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8장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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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8章 징키스칸의 후예(後裔)들
마치 유령같이 나타난 그 소년은 아주 영준하면서도 호방한 인상을 지녔다.
마치 무쇠로 빚어진 듯 강건한 체격을 지닌 소년인데 특이하게도 그의 머리
카락은 아주 짧다. 빡빡 밀었다가 다시 나는 듯한 소년의 짧은 머리카락은
은은히 붉은 빛을 띠고 있어 이채롭다. 붉은 머리의 소년은 그 건장한 몸에
타는 듯 붉은 장포를 걸쳤고 역시 같은 색의 바람막이를 어깨에 두르고 있었다.
파라라락!
그 바람막이는 밤바람에 세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이검한(李劍恨)!
그렇다. 소년은 바로 이검한이었다.
그는 이 대과벽 아래쪽에 자리한 현음동천(玄陰洞天)에서 이미 한 달 가까이
머물고 있었다. 그를 이곳까지 태워다 준 철익신응(鐵翼神鷹)이 어디론가 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철익신응이 태워다 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이곳 대과벽에서 곤륜까지 걸
어가야 할 판이었다.
이곳에서 곤륜까지는 무려 삼천여 리나 되었다. 가면 못갈 것도 아니지만 열
사의 사막을 가로질러 삼천여 리나 걸어갈 생각을 하자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검한은 생각 끝에 황역사천왕(荒域四天王)의 무공을 연마하며 이곳 현음동
천에서 철익신응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오늘 밤에도 무공연마에 몰두하던 그는 현음동천 위쪽의 대과벽에서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 의아함을 느끼고 날아 올라온 것이다.
(저 애송이가 언제 나타났지?)
이검한을 발견한 철목풍은 일순 가슴이 섬뜩해짐을 느꼈다. 그 자 역시 절정
의 내가고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검한이 언제 나타났는지 전혀 알 수 없
었던 것이다.
만일 이검한이 암습을 할 작정이었다면 철목풍은 꼼짝없이 변을 당하고 말았
으리라.
그것을 생각하자 철목풍은 절로 가슴이 오싹해졌다.
그러면서도 아직 치기가 가시지 않은 이검한의 어린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방심하게 되었다.
「 흐흐! 운이 나쁜 놈이로군! 하필이면 못볼 것을 보다니! 」
철목풍은 이검한을 노려보며 사악하게 웃었다. 그와 함께 그자는 오른 손에
내공을 끌어 모았다.
「 죽어랏! 」
그 자는 사납게 외치며 오른손으로 벼락같이 이검한의 가슴을 후려쳤다.
꽈르르릉!
그 자의 장심에서 주홍빛 노을이 확 일어나 이검한의 가슴을 짓쳐들었다.
「 잔양강살(殘陽?煞)! 」
마침 정신을 되찾은 포대붕이 그것을 보고 기겁하며 부르짖었다.
철목풍이 시전한 일장은 잔양강살이라 불리는 양강한 마공이었다. 그것에 단
지 스치기만 해도 전신의 심맥이 타들어가 죽고 만다.
콰아아앙!
다음 순간 철목풍의 잔양강살은 그대로 피풍을 두르고 있는 이검한의 가슴을
후려쳤다.
(죽였다!)
철목풍은 자신의 일장이 그대로 이검한의 가슴을 강타하자 득의의 웃음을 머
금었다.
하지만 그 자의 득의의 웃음은 떠오를 때보다 더 빨리 사라져야만 했다.
잔양강살에 격중된 이검한은 그저 한차례 신형을 휘청했을 뿐 한 걸음도 밀
려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철목풍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이검한이 두르고 있는 피풍의가 바로 화룡
잠(火龍蠶)이란 천고의 보물로 짠 희세의 호신지보인 적룡풍(赤龍風)임을.
마화삼보(魔火三寶)의 하나인 그것은 용암의 열기에도 견디어낼 수 있다. 그
렇거늘 어줍잖은 잔양강살 따위가 어떤 충격을 가할 수 있겠는가?
「 저럴 수가! 」
철목풍은 이 놀라운 사태에 두 눈을 부릅떴다.
「 죽????????? 죽여랏! 」
직후 그 자는 부하들에게 악다구니를 쓰며 자신은 뒤로 멀찍이 물러섰다. 이
검한에게서 왠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그 자는 부하들을 방패로 자신
의 안전을 도모한 것이다. 철목풍이 대동한 자들은 하나같이 일류고수들이다.
