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8
조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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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전
축제 전야제 날, 대운동장은 이미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되는 무대라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이미 관객들이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앉아 있고, 먹거리 부스에서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우리 '000'은 오프닝 밴드로 나서게 됐다. 학교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무대라 부담이 컸지만, 그만큼 기대도 컸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오상기가 기타를 잡고 서자 관객들의 함성이 살짝 잦아들었다. 첫 곡은 Yngwie Malmsteen의 'Rising Force'. 네오클래식 메탈의 그 전설적인 기타 리프를 오프닝으로 선택한 건 우리만의 도발이었다. 오상기가 피크를 내려치자마자, 그 빠르고 화려한 아르페지오 리프가 대운동장 전체로 퍼져 나갔다. 앰프가 운동장 스피커와 연결돼 있어서 소리가 하늘까지 울리는 느낌이었다.
관객들이 순간 얼어붙었다가, 리프가 본격적으로 터지자마자 “와아아아!!” 하는 함성이 폭발했다. 강기원의 드럼이 쿵쾅 들어오고, 김상훈의 베이스가 낮게 깔리면서 내가 마이크 앞으로 나섰다. 총 9곡 세트 – 메탈부터 하드락, 우리만의 오리지널 곡까지. 땀이 비 오듯 흘렀고, 목이 터지도록 불렀다. 마지막 곡 앙코르로 'Far Beyond the Sun' 솔로까지 넣어서 무대를 끝냈을 때, 운동장은 완전히 난리였다.
무대 내려오면서 숨을 헐떡이며 계단을 내려오는데… 앗.
관객들 사이, 무대 바로 앞쪽 VIP석 같은 곳에 이서연 교수님이 서 계셨다. 검은 블라우스에 슬랙스 차림으로,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팔짱을 낀 채 나를 똑바로 보고 계셨다. 조명이 교수님 얼굴을 비추는데, 그 미소가… 평소 항의하러 오실 때의 차분한 표정이 아니라,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흥미롭다는 듯한 미소였다.
눈이 마주친 순간, 심장이 쿵 떨어지는 줄 알았다. 나는 땀에 젖은 머리를 손으로 넘기며 어색하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교수님은 살짝 고개 끄덕이시고는, 천천히 박수를 치시며 자리를 뜨셨다.
그날 밤, 축제 전야제는 그렇게 뜨겁게 시작됐다. 하지만 내 머릿속엔 이미 그 눈 마주침 하나로 가득 차 있었다.
이서연 교수님. 그분의 그 미소가, 그날부터 내 가슴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에서 숨을 헐떡이며 내려오자마자, 나는 가방만 챙겨 들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땀이 비 오듯 흘러서 얼굴이 번들거리고,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붙어 있었다. 세면대 앞에 서서 찬물로 얼굴을 몇 번이나 씻고, 결국 셔츠 벗고 머리까지 감았다. 물이 뚝띝 떨어지는데도 가슴은 여전히 쿵쾅거렸다. 이서연 교수님과 눈이 마주쳤던 그 순간이 계속 떠올랐다. 그 미소, 그 눈빛…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거울을 보며 머리를 대충 털고,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넘기고 나서야 무대 근처로 다시 나왔다. 운동장 주변엔 이미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먹거리 부스 불빛, 맥주 냄새, 여기저기서 터지는 웃음소리. 나는 일부러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찾았다.
무대에서 50미터쯤 떨어진 야외 주점. 나무 테이블에 앉아 혼자 와인 잔을 들고 있는 이서연 교수님. 검은 블라우스 소매를 살짝 걷어 올리고, 한 손으로 잔을 돌리며 멀리 무대를 바라보고 계셨다. 조명 불빛이 얼굴 윤곽을 따라 은은하게 비추는데, 진짜… 그림 같았다. 내가 지금까지 본 어떤 여자보다 압도적으로 아름다웠다.
나 혼자만의 감정이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숨이 제대로 안 쉬어져서, 다리가 저절로 그쪽으로 갔다.
그때 마침 오상기, 강기원, 김승유가 “야, 맥주 한잔 하자!” 하면서 다가왔다. 나는 얼떨결에 “저기… 교수님 계신데, 같이 갈래?” 하고 말했고, 애들이 “어? 무용과 그 항의 교수님?” 하면서도 호기심에 따라왔다.
우리는 교수님 테이블 옆 빈 테이블에 앉아서 맥주부터 시켰다. 나는 일부러 교수님 쪽을 힐끔힐끔 보면서도 말을 못 걸고 있었다. 애들이 “오늘 무대 미쳤지?” “관객들 반응 봤어?” 하면서 떠들고 있는데…
갑자기 이서연 교수님이 고개를 돌리더니, 우리를 보시고 살짝 미소를 지으셨다.
“아… 000 분들?”
그러시더니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시면서,
“합석해서 마셔요. 공연… 정말 잘 봤어요.”
