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 새엄마랑 내얘기 ㅡ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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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그리고 새학기가 시작된날. 그날은 기분이 좀 이상하긴 했어.
당연히 학교에 가야하는, 다른 애들은 다 그러고 있는데 나혼자 아침에 멀뚱멀뚱 학원갈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지금쯤 애들은 수업듣고 있겠지? 애들이랑 얘기하고 있겠지. 그런 생각이 드는데 뭔가 좀 답답 하더라고.
그래도 내가 선택한거니까, 뭐 그럴 머리도 아녔고ㅠㅠ
학원에서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땐 나름대로.
노트북으로는 프로그램 돌리기 힘들어서 일반 컴퓨터 사겠다고 했는데, 누나가 반대함.
잘켜져 있는데 왜 돈쓰냐고ㅡ_ㅡ. 그때 진심 삐졌었다.
컴터 사달라고 징징대고 있는 나도 웃기더라.
결국 허락해줘서 사주긴 했지만, 주로 게임용....그때 와우에 빠졌었다.
왠만해서는 내가먼저 애들한테 얼굴보자고 한적은 없어. 애들이 연락오면 나가는 식이었거든.
근제, 진짜 심심하더라. 아는 애들이라고는 그 서너명이 전부인데.
얼굴좀 보자고 연락했더니 죄다 엠티고 동아리고 모임이고....
나도 진짜 가고싶었다. 엠티.
그 엠티말고.....진짜 엠티.
말로만 듣던 모텔이 정말로 미친 듯이 궁금하더라. 갈 기회?가 없으니 궁금함은 극에 달하더라...콘돔처럼ㅡ_ㅡ.
글타고 순영이한테 가자고 할순 없잖앜ㅋㅋㅋㅋㅋㅋㅋ
핑계로 어디 놀러갈까 생각했는데, 일하신다고 안되고, 주말엔 사람들 만나서 밥사야 한다고 안되고.
학원가기전에 혼자 밥챙겨 먹는데, 진짜 서럽더라.
밥을 차리던, 설거지를 하던 남자가 하는거 아니라고 절대 못하게 하던 순영이는 출근해야 한다고 알아서 챙겨 먹으라더라.
와, 진짜 내가 이럴려고 일다니게 허락했나 싶더라. 자괴감이 몰려오더라.
하....외롭더라...
외로움에 몸부림 칠 때 톡하나 오더라. 정은이.
잘지냈냐. 이제야 연락한다. 얼굴한번 보자.
그래, 시간될 때 연락해라. 이러고는 집을 나오는데 수업 없다고 지금 보자고 하더라.
학원가는 길이니까 다음에 보자고 했었다.
‘야. 전화 차단하거 좀 풀어’
아, 잊고 있었다ㅋㅋㅋㅋㅋㅋ
차단 해제하고 바로 전화했더니 반갑게 받더라.
“잘 지냈어?”
“어, 글치 머...”
“학원 몇시에 끝나?”
“네시..”
“그럼 그때볼까? 근처에서 기다릴께...”
“그래라...”
몇 달이 지나니까 그냥 무덤덤하더라. 그래, 내가좀 심했었다 싶기도 하더라.
버스탄지 얼마 안되서 다시 톡이 오더라고.
니네 학원 근처에 커피숖에 있을테니 끝나면 바로 오라고.
알았다고 했지.
항상 그랬듯 수업전에 거기서 여유를 즐겨야지 하고 들어갔는데, ㅅㅂ. 정은이 거기 있음.
존나 깜놀했다. 좀전에 미안하던 그 마음은 사라지고 불안감이 스믈스믈 피어오르더라.
“뭐냐 넌?”
“어?”
“어?..모른척 하는거냐...”
아니라고 정색을 하더라. 책 사야해서 서점에 왔다가 니 생각나서 연락한거라고 오해 말라면서 책 몇권을 보여주더라.
학원 근처에 큰 대형서점이 있는건 사실이었으니까.
글타고 그걸로 따지고 들 생각도 없더라. 그렇다는데 내가 뭐라고...
그냥 이런저런 얘기 했었다. 학원가기전에 커피한잔 마시고, 끝나고 한잔 마시고 집에 간다고.
책사러 왔다가 여기 생각이 나서 그냥 와있었다고, 연락 안받을줄 알았는데 연락 오길래 좀 놀랬다고 하더라.
그렇게 일상적인 얘기 나누다가 시간이 돼서 학원가야 하니 다음에 또 보자고 했더니
“끝나고 만나기로 한거 아냐?”
“뭐?...”
“야, 그래도 약속한 시간은 4시 아니냐?”
“하아. 어이없다....그때까지 기다리게?”
“어, 어차피 할거없어...책보고 있을께...”
“미친...니알아서 해라”
누가 공부잘하는 냔 아니랄까봐 여기서 책을 보고있다는게 진심...
수업하는 내내 신경쓰이더라. 설마 기다리겠냐. 갔겠지. 그생각만 나더라.
가보니까 진짜 있더라. 대가리 숙이고 책만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바로앞에 서있어도 모르더라. 대단하다 싶더라.
“진짜 대단하다...”
멍한표정으로 얼굴을 들더니 나를 알아차리곤 씨익 웃으면서 쳐다보더라.
“야, 밥먹자..”
“시간이 몇신데 벌써 밥이냐..”
“나, 점심 안먹었는데..”
“아, 미친...”
근처에 있는 천국에서 이것저것 시켜서 먹었는데 별 얘기는 안했다. 그냥 일상적인 얘기.
다먹고 나오는데 술한잔 하자는거, 할 일 있어서 다음에 하자고 그랬지.
그냥 거기서 헤어질꺼라고 생각했는데, 동네가 비슷하니 같은 버스를 타고왔다.
왠지 어색하더라.
버스안에서는 별 얘기 안했고, 그냥 각자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기만 했었다.
그런일이 있고나서부터 가끔씩 정은이한테 톡오면 대답해주고 그런 식이었다.
첨에는 열등감이니 뭐니 그런게 있었지만,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얘랑나랑은 그냥 사는 세계가 좀 다르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게 열등감인가ㅡ_ㅡ?
