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2장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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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2章 고독한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곤륜 ──── !
천산(天山)과 함께 신강 대분지를 남북으로 감싸고 있는 대륙의 중추,
곤륜이라는 산명(山名)이 신(神)들의 궁성(宮城)을 의미함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었다.
그 장대한 곤륜의 동쪽.청해(靑海)를 굽어보고 있는 천길 단애가 자리하고 있었
다.
──── 고독애(孤獨崖)!
거꾸로 꽂힌 거대한 칼의 허리 부분을 뚝 꺽어 세워놓은 듯한 웅자한 형상의 단애!
그 단애의 이름은 고독애(孤獨崖)였다.
그 허리가 늘상 자욱한 운무로 뒤덮여 있는 고독애,
그 형상은 이름 그대로 고독하고도 의연해 보였다.
그 고독애의 정상,
의외로 만여 평에 달하는 거대한 분지가 펼쳐져 있었다.
울창한 송림으로 가득 찬 넓디넓은 분지,
그 끝에는 돌로 지은 한 채의 아늑한 석옥(石屋)이 세워져 있었다.
아담하고도 운치있게 서 있는 석옥.
그것은 마치 세외도원 속의 한폭 그림인 덧 더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하나,
오오!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별세계의 선경(仙境)과도 같은 고독애는 지금 온통 역겨운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진 않은가?
고독애의 분지.
지금 그곳에는 천여 명의 무림인들이 운집해 있었다.
하나,
그들 중 절반 정도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고독애의 끝에 자리하고 있는 아담한 석옥.
그 일대에는 수백 구의 시신들이 처참한 형상으로 나뒹굴고 있었다.
머리가 으깨졌거나 몸뚱이가 짓뭉개진 처참한 시신들,
그 자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와 내장들이 질펀하게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실로 보기만해도 치가 떨리는 끔찍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처참한 시체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놀라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시체가 된 자들의 신분이었다.
그들은 놀랍게도 태반이 한 지역의 당당한 패자들이 아닌가?
정확히 말하자면 그 자들은 저 군마영웅보상에 그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 일대명
인들이라는 것이었다.
믿어지지 않게도 그 같은 막중한 신분을 지닌 자들이 중원으로부터 머나먼 이곳
곤륜의 고독애에 시신으로 화해 누워있는 것이었다.
침묵,
장내는 무섭도록 조용했다.
비록 운집한 군웅들 중 절반 정도가 죽임을 당했으나 여전히 고독애에는 오륙백
명에 달하는 무림인들이 운집해 있었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터질 듯 팽팽한 긴장감과 침묵.
장내는 온통 그 숨막히는 기운으로 가득차 있었다.
군웅들은 침묵 속에 하나의 거대한 포위망을 반원형으로 구축한 채 고독애 끝의
석옥을 에워싸고 있었다.
석옥을 포위하고 있은 군웅들의 면면을 보면 실로 대단했다.
그들 속에 천하무림의 모든 명숙들이 다 모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단 한명만 나타나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수 있는 일대 기인들.
하나,
천하를 떨어올릴 고수들이 수백 명이나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눈가에 은은
하게 떠도는 공포의 빛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 」
「 .......! 」
군웅들은 온통 긴장과 공포의 눈빛으로 석옥을 주시하고 있었다.
석옥 안에는 누가 있단 말인가?
누가 있기에 천하의 뭇 군웅들을 떨게 만든단 말인가?
군웅들을 이끌고 있는 것은 일견하기에도 삼인(三人)의 고수로 보였다.
석옥 뒤쪽의 천길 단애를 제외한 포위망의 삼면을 지키고 이씨는 인물들,
뭇 기인들 중에서도 그들 삼 인의 기도는 가히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 할만했
다.
포위망의 정면,
그곳을 지키고 선 인물은 한 명의 노검수(老劍手)였다.
일신에는 푸른색 학창를 걸치고 있었으며 가슴까지 드리운 검은 수염이 무척 인
상적이었다.
그는 보는 이의 폐부를 찌르는 듯한 강렬한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일견하기에도 절정에 달한 내가고수임이 분명했다.
노검수의 허리춤,
한 자루의 목검(木劍)이 걸려 있었다.
칠흑같이 검은 나무로 깎은 목검(木劍).
그것은 유서깊은 검술명가(劍術名家)의 상징이었다.
──── 혁련검호각(赫連劍豪閣)!
우내제일의 검술명가,
그 연원은 천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직 검술 한 가지에만 매진해온 일족.
그 결과,
그들은 웅혼하고 장대한 검예를 이룩해냈다.
당대무림에서 검법(劍法)으로 혁련검호각(赫連劍豪閣)에 필적하는 세력은 전무
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학창이를 걸친 노검수.