그 자들이라면 최소한 몇십 초는 이검한을 막아줄 것이다. 철목풍은 부하들
이 이검한을 상대하는 동안 그의 무공을 저울질해 보고 이검한이 자신의 능
력으로 상대할 수 없는 고수라고 판단되면 즉시 달아날 작정을 했다. 하지만
그 같은 생각은 철목풍의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 와아! 」
「 죽여라! 」
십여 명의 장한들이 기세좋게 함성을 지르며 이검한을 덮쳐간 것과,
퍼퍼퍽!
「 케에엑! 」
「 크에엑! 」
그 자들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뒤로 튕겨져 나온 것은 거의 동시의 일이었
다.
사방으로 튕겨져 나가 나뒹군 장한들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으
깨져 버렸다. 아무도 이검한이 언제 어떤 수법을 써서 그자들을 격살했는지
알아보지 못했다.
「 흐억! 」
부하들이 단번에 몰살당하자 철목풍은 경악과 불신으로 두눈을 부릅뜨며 신
음을 발했다.
(달?????????????????????? 달아나야만 한다!)
철목풍은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마치 발가벗은 채 사나운 맹수 앞에
선 기분이 이러할 것이다.
헌데 그자가 달아나야 한다고 느낀 바로 그때였다.
스읏!
돌연 이검한의 신형이 흐릿하게 변하더니 삽시에 철목풍과 포대붕의 시야에
서 사라졌다.
「 크에에엑! 」
우두두둑!
그 직후 처절한 비명과 함께 무엇인가 으깨지는 끔찍한 소리가 들렸다.
「 두???????? 두고 보자! 」
피이이잉!
이어 공포와 두려움에 질린 철목풍의 외침과 함께 그 자의 신형은 질풍같이
북쪽으로 날아갔다.
그 자는 전궁보법(電弓步法)으로 유령같이 다가선 이검한에게 속수무책으로
일장을 얻어맞고 늑골이 부러진 채 달아난 것이다.
이검한은 그자를 추격하여 격살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난생 처음 살인을 해보고 가슴이 덜컹해진 상태였다.
철목풍의 수하들이 달려드는 순간 이검한은 반사적으로 주먹을 휘둘렀고 거
의 무의식적으로 가볍게 주먹을 흔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그자들은 단 한 명도
남김없이 몰살해버린 것이다.
이검한이 보기에 그자들은 너무 약했다. 또 마치 죽기를 원하기라도 한 듯
자신의 그 간단한 주먹질도 피하지를 않았다. 그자들이 피하지 않은 것이 아
니라 피하지 못한 것임을 안 것은 우두머리인 철목풍도 역시 자신의 주먹을
피하지 못하고 얻어맞는 것을 확인한 후의 일이었다.
(내가 살인을 하다니???????????!)
이검한은 주위에 널브러진 시신들을 둘러보며 부르르 치를 떨었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자신의 손으로 사람을 죽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그였다.
주위를 둘러보던 이검한의 시야로 발가벗겨진 채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는 철
산산의 모습이 들어왔다.
겁탈당할 뻔한 그녀의 무참한 모습을 보는 순간 살인을 했다는 죄책감은 안
개처럼 사라져 버렸다.
「 부득! 사내대장부가 되어서 이런 몹씁 짓을 하다니?????????????????! 」
이검한은 새삼 철목풍에 대해서 살기가 치솟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얼굴을 벌겋게 물들였다. 본의 아니게 철산산의 활짝 벌린
다리 사이로 은밀한 비소를 직시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검한은 가슴이 터질 듯이 두근거렸다. 여자의 알몸을 보는 것이 이번이 처
음은 아니다. 그는 이미 여자의 알몸을 속속들이 보았을 뿐 아니라 누란왕후
에게 겁탈당해 동정을 잃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누란왕후 흑요설 때는 공포가 앞서서 지금처럼 흥분되지는 않았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소녀가 알몸으로 누워있는 모습은 입 안이 바싹바싹 타
들어가게 만든다.
민망함으로 얼굴을 붉히면서도 이검한은 내심 안도했다.
(다행히 수혈이 짚여 있어서 자신이 무슨 짓을 당했는지도 모를 것이다!)
