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엄마 명숙이 17
Mgoon
48
5682
19
2023.09.13 15:06
글을 너무 많이 자주 올려서 죄송합니다.
연말에 썰워 게시판에 이거 쓸때도 너무 심적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어요.
핫썰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도 그때처럼
일도 손에 안잡히고 잠도 잘 안오고 그럽니다.
원래는 지난 연말에 이제 내 나이가 나와 사랑을 나누던 그때의 명숙과 동갑이 되었다는
섬뜩한 자각에서 이글이 시작되었습니다.
절대 다시는 들춰보지 않으려 했던 그 때의 추억을 그냥 기록하고자 쓰기
시작했는데, 역시 심적으로 너무 힘드네요.
빨리 털어내고 일상으로 복귀하려고 하루에 몇편씩 올리는 것이니
게시판 도배하는거 양해 부탁드립니다.
—————————————————————————————————
나와 명숙은 ‘그 사건’을 딛고 서서히 일상을 회복해 나가고 있었다.
물론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명숙은 그 시절 나에게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너 변했어.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던데”
“나야 뭐… 죽어도 싼놈이니까…” 내가 슬며시 웃으면 말했다.
“으이그! 내 앞에서 그게 할소리냐?” 명숙은 내 가슴을 내리치며 말했다.
“죽는다는 말은 자기가 먼저 꺼냈잖아?”
“너가 변했다는 말을 강조하려고 쓴 표현이지~”
“걱정마. 나 안죽어. 자기 놔두고 먼저 안죽을거야”
명숙은 그제야 팔을 벌려 내 머리를 그녀의 가슴쪽으로 포옥 껴안았다.
우리는 침대에 함께 옆으로 누워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오랜시간을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의 소재는 떨어지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한번은 서로 아무말도 않고 그저 멍하니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명숙이 갑자기 한숨을 내쉬며 작게 탄식하듯 말했다.
“아~~~ 바다 보고싶다. ”
그말에 나는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명숙에게 말했다.
“빨리 옷입어. 가자. 바다보러. ”
“지금 시간이 몇신데? 이 시간에 어딜가? 그리고 바다가 어디라구?”
“나 알아! 지금 볼수있는 바다!”
계절이 바뀌어 이제는 선선하다기 보다는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나는 명숙에게 약간 두꺼운 기모의 후드집업을 꺼내주었다.
“밖에 쌀쌀하니까 이거 입고 가자”
명숙은 마치 아빠옷을 입은 어린아이처럼 헐렁헐렁한 옷을 입고
어린애처럼 팔을 흔들며 날개짓을 했다.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오니 새벽공기가 예상대로 약간 쌀쌀했다.
시커먼 새벽의 밤거리는 드문드문 차들이 지나고 있었다.
요즘이라면 카카오택시앱을 켰겠지만 당시에 그런게 있었을리가..
나와 명숙은 오들오들 떨며 길가에 서서 택시를 기다렸다.
30분정도를 기다린 끝에 겨우겨우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을왕리 해수욕장 가주세요”
우리는 함께 뒷자리에 올랐다. 명숙이 나의 어깨에 살며서 머리를 기대며
손깍지를 했다. 나는 그녀의 차가워진 손을 꼭 잡고 내 외투 주머니에
마주잡은 두 손을 집어넣었다.
“와아~”
새벽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은 텅비어 있었고 성난파도가 쉴새없이 밀려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생각보다 더 춥네” 나는 눈을 감고 숨을 들이키는 명숙의 후드 모자를
머리에 씌우고 고무줄을 잡아당겨 목에 바람이 들어가지 않게 단단히 여매었다.
후드모자를 뒤집어쓴 명숙이 우비를 입은 어린아이처럼 귀여워서 나는
웃음이 터졌다.
나와 그녀는 손을 꼭 맞잡고 파도의 성난 울음소리를 함께 들었다.
그리고 잠시 모래사장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시 명숙이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었고 나는 왼팔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고마워. 속이 뻥 뚤리는거 같아” 명숙이 작게 소리쳤다.