암튼, 뭔가 좀 어른스러워져 있더라.
첨 봤을 때 립스틱 바른 모습이 많이 어색했었다.
옷 입는것도 교복이 익숙했는데, 좀 어색하더라.
하여간 왠지 모르게 걔한테 틱틱 거리는게 사라졌었다. 정은이도 시비?걸지 않았고.
그 친하던 새끼들은 거의 연락이 잘 안되고, 오히려 얘랑 연락이 자주되다 보니까 좀 친해진 느낌도 있었던건 사실이다.
아직 1학년이고 시간이 많다면서, 너 학원 가기전이나 끝나면 그 커피숖에 있을테니 커피나 같이 마시자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지.
어쩌다 가끔 만나는건데 상관없겠다 싶었는데, 진짜 매일 출근도장 찍더라;;;;;
수업전에 보는 경우도 있었고, 수업 끝나고 보는 경우도 있었고, 둘다인 경우도 있었고. 못오면 왠지 서운하고ㅡ_ㅡ;;;;
근데, 걔랑한 얘기의 대부분은 대학교 얘기.
내가 뭘 알아야지 대답하고 그럴텐데, 암것두 모르니 그냥 듣고만 있었다.
평범하지만 나한테는 엄청나게 지루한 날들이 딱 그때였었다.
학원가면 쌤이 재잘재잘 대지.
끝나면 정은이가 재잘재잘 대지.
집에오면 순영이가 재잘재잘 대지.
이사람 저사람들이 매일매일 똑같이 나한테만 이야기를 늘어놓으니까 그게 미치겠더라.
나도 얘기하고 싶은데, 할 얘기가 없는거야. 그래서 미치겠더라.
순영이한테 정은이 얘기 할 수 없잖아. 괜한 오해라도 받으면...그렇다고 수업얘기 할수도 없고
정은이한테 순영이 얘기 할 수 없잖아. 괜히 변태새끼 될테고...그렇다고 수업얘기 할수도 없고.
학원쌤한테.......뭔 얘길 하겠냐ㅡ_ㅡ;;;;
그러다보니 점점 게임에 빠졌었다. 와우.
그 안에서는 재밌었지. 길드 사람들이랑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낄낄 대고. 공통적인 대화의 주제가 생기니까 그렇게 좋을수가 없더라.
그렇게 게임에 미쳐서 학원 수업도 빠지는 날이 생기고, 늦게 가기도 하고, 집에서는 눈치가 보여 일이 있는척 나가서 겜방 가기도 하고.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좀 덜할까 싶어서 순영이한테 얘기했는데, 그건 절대 반대하더라.
지금 배우는거 다 배우고 하라고 하더라.
와, 내가 일 못하게 그렇게 지랄한거 복수하나 싶은 생각까지 들더라.
그 핑계로 또 게임에 열중했었다.
4월말이나 5월초쯤 됐을텐데 여튼,
간만에 친구들 다 모이기로 했는데, 학원이 진짜 가기 싫었던날.
겜방에서 미친 듯이 렙업에 열중하며 시간보다가 아쉬워서 좀 늦게 나갔었다.
2층에 있는 호프집이었는데, 애들이랑 미친 듯이 떠들어댔었다.
그런데 얘기는 점점 지들 학교얘기, 수업얘기. 도저히 낄데가 없더라.
지들도 할얘기가 없었던건지, 내 눈치를 봤던건지 모르겠는데 암튼 여자얘기로 돌아섬.
여자얘기라고 해도 지들 학교에 있는 애들이니 또 학교얘기...
그러다 철수새끼가 그러더라, 지난번에 소개팅 했던 애들한테 연락해 보자고.
부르지 말라고했다. 걔들 나와도 학교얘기 할꺼 뻔하잖아.
개새끼. 존나 무시하고 여기저기 전화질 하면서 간만에 서울왔다고 나오라고 하더라.
다행인건, 다들 바쁘다 늦었다 그핑계로 못나온다고 했는데, 이 개새끼가 딴놈들 눈치보면서 나보고 정은이한테 연락해 보라고 하더라.
이, ㅅㅂ. 그걸 왜 나한테 지랄이냐고 했더니, 니네 좀 친해진거 아니냐고 그러더라.
“조까고 병신아. 술이나 처먹어..”
병신, 조낸지롤. 이지랄 하면서 다시 여자얘기.
만나면 재밌던 그 새끼들도 뭔가 지루하더라. 나만 딴세상에 있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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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시간, 특히 오전에는 혼자 집에 있으니 딴생각이 많이 들더라.
야동.ㅡ_ㅡ
누나랑 관계는 점점 지루하더라.
일방적으로 나혼자 들이대고 끝나는 식이었거든.
누나가 일을 시작하고나서 부터는 피곤하다, 내일 출근해야 한다, 그런말들이 사람을 축 쳐지게 만들더라.
어찌보면 우리가 신혼이나 마찬가지인데, 일주일에 두 번이나 세 번정도?
물론 횟수가 중요한건 아니지, 그저 나혼자 발정나서 싸버리고 끝나는...그게 너무 싫더라.
그러다 매일을 야동을 보며 자위를 하고 샤워하고 학원가는 일이 반복되기 시작하더라.
어쩔때는 자위가 더 좋기도 하더라. 관계를 가질 때 자위를 생각할 정도로...
집을 나서면 거의 정은이랑 시간을 많이 보낸 듯 하다.
근데, 딱히 커피매장을 벗어나서 따로 시간을 보낸적은 없는거 같더라.
가끔 점심이나 저녁을 먹고 헤어졌을 뿐이었고.
걔가 시험전인 걸로 기억한다.
그때내가 배우던게 끝났고, 다른과정 2개월짜리를 막 신청하고 그랬던거 같은데...
정은이가 그랬었다.
시험 때문에 까페에서 공부할껀데 시간 괜찮으면 같이 있어주면 안되겠냐고.
이런데서도 공부가 되냐고 신기한 놈이라고 했지만, 나도 뭐, 어차피 집에가면 할거없이 텔레비전만 쳐다보고 있을텐데 괜찮겠다 싶어서 노트북 들고 나왔었지.