이어 그는 조심스럽게 철산산에게 다가가 그녀의 벌거벗은 몸에 옷을 입혀주
기 시작했다.
자신이 능욕당할 뻔했다는 사실을 철산산이 모르게 해주려면 가능한 원래와
비슷하게 입혀주어야만 한다. 철목풍을 한주먹에 날려보낸 이검한이건만 가
녀린 소녀의 몸에 옷을 입혀주면서 식은땀을 비오듯 쏟아내야 했다.
아연긴장하고 있던 포대붕은 이검한이 자신의 어린 여주인의 알몸에 옷을 입
혀주는 것을 보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대과벽 위에 하나의 작은 무덤이 생겨났다.
물론 그것은 포대붕의 아내인 고아내의 무덤이었다.
효웅 철목풍에게 납치 당하여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수모를 당하고 끝내 혀를
물어 자결한 비운의 여인, 포대붕은 땅을 파 사랑하는 아내의 시신을 묻으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윽고 시신을 안장시킨 철부신장 포대붕은 철산산 앞에 오체복지하며 죄를
청했다.
「 부디 못난 속하를 벌하여 주십시요, 공주님! 」
그는 회한과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 내게 미안해 할 것 없어! 」
철산산은 푸른 벽안을 지혜롭게 반짝이며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 아주머니를 구하려고 한 짓이잖아? 포역사가 그만큼 부인을 사랑한 증거로
알고 나를 납치한 일은 불문에 부치겠어! 」
그녀는 오히려 포대붕을 위로하며 의젓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힐끗 옆에 서 있는 이검한을 훔쳐보았다.
「 ????????????????! 」
이검한은 붉은 피풍으로 몸을 감싼 채 대과벽 끝에 서서 멀리 남쪽을 주시하
고 있었다.
파라라락!
붉은 피풍을 밤바람에 펄럭이며 오연히 서 있는 이검한의 모습은 더할 수 없
이 늠연하고 신비로워 보였다.
철산산은 그런 이검한의 모습을 은밀하게 훔쳐보며 문득 옥용을 붉혔다.
(나보다 몇 살 더 먹지도 않은 것 같은데 저 무섭고 교활한 철목풍을 쫓아버
렸다니????????!)
그녀의 숨결이 자신도 모르게 다소 가빠졌다.
몽고족의 거친 사내들만 보아온 그녀에게 영준하면서도 시원시원한 인상을
지닌 이검한의 모습은 더할 수 없이 신비롭게 느껴졌다.
철산산은 이검한의 주위를 끌기 위해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 하여간 오늘밤 일은 마음에 두자 말아. 감사하려면 이공자님께나 하면 돼! 」
그녀의 말에 이검한은 쓴웃음을 지으며 두 주종을 돌아보았다.
「 감사는 무슨?????????! 」
그러자 포대붕이 이검한을 향해 황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 아닙니다, 공자님! 」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굳은 결의가 담긴 음성으로 말했다.
「 공자님은 소인과 달단왕부의 대은인이십니다. 앞으로 소인 포대붕은 분골쇄
신, 공자님을 모시겠습니다. 」
이검한은 포대붕의 단호한 태도에 내심 쓴 웃음을 지었다.
(부담스럽군!)
하지만 거절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포대붕의 태도로 보아 하늘이 무
너져도 결심이 변할 것 같지가 않다.
이검한은 포대붕과 철산산의 이목을 환기시키기 위해 화제를 바꾸었다.
「 그보다 달단여왕께서도 지척에 이르셨겠군! 」
그 말을 들은 포대붕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벌떡 일어났다.
「 큰일났습니다! 」
그는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며 안절부절했다.
그 모습에 철산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왜 그래 포역사? 」
포대붕은 초조한 표정으로 손을 부비며 말했다.
「 여왕님께서는 공주님을 구하시려고 미처 호위를 대동치 못하시고 속하를 추
적해 오시는 중이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 주위는 이미 철목풍의 수하들에게
장악당한 상태니????????! 」
그 말에 철산산의 안색도 홱 변했다.
「 정말 큰일이야! 철목풍이 엄마에게 어떤 나쁜 짓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잖
아! 」
그녀는 어쩔 줄 몰라하며 안타까움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듣고 있던 이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포대붕에게 침중한 음성으로 물었다.