그는 바로 혁련검호각(赫連劍豪閣)의 당대가주였다.
유성신검황(流星神劍皇) 혁련휘(赫連輝) ──── !
군마영웅보의 서열 제삼위(第三位)에 오른 인물.
다시 말해 그는 전무림을 통틀어 제 삼위의 강자였다.
하나,
단순한 검법만이라면 그는 가히 우내최강(宇內最强)으로 꼽히리라.
유성신검황(流星神劍皇) 혁련휘의 좌측,
한 명의 섬뜩한 괴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하나의 바위 위에 걸터앉은 채 긴 곰방대를 빨고 있었다.
오척의 단구.
게다가,
그는 볼품없는 꼽추에 추괴하기 이를 데 없는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또한,
기이하게도 그의 전신 피부는 짙푸른 녹색을 띠고 있었다.
마치 녹색 물감을 뒤집어 쓴 듯한 기괴한 형상.
비단 피부색만이 녹색이 아니었다.
그는 눈동자마저도 섬뜩한 벽록색이 아닌가?
실로 보는 것 만으로도 소름이 오싹 끼치는 모습.
그 꼽추노인의 주위로는 군웅들이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군웅들은 이 기괴하고도 섬뜩한 모습의 꼽추노인을 극히 두려워하는 듯했다.
──── 독천존(毒天尊) 서래음(西來音)!
군마영웅보의 서열 제 사위(第四位)의 인물.
그는 가장 무서운 독공의 달인이었다.
그의 전신은 온통 극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따라서,
단지 숨결만으로도 십 리 밖의 적을 중독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대리(大里)에 자리한 독성부(毒聖府)의 지존.
유성신검황(流星神劍皇) 혁련휘의 우측,
그곳에는 한 명의 섬뜩한 인상을 지닌 장한이 음산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는 일신에 칠흑같이 검은 장포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 위에 마치 박쥐 날개 모
양과도 같은 검은 피풍을 두르고 있었다.
제법 준수한 인상.
하나,
그의 안색은 핏기 한점 없이 보였다.
백지장같이 새하얗고 창백한 안색.
너무 하얗다 못해 푸르스름하게 까지 보여 그는 마치 무덤에서 뛰쳐나온 시체같아
보였다.
──── 유령대제(幽靈大帝) 구양수(九陽秀)!
군마영웅보 서열 제 오위(第五位)의 인물.
그는 북망산 구유마궁(九幽魔宮)의 지존이었다.
음유한 음부마공(陰府魔功)을 연마하여 소리없이 적을 죽이는 암수에 능한자.
그 자가 은연중 무림패권을 노리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유성신검황(流星神劍皇) 혁련휘.
독천존(毒天尊) 서래음.
유령대제(幽靈大帝) 구양수.
군마영웅보의 서열 삼, 사, 오 위를 차지하고 있는 절정고수들.
그 자들이 바로 고독애에 운집한 군웅들의 사실상 통솔자였다.
그들 삼 인과 태양황(太陽皇) 이청천을 합쳐 무림인들은 사대천왕(四大天王)이
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혁련검호각(赫連劍豪閣),
독성부(毒聖府),
구유마궁(九幽魔宮).
그리고 태양황 이청천의 태양곡(太陽谷) 등의 사파를 합쳐 무림인들은 신주사패
천(神州四覇天)이라 칭했다.
현재 이곳 고독애에는 그 사대천왕과 신주사패천(神州四覇天) 중 태양황 이청천
과 그의 태양곡(太陽谷)만이 빠져 있었다.
사실상 중원무림의 정영이 모두 비좁은 고독애에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었다.
「 언제까지 더 기다려야 하는거요, 서형? 」
문득,
오랜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유령대제(幽靈大帝) 구양수였다.
그 자는 짜증서러운 음성으로 말하며 독천존(毒天尊) 서래음을 돌아보았다.
「 연(燕)가는 이미 서형의 무형지독(無形之毒)에 중독당한 데다가 오백여 명의
고수들을 해치운 대가로 심각한 내상까지 입은 상태요. 그렇거늘 무엇을 두려워
하는 것이오? 」
그 자는 불만을 참지 못하고 음침한 음성으로 다그쳤다.
하나,
독천존 서래음.
그는 태연히 담뱃대만 빨고 있었다.
「 물론 노부의 무형지독(無形之毒)은 제법 쓸만하지! 」
그는 혼잣말을 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 아무리 내공이 신화경에 이른 연가라 해도 무형지독(無形之毒)을 이겨내지는
못할걸? 」
그 말에 듣고 있던 유령대제는 참지 못하고 성급하게 재촉했다.