진심 무거워서, 괜히 약속했나 싶더라.
그러다가 주말쯤. 저녁겸해서 술이나 한잔 하자길래 그러자 했지.
그렇게 걔랑 같이있는 시간이 많다보니까 많은걸 알게되더라.
나보고 여자친구는 안만나고 맨날 이렇게 지랑 시간 보내도되냐고 묻더라.
어차피 학원 전후에 보는거고, 거의 주말에는 하루종일 데이트 한다고 그랬지.
계속 나한테는 곤란한 질문들만 하니까 맘에 없지만 나도 이것저것 물어봤었다.
네 살차 언니가 있는데, 어렸을때부터 천재소리 들었다 함. 초,중,고 다니면서 단 한번도 1등을 안해본적 없고, 제일 낮았던 등수가 전교 3등.
ㅅㅂ. 반에서 3등도 아니고 학교에서 3등, 그래도 반에서는 1등이었다 함.
근데 그때 난리가 났었다 함.
3등했다고 죽어버리겠다고 아주 난리를 쳤다함.
진심, 그런사람이 있긴 있구나 싶었다. 내 상식에선 이해불가.
그리고 대학에서는 4년내내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녔는데, 졸업전부터 이름만 대면 알아주는 대기업부터, 외국회사에서 스카웃 들어오고 그랬단다.
진심, 그런게 있냐? 솔직히 그때는 못믿겠더라.
결혼하면 십수년간 해왔던 공부가 써먹을데 없어진다고 독신선언하고 유학준비중인데, 집안 분위기 안좋다고 하더라.
어렸을때부터 그렇게 공부잘하는 언니 때문에 원치않는 압박을 받았단다.
그래서 미친 듯이 공부하긴 했는데, 도저히 자기는 그만큼은 못하겠다고 하더라.
기본적으로 자기는 노력형이고, 언니는 그냥 천재.
언니가 중학교때 무슨, 아이큐 높은사람들이 들어가는 단체인지 협회에 가입되고 그랬다고 하더라.
ㅅㅂ. 별게 다 있고 별걸다 한다 싶더라.
“너도 얘기 들었지? 나, 우리학교 간 이유...”
들은 그대로라고 하더라. 고등학교 올라가면 더 힘들어지는데, 내신으로는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내신걱정 안하고 수능으로 승부보는 방법을 선택했었단다.
집에서 진짜 많이 눈치보고 욕먹었다던데, ㅅㅂ. 그럼 갈데없어서 간 나는ㅡ_ㅡ
“나랑 비슷하네~”
이러면서 얘길 꺼냈었다.
어차피 난, 공부도 못하고 할맘도 없었고 어쩌다보니 고등학교를 가야하는데, 인문고면 야자때문에 하루종일 학교에있는건 죽어도 싫었고, 공고를 가자니 왠지 이미지가 맨날 쌈할 분위기ㅡ_ㅡ 그래서 선택한게 상고였다.
“나는 목적이 있어서 간거고, 너는 목적없이 간거고”
이러더라, 씨발년ㅡ_ㅡ
듣고보니 맞는 말이더라. 할말은 없었다만, 거기서 기죽을 내가 아니지. 적어도 얘 앞에서는.
“하아. 한동안 조용하다 했더니 슬슬 또 덤빈다? 그지?”
그냥 씨익 웃더라.
“기분 나쁘면 욕해”
“뭐?”
“넌 맨날 나한테 욕하잖아”
“아, 이 벼엉~....꼽냐? 니도해 그럼...”
“안어울린다며?”
“어. 하지마. 닭살돋아. 어색해. 절대 하지마”
뭐 그런식으로 분위기 좋았었다.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니까 이냔이 또 노래방을 가자고 하더라.
“너는, 나만보면 노래방이냐?”
심심해서 그렇다는데, 난 생각 없으니 니 친구들이랑 가라고 하고는 좀만 앉아있다가 일어나자고 했지.
“야, 시험기간에는 만나기 힘들거 같아서 그래, 가자, 응?”
“이런 미친, 셤이랑 친구랑 뭔 상관인데? 보면보는거지..”
존나 놀랜 듯 눈 똥그랗게 뜨고 쳐다보더라.
“친구야? 우리 친구맞어?”
이냔이 뭔소리 하나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예전에 내가 지랄했던...존나 뻘쭘하더라.
“아, 이 병신, 그럼 지금까지 너는 남이랑 커피 처먹었냐?”
“야! 지인짜! 기분좋다! 가자, 노래방!”
“이런 똘아이, 그거랑 노래방이 뭔 상관이냐고!”
그렇게 난 또, 그냔한테 말려서 노래방에 앉아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ㅅㅂ. 진심. 지금 생각해도 이해불가.
똘끼있는 건 알겠지만, 얘도 참 적응하기 힘들단 생각이 들더라.
“야, 불러불러....”
존나 두꺼운 책을 넘겨주는데, ㅅㅂ. 존나 찍찍해. 맥주 흘렸나봄.
“...오늘 기분 좋다. 내가아~ 쏜다아~!”
이지랄 하더니
“아가씨 불러줄까?...”
“야, 이 미친년아!!!!”
진심, 저냔 입에서 저런소리 나올지는 상상도 못했다. 존나 놀랬었음.
“...이런 똘아이. 학교가서 그딴거나 배웠냐?”
“왜에...남자애들 그러고 놀지 않아?”
솔직히, 애들이랑 술마실 때 그런 얘기 많이 했었고, 지들 경험도 얘기하고 그랬는데, 난 그때까지 경험이.....
모르겠더라. 이상하게 그러고싶지는 않더라고.
어렸을 때 뉴스보면, 노래방 단속하다 걸려서 티셔츠를 대가리까지 올려서 가린채로 인터뷰 하는걸 봤을 때, 걸리면 좆대는구나 싶어서 그럴맘이 안생기더라.
“근데, 솔직히 난 남자들이 그렇게 노는거 궁금하다. 어떨지...”
“뭐가 어때. 그냥 그런거지..”