“고맙긴. 앞으로 가고 싶은거, 하고싶은거, 먹고 싶은거 다 말해. 내가 다 해줄께.”
명숙이 좀 더 내품을 깊이 파고 들어왔다.
나는 그런 명숙의 어깨를 더 강하게 감싸며 말했다.
”아 참! 그럼 내 소원도 하나 들어줘!“
“뭔데?” 그녀가 내 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나… 너한번 업어보고 싶어…” 나는 그런 명숙에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무슨 소원이 그래?”
읏챠! 나는 등뒤에 그녀를 업고 무릎을 펴고 일어서서 모래사장을 걷기 시작했다.
“윗공기가 어때? 맑고 깨끗하지?”
내가 묻자 그녀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래! 이 좋은 공기를 여태 혼자만 들이마쉰거야? 얄밉네”
우리는 함께 깔깔거렸다.
“나 무겁지?”
“뭐가 무거워? 깃털같구만.. 자기 살좀 쪄야돼”
“칫! 거짓말.. 나 요즘 돼지가 되어가고 있어..”
“이렇게 귀여운 돼지면 대환영이지… 근데 뭐가 살쪄? 썰면 몇근 나오지도
않겠구만...“
그러자 그녀가 빵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와 명숙은 함께 농담을 주고받고 깔깔거리며 모래사장을 거닐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함께 국내 이곳저곳을 여행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나에게 여행은 가족과의 불편한 동행을 뜻했다.
우리 가족에게 여행이란 그 지역의 유명관광지에 가서 사진을 찍고
근처 식당으로 가 말없이 밥을 먹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여행에 아무런 취미가 없었다.
그러나 버스와 기차를 타고 명숙과 함께하는 여행은 새로운 짜릿함을 선사해주었다.
우리는 집과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는 함께 마음을 놓고 손을 잡고 걸어다닐수 있었다.
간혹 나와 그녀의 관계를 궁금해하며 흘끔거리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알게 뭐람? 우리는 연인들처럼 손을 잡고 깔깔거리며 길을 걸었다.
한번은 유명사찰의 입구에 세워진 커다란 나무를 보았다.
두개의 다른 나무가 시간이 지나고 서로 얽히고 섥혀 하나의 나무가 된 것이라
했다. 나는 명숙의 손을 꼭 잡고 함께 그 나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다음생에는 나무가 되어도 좋겠다고. 그녀가 내 옆에만 있다면..
가을단풍을 보러 유명 국립공원을 찾은 적도 있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지만 우리는 아랑곳않고 손을 꼭 맞잡고 산을 올랐다.
그렇게 산길을 걷다가 두 세번쯤 주변 사람들 따윈 아랑곳 하지 않고
가볍게 입술에 뽀뽀를 쪽 하고는 했다.
그렇게 산중턱쯤 올랐을때 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니
방금전까지 싱글벙글하던 명숙의 표정이 썩어있었다.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난건 아닌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자기야! 왜 그래?“
”아니야… 아무일도…“
“왜 그래? 왜 그러는데..”
그녀는 이마에 손을 짚고 한숨을 푹푹쉬더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니 글쎄… 나더러… 아… 참나!… 좋겠대… 나이 어린 애인있어서…
보아하니 돈많은 어린 사모님같은데… 어디서 저런 애인을 만났냐고…
하아.. 참나.. 너를 무슨.. 유부녀 등골 빼먹는 제비족처럼 보더라니까…”
그녀는 연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두손을 꼭 잡고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사모님! 이천만 땡겨주세요!”
몇년후 나의 저 대사는 어느 개그맨의 대유행어가 되었다.
물론 내 말을 듣고 따라하지는 않았겠지만…
나의 그 말을 들은 명숙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고된 산행을 마치고 숙소에 들러 짐만 풀고는 근처 식당으로 갔다.
칸칸이 분리된 독립된 방의 좌식테이블에 자리를 잡고서 앉을때
명숙은 “아이고 아이고”를 외치면서 힘들어했다.
나는 그런 그녀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을 터뜨렸다.
“너 이씨! 너도 나이먹어봐. 이런 소리가 안나오나..”
