만난 사이 8-1
"아우씨, 이럴때 하필 또 배가 아픈건데.."
화장실이 급한 다영은 별수없이 혼자힘으로 가보려고 온힘을 내었다. 겨우 다리를 바닥에 내리는데 성공하고 이제 일어서기만 하면 된다.
8화. 고백
그러나 다리에 힘이 거의 돌아오지 않은 다영은 그대로 침대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안돼. 오빠앞에서 창피당할거야. 제발 움직여..."
구원자가 등장했다. 여성가드가 병실에 들어오자 바닥을 기고있는 다영을 보고 놀라 즉시 달려가 부축해주었다.
다영이는 급한 나머지 화장실을 연신 외쳐댔다.
"아, 네네."
가드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험한 상황은 모면했다. 그런데 너무 오래걸리자 가드가 다영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다영 아가씨, 괜찮아요?"
"기다려줘요. 혼자 해결해보고 싶어요."
"아직 배가 아픈건.."
"아니 그건아니고 바지를 아직 못입어서..."
낑낑대는 소리에 가드는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
"할수있습니다. 다되면 불러주세요."
다영의 대답은 들려오지안고 여전히 낑낑대는 소리만 들려왔다. 나는 통화를 끝내고 돌아오자 가드가 검지를 치켜들며 쉿하는 동작을 취하며 내게 작은 목소리로 상황을 알려주었다.
"푸핫!"
"아이참 조용히해요. 비웃으면 아가씨께서 얼마나 비참하겠어요?"
"아아, 그렇겠네. 근데 왜이리 조용해?"
가드는 조심스럽게 살짝 열린 문틈으로 상황을보았다. 아직도 바지입는데 바지춤만 잡고 올리지못하고있었다.
"저러다 허리 나가겠는데... 그냥 도와드려야되나?"
가드가 우물쭈물하자 내가 문을 확 열어재꼈다.
"뜨아아아!!! 무슨짓이에요? 팀장님!"
"으으으으..."
나는 재빨리 다영을 안아 입지못한 바지를 올려주었다. 다영은 창피한건지 분한건지 내 어깨에 안겨 서럽게 울어댔다.
"괜찮아.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한걸음씩 다시 내딛으면돼."
"으아아아앙~"
"......"
어떤 위로도 다영이의 마음을 채워줄 수 없단 걸 너무나 잘안다. 자신이 처한 무력함이 이토록 괴로울지 상상이나 했을까. 나라면 진작 죽으려 했을 것 같은데 다영이는 매일 같이 다시 일어나려고 힘쓰는데 맘처럼 되지 않으니 이렇게 서러울 수가 없겠지.
나는 가드에게 잠시 자리 좀 비워 달라고 눈짓했다.
"다영아. 그만 울어. 이런다고 다리가 팟하고 났는것도 아니잖아?"
"으아아아앙~"
"조금만 힘내자. 내가 항상 옆에 있을테니까. 오빠봐바. 뚝하고 응?"
"흑흑... 나 돌아갈수 있을까?"
"당연하지. 내가 아는 이다영은 기적을 몰고다니는걸로 아는데?"
나는 말을 이어갔다.
"너 없으면 난 아마 망가져 갔을거야. 어릴때 부모를 잃었을 때도 몇 년이나 세상과 단절하면서 살았는데 이번엔 내가 사랑하는 이까지 앗아가는 건가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어. 근데 마침 기적처럼 니가 눈을 떠주네? 신도 이건 너무했다 싶었는지 지옥으로 떠러지려는 나를 붙잡아줬다고 생각해. 그러니 살아줘. 아무리 힘들어도 내 옆에 있고 싶다고 살고 싶다고 말해줘."
다영은 아직도 내 어깨에 기대어 아무말 없이 숨소리만 내었다.
'나때문에 오빠가 이렇게나 힘들었다니.. 내가 너무 나만 생각했나... 내가 할수 있을까... 나도 오빠옆에서 당당히 걷고싶은데 당장이라도 뛰고싶은데 왜자꾸 부정적인 마음만 드는걸까.'
다영이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에도 나는 다영이의 대답을 묵묵히 기다렸다.
스윽-
드디어 내 어깨에서 몸을 땐 다영이 닭똥같은 눈물을 떨어뜨리며 한 한마디
"살고 싶어. 나좀 도와줘. 오빠..."
침대로 돌아가 같이 껴안고 누워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 그러다 어느순간 잠든 다영이를 한동안 지그시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열리는 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잠시 나가있던 가드가 들어왔다.
"저 그냥 문만 지키면 될까요?"
"아, 미안. 지금처럼 나없을때 다영이좀 봐줘. 오늘 고생많았어."
"네. 쉬십시오."
다영이는 다음날 부터 이를 악물면 재활치료에 전념했다. 내가 없을땐 가드와 함께 하고 남몰래 근력운동도 조금씩 해나갔다.
"후, 이제는 얼추 다리에 느낌이 돌아오고있어!"
뿌듯한듯 혼자말을 하던중 내가 들어오자 안아달라고 팔을 활짝 벌리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다영이 엉덩이를 받들면 안았다.
"이제 다 나았나보다? 애교도 부리고 말야."
"헤헤~ 아직이지롱~ 겨우 2분이지만 가만히 서있는정도는 가능해졌어."
"진짜? 보여줄수있어?"
"음...방금 재활끝냈는데, 일단 해볼게."
내 어깨를 잡고 중심부터 잡으며 천천히 손을 땠다. 버텨보려 안간힘을 쓰는 다영은 몸을 비틀거려댔다.
"오오! 오~오오! 좀만 더"
내가 좋아하니 덩달아 기분 좋아진 다영은 함박 미소를 지으며 내 앞으로 고꾸라졌다.
"흐흐흐흐흐~"
"장하네. 짧은 시간에 이만큼이나 버티네?"
"헤헤헤, 나 이제 힘다빠졌어."
"앉자 앉아. 미현씨가 너 좋아하는거 들고 올거야."
"나 좋아하는거?"
때마침 여성가드가 딸기쉐이크와 치즈케익을 사들고왔다. 그리고 뒤이어 두 사람이 더 들어왔다.
"다영씨, 민환씨 잘지냈어요?"
"여!"
"아이여씨, 장재훈! 어떻게 온거야?"
"차타고 오지 뭘 어떻게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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