“해봤구나?”
“아, 미친 진짜..”
“한명만 부르면 안되나? 두명 불러야되나?”
“아 진짜. 뭐 이런 똘아이가...”
한번만 더 이상한 소리하면 일어난다고 했더니, 존나 아쉬워ㅡ_ㅡ하는 표정으로 닥치더라.
진심, 대가리 좋다고 정신까지 맑은건 아니더라.
날이 점점 더워지더라.
날 덥다고 투덜투덜 대고 있었는데, 뭔가 아차 싶더라.
하............
울꼰대 돌아가신지 딱 1년되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음.
엄마 기일 때 납골당 가서, 꼰대 기일때는 안오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역시 고모들한테 전화오고 그랬었지.
순영이도 알고 있겠지.
어쩔수 없이 가야한다면 가겠지만 순영이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 지더라.
엄마랑 꼰대랑 합장?했거든.
근데, 거길 어떻게 데려가겠냐고.
순영이는 무슨맘으로 갈 생각이나 하겠냐고.
어쩐지 며칠전부터 순영이도 기분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더라.
난 그저, 회사에서 무슨일 있었나, 계약 못한다고 스트레스받나 정도로 생각했거든.
그냥 모르는척 지나가려고 했는데, 고모들한테 전화오는건 어쩔수 없었지.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뭘 안다고 제사를 지내냐고, 그럴 생각은 죽어도 없고 그냥 한번 다녀오겠다고만 했었다.
역시나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척 지냈는데, 순영이는 분명 알고있었고 그 얘기를 꺼내야 하나 고민하는거 같더라.
“거기 가봐야 하지 않아?”
역시나 안꺼낼수 없는 얘기였다.
“지난번에 갔다왔는데 뭐...”
“그래도...날인데..”
“그게 뭐 대단하다고 챙겨...내 생일도 한번 안챙겨 준 사람인데...”
별말없더라. 그저 자기도 가야하나 그런 고민하는 눈치 같기도 하고.
“...그냥, 나중에 시간되면 한번 갔다오고...꼭 날이라고 가야하냐...어차피 고모들도 갈꺼고 신경쓰지마...”
그렇게 그말은 더 이상 안꺼내게 됐는데, 표정은 어쩔수 없지.
그리고 그날, 아침에 고모한테서 전화가 왔었고, 며칠전에 다녀왔으니까 오늘은 안가겠다고 했었다.
독한놈 소리까지 듣긴 했지만, 더 심한 소리를 들어도 억지로 가고싶지는 않더라.
솔직히 엄마보러 갈때마다 짜증나는 일이거든. 그사람 얼굴까지 보고싶지는 않더라.
그래, 울 꼰대랑 정이 없는거지 내가 증오하거나 그런 사람은 아니야.
단지, 순영이와 엮여있다는거. 그거 때문에 그렇게 화가나고 짜증이 났던거지.
지금은, 그냥 그래. 아무렇지 않다거나 그렇지는 않고. 뭔가....설명하기 힘든데, 기분이 묘해.
내 기억에 꼰대는 말야.
맨처음 글 썼을때도 얘기했지만, 잊을만 하면 집에 와있는 그런 사람. 그러다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
집에 있으면,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바랬던 사람.
피부는 검고, 목소리는 높은 톤에 걸쭉하고, 키는 180이 넘고, 우락부락 하니 덩치도 좋아.
눈썹은 또 찐해서, 그냥 살짝 찡그리는 표정에도 엄청 화난 사람 같아.
원래 피부가 검은건 아니고, 공사장에서 일하다보니 그렇게 된거지,
10대 중반쯤에 흑백 사진이 고모집에 있는데, 진짜 깜짝 놀랬다. 존나 호리호리한게 이쁘장하게 생김ㅡ_ㅡ;;;;;
젊을땐 인형같이 생겼다고(ㅅㅂ. 아무리 그래도 그건 오바지) 동네에서 인기 많았는데, 과수원집 큰딸이 좋아서 쫓아다녔니 어쨌니 고모들 얘기할 때 들은 기억이 있음.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보는 줄.
근데 내가 아는 꼰대는, 진짜 완전 조폭임.
영화에 조폭 역할에 나오는 사람도, 실제로 마피아나 일본에 그..뭐지.
암튼 걔들 실사를 봐도, 꼰대에 비하면 깨물어주고 싶은 귀요미~
어렸을땐 깡패, 조폭 얘기들으면 꼰대부터 떠올랐음.
고모들이나 고모부, 이모나 이모부들, 그리고 내가 젤 좋아하는 형 말을 들어보면, 성격이 진짜 온순하다고 그러더라.
근데, 난 왜 그런걸 단 1도 못느꼈을까.
어렸을 때, 유치원때인가 초1때인가 정확히 기억은 안나.
선생님들끼리 하는 얘기를 우연히 엿들었다.
‘준성이 아버님이 오셨는데, 너무너무 무서워서 무슨얘기 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고....나도 봤다고, 사람이 너무 무섭게 생겼다고...진짜 너무 무서워서 손이 떨렸다고’
뭐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아빠’라는 단어 외에 ‘아버님’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게 그때였을 거야.
그때는 뭐, 그런 단어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지했다기 보다는, 그저 같은 뜻인데 무지 무서운 사람한테 쓰는 말이고, 그게 우라아빠 인가보다 했었지.
이후로 ‘아빠’라는 단어는 써본적이 없는거 같다. 그전에도 쓴 기억은 없고.
그 이후로, 나 혼자 ‘아버님’이라고 생각했지, 한번도 꼰대한테 ‘아빠’라 불러본 기억이 없다.
저, 제가요, 근데요, 있잖아요, 이런식으로 대화를 했을뿐.
일단, 오늘만 버티면 된다. 그런생각으로 하루를 보냈었다.
그렇게 우울한 표정에 순영이 얼굴을 보는것도 싫어서 겜방에 쳐박혀 있었다.
고모부 전화더라.
처음 꼰대 돌아가시고 나서 서류니 뭐니 이것저것 참 많이 도와주셨었다. 딱 보면 학교 교장선생님 같은 스탈이야.