그녀는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
“다리 쭉 뻗어”
그러자 명숙이 무릎을 피고 다리를 쭉 뻗어왔다.
나는 그런 명숙의 발을 잡고 양말을 벗기기 시작했다.
명숙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뭐하는거야 또?”
“왜 마사지좀 해주려는 건데?”
“아이 참! 냄새 나! 하지마!”
나는 몸을 숙여 명숙의 발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코를 킁킁대며 말했다. ”냄새 안나는구만”
명숙은 부끄러워하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하지마! 하지말라고”
발버둥을 치는 명숙을 아랑곳않고 나는 명숙의 발을 주물러갔다.
발목쪽을 강하게 주물렀을때 명숙이 “헉” 소리를 내뱉으며 말했다.
“살살해. 아퍼…”
종업원이 닫힌 문을 열고 음식을 서빙하려 하자 명숙은 다급히 무릎을 굽혔다.
테이블위로 접시를 내려놓는 종업원에게 명숙이 공손하게 말했다.
“여기 물수건 하나만 갖다 주세요”
그날 저녁 우리는 소주를 각한병씩 비우며 밥한공기를 뚝딱했다.
취기가 알딸딸하게 오르자 명숙이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나에게 애교스럽게 말했다.
“우리 노래방 가자!”
음악 듣는걸 좋아하는 나였지만 노래방은 살면서 딱 한번 가봤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노래방에 없었기에 나는 그곳에 가는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명숙의 노래는 너무나도 듣고 싶었다.
“자기는 무슨 노래 좋아해? 뭐 부를건데?”
내가 약간 들뜬 목소리로 묻자 명숙이 쌔침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따가 불러줄께”
그 나이또래의 아줌마들티처럼 트롯트나 성인가요를 부를줄 알았으나 명숙은
의외의 곡을 선곡했다.
그녀는 화면을 등지고 나를 쳐다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햇살이 한가득 파란 하늘을 채우고
눈부신 그대가 나의 마음을 채우고
어두운 날들이여 안녕
외로운 눈물이야 안녕
이제는 날아오를 시간이라고 생각해
꽃다운 내가 그대의 마음을 채우고
향기가 한가득 하얀도시를 채우고
어두운 날들이여 안녕
외로운 눈물이야 안녕
이제는 행복해질 시간이라고 생각해
영원히 내곁에 눈뜨면 언제나
그대의 미소가 나를 웃게하지’
브라보!! 나는 1절을 마치고 부끄러워하는 명숙에게 감탄하며 박수를 날렸다.
저 여인이 정녕 내 또래의 아들을 둔 엄마라고? 믿기지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무슨 노래를 불렀냐구?
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명숙앞에서 꼴값을 떨었다.
‘난 너를 원해! 냉면보다 더! 난 니가 좋아! 야구보다 더!’
그렇게 전혀 몰랐던 명숙의 새로운 모습을 그날 나는 또 발견했다.
명숙을 위한 사랑의 세레나데가 절실했다.
남자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해’를 부르는걸 그동안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날 그제서야 남자들이 왜 그리들 여자앞에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목이터져라 불러대는지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아직 단한번의 후회도 느껴본 적은 없어
다시 시간을 돌린데도 선택은 항상 너야’
내가 명숙을 바라보며 목이 터져라 열창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명숙이 고개를 푹 숙였다.
에이~ 설마… 이런 통속극의 억지 신파같은 유치한 장면이 실제로 있었다고?
그런데 그 설마가 실제로 벌어졌다면 믿겠는가?
명숙은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뚝뚝 떨구고 있었다.
당황한 것은 나였다.
나는 서둘러 노래정지버튼을 누르고 명숙의 옆으로 다가갔다.
”아 진짜… 이게 뭐야… 주책맞게…“
명숙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녀는 애써 웃음을 보이며 내 얼굴을 잡고 입술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
그리고는 주섬주섬 겉옷을 챙기며 말했다.
”얼릉 들어가자. 피곤하겠다“
그날밤 명숙은 내 품에 안겨 의외의 말을 내뱉었다.