「 여왕께서 오시는 방향은 어디요? 」
「 저쪽입니다! 」
포대붕은 서북쪽을 가리켜 보였다.
이검한은 침중한 표정으로 포대붕을 향해 말했다.
「 내가 먼저 그쪽으로 가보겠으니 포역사는 공주님을 모시고 오시오! 」
「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
포대붕은 즉시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파앗!
이검한은 그대로 지면을 차고 날아올랐다.
날아올랐다 느낀 순간 그의 신형은 이미 서북쪽의 지평선 쪽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 아! 」
이검한의 그 신쾌무비한 경신술에 포대붕과 철산산은 절로 입을 쩍 벌렸다.
「 제발 무사하셔야 할 텐데! 」
포대붕은 이검한이 사라지는 곳을 주시하며 근심스러운 어조로 중얼거렸다.
(정말 멋있는 분이야!)
근심에 젖은 포대붕과는 달리 철산산의 푸른 벽안은 흥분과 설레임으로 반짝
이고 있었다.
(좋아! 결정했어.)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사람의 신부가 될 거야!)
그녀는 설레임에 부푼 표정으로 꿈꾸며 중얼거렸다.
달콤하고 싱그러운 소녀의 분홍빛 꿈, 그 은밀한 설레임 속에 신강의 밤도
어느덧 깊을 대로 깊어가고 있었다.
여명 무렵,
사막의 긴 밤이 지나가고 동쪽 지평선이 불그스래 밝아오고 있었다.
쐐애애액!
막 떠오르기 시작한 찬란한 일륜의 광휘 속을 헤치며 한 명의 여인이 질풍같이
사막을 가로 지르고 있었다.
「 바득! 산산의 머리털 한올이라도 건드렸다면 오이랍부의 씨를 말려버리고 말
겠다! 」
여인은 분노와 초조로 가득찬 표정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나이는 삼십 중반 정도,
화사한 비단 궁장을 걸친 이 여인의 머릿결은 찬연한 금발이었다.
그리고 깊고 그윽한 눈동자는 바다처럼 푸른 벽안(碧眼)이었다.
여인의 금발과 벽안은 옥(玉)같이 흰 살결과 대비되어 아주 신비롭고 이국적
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언뜻 보기에도 실로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인데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인상이
너무 도도하고 차가워 보인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이 금발벽안의 여인이 본래 일국(一國)의 공주(公主)인 고귀한 몸으로
태어나 최상의 공경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모두가 떠받드는 환경 때문
에 여인은 자연히 모든 사람을 눈 아래로 보는 도도함이 몸에 배여있는 것이
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금발벽안의 여인이 대단한 미인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
실이었다.
비록 어느덧 중년에 접어든 나이였지만 그녀에게는 여전히 쇠락하지 않은 눈
부신 아름다움이 있었다. 젊고 싱싱한 분위기대신 그녀에게는 난숙하고 농염
한 육감적인 풍미가 물씬 풍기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비단 옷에 감싸인 터질 듯 농염한 육체에는 중원 여인들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이국적인 관능미가 숨쉬고 있었다.
땅을 박차고 도약할 때마다 세차게 출렁이는 가슴의 융기는 절로 숨이 막히게
만들었다.
이 금발미부는 손에 한 자루 활(弓)을 들고 있었으며 등에는 백여 개의 화살
이 든 전통을 짊어지고 있었다. 또한 허리에 보석으로 치장된 화려한 반월도
(半月刀)를 차고 있었다.
쐐애애액!
그같이 중무장한 몸이건만 금발미부가 질주하는 속도는 가히 섬전과 같았다.
그로 미루어 그녀의 일신의 무공이 결코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제발 무사하거라, 산산아!)
도도하고 차가운 여인의 봉목엔 지금 근심의 빛이 가득했다. 그것은 자식을
지닌 여자라면 누구나 지니게 되는 모성애(母性愛)였다.
산산(珊珊)!
그렇다. 여인은 바로 철산산의 생모였다.
-달단여왕 나유라!
몽고(蒙古)의 양대부족 중 하나인 달단족(??族)의 젊은 여왕(女王)이 바로
그녀다.
금발벽안으로 알 수 있듯이 나유라는 몽고족이 아니었다.
그녀는 머나먼 서역 대식국(아라비아)의 공주였던 여인이다.