「 그걸 잘 알면서 왜 망설이는 것이오? 당장 쳐들어 갑시다! 」
하나,독천존 서래음의 가늘게 뜬 두 눈에 비웃음의 빛이 어렸다.
그는 유령대제를 향해 나직하게 혀를 찼다.
「 끌끌, 구양궁주는 혈마대장경(血魔大藏經)에 눈이 멀어서 우리의 상대가 누군
지 모르고 있는 듯하구려! 」
그 말에 유령대제는 흠칫했다.
독천존은 그런 유령대제를 향해 차가운 조소를 보이며 문득 음악하게 웃었다.
「 우리의 상대는 다름아닌 천하의 고독마야(孤獨魔爺)요. 그래서 기다려야 하는
것이오! 」
「 ....... 」
유령대제의 눈꼬리가 일순 미미하게 떨렸다.
독천존의 어투에서 모멸감을 느낀 것이었다.
허나,
그 자는 독천존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눈 앞의 석옥에 은둔하고 있는 인물.
그는 유령대제 구양수가 유일하게 공포를 느끼는 대상이었다.
다름 아닌
고독마야(孤獨魔爺) 연남천(燕南天) ──── !
그가 석옥 안에 웅크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 클클....... 우린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거요! 연가 늙은이가 무형지독의 독
기를 견디지 못하고 제풀에 쓰러질 때까지.......! 」
독천존이 음악한 웃음을 흘리며 재차 확인시키듯 말했다.
그 자의 그런 사악한 웃음에 유성신검황 혁련휘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독천존이나 유령대제와는 달리 광명정대한 성품을 지닌 인물이었다.
비록 적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중독되어 쓰러질 때까지 기다리는 비겁한 짓은 할
수 없다고 믿고 있는 그였다.
하나,
상대는 고독마야였다.
그의 필생의 숙적!
자칫 객기를 부리다가는 고독마야의 손에 쓰러지고 말 것이다.
(내 한몸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유성신검황은 내심 탄식하며 독천존과 유령대제를 돌아보았다.
그렇다.
만일 그가 고독마야와 맞서다 개죽음을 당하면 독천존과 유령대제만 이롭게 만
들뿐인 것이다.
독천존의 독성부(毒聖府)와 유령대제의 구유마궁(九幽魔宮)의 무림제패의 야욕
을 저지하고 있는 유일한 세력이 바로 유성신검황의 혁련검호각(赫連劍豪閣)이
아닌가?
유성신검황은 지그시 아랫입술을 물었다.
(치욕스러운 일이나 이 방문좌도의 무리들과 행동을 함께 할 수밖에 없다!)
그는 길게 탄식하며 석옥쪽을 주시했다.
석옥 안 ──── !
주위를 포위한 군웅들의 모습이 내려다 보이는 창가.
한 명의 마의노인이 담담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 후후...... 술도 이것이 마지막이군! 」
그는 빈 술병을 내려놓으며 공허롭게 웃었다.
육척의 훤칠한 체격,
희끗희끗한 머리,
그의 얼굴은 비록 주름으로 뒤덮여 있었으나 두 눈만은 여전히 스산한 한망을
발하고 있었다.
마의노인의 분위기는 아주 독특했다.
온통 허무함과 공허로움으로 젖어있는 그의 모습,
그를 보고 있자면 절로 칼로 가슴이 저며지는 듯한 뼈저린 고독의 느낌에 휩싸
이게 된다.
그 고독감은 너무 절절하여 보는 이의 가슴까지 삽시에 물들일 듯했다.
──── 고독마야(孤獨魔爺) 연남천(燕南天)!
그렇다.
마의노인은 바로 그였다.
명실상부한 우내제일인(宇內第一人)!
육십여 년의 세월동안 단 한 번의 패배도 기록하지 않은 고독한 절대자(絶對者)!
그가 한 자루 철검(鐵劍)을 짊어지고 나선 것은 약관도 되지않은 나이때였다.
그 후,
고독마야는 자신의 적수를 찾기 위해 중원 뿐만 아니라 새외와 변황까지 구석구석
뒤지고 다녔다.
하나,
고독마야는 그 어디서도 자신의 적수를 찾지 못했다.
이에 실망한 그는 이십여년 전 이곳 곤륜산의 험지에 석옥 한 채를 짓고 은거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곳 절지를 스스로 고독애(孤獨崖)라 이름짓고 자신의 처소인 이 석옥을
고독헌(孤獨軒)이라는 현판을 새겼다.