“너랑 만난 이후로 난 늘 d한테 미안했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도 가장 미안한 날이었어”
연말에 썰워 게시판에 이거 쓸때도 너무 심적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어요.
핫썰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도 그때처럼
일도 손에 안잡히고 잠도 잘 안오고 그럽니다.
원래는 지난 연말에 이제 내 나이가 나와 사랑을 나누던 그때의 명숙과 동갑이 되었다는
섬뜩한 자각에서 이글이 시작되었습니다.
절대 다시는 들춰보지 않으려 했던 그 때의 추억을 그냥 기록하고자 쓰기
시작했는데, 역시 심적으로 너무 힘드네요.
빨리 털어내고 일상으로 복귀하려고 하루에 몇편씩 올리는 것이니
게시판 도배하는거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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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명숙은 ‘그 사건’을 딛고 서서히 일상을 회복해 나가고 있었다.
물론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명숙은 그 시절 나에게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너 변했어.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던데”
“나야 뭐… 죽어도 싼놈이니까…” 내가 슬며시 웃으면 말했다.
“으이그! 내 앞에서 그게 할소리냐?” 명숙은 내 가슴을 내리치며 말했다.
“죽는다는 말은 자기가 먼저 꺼냈잖아?”
“너가 변했다는 말을 강조하려고 쓴 표현이지~”
“걱정마. 나 안죽어. 자기 놔두고 먼저 안죽을거야”
명숙은 그제야 팔을 벌려 내 머리를 그녀의 가슴쪽으로 포옥 껴안았다.
우리는 침대에 함께 옆으로 누워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오랜시간을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의 소재는 떨어지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한번은 서로 아무말도 않고 그저 멍하니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명숙이 갑자기 한숨을 내쉬며 작게 탄식하듯 말했다.
“아~~~ 바다 보고싶다. ”
그말에 나는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명숙에게 말했다.
“빨리 옷입어. 가자. 바다보러. ”
“지금 시간이 몇신데? 이 시간에 어딜가? 그리고 바다가 어디라구?”
“나 알아! 지금 볼수있는 바다!”
계절이 바뀌어 이제는 선선하다기 보다는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나는 명숙에게 약간 두꺼운 기모의 후드집업을 꺼내주었다.
“밖에 쌀쌀하니까 이거 입고 가자”
명숙은 마치 아빠옷을 입은 어린아이처럼 헐렁헐렁한 옷을 입고
어린애처럼 팔을 흔들며 날개짓을 했다.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오니 새벽공기가 예상대로 약간 쌀쌀했다.
시커먼 새벽의 밤거리는 드문드문 차들이 지나고 있었다.
요즘이라면 카카오택시앱을 켰겠지만 당시에 그런게 있었을리가..
나와 명숙은 오들오들 떨며 길가에 서서 택시를 기다렸다.
30분정도를 기다린 끝에 겨우겨우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을왕리 해수욕장 가주세요”
우리는 함께 뒷자리에 올랐다. 명숙이 나의 어깨에 살며서 머리를 기대며
손깍지를 했다. 나는 그녀의 차가워진 손을 꼭 잡고 내 외투 주머니에
마주잡은 두 손을 집어넣었다.
“와아~”
새벽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은 텅비어 있었고 성난파도가 쉴새없이 밀려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생각보다 더 춥네” 나는 눈을 감고 숨을 들이키는 명숙의 후드 모자를
머리에 씌우고 고무줄을 잡아당겨 목에 바람이 들어가지 않게 단단히 여매었다.
후드모자를 뒤집어쓴 명숙이 우비를 입은 어린아이처럼 귀여워서 나는
웃음이 터졌다.
나와 그녀는 손을 꼭 맞잡고 파도의 성난 울음소리를 함께 들었다.
그리고 잠시 모래사장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시 명숙이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었고 나는 왼팔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고마워. 속이 뻥 뚤리는거 같아” 명숙이 작게 소리쳤다.
“고맙긴. 앞으로 가고 싶은거, 하고싶은거, 먹고 싶은거 다 말해. 내가 다 해줄께.”
명숙이 좀 더 내품을 깊이 파고 들어왔다.