옷도 항상 정장에, 평온한 인상? 말도 점잖게 하시고. 딱봐도 거짓말 못하게 생긴, 사람이 참 착하다 그런 얼굴임.
진짜 오랜만에 전화하시는 것 같더라.
오늘이 기일인데 왜 안왔냐고 하시면서.
“..너도 같이 오지 그랬어?...”
응?
밥먹고 헤어졌다면서 다음에는 둘이서 챙기라고 하시더라.
순영이가 거기 갈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었다.
더군다나 친척들만나서 밥까지 먹었다니. 진심 무슨 생각하고 다니는건지, 화만 나더라.
존나 짜증이 밀려오더라.
너무 화가나서 심장뛰는 소리도 들리고, 손이 벌벌 떨리더라.
잠시 멍하니 앉아있다고 집으로 향했다.
들어가보니 순영이도 들어온지 얼마안된 모양이더라. 샤워 막 끝내고 나왔는지 머리가 젖어 있었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순영이는 그냥 좀 괜찮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밥먹었냐고 물어보는데, 그말에 나도 입을 열었다.
“내가 밥먹을 정신이 있냐고...”
무슨일인지 알아차린 표정이더라. 얼굴이 바로 시무룩해 지더라.
“..아니...무슨 생각으로 간건데?...거길 왜 가냐고?”
미안한데, 그래도 가봐야지 않겠냐고 하더라.
그말을 듣고나서부터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 무슨 말을 해야하는데,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아, 진짜. 왜 거길. 아후우.
이러기만 할 뿐 더이상 말을 못하겠더라.
내가 말을 내뱉으면, 그게 순영이한테 상처가 될거 같더라. 그생각에 폭발하기 일보직전에 꾹꾹 누르면서 한숨만 내뱉고 있었다.
속으론 그렇게 생각했지.
그사람이 지 남편이야? 지 시아버지야? 가서 옆에있는 엄마사진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아?
근데, 그런 얘기는 차마 입밖으로 내뱉을수 없으니까.
그러다보니 화를내면서 말할 뭐가 없더라.
“하아...그래 다좋아. 근데 사람들 만나서 밥까지 먹고 오는건 뭐냐? 밥이 넘어가? 내 입장은 생각 안해?”
순영이는 아무말없이 고개를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여기저기 계속 움직이고 있더라.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자기도 별로 가고싶지는 않았다 하더라.
나랑 이런데 거길 어떻게 가겠냐고 하더라.
그래서 안가려고 했는데, 첨이자 마지막으로 가서 제발 용서해 달라고 빌고싶었다고 하더라.
하루 휴가내고 조용해 다녀오려고 했는데, 친척들 만난거고 집근처까지 데려다준다 해서 온김에 같이 밥먹은건데, 나는 그게 편했겠냐고 울고불고 하더라.
생각해보니, 누굴 탓하거나 그런게 아니라, 순영이가 힘들까봐 덮으려 했던 일을 덮을수 없으니까. 그래서 그리 화냈던 것 같더라.
그런 얘기를 미리 했어야 하는데, 꺼내기조차 힘들었으니 그렇게 터져버린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날은, 순영이를 향해서 그렇게 욕을 해댔다.
‘씨발,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냐. 나는 인간도 아니냐. 내말은 다 좆같냐. 내가 아주 개새끼처럼 보이지?’
뭐, 그런것들.
사실, 그건 순영이가 나한테 했어야 할 욕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리고는 온갖 승질을 다 내고 나와버렸다.
그날 머릿속에서 울꼰대를 그렇게 원망했다.
가끔씩 컴터에 일기처럼 써놓는게 있는데,
아버지란 사람이 나한테 해준거라고는 딱 세가지 였다고 써놨더라.
‘나 태어나게 해준거, 순영이를 데리고 온거, 순영이를 남겨둔거.
근데, 결과적으론 지 멋대로 한거 뿐이잖아. ㅅㅂ‘
이렇게 써놨더라.
그렇게 밖으로 나왔는데도 화가 안풀리더라.
아파트 건물 옆 그나마 어두컴컴 한데를 찾아서 혼자 씩씩 거리고 있었다.
거기서도 지나는 사람들이 신경쓰이고, 집근처다 보니까 왠지 불편하더라.
폰뒤져서 당장 튀어나올 새끼한테 전화했다.
“야, 나와. 술먹자”
“왜그래?”
“나와 쪼옴~짜증나니까..”
맥주하나 시켜놓고 씩씩거리면서 쳐 마시고 있었다. 한숨 푹푹 쉬면서.
진심 술먹고 뒈져버려야지 이런 생각에 맥주만 벌컥벌컥 마셨다.
500 한잔 비우고 하나 더 시키니 정은이가 존나 숨차하면서 들어오더라.
사실 부를만한 애가 걔밖에 없었다.
철수새끼는 며칠더 있다가 서울 온다고 했었고, 나머지 둘은 각자 어디서 놀고있겠지.
“뭐야, 이시간에...무슨일 있어?”
“마셔라 그냥, 혼자먹기 싫다”
술하나 더 시키고, 니 먹고싶은거 먹으라고 하고는 말없이 맥주만 마시면서 씩씩 거리고 있었다.
근데, 진짜 눈치없더라.
저녁도 안먹어서 배고픈데 마른안주가 뭐냐ㅡ_ㅡ
뻥튀기만 열라 씹음. 하여간, 나랑 안맞아.
급하게 먹어서 그런지 트림 장난아니게 나오려고 하더라. 참느라 죽는줄 알았다.
싸웠냐고 물어보길래 그냥 닥치고 술이나 먹으라고 했었다.
싸우지말고 좋게좋게 풀라는데, 무슨말을 하겠냐.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지.
그냔도 별말 없더라.
“왜 싸운지는 안물어보냐?”
“둘이 이유가 있으니 싸웠겠지, 근데 니말만 듣고 판단하기 싫어서 그래”
아, 졸라 법대생 같은 냔.
틀린말은 아니지만, 틀린말이라 하더라도 말 못하지 난.