「 어리석은 것들! 이 모두가 천하파멸을 노린 대음모(大陰謀)인 줄도 모르고 탐욕
에 눈이 어두워 몰려든 꼬락서리라니.......! 」
고독마야 연남천,
그는 스산한 비웃음을 흘리며 빈 술병을 찬 밖으로 던져 버렸다.
자세히 보면 그의 안면에는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것은 천하에서 가장 지독한 극독에 중독되었다는 증거였다.
──── 무형지독(無形之毒)!
색도 냄새도 없는 무색투명한 극독,
아무런 징후도 보이지 않기에 누구도 무형지독의 암산을 피해내지 못한다.
일단 무형지독에 중독되면 반각 이내에 오장육부가 썩어들어가 죽게 된다.
고독마야는 그 무서운 무형지독을 다량 흡입한 상태였다.
그러고도 쓰러지지 않은 이유는 그의 내공이 신화경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허나,
독천존(毒天尊) 서래음의 장담대로 고독마야의 내공이 아무리 극고하다고 하나
내공의 힘으로 무형지독을 태워버리지는 못했다.
그는 그저 무형지독이 발작하지 못하도록 억제할 수 있을 뿐이었다.
고독마야는 공허한 눈빛으로 창밖을 내려다 보았다.
(결국....... 이곳 고독애가 나 연남천의 무덤이 되겠군.)
그의 눈꼬리로 쓸쓸한 미소가 스쳤다.
(여한은 없다. 이 혼탁하고 추악한 세상에 아무런 미련도 없으니까!)
그는 허허로운 눈빛으로 내심 중얼거렸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군마영웅보(群魔英雄譜)라는 것을 만들어 세상을 피로
물들게 만든 놈의 상판을 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사실이다.)
문득,
그는 눈길을 한쪽 옆으로 돌렸다.
서탁.
그곳에는 몇권의 책자가 쌓여 있었다.
표지가 새것인 한 권의 책자,
그리고,
아주 낡은 세 권의 비단 책자가 그것이었다.
──── 군마영웅보(群魔英雄譜)!
최근에 지어진 듯한 새책자는 바로 군마영웅보였다.
그것은 얼마전 고독마야의 수중에 들어왔다.
그리고,
세 권의 낡은 비단 책자,
──── 혈마대장경(血魔大藏經).
그것은 바로 혈마대장경(血魔大藏經)이었다.
전무림인들로 하여금 고독마야 연남천을 합공하게 만든 장본인,
두달 전 ──── !
고독마야는 아주 우연히 혈마대장경(血魔大藏經)을 수중에 넣게 되었다.
그는 천산(天山)으로 한 가지 약초를 구하러 갔었다.
그러다 어느 빙곡(氷谷)에서 하나의 빙동(氷洞)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빙동(氷洞)은 전대기인의 은거지였다.
한데,
고독마야가 그 빙동에 들어섰을 때 그곳을 이미 먼저 발견한 자가 있었다.
그 자는 새북인마(塞北人魔)라는 자였다.
군마영웅보 서열 삼십 위 안에 드는 대단한 고수자,
물론 고독마야의 입장에서 본다면 새북인마(塞北人魔)란 작자는 그저 하루살이
정도에 불과할 뿐이었지만,
고독마야는 새북인마가 먼저 전대기인의 유물을 발견한 사실을 인정하고 조용히
물러나려 했었다.
하나,
새북인마란 작자가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
그 자는 꿈에도 상대가 고독마야임을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고독마야는 그저 평범한 약초 캐는 노인으로 보였기 때문이
었다.
새북인마는 자신이 비급을 발견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시끄러워 질 것을 우려
했다.
해서,
그 자는 생각 끝에 살인멸구 한답시고 고독마야에게 덤벼들었다.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물론 새북인마는 고독마야의 일격도 받아내지 못하고 거꾸러지고 말았다.
고독마야의 단 일격에 한 팔이 으깨지고 나서야 새북인마는 비로소 상대가 누군지
알아 차리고 기겁했다.
사색이 된 새북인마,
그 자는 즉시 고독마야의 앞에 오체복지하며 목숨을 구걸했다.
이에,
고독마야는 굳이 새북인마의 목숨을 뺏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 자가 발견한 비급
만 뺏고 목숨은 살려 주었다.
그 자에게서 빼앗은 비급이 바로 혈마대장경이었다.
고독마야는 새북인마가 허둥지둥 달아난 후에야 자신이 흡혈마조(吸血魔祖)의
마경(魔經)을 얻었음을 알게 되었다.
하나,
그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의 무공은 인간으로서는 더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해 있었기에 다른 무공이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나,
새북인마를 살려 보낸 것이 끝내 화근이었다.
그 자는 고독마야에게 복수한답시고 고독마야가 혈마대장경을 지닌 사실을 여기
저기 소문으로 퍼뜨리고 다닌 것이다.