지금으로부터 이십여 년 전, 대식국의 황제는 비단길을 장악하고 있는 달단
왕부(??王府)와의 우호를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의 여러 공주 중 한 명을 달
단왕과 정략결혼시켰다.
그때 불운하게도 선택된 것이 바로 나유라였다.
당시 열 다섯 살에 불과했던 나유라는 순전히 정략적인 필요에 의해 머나먼
몽고로 달단왕 철고륜(鐵古倫)에게 시집왔었다.
그녀는 철고륜과의 사이에 일남일녀(一男一女)를 두었다.
하지만 순전히 정략적인 필요에 의해 맺어진 그들 부부 사이에 애정이 깊어
질 수 없었다. 비록 둘 사이에 일남일녀의 자녀를 두기는 했으나 그들 부부
사이는 늘 냉랭하고 의례적인 것에 불과했다.
달단왕 철고륜은 나유라의 몸에 밴 도도함과 당찬 기도에 이내 싫증내어 따
로 이궁(離宮)을 짓고 그곳에 각지의 미녀들을 모아 쾌락을 즐겼다.
나유라는 불과 스무 살도 안된 젊은 나이에 남편에게 버림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드센 기질상 떠나간 남편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다른 여자들
처럼 애교를 부린다든지 애원을 하는 짓 따위는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젊은 나이에 얻은 두 자녀를 양육하는 한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무
공연마에 몰두했다.
그 결과 그녀는 달단왕부 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가 될 수 있
었다.
헌데 몇 년 전 그나마 남편이라고 있던 달단왕 철고륜이 급사하고 말았다.
나유라는 여자로서는 한창인 서른 살의 나이에 미망인이 되고 만 것이다.
철고륜은 수치스럽게도 여자와 방사를 즐기던 도중에 죽음을 당했다.
그의 복상사(腹上死)를 두고 한때 독살(毒殺)이라는 추측도 분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철고륜을 복상사시킨 여자는 달단부의 숙적인 오이랍부 출
신이었고, 철고륜이 죽은 직후 실종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여간, 갑자기 왕이 급사해 버리자 달단부는 일대혼란에 휩싸였다. 대원제국
후계자의 자리를 놓고 오이랍부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달단부로서는 영
도자의 부재는 심각한 위기일 수밖에 없는 때문이다.
하지만 그 혼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때까지 칩거하고있던 나유라가
전면에 등장하여 압도적인 영도력과 기도로 사태를 수습한 것이었다.
그녀는 당시 열 살에 불과한 어린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달단왕부를 자신
이 직접 통치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적지 않은 반발도 있었다. 몽고족에 지금껏 여왕은 없었고 또 나유라는
몽고족 출신도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나유라는 교묘한 협박과 회유로 내부의 저항을 일소시키고 어렵지 않
게 권력을 장악했다.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오 년 전의 일이었다.
그동안 나유라는 뛰어난 통솔력으로 달단왕부를 지배했으며 급기야 달단여왕
이라 불리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비록 철혈(鐵血)의 간담을 지녔다는 그녀도 어쩔 수 없이 어머니였다.
그녀는 딸 철산산이 피랍되자 평소의 냉정함을 잃고 단신으로 포대붕을 추적
해 온 것이었다.
화라라락!
헌데 달단여왕 나유라가 막 하나의 모래 언덕을 날아 넘을 때였다.
파앗!
돌연 측면에서 하나의 창이 날아와 나유라 앞에 꽂혔다.
「 누구냐? 」
나유라는 버럭 교갈을 내지르며 급히 멈춰섰다.
「 흐흐흐! 오랜만이오, 여왕! 」
그런 그녀의 귓전으로 한 가닥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스슥!
이어 모래 언덕 뒤에서 한 명의 청포인이 날아올라 나유라앞에 내려섰다. 아
주 음침하고 교활한 인상을 지닌 사십대 중반의 장한이었다.
「 철목풍(鐵木風)! 」
그 청포장한을 본 나유라의 푸른 벽안에 격렬한 분노와 노기가 번득였다.
철목풍!
그렇다. 그 자는 바로 대과벽에서 이검한에게 혼이 나 쫓겨갔던 철목풍이었
다. 그 자는 장포 속의 가슴 부분을 붕대로 칭칭 감고 있었는데 상처에서 흘
러나온 피가 붕대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 바득! 간덩이가 부었구나, 철목풍! 」
나유라는 손에 든 강궁을 불끈 움켜쥐며 노성을 내질렀다.