콩가루 맞다만...여친이, 전 동거인이자 시아버지 될 사람의 기일을 챙겼다고 어찌 말하겠냐. ㅅㅂ.
“야, 화내지 말고, 대화로 잘 풀어. 니네 오래 사귀지 않았냐?”
“어”
“그냥 니가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그래. 혹시 아냐, 10년후에 니 부인이 되어있을지...”
아, 점쟁이 같은 냔.
“...덕분에 난 친구랑 맥주 한잔하고 좋네~야, 가끔 이렇게 싸워라?”
아, 가정파탄자 같은 냔.
“뭔 말을, 그따위로...”
그냥 씨익 웃더니, 잔을 들더라.
그래도 기분은 확실히 풀리긴 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도 자꾸만 생각이나서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
그렇게 한잔, 두잔, 비워내는 술잔. 혀를 지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 이제부터 시작되는 너와 나의 시간. 흘러가는 나그네들에 유일한 위안. 한잔의 생맥주 같은...
미안, 라임좀 타봤음.
꽤 마셨을꺼다.
나도 취기가 좀 올라왔고, 정은이도 살짝씩 혀 꼬이는 소리 나옴.
계속 기분이 좋다는 말만 남발하더라.
야, 있을 때 잘해라. 그사람이랑 헤어지면 니가 또 누굴만나겠냐? 그렇게 오래 만난 사람이면 분명 좋은 사람이다. 이런 위로의 드립을 날려주더라.
“...근데에, 너 니 여친한테도 막 욕하고 그러는거 아니지?...”
이런. ㅅㅂ. 존나 당황했었다.
안그래두 딱, 순영이한테 그렇게 욕하고 나온게 생각나서 찜찜해 하고 있었거든.
“...여자한테 막 욕하고 그러는거 아니다. 물론 너랑 나랑은 친구니까 그럴수 있는데, 그러면 안돼...”
“안해...그런거..”
“근데 왜 나한테는 맨날 욕해?”
“병신...”
“니도 병신...”
그러고는 둘이 낄낄대면서 웃었다.
어김없이 그냔은 노래방을 외쳤고, 당연하게 나는 그곳에 앉아있었다ㅠㅠㅠㅠㅠㅠㅠㅠ
이쯤되면 당연한 코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ㅡ_ㅡ;;;;;;;;;;;;;;
“야,야, 오늘 쏴리질러어~~”
이러면서 지혼자 지랄하더라ㅡ_ㅡ
때려죽여도 노래 안하겠다고 하니 지혼자 신나서 일어서서 춤추고 노래하고 손흔들고 소리지르고...진짜 미친냔인줄.
머리에 꽃꽂고 비만 내리면 딱이겠더라.
노래는 잘 부르더라. 확실히 여자애들이 높은음이 잘 올라감. 나 음치ㅠㅠㅠㅠㅠㅠ
정은이냔은 지혼자 신나서 두세곡 정도 부르고 나서 헉헉대면서 자리에 앉더니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더라.
그런 모습만 지켜봤지, 내 머릿속에는 온통 순영이한테 욕한게 계속 머릿속에 맴돌더라.
그리고는 또 책을 뒤져서 발라드가 시작됐는데 자리에 일어나더니 나를 보면서 노래 부르더라.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대충 뭐 싸워서 오해로 연인이 헤어지고 그리워하는 그런 가사였음.
그러니까, 지금 저냔이 존나 약올리고 있는거임. 씨앙년ㅡ_ㅡ
“야, 가사 어때?”
노래 다끝나고 앉으면서 말하더라.
“진심으로 내앞에 있는 이 책에 모서리로 니 대가리를 내리치면, 뚫릴지 안뚫릴지 생각하느라 니 얘길 못들었다. 뭐라고 했냐?”
빵 터지더라 미친냔. 침까지 내 얼굴에 튀면서 쳐웃음.
숨넘어가는 소리로 그런건 어디서 배우냐고 하더라.
“학원 다닌다 이년아”
계속해서 쳐웃는데, 순간순간 억지로 웃는거 같기도 하더라. 비웃는건가ㅡ_ㅡ? 싶을정도로.
“그만 쳐웃어..뭐가 웃기다고 지랄이야...”
“야, 진짜 장난아니게 웃겨”
“지랄하네...”
그리고는 둘이서 별얘기 없이 맥주만 마시다가 서로 멍하니 있었다.
그래도 집에가면 니가먼저 연락해서 잘 풀라고 얘기하길래, 그 얘기는 그만하자고 했지. 머리 아프다고.
맥주 더 사가지고 들어왔는데, 노래방에 맥주는 왤케 비싼거냐ㅡ_ㅡ
처음 이냔이랑 노래방 갔을때가 생각나더라. 다 먹은캔 구겨서 의자밑에 넣었더니 지도 생각났는지 웃더라.
맥주한모금 마시고 다시 정적. 한숨만 푹푹 쉬어댔다.
“야, 한 대 펴”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담배하고 라이타를 꺼내더라.
에쎄. 아직도 기억남. 금색이었음.
졸라 어이없어서 쳐다봤더니, 지입에 담배 꼬나물고 불붙이더니 건네주더라.
스트레스 받을땐 이것도 꽤 쓸만하다 그러더라.
너무 자연스러워서 당황스럽더라.
지금까지 내앞에서 쌩쑈하고 오바하고....그런 억지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그냥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 날 당황하게 만들더라.
거기서 그냥 가만히 있으면 왠지 쪽팔리거 같아서 나도 피웠지. 존나 떨면서.
“대학교 가더니 못된것만 배우는구만...”
“아닌데, 중학교때부터 피웠는데?”
완전 어이없더라. 범생인줄만 알았던 냔이 고딩도 아니고 중딩때 부터ㅡ_ㅡ
얘길 들어보니, 중3때였단다. 우연히 언니방에서 담배를 발견하고 호기심으로 하나 숨겨뒀다가 아무도 없을 때 몰래 피워 봤단다.
너무 독해서 잊고있었는데, 공부나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때 자꾸 생각이 나더란다.
그렇게 하나둘 언니몰래 숨겨놨다가 피웠는데, 어느날 언니가 자길 부르더란다.