고독마야,
허허로운 그의 두 눈에 문득 스산한 한기가 번뜩였다.
(나 연남천은 팔십평생 단 한 번도 도전을 회피해 본 적이 없다!)
그는 서늘한 한광이 일렁이는 눈으로 창 밖에 운집해 있는 군웅들의 모습을 바
라보았다.
(비록 저 어리석은 자들이 남의 꾐에 빠져 도전해 오긴 했으나 예외가 돌 수는
없다!)
문득,
그의 입꼬리에 차가운 조소가 떠올랐다.
(후훗! 너희들 모두는 나 연남천과 함께 이곳 고독애에 뼈를 묻게 되리라! 비록
무형지독에 오장육부가 썩어들어가고는 있지만 너희들을 지옥으로 함께 데려
갈 힘은 남아 있으니까.......!)
이윽고,
그는 서탁 위의 혈마대장경을 집어들었다.
(먼저 이 마경(魔經)들부터 없애야 하리라. 만일 이것이 욕심이 큰 놈의 손에 들
어가면 큰 화근이 될테니까!)
그는 손에 든 세권의 혈마대장경을 내려다보며 염두를 굴렸다.
세 권의 혈마대장경.
그 속에는 전설에 전해지는대로 실로 끔찍하기 이를데 없는 마공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단순히 파괴력만으로 따진다면 비록 고금오대고수(古今五大高手)의 일 인인 흡
혈마조(吸血魔祖)가 남긴 혈마대장경의 무공도 고독마야의 일신 절기보다는 못
했다.
하나,
혈마대장경의 잔혹하고 신랄한 면은 고독마야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해서,
고독마야는 죽기 전에 아예 이 화근덩어리를 없애버릴 작정을 한 것이었다.
「 후훗! 흡혈마조(吸血魔祖)에게 미안하군! 」
고독마야는 나직한 고소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손에 힘을 주어 들고있던 혈마대장경을 으깨버리려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 우우 ──── ! 」
돌연 한소리 날카로운 장소성이 고독애 아래에서 들려왔다.
순간,
(이 목소리는.......!)
막 혈마대장경을 으깨버리려던 고독마야는 흠칫하며 손을 멈추었다.
그 직후,
피 ──── 잉!
쐐액 ──── !
돌연 고독애 아래에서 한줄기 흐릿한 인영이 질풍같이 날아올랐다.
그 날아드는 속도는 너무 빨라 뭇 군웅들의 눈에도 인영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
지 않을 정도였다.
다음 순간,
「 전....... 전모(電母) 냉약빙이다! 」
「 막아랏! 」
비로소 고독헌을 포위하고 있던 군웅들 사이에 분분한 경악성이 터져올랐다.
동시에,
스슥!
화라락!
그들은 분분히 날아오르며 질풍같이 솟구쳐 오르는 인영을 막으려 했다.
하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스학!
군웅들이 미처 어찌해 보기도 전에 날아든 인영은 군웅들의 머리를 뛰어넘어 고
독헌으로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 잡아랏! 혈마대장경이 전모(電母)의 손에 들어가면 끝장이다! 」
쐐액!
스스슥!
군웅들이 저마다 노호를 지르며 고독헌으로 날아가는 왜영의 뒤를 쫓아갔다.
──── 전모(電母) 냉약빙!
그렇다.
일거에 군웅들의 포위망을 날아넘은 여인은 다름아닌 전모 냉약빙이었다.
이윽고,
스슥!
눈 깜짝할 순간 고독헌의 앞으로 내려선 냉약빙.
그녀는 빙글 돌아서며 군웅들을 향해 사나운 교갈을 터뜨렸다.
「 바득! 죽고 싶은 작자들은 고독헌에 접근해라! 」
말과 함께,
핑 ──── !
그녀의 섬섬옥수가 빠르게 흔들려지며 하나의 검붉은 구슬이 추적해 들어오는
군웅들을 향해 던져졌다.
순간,
(저것은.......!)
지켜보고 있던 유성신검황 혁련휘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는 노련한 검호답게 한눈에 냉약빙이 던져낸 검붉은 구슬이 무엇인지 알아본
것이었다.
「 굉천벽력탄(宏天霹靂彈)이다! 」
그의 입에서 다급한 폭갈이 터져나왔다.
하나,
늦고 말았다.
콰르릉.......!
콰콰 ──── 쾅 ──── !
돌연 천둥치는 듯한 가공할 굉음이 터져 오르며 무서운 폭발이 장내를 휩쓸었다.
그와 함께 시야를 가리며 매캐하게 피어오르는 자욱한 화약년기!
