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4
조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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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전
학력고사 날이 점점 다가오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여름방학 끝나고 2학기 들어서면서 학교는 수험생 모드 full. 친구들도 다들 문제집에 파묻혀 있고, 나도 밤늦게까지 학원 다니고 집에서 공부만 했다. 그런데 10월 모의고사 성적이 나왔어요. 320점 만점에 283점. 이전 모의고사보다는 올랐지만, 내가 목표로 했던 대학 가려면 최소 300점은 넘겨야 했거든요. 표준점수로 봐도 좀 부족한 느낌이라, 성적표 받아든 날부터 완전히 우울 모드였어요.
집에 와서 방에 틀어박혀서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이러다 떨어지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만 계속 들고, 밥도 제대로 안 넘어갔어요. 은지한테도 카톡으로 "오늘 모의고사 점수 나왔는데... 별로야" 하고 툭 던졌는데, 은지가 "오빠 괜찮아? 나중에 봐요" 하면서 넘어갔어요.
그 다음날 학교 끝나고, 평소처럼 학교 근처에서 은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은지가 교복 치마 휘날리며 뛰어오더니, 손에 하얀 종이 봉투를 들고 있었어요. "오빠! 이거..." 하면서 살짝 부끄러운 듯 웃으며 건네주는데, 봉투 안을 보니 따끈따끈한 찹쌀떡 여러 개가 들어 있었어요. 팥 들어간 전통 찹쌀떡, 아직 따뜻해서 김까지 살짝 피어오르고 있었어요.
"엄마랑 같이 떡집 가서 사왔어요. 오빠... 학력고사 때, 찰떡처럼 붙으라고..." 은지가 얼굴 붉히면서 말했어요. 그 말 한마디에, 어제부터 쌓여 있던 우울함이 싹 녹아내리는 느낌이었어요. 찹쌀떡이 '합격에 찰떡처럼 붙으라'는 의미라는 건 알았지만, 은지가 직접 사다 준 거라 더 특별했어요.
봉투 들고 바로 하나 꺼내 먹었어요. 쫀득쫀득하고 달콤한 팥 맛이 입안에 퍼지는데, 은지가 옆에서 지켜보며 웃고 있었어요. "맛있어? 오빠 꼭 붙을 거야. 내가 매일 빌고 있을게." 그 말에 나도 웃으면서 은지 손 잡았어요. "고마워 은지야... 너 덕분에 다시 힘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날부터 찹쌀떡 봉투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공부했어요. 먹을 때마다 은지 생각나고, '꼭 붙어서 은지랑 좋은 대학 가자' 그런 마음으로 버텼어요. 학력고사 날 아침에도 마지막 하나 남은 찹쌀떡 먹고 시험장으로 갔죠. 그 따뜻한 마음이, 진짜로 힘을 줬어요. 은지가 준 그 찹쌀떡이, 우리 사랑의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 됐어요.
학력고사 끝나고 원서 넣은 후, 그냥 하루하루 결과만 기다리는 나날이었다. 서울에 있는 서0000 건축공학부에 지원했는데, 솔직히 자신 없었어요. 모의고사 점수도 애매하고, 밤새 공부한 게 헛될까 봐 불안했다. 집에 앉아서 합격자 발표 사이트만 새로고침 하며 기다리던 어느 날 오후, 갑자기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였는데 받으니까 "축하드립니다! 서0000 건축공학부 합격입니다"라는 목소리. 순간 얼어붙어서 "네...? 진짜요?" 하면서 전화기만 쥐고 있었다. 전화 끊고 나서야 소리 지르며 방 안을 뛰어다녔다. 부모님한테 달려가서 안기고, 은지한테 바로 카톡으로 "합격했어!!!!" 보냈다. 은지가 "오빠 진짜?!!! 축하해!!! 사랑해!!" 하면서 전화 바로 걸어왔다. 그날 밤, 은지랑 통화하면서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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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