철목풍은 다름아닌 오이랍부의 신왕(新王)이었다. 그 자는 자신의 숙부인 전
대 오이랍부의 왕 철납아(鐵拉兒)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간웅(奸雄)이었다.
또한 철목풍은 나유라의 남편이었던 달단왕 철고륜을 독살했다고 의심 받기
도 했었다. 그 자가 달단부와 오이랍부를 통합하여 대원(大元)제국의 부활을
노리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철목풍은 노기로 파르르 아미를 떠는 나유라를 바라보며 음충맞은 표정으로
느물거렸다.
「 하하! 흥분하지 마시오, 여왕! 화내시는 모습도 한층 매력적이기는 하오만! 」
그 자의 그런 태도에 나유라는 이를 갈며 노성을 내질렀다.
「 육시를 할 놈! 산산은 어찌했느냐? 」
말과 함께 그녀는 한 자루 강전을 활시위에 걸었다.
그녀의 말에 철목풍은 능글맞게 히죽 웃으며 대꾸했다.
「 진정하시오. 그렇잖아도 따님 문제로 여왕폐하 앞에 나타난것이니! 」
짝짝!
그 자는 뒤를 향해 손뼉을 마주쳤다.
스읏!
그러자 철목풍의 뒤로 한 명의 거한이 나타났다. 흉악한 인상을 지닌 그 거
한의 옆구리에는 한 명의 금발소녀가 축 늘어진 채 끼어져 있었다.
「 산산아! 」
금발소녀를 본 나유라의 입에서 절로 비명이 터져나왔다. 비록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기는 하지만 소녀의 의복과 체형으로 보아 영락없는 철산산
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나유라는 더 이상 냉정할 수가 없었다.
「 이놈! 산아를 내놓아랏! 」
쐐애애액!
그녀는 분노에 찬 교갈을 내지르며 득달같이 거한을 향해 덮쳐갔다.
「 어딜! 」
꽈릉!
철목풍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조소를 터뜨리며 나유라를 향해 장력을 후려
쳤다. 그 자가 손을 휘두르자 은은한 노을빛이 확 주위를 물들였다.
잔양강살!
바로 그것이 시전된 것이다.
거한을 덮쳐가던 나유라는 어쩔 수 없이 방향을 틀어 일장을 마주 쳐냈다.
퍼엉!
「 으음! 」
요란한 폭음과 함께 나유라는 강렬한 잠경에 밀려 신음과 함께 제자리로 돌
아갔다.
철목풍도 순간적으로 상체를 휘청했다.
나유라의 무공은 철목풍에 조금도 뒤지지 않을 정도였고, 그 사실에 철목풍
은 내심 은은한 놀라움을 느꼈다.
(놀랍군. 저 계집이 철고륜의 무공과 서천 신월동맹(新月同盟)의 절기를 연마
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군!)
하지만 철목풍은 내심의 놀라움을 결코 밖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그 자
는 음흉한 눈빛으로 나유라를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
「 흐흐흐! 여왕! 여왕이 지닌 한 가지 물건을 내놓으면 따님을 돌려드리겠소! 」
「 ??????????! 」
그 자의 말에 나유라는 내심 찔끔했다.
그녀는 최근 한 장의 장보도(藏寶圖)를 얻었었다.
그 사실은 달단부 내에서도 최고비밀로 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철목풍이 어떻
게 알아낸 것이다.
「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
나유라는 내심의 놀라움을 감추며 냉랭하게 일갈했다.
그러자 철목풍은 음침한 음성으로 말했다.
「 흐흐흐! 시침떼어도 소용없소! 본왕야는 여왕께서 최근 세조(世祖) 홀필열
(忽必烈)님이 세우신 보고(寶庫)의 장보도를 얻었음을 알고 있으니까! 」
그 자의 구체적인 말에 나유라는 나직한 신음성을 발했다.
(바득! 대체 어떤 작자가 그 사실을 저놈에게 알렸단 말인가?)
그녀는 아미를 상큼 치뜨며 이를 갈았다. 비로소 그녀는 측근 중에 철목풍과
내통자가 있음을 깨달은 것이었다.
하지만 분통을 터뜨려봐야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다. 비록 장보도가 중요하다
고 하지만 딸의 안전과 바꿀만한 것은 못되었다.