그 속에서,
「 크악! 」
「 케에엑! 」
처절한 단발마의 비명의 꼬리를 물고 터져나왔다.
삽시에,
수십 명의 군웅들의 육신이 혈체조차 없이 갈가리 찢겨 날아간 것이 아닌가?
실로 끔찍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 으으....... 굉천벽력탄(宏天霹靂彈)이다. 」
「 벽력장(霹靂莊)의 화기를 지니고 있다니........! 」
살아남은 군웅들은 사색이 되어 고독헌 주위에서 달아났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냉약빙은 싸늘한 살광을 폭사했다.
「 바득! 목숨이 아깝지 않은 작자는 망동해도 좋다! 」
그녀는 고독헌 앞에 우뚝 선 채 오른손을 번쩍 쳐들어 보였다.
그녀의 섬섬옥수.
그 섬섬옥수에는 몇알의 검붉은 구슬이 들려 있었다.
물론 그것은 방금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던 굉천벽력탄(宏天霹靂彈)이었다.
그것을 본 독천존과 유령대제.
그 자들의 안색이 낭패함으로 물들었다.
「 으음....... 저 계집이 산통 다 깨는군! 」
「 빌어먹을.......! 」
그 자들은 일세를 풍미하는 고수자들이었다.
하나,
결코 굉천벽력탄만큼은 무시할 수 없었다.
하물며,
전모 냉약빙은 자타가 공인하는 우내 최강의 경공의 소유자가 아닌가?
그녀가 자신들을 폭사시킬 작정을 한다면 결코 피해 달아날 수 없을 것이다.
독천존과 유령대제가 낭패함을 금치못하고 있을 때,
스슥!
냉약빙은 훌쩍 고독헌 안으로 날아들었다.
이는 실로 창졸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바람에,
아무도 냉약빙의 가슴섶이 유난히 볼록하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 헛허! 한 걸음 늦었다. 약빙! 」
고독마야는 다급히 고독헌 안으로 날아드는 냉약빙을 바라보며 껄껄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무하기만 하던 그의 두 눈에 지금 이 순간만은 따스한 정감이 깃들었다.
그것은 전모 냉약빙이야말로 고독마야가 마음을 주고있는 단 한명이었기 때문이
다.
급급히 고독헌 안으로 들어서던 냉약빙.
일순 그녀는 사색이 되며 교구를 휘청했다.
「 가가! 중....... 중독당하셨군요! 」
그녀가 한눈에 고독마야가 극독에 중독된 사실을 알아본 것이었다.
그녀는 놀라움과 분노로 파르르 교구를 경련했다.
「 바득....... 잠깐만 기다리세요. 독천존이란 작자에게서 해약을 빼앗아 오겠어요! 」
그녀는 이를 갈며 다시 고독헌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하나,
「 오라버니를....... 부끄럽게 만들 작정이냐, 약빙? 」
「 .......! 」
고독마야의 나직한 한 마디 말에 냉약빙은 전신을 부르르 떨며 그 자리에 얼어붙
고 말았다.
그렇다.
고독마야!
그는 자존심이 극도로 강한 인물이었다.
따라서,
살기 위해서 남에게 구걸한다는 것은 결코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 흐윽....... 가가! 」
마침내 냉약빙은 분노와 비통함을 참지 못하고 오열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나,
고독마야는 극히 담담한 얼굴이었다.
「 울지 마라, 약빙! 인간이란 언제고 한 번은 죽게 마련이다. 다만 그 시기가 문
제일 뿐! 」
그는 오열하는 냉약빙을 향해 자애로운 음성으로 말했다.
냉약빙을 바라보는 그의 두 눈에는 더할 수없이 따스한 정감이 담겨져 있었다.
「 하여간 잘 왔다. 저 어리석은 작자들과 함께 저 세상으로 가기 전에 몇 가지 마
음에 걸리는 점이 있는데........ 이제 네게 그것을 맡기면 되겠구나! 」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그의 말에 냉약빙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고독마야를 주시했다.
「 저....... 쓰레기들과 동귀어진할 작정인가요? 가가! 」
그녀는 눈물 젖은 두 눈에 불신과 놀라움의 빛을 가득 담은 채 소리쳤다.
하나,
고독마야는 태연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 쓰레기들이라니....... 그래도 저들은 최소한 한 지역의 패자들인 대단한 고수
들이 아니냐? 」
그는 껄껄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 군마영웅보에 기록된 자들을 모조리 동반하여 저 세상에 간다면 손해볼 것도
없다! 」
그러나 냉약빙은 그의 말에 강하게 반발했다.
「 그....... 그래서는 안돼요! 가가! 」
그녀는 간절한 눈빛으로 고독마야를 주시했다.