나는 그런 명숙의 어깨를 더 강하게 감싸며 말했다.
”아 참! 그럼 내 소원도 하나 들어줘!“
“뭔데?” 그녀가 내 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나… 너한번 업어보고 싶어…” 나는 그런 명숙에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무슨 소원이 그래?”
읏챠! 나는 등뒤에 그녀를 업고 무릎을 펴고 일어서서 모래사장을 걷기 시작했다.
“윗공기가 어때? 맑고 깨끗하지?”
내가 묻자 그녀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래! 이 좋은 공기를 여태 혼자만 들이마쉰거야? 얄밉네”
우리는 함께 깔깔거렸다.
“나 무겁지?”
“뭐가 무거워? 깃털같구만.. 자기 살좀 쪄야돼”
“칫! 거짓말.. 나 요즘 돼지가 되어가고 있어..”
“이렇게 귀여운 돼지면 대환영이지… 근데 뭐가 살쪄? 썰면 몇근 나오지도
않겠구만...“
그러자 그녀가 빵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와 명숙은 함께 농담을 주고받고 깔깔거리며 모래사장을 거닐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함께 국내 이곳저곳을 여행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나에게 여행은 가족과의 불편한 동행을 뜻했다.
우리 가족에게 여행이란 그 지역의 유명관광지에 가서 사진을 찍고
근처 식당으로 가 말없이 밥을 먹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여행에 아무런 취미가 없었다.
그러나 버스와 기차를 타고 명숙과 함께하는 여행은 새로운 짜릿함을 선사해주었다.
우리는 집과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는 함께 마음을 놓고 손을 잡고 걸어다닐수 있었다.
간혹 나와 그녀의 관계를 궁금해하며 흘끔거리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알게 뭐람? 우리는 연인들처럼 손을 잡고 깔깔거리며 길을 걸었다.
한번은 유명사찰의 입구에 세워진 커다란 나무를 보았다.
두개의 다른 나무가 시간이 지나고 서로 얽히고 섥혀 하나의 나무가 된 것이라
했다. 나는 명숙의 손을 꼭 잡고 함께 그 나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다음생에는 나무가 되어도 좋겠다고. 그녀가 내 옆에만 있다면..
가을단풍을 보러 유명 국립공원을 찾은 적도 있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지만 우리는 아랑곳않고 손을 꼭 맞잡고 산을 올랐다.
그렇게 산길을 걷다가 두 세번쯤 주변 사람들 따윈 아랑곳 하지 않고
가볍게 입술에 뽀뽀를 쪽 하고는 했다.
그렇게 산중턱쯤 올랐을때 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니
방금전까지 싱글벙글하던 명숙의 표정이 썩어있었다.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난건 아닌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자기야! 왜 그래?“
”아니야… 아무일도…“
“왜 그래? 왜 그러는데..”
그녀는 이마에 손을 짚고 한숨을 푹푹쉬더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니 글쎄… 나더러… 아… 참나!… 좋겠대… 나이 어린 애인있어서…
보아하니 돈많은 어린 사모님같은데… 어디서 저런 애인을 만났냐고…
하아.. 참나.. 너를 무슨.. 유부녀 등골 빼먹는 제비족처럼 보더라니까…”
그녀는 연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두손을 꼭 잡고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사모님! 이천만 땡겨주세요!”
몇년후 나의 저 대사는 어느 개그맨의 대유행어가 되었다.
물론 내 말을 듣고 따라하지는 않았겠지만…
나의 그 말을 들은 명숙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고된 산행을 마치고 숙소에 들러 짐만 풀고는 근처 식당으로 갔다.
칸칸이 분리된 독립된 방의 좌식테이블에 자리를 잡고서 앉을때
명숙은 “아이고 아이고”를 외치면서 힘들어했다.
나는 그런 그녀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을 터뜨렸다.
“너 이씨! 너도 나이먹어봐. 이런 소리가 안나오나..”
그녀는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
“다리 쭉 뻗어”
그러자 명숙이 무릎을 피고 다리를 쭉 뻗어왔다.
나는 그런 명숙의 발을 잡고 양말을 벗기기 시작했다.