그녀는 결심한 듯 입술을 잘끈 깨물며 입을 열었다.
「 좋다. 장보도를 주겠다. 먼저 산아를 이리 던져라! 」
그녀는 품 속에서 한 장의 낡은 양피지를 꺼내들어 보였다.
그것을 본 철목풍은 탐욕의 눈을 번득이며 히죽 웃었다.
「 흐흐흐! 그럴 수야 있나? 따님을 돌려받고 싶으면 장보도부터 내놓으셔야
지! 」
나유라는 치미는 분노를 겨우 억누르며 싸늘한 눈으로 철목풍을 노려 보았다.
「 그럼 어렇게 하자! 장보도를 던질 테니 동시에 산산이도 이쪽으로 보내라! 」
그 말에 철목풍도 동의했다.
「 좋소. 그럼 공평하겠지! 」
그 자는 뒤의 거한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받아라! 」
피잉!
나유라는 교갈과 함께 손에 들고 있던 낡은 양피지를 철목풍을 향해 던져냈
다.
화라락!
동시에 거한도 안고 있던 금발소녀를 나유라 쪽으로 던져보냈다.
나유라는 즉시 몸을 날려 금발소녀를 받아갔다.
스읏!
두 팔로 금발소녀를 받아 안은 나유라는 급히 지면으로 내려섰다.
「 산산아! 이제 안심?????? 흑! 」
두 팔로 금발소녀를 안아들고 내려서던 나유라는 돌연 두 눈을 부릅떴다. 금
발소녀의 머리카락이 갈라지며 나타나는 얼굴은 나유라의 딸 철산산의 얼굴
이 아니지 않은가?
나이는 십 팔 세 가량되었을까? 철산산보다 한두 살 더 많아 보이는 그 소녀
는 철산산 못지 않게 아름다우나 아주 표독스러운 인상을 지니고 있엇다.
물론 그녀의 금발도 가짜였다. 흩어지는 가발 속에서 나타나는 것은 칠흑같
이 검은 흑발(黑髮)이었다.
나유라는 경악과 불신으로 두 눈을 부릅떴다.
「 너는 산산이 아니구나????????? 흑! 」
경악에 차 신음하던 나유라의 입에서 돌연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콰당탕!
그와 함께 그녀의 풍만한 교구가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그녀의 품에 안겨있
던 가짜 철산산이 그대로 나유라의 마혈을 찍어버린 것이다.
「 호호호! 드디어 내 손에 걸렸구나, 더러운 오랑캐 계집! 」
나유라를 쓰러뜨린 가짜 철산산은 발딱 일어서며 요악한 교소를 터뜨렸다.
「 흐윽! 이런 치졸한 함정에 걸려들다니! 」
나유라는 자신의 딸 철산산으로 변장하고 있던 하후진진에게 마혈을 짚이고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사태는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마혈이 찍힌 그녀에게는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하후진진은 모멸감에 떠는 나유라를 노려보며 독살스러운 음성으로 외쳤다.
「 바득, 잘 걸렸다! 악독한 계집! 드디어 어머니의 복수를 할 수 있게 되었구
나! 」
콰득!
말과 함께 소녀는 악독한 표정으로 힘껏 나유라의 풍만한 젖가슴을 발로 짓
밟았다.
「 크윽??????? 너는 누구냐? 」
나유라는 고통과 굴욕의 신음을 발하며 소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소녀는 발작적인 교소를 터뜨렸다.
「 호호호! 벌써 나를 잊었단 말이냐? 네년의 손에 무참하게 고문당하고 죽은
하후란(夏候蘭)이란 분의 딸인 나를? 」
찌직!
말과 함께 그녀는 거칠게 자신의 앞가슴 의복을 찢어냈다.
찢겨진 그녀의 저고리 사이로 빙결같이 새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이제 막 여
자의 형상을 이룬 소녀의 젖가슴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단단한 탄력을 지녀
아주 매혹적이었다.
「 흐윽! 」
헌데 나유라는 소녀의 젖가슴을 보는 순간 숨넘어갈 듯한 신음을 발하며 봉
목을 치떴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소녀의 그 소담스러운 젖가슴 사이에 열십
자로 갈라진 끔찍한 흉터가 선명하게 나 있지 않은가?
그것을 본 나유라는 교구를 바르르 떨었다.