하나,
이미 고독마야의 뜻은 확고부동한 듯했다.
「 비록 너라고 해도 나를 막지는 못한다. 약빙! 」
그는 미소 지으며 부드러운 간운데 강한 결의가 깃든 음성으로 잘라 말했다.
냉약빙은 그런 고독마야를 정면으로 주시했다.
이어,
그녀는 잘근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
「 아뇨! 그렇지 않아요. 소매에게는 가가의 마음을 바꾸어 놓을 만한 수단이 있
어요! 」
그녀는 자신있게 장담했다.
고독마야는 믿지 않았다.
「 그래? 그게 무엇이냐? 」
그는 초탈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것은 자신의 결심이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포한 미소였다.
하나,
그는 이내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 바로 이 아이가 소매의 무기예요! 」
냉약빙은 눈물을 닦으며 비장한 표정으로 자신의 궁장 가슴 섶을 좌우로 벌려
보였다.
그 순간,
「 .......! 」
부르르.......
고독마야의 두 눈이 한껏 부릅떠졌다.
그와 함께 그의 전신을 스쳐가는 한차례의 세찬 경련.
사내아이,
그렇다.
냉약빙의 궁장섶에는 한 명의 어린 사내아이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머리를 흰 천조각으로 동여맨 사내아이,
고독마야는 그 사내아이를 바라보며 일순 숨을 죽였다
(천........ 골(天骨)이로다!)
그는 한눈에 그 사내아이가 인세에 다시없을 자질을 타고 났음을 알아본 것이었
다.
바로 태양황(太陽皇) 이청천과 옥수상아 우담혜의 어린 아들!
고독마야가 잠시 말을 잃고 망연해져 있을 때,
「 설마........ 가가께서 팔십평생을 이룩한 무공일도(武功一道)가 절전되기를 원하
시지는 않겠죠? 」
냉약빙이 사내아이를 소중하게 안아 고독마야를 향해 내밀며 배시시 미소지었다.
「 너는....... 정말 교활한 아이구나, 약빙! 」
고독마야의 창백한 안색에도 마침내 미소가 떠올랐다.
그와 함께,
그의 깡마른 두 손이 어느 새 냉약빙이 내민 어린아이를 향애 뻗치고 있었다.
전모(電母) 냉약빙,
그녀는 고독헌의 문 앞을 나서며 싸늘한 음성으로 외쳤다.
「 당신들에게 할 말이 있어요! 」
그녀의 말에 유령대제 구양수가 음산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 흐흐, 무슨 수작을 하려는 것이오. 냉부인? 」
하나,
그 자는 섣불리 다가서지는 못했다.
냉약빙이 지닌 굉천벽력탄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며 냉약빙은 싸늘한 비웃음을 흘렸다.
(비겁한 자들, 너희들은 평생가도 가가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어,
그녀는 차갑고 오연한 음성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 연가가께서는 당신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셨어요. 받아들이던지 말던지는
전적으로 당신들 마음이에요! 」
말과 함께,
그녀는 냉랭한 눈빛으로 군웅들을 쓸어보며 문득 한손을 쳐들었다.
그녀의 손,
세 권의 낡은 비급이 들려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 오.......! 저........ 저것은.......! 」
「 혈....... 혈마대장경(血魔大藏經)이다! 」
군웅들 사이에서 일제히 경악과 환호성이 뒤섞여 터져 나왔다.
하나,
유령대제 등은 단순히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그 자들은 갑자기 냉약빙이 혈마대장경을 쳐들자 환호성 대신 안면을 찌푸렸다.
(저 계집, 무슨 꿍꿍이지?)
그 사이,
냉약빙의 싸늘한 음성이 이어지고 있었다.
「 당신들이 이곳 고독애를 어지럽힌 이유는 바로 이 혈마대장경 때문이지요? 안
그런가요? 」
그녀의 말에 독천존이 물론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맞...... 맞는 말이오. 냉부인! 」
그 자는 냉약빙의 손에 들린 혈마대장경을 주시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냉약빙은 냉오한 표정으로 군웅들을 대표하는 삼 인의 고수를 둘러보았다.
「 연가가께서는 더 이상의 소란을 원치 않으세요! 이 세권의 비급의 처분을 당
신들 세 사람에게 맡기기로 하셨어요. 이 제안을 받아들이던지 끝내 연가가께
대항할지는 전적으로 당신들의 자유예요! 」
순간,
「 그...... 그럴 수가! 」
「 혈...... 혈마대장경을 내놓다니......! 」
갑자기 사방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냉약빙의 제안은 실로 천만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꿈에도 예측하지 못했었다.