명숙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뭐하는거야 또?”
“왜 마사지좀 해주려는 건데?”
“아이 참! 냄새 나! 하지마!”
나는 몸을 숙여 명숙의 발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코를 킁킁대며 말했다. ”냄새 안나는구만”
명숙은 부끄러워하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하지마! 하지말라고”
발버둥을 치는 명숙을 아랑곳않고 나는 명숙의 발을 주물러갔다.
발목쪽을 강하게 주물렀을때 명숙이 “헉” 소리를 내뱉으며 말했다.
“살살해. 아퍼…”
종업원이 닫힌 문을 열고 음식을 서빙하려 하자 명숙은 다급히 무릎을 굽혔다.
테이블위로 접시를 내려놓는 종업원에게 명숙이 공손하게 말했다.
“여기 물수건 하나만 갖다 주세요”
그날 저녁 우리는 소주를 각한병씩 비우며 밥한공기를 뚝딱했다.
취기가 알딸딸하게 오르자 명숙이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나에게 애교스럽게 말했다.
“우리 노래방 가자!”
음악 듣는걸 좋아하는 나였지만 노래방은 살면서 딱 한번 가봤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노래방에 없었기에 나는 그곳에 가는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명숙의 노래는 너무나도 듣고 싶었다.
“자기는 무슨 노래 좋아해? 뭐 부를건데?”
내가 약간 들뜬 목소리로 묻자 명숙이 쌔침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따가 불러줄께”
그 나이또래의 아줌마들티처럼 트롯트나 성인가요를 부를줄 알았으나 명숙은
의외의 곡을 선곡했다.
그녀는 화면을 등지고 나를 쳐다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햇살이 한가득 파란 하늘을 채우고
눈부신 그대가 나의 마음을 채우고
어두운 날들이여 안녕
외로운 눈물이야 안녕
이제는 날아오를 시간이라고 생각해
꽃다운 내가 그대의 마음을 채우고
향기가 한가득 하얀도시를 채우고
어두운 날들이여 안녕
외로운 눈물이야 안녕
이제는 행복해질 시간이라고 생각해
영원히 내곁에 눈뜨면 언제나
그대의 미소가 나를 웃게하지’
브라보!! 나는 1절을 마치고 부끄러워하는 명숙에게 감탄하며 박수를 날렸다.
저 여인이 정녕 내 또래의 아들을 둔 엄마라고? 믿기지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무슨 노래를 불렀냐구?
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명숙앞에서 꼴값을 떨었다.
‘난 너를 원해! 냉면보다 더! 난 니가 좋아! 야구보다 더!’
그렇게 전혀 몰랐던 명숙의 새로운 모습을 그날 나는 또 발견했다.
명숙을 위한 사랑의 세레나데가 절실했다.
남자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해’를 부르는걸 그동안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날 그제서야 남자들이 왜 그리들 여자앞에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목이터져라 불러대는지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아직 단한번의 후회도 느껴본 적은 없어
다시 시간을 돌린데도 선택은 항상 너야’
내가 명숙을 바라보며 목이 터져라 열창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명숙이 고개를 푹 숙였다.
에이~ 설마… 이런 통속극의 억지 신파같은 유치한 장면이 실제로 있었다고?
그런데 그 설마가 실제로 벌어졌다면 믿겠는가?
명숙은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뚝뚝 떨구고 있었다.
당황한 것은 나였다.
나는 서둘러 노래정지버튼을 누르고 명숙의 옆으로 다가갔다.
”아 진짜… 이게 뭐야… 주책맞게…“
명숙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녀는 애써 웃음을 보이며 내 얼굴을 잡고 입술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
그리고는 주섬주섬 겉옷을 챙기며 말했다.
”얼릉 들어가자. 피곤하겠다“
그날밤 명숙은 내 품에 안겨 의외의 말을 내뱉었다.
“너랑 만난 이후로 난 늘 d한테 미안했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도 가장 미안한 날이었어”
[출처] 친구엄마 명숙이 17 (토토사이트 | 야설 | 썰 게시판 - 핫썰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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