「 너는 진진(眞眞)! 」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경악성을 발했다. 비로소 그녀는 눈앞의 소
녀가 누구인지 알아차린 것이다.
소녀는 나유라의 그런 모습에 원독에 찬 교소를 터뜨렸다.
「 호호! 그렇다. 내가 바로 하후진진(夏候眞眞)이다! 」
나유라는 경악과 불신의 표정이 되었다.
(이럴 수가! 이 아이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니!)
그녀는 망연한 눈빛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뇌리로 오 년 전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당시 나유라의 남편 철고륜을 독살시킨 장본인으로 지목당한 것은 하후란(夏
候蘭)이라는 여인이었다.
하후란은 철고륜이 나유라와 결혼하기 이전부터 총애해오던 후궁으로 대단한
미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달단왕부의 여주인이 되지 못하는 치명적인 결함을 지니고 있
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녀가 오이랍부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철고륜의 후궁이 되기 전에 이미 결혼한 몸으로 뱃속에는 전
남편의 아이까지 갖고 있었다.
철고륜은 천산(天山)으로 사냥을 갔다가 하후란을 발견하고는 그녀의 미태에
반해 강제로 그녀를 납치하여 후궁으로 삼았던 것이었다.
본래 색탐이 심했던 철고륜은 하후란이 남의 아내이며 임신까지 하고 있었던
사실 따위는 아랑곳 않고 욕심을 채웠다.
하후란은 워낙 빼어난 미녀였기에 철고륜은 대식국의 공주인 나유라와 결혼
한 후에도 변함없이 그녀를 총애했다.
철고륜의 후궁이 된 후 반 년만에 하후란은 여자 아이를 낳았다. 당연히 그
여아는 하후란의 전남편의 딸이었다.
하지만 하후란의 미태에 푹 빠진 철고륜은 그 여자아이를 자신의 딸로 삼고
자신의 성씨인 철(鐵)씨까지 물려주었다.
-철진진(鐵眞眞)!
이것이 그 여아의 이름이었다.
비록 하후란의 전 남편의 딸이기는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예쁘고 영특했던
그녀는 철고륜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났다. 철고륜은 도도한 본처 나유
라의 몸에서 난 친딸 철산산보다 오히려 철진진을 더 귀여워할 정도였다.
헌데 지금으로부터 오 년 전, 하후란과 철진진 모녀에게 엄청난 시련이 닥쳐
왔다.
철고륜이 하후란과 방사를 하던 도중에 갑자기 복상사하는 변이 일어난 것이
다.
평소 하후란을 질시하던 다른 후궁들은 하후란이 오이랍부 출신이라는 점을
악용하여 그녀가 철고륜을 독살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알기 위해 나유라는 하후란을 심문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서 형리(刑吏)들은 하후란을 무자비하
게 고문했다.
비단 고문 뿐만이 아니었다. 형리들은 그래도 한때 전왕의 후궁이었던 하후
란을 무자비하게 능욕하기까지 했다. 단지 그녀가 오이랍부 출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 같은 만행을 자행한 것이다.
결국 하후란은 남편의 부하들에게 몸을 더럽힌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고 혀를
깨물어 자살하고 말았다.
그 사실을 후에 알게 된 나유라는 하후란을 겁간한 형리들을 모조리 참수시
켰다.
그리고 그녀는 하후란도 실종된 것으로 하고 그 일을 일체 비밀에 부쳐버렸
다.
하지만 완전한 비밀은 없는 법인가? 바로 하후란의 딸 철진진이 오 년 만에
나유라의 앞에 나타난 것이 아닌가?
본시, 나유라는 철진진이 형리들에 의해 죽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당시 형리
들은 하후란의 자백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철진진을 발가벗겨 놓고 그녀의
여린 가슴을 비수로 갈랐다. 자백하지 않으면 하후란이 보는 앞에서 철진진
의 심장을 꺼내겠다고 협박하면서, 하지만 하후란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그 대가로 하후란은 형리들에게 무참하게 유린당한 후 자살하고 말았다.
그 후 형리들이 철진진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형리들은
나중 하후란에게 저지른 자신들의 만행이 밝혀졌을 때도 철진진에 대한 사실
만은 끝내 입을 다물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유라는 철진진도 짐승같은
형리들에게 무참한 짓을 당하고 죽임을 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잊어버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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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