자기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피우다가 끊기 힘들게 된거니까, 나처럼 안되게 적당한 선에서 피우고, 필요할 때 얘기하라면서 한갑씩 받아서 피웠단다ㅡ_ㅡ
지한테는 그게 꽤 도움이 되었다고 하더라.
하, 범생이들도 별거 없구나 싶었다.
도움이 된건지, 반항심?인지는 모르겠는데, 계속해서 피웠었다.
처음 글썼을 때, 울 꼰대 돌아가셨을 때 이후로는 담배를 안피우고 피울 생각이 없었는데, 생각보다 어렵진 않더라.
시간이 다되어가서 한시간 추가한다고 계산하러 갔다온 정은이가 내 옆에 앉더니 맥주캔을 들더라.
별로 신경안쓰고 마셨지.
그리고는 정은이 혼자서 노래부르고 있고, 난 계속 순영이만 생각했었고.
시간이 지나니까 좀 미안해지기도 하고, 다시 화가 나기도 하고, 복잡했었다.
근데, 이냔이 점점 들이댔었다.
내 팔을 잡거나 어깨에 머리를 올리거나 손을잡고 꼼지락 거리고.
그냥 모르는척 가만히 있었다.
모르는척이라고 보다는, 긴장한것도 있었고 복잡한 것도 있었고.
나도 그날은 술좀 먹었었지.
정은이 혼자만 노래부르고, 난 그냥 맥주만 들이켰지.
이성을 잃은건지 본능에 충실한건지.
냅다 키스해 버렸다.
받아주더라.
미친 듯이 물고빠는데 다 받아주더라.
흠.흠. 소리를 내는데, 톤이 틀려서인지 나이탓인지 누나랑 키스할때는 다른소리에 기분이 더 묘하더라.
그 소리가 마치 야동을 보는듯한 그런.....
키스를 하면서도 계속 누나 생각이 나더라.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얼굴을 떼어내고 멍하니 정은이를 쳐다봤었다.
처음부터 눈을 뜨고 쳐다봤는지, 한참후에 눈을 떠서 본건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
내가 정확하게 기억하는건 아직도 고개를 내쪽으로 내민 얼굴과 좌우로 계속해서 움직이는 정은이 눈동자하고 힘겹게 내뱉는 내 숨소리.
잠시동안 그렇게 서로를 쳐다보는데, 정은이가 잠깐 고개를 숙이는 듯 하더니 내 손을 잡는게 느껴지더라.
그러면서 내손을 당겨서 자기 가슴에 가져다 대더라.
내 의지와는 상관없다는 듯 힘을주고 있었지만 가슴에서 손을 떼지는 못하겠더라.
“잘래...?”
뭔가 작심한 듯한 표정으로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더라.
그길로 정은이 손을잡고 노래방을 나와서 택시에 타버렸다.
거기가 동네다 보니까 그쪽은 안될거 같아서 차타고 자주 지나다녔던, 그리고 항상 궁금했던 모텔촌?으로 가자고 했었다.
택시에 타고나서도 우리둘은 아무말이 없었고 그저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차갑지만 부드러웠고 손가락이 가느다란걸 알수 있겠더라.
손톱도 꽤 길었던걸로 기억한다.
목적지보다는 조금 앞선곳에서 내려달라 했다.
택시에 내려서 걷는데, 우릴 내려준 택시를 곁눈질로 보게되더라. 왠지 그 기사가 비웃을거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
길을 건너서 조금은 큰길의 도로옆을 지나는데 그렇게 고민이 되더라.
어떻게해야하나 어떻게해야하나.
그때까지도 우리둘은 아무말도 없었고, 내가 걸음이 빨라서인지 정은이가 나한테 끌려오는 것처럼 느껴지더라.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앞을 봤는데, 좌우로 모텔들이 펼쳐졌는데 이정도였나 싶어서 솔직히 나도 놀랬었다.
그렇게 한 곳, 두 곳을 지나는데 왠지 허름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해서 지나갔고, 과연 이게 맞는가 싶어서 지나갔다.
그렇게 가다보니 끝에 다다랗는데, 넘쳐나는 술집과 편의점이 보이고 더 이상은 모텔도 안보이더라.
그곳에 멍하게 서 있는것도 다른사람들에 시선을 받을까봐 정은이를 밖에 세워두고 편의점에 들어가서 정은이가 피웠던 그 담배를 하나 사서 나왔지.
밖에서 멍한채로 나만 보고있던 정은이 손을잡고 다시 왔던길로 돌아갔다.
그나마 고급스러워 보이는?곳으로 들어가는데 그렇게 떨릴수가 없더라.
자동문이 열리고 조그마한 구멍이 나있는, 알지 횽들?
“얼마예요?”
딱 기억한다 5만원.
카드한장 건네주는거 받아서 알려주는 방을찾아 올라가는데, 계단 몇 개를 오르다보니 좀전까지 잡고있던 손을 놓고있더라.
따라오는 정은이를 기다렸다가 손을잡고 방을찾아 들어갔는데, 솔직히 횽들이 그랬던 것처럼 들어가자마자 폭풍키스.
그런건 없더라.
오히려 더 어색하더라.
내가 먼저들어갔고 정은이가 따라 들어왔는데, 들어오는걸 볼수는 없겠더라.
그냥 들어오자마자 방을 살피고 커튼에 가려져 있는 창문을 열어놓고서야 뒤돌아 봤다.
어느새 침대위에 걸터앉아 있더라.
꼼짝도 못하고 창가에 서서 왼쪽에 있는 테이블을 봤는데, 헤어드라이기, 수건, 세면세트.
그냥 그러고 한참을 두리번 거리니까 정은이가 그러더라.
“야...“
“어?...”
“나, 억울하다”
무슨말인지 몰라서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더니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그러더라.
내 인생 첫키스 인데, 하필 노래방이었다면서 로맨틱한 장소가 아니라서 억울하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어쩌라는건지 그냥 쳐다만 보고있으니 앉으라는 듯 침대를 손으로 몇 번 툭툭 치더라.