도도하기 이를데 없는 고독마야 ──── !
그가 혈마대장경을 포기할 줄은,
삽시에,
군웅들 사이에는 분분한 파란이 일어났다.
그와 함께,
유성신검황 등 삼 인의 안색도 당혹함으로 물들었다.
그들은 고독마야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선뜻 짐작이 가지 않았다.
고독마야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형지독에 중독되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자신들과 동귀어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때,
유성신검황 혁련휘가 군웅들의 소란을 저지하며 냉약빙을 향해 포권해 보였다.
「 잠깐 의논할 시간을 주시오. 냉여협! 」
이어,
그는 독천존과 유령대제를 자신의 옆으로 불렀다.
장내는 일순 조용해졌다.
「 .......! 」
「 .......! 」
군웅들은 숨을 죽인 채 삼 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한 자리에 모인 세 거두,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진중하게 숙의하는 모습이었다.
팽팽하게 장내를 압박하는 긴장감,
잠시 후,
세 거두는 숙의를 끝마친 듯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어,
유성신검황이 냉약빙을 향해 정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 좋소! 우리 삼 인은 연대협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전해 주시오! 」
그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숨죽이고 있던 군웅들 사이에는 흉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빌어먹을....... 혈마대장경을 자기들끼리 나눠먹겠다는 건가?)
(이렇게 되면 우리는 헛물만 들이킨 꼴이 아닌가?)
그들은 저마다 불만에 가득한 표정으로 입술을 씰룩거렸다.
하나,
그 누구도 드러내놓고 불만을 토로하지는 못했다.
독천존과 유령대제 등이 그만큼 무서웠기 때문이기도 했거니와 고독애 일대에는
그들 세 거두의 수하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냉약빙은 유성신검황의 말에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잘 생각했어요! 혈마대장경은 분명히 당신들에게 양도했어요! 」
말과 함께,
피핑 ──── !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세 권의 혈마대장경을 각기 한 권씩 삼 인에게 날려 보냈
다.
파앗!
파았!
삼 인은 행여 빼앗길세라 급히 자신에게로 날아드는 비급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진품이다!)
혈마대장경을 받아든 즉시 뒤적여본 삼 인의 입이 동시에 찢어질 듯 벌어졌다.
그들이 받아든 비급은 틀림없이 혈마대장경임을 확인한 것이었다.
그 자들은 기쁨과 격동에 몸을 떨었다.
그때,
「 경고해 두겠어요! 이 시간 이후 고독애 주위를 얼쩡꺼리는 자는 나 냉약빙과
연가가의 적으로 간주하고 무조건 참살할 테니 그리 아세요! 」
냉약빙이 장내를 둘러보며 싸늘한 음성으로 외쳤다.
그 말에 독천존은 혈마대장경을 품 속에 갈무리한 후 냉약빙을 향해 포권했다.
「 흘흘, 알겠소이다. 냉부인! 그럼 이만 실례하오! 」
그 자는 말과 함께 즉시 몸을 날렸다.
삽시에 독천존의 모습은 고독애 아래로 사라져 갔다.
그러자,
휙!
화라락!
군웅들 중 독천존의 수하들도 즉시 그 자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뒤이어,
유령대제 구양수도 수하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유성신검황.
그는 침중한 얼굴로 탄식하며 그 자리를 떠났다.
(과연 이것이 잘하는 것인가?)
그는 회의와 갈등의 눈빛으로 무겁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유성신검황마저 떠나자 나머지 군웅들도 앞다투어 고독애 아래로 사라져갔다.
이내 장내는 적막에 휩싸였다.
여기저기 죽어 넘어진 시체들만이 역겨운 피비린내를 풍길 뿐이었다.
「 흥! 어리석은 자들! 」
냉약빙은 군웅들이 사라진 곳을 노려보며 싸늘한 냉소를 터뜨렸다.
(십 년만 기다려라! 네놈들에게 오늘의 빚을 받으러가는 아이가 있을 것이다.)
그녀는 싸늘한 눈을 번뜩이며 내심 중얼거렸다.
이어,
그녀는 몸을 돌려 다시 고독헌 안으로 들어섰다.
고독헌 안,
고독마야 연남천.
그가 감회에 찬 눈길로 자신의 무릎에 누인 사내아이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
다.
(그래, 이 아이라면 원시천존(元始天尊)의 경지를 초월해 보려던 나 연남천의 숙
원을 이루어 줄지도 모른다!)
그는 격동의 가슴을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남!
그렇다.
장차 천년무림의 운명을 바꾸어놓을 천고기재(千古奇才)와 우내제일인(宇內第
一人)의 운명적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곳은 고독애(孤獨崖) ──── !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