어째야하나 싶어서 그냥 서있었더니,
“안오냐?”
그냥 말없이 약간 떨어진채로 옆에 앉았더니 그러더라.
“첫키스는 망쳤는데, 첫사랑이니까 용서해 줄게”
하. 그저 헛 웃음만 나오는데, 정은이가 내쪽으로 몸을 돌려서 얼굴을 내밀더라.
그렇게 한참을 키스했다.
손은 그저 침대에 걸친채로 같은자세로 한참을 키스하다보니까 목이아파오더라.
생각해보니, 처음 그상태로 그대로 키스하다보니 목이 아파오는거 같아서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정은이 머리를 잡고 고개를 돌리니 정은이도 손을 내 겨드랑이 밑으로 넣어서 어깨를 잡더라.
부드럽게 하던 키스가 격렬해지더라.
그러면서 나도 흥분이 되고.
키스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침대에 눕히고 옷을 벗겨냈다.
옷을 벗길때에는 어쩔수없이 입을 떼어내야 하는데 그핑계로 잠시 눈을 떠 봤는데, 볼쪽이 빨갛더라.
홍조라고 해야하나.
약간 붉으스름한 그런거.
그게 술때문인지 지금 이상황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랬다.
옷을 다 벗겨내고 나도 벗으려고 몸을일으켜 내려다 봤는데, 가슴은 확실히 누나보다는 큰 느낌이더라.
그리고 핑크빛 유두.
횽들이 여기에 글 올리면서 상상했던 그 핑크빛 유두를 처음봤는데, 술에 취해서 눈이 잘 안보여서 인지 살색과 비슷해서인지 모르겠는데, 눈을 찡그리고 쳐다봐야 유두인걸 알만큼 흐릿한 색깔이더라.
울순영이는 그렇게 검은색은 아닌데, 좀 어둡다고 해야하나.
눈을 꼭감고 입술에 힘을 준채로 불좀 꺼달라고 말하더라.
입구쪽에 있는데로 가서 불을끄니까 부르더라.
“준성아, 잠깐만 그러고 있어봐. 보지말고”
그리고 벽에있는 전원스위치를 보고있는데 뒤에서 옷벗는 소리가 들리더라.
“됐어”
한참이 지나서야 뒤를 돌아보니 이불을 덮은채 반드시 누워있는 정은이가 보이더라.
그모습을 잠깐 보다가 나도 옷을 다 벗어버리고 침대위로 올라가 이불을 덮었는데, 그 더운 여름인데도 이불은 두껍더라.
그래도 시원하면서 느낌은 좋았던 기억이다.
정은이따라서 반드시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면서 아무생각도 안했다.
순영이, 정은이.
이름만 되뇌였던 기억만 있지 다른건 생각한게 아무것도 없는거 같더라.
내 왼쪽팔에서 느껴지는 정은이의 피부만 느껴질뿐 꼼짝도 못하겠더라.
“나 괜찮아, 괜찮고....”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나서야 정은이가 먼저 말을 꺼냈는데, 다 잇지는 못하더라.
한마디 던지고 아무말 없기에 고개를 돌려서 쳐다봤는데 내가 보고있는걸 의식했는지 그렇게 눈을 꼭 감은채로 다시 말하더라.
“나 괜찮아...”
몸을 돌려서 눈을 쳐다봤는데 여전히 꼭 감고있었고 몸을 들어 키스를 했다.
좀 불편해서 팔을 정은이 몸 건너에 두고지탱해서 한참을 키스하는데, 정은이도 팔을 내밀어 나를 끌어안더라.
그때서야 정은이의 가슴이 내몸에 닿는게 느껴지더라.
지탱하던 팔을 가슴에 올려놓고 몇 번을 만지니 키스하던 입에서 신음소리를 내더라.
확실히 내뱉는 신음소리가 누나랑은 다르다고 다시한번 생각했다.
가슴을 몇 번이고 주무르다가 알아차렸는데, 가슴이 순영이보다 큰게 아니라 탱탱한거더라.
크기는 글쎄...비슷비슷한테 순영이는 처졌지만 부드러웠고, 정은이는 그냥 탱탱 그 자체.
한참을 키스하다 손을 천천히 아래쪽으로 내리는데 더 잦은 신음소리와 떨리는 몸이 느껴지더라.
팔을 거의다 뻗었을 때 쯤 털들이 느껴졌는데, 순영이랑 다르게 엄청 많더라.
진짜 많았어...말그대로 정글;;;
그털들이 느껴졌을 때, 정은이가 손을 움직여 나를 밀쳐내려는 듯 가슴쪽에 손을 대기는 했는지만 더 이상 힘을주거나 그러지는 않더라고.
그런행동에 나도 더 이상은 내려가지 않고 손바닥으로 털쪽을 느끼다가 가운데 손가락을 움직여서 클리를 찾으려 하니까 그제서야 나를 밀쳐대더라.
“잠깐만 잠깐만...”
둘이서 가뿐숨을 내쉬면서 눈만 맞추고 쳐다보기만 했었다.
“...나 처음...”
아무 생각도 안났었다.
아다를 뚫었네, 아다를 뗏네,
그런생각 같은건 젼혀 나지않고, 그냥 처음이니 살살해야겠구나.
그런생각과 순영이랑 관계갖던 생각.
어차피 누나랑도 별로 격렬한것도 아니니 그냥 하면 되겠다.
딱 그생각 했었다.
| 이 썰의 시리즈 (총 44건) | ||
|---|---|---|
| 번호 | 날짜 | 제목 |
| 1 | 2025.12.16 | [재탕] 새엄마랑 내얘기 ㅡ 44 (1) |
| 2 | 2025.12.16 | [재탕] 새엄마랑 내얘기 ㅡ 43 (1) |
| 3 | 2025.12.16 | [재탕] 새엄마랑 내얘기 ㅡ 42 |
| 4 | 2025.12.16 | [재탕] 새엄마랑 내얘기 ㅡ 41 |
| 5 | 2025.12.16 | 현재글 [재탕] 새엄마랑 내얘기 ㅡ 40] |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 글이 없습니다.

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