그 말 한마디에, 내 심장이 완전히 멎는 줄 알았다. 애들은 “와, 진짜요?” 하면서 바로 의자를 끌고 합석했고, 나는… 그냥 얼어붙어서 교수님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교수님이 다시 앉으시면서 와인 잔을 살짝 들어 올리셨다. “특히 보컬… 목소리가 무대를 꽉 채우더군요. 인상적이었어요.”
그 말이 나한테 하는 건지, 밴드 전체한테 하는 건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하지만 그 눈빛이 나를 똑바로 보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꼈다.
그날 밤, 축제 주점에서 시작된 합석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그게… 나와 이서연 교수님의 진짜 시작이었다.
주점 테이블에 소주잔이 몇 번이나 돌고 나니, 밤공기가 살짝 알딸딸하게 느껴졌다. 축제 음악이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고, 테이블 위엔 빈 병과 웃음소리가 쌓여 갔다. 우리 멤버들은 이미 취해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지만, 내 눈엔 오직 이서연 교수님만 들어왔다.
교수님도 처음엔 와인만 조용히 드시더니, 우리와 합석한 뒤부터 소주잔을 받아 드셨다. 건배할 때마다 잔을 가볍게 부딪히시며 “좋은 무대였어요” “학생들 열정이 느껴지네요” 하고 말씀하실 때, 목소리가 점점 부드러워지고 볼이 살짝 붉어지셨다. 그 미소가, 평소의 차분한 교수님과는 또 다른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술기운이 오른 타이밍에, 나는 잔을 쥔 채 용기를 냈다.
“교수님… 실은 궁금한 게 있어요.”
교수님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나를 바라보셨다. 그 눈빛에 취한 듯, 나는 천천히 물었다.
“교수님은… 몇 살이세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멤버들이 “야!” 하며 웃었지만, 교수님은 전혀 당황하지 않으시고, 잔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미소 지으셨다.
“마흔하나요.”
그 숫자를 듣는 순간, 나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나는 잔을 살짝 들어 올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렇게 아름다우세요?”
이번에도 테이블이 술렁였지만, 교수님은 눈을 피하지 않으시고 나를 똑바로 보셨다. 그 눈빛이 너무 깊어서, 나는 마지막으로 속삭이듯 말했다.
“지금… 교수님을 안고 싶어요.”
순간 바람이 불어 교수님의 머리카락을 살짝 흩날렸다. 멤버들은 숨죽이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세상엔 우리 둘만 남은 것 같았다.
교수님은 한참 나를 그렇게 바라보시더니, 천천히 잔을 들어 내 잔에 아주 가볍게 부딪히셨다.
“그럼… 여기서 말고, 좀 더 조용한 곳으로 산책이라도 할까요?”
그 말 한마디에, 내 심장이 완전히 녹아내렸다.
우리는 주점을 나서 운동장 옆 어두운 산책로로 걸어갔다. 멤버들은 “너 진짜 대단하다” 하며 웃으며 뒤에 남았고, 우리 둘만 남았다.
가로등 불빛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멀리서 축제 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교수님이 먼저 내 팔을 살짝 잡으셨다. 그 손길이 너무 따뜻해서, 나는 조심스럽게 교수님의 허리를 감쌌다.
교수님이 내 품에 스르륵 안기시며, 내 귀에 대고 속삭이셨다.
“안고 싶다며… 이제 안아봐요.”
나는 말 대신, 교수님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그 부드럽고 따뜻한 몸, 은은한 향수 냄새, 가볍게 떨리는 숨결까지. 교수님의 머리카락이 내 뺨을 스치고, 내 심장 소리가 교수님 가슴에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한참을 그렇게 안고 서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교수님의 머리카락이 내 목덜미를 간질였고, 나는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
교수님이 살짝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시며 속삭였다.
“오늘 무대 위의 당신… 정말 눈부셨어요.”
나는 대답 대신, 천천히 교수님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키스. 축제 불꽃이 하늘을 물들이는 소리와 함께, 우리만의 밤이 시작됐다.
그날, 술기운이 아니라 사랑에 취한 밤이었다. 이서연 교수님과 나, 나이 차이도, 위치도, 모든 게 사라진 채 그저 서로를 안고 있는 그 순간만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그날 밤, 우리는 산책로를 지나 교수님의 차가 주차된 곳까지 걸어갔다. 축제 소음이 점점 멀어지고, 캠퍼스 안쪽 조용한 주차장엔 가로등 불빛만이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교수님은 운전석 문을 열고 들어가시더니, 조수석 문을 열고 나를 바라보셨다.
“타요.”
나는 말없이 타고, 문을 닫았다. 차 안은 교수님의 향수 냄새와 살짝 남아 있는 와인 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엔진 소리도 없이, 교수님은 차를 몰아 캠퍼스 밖으로 나갔다.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10분쯤 달리다 보니, 학교 근처에 있는 조용한 모텔 street에 도착했다. 교수님은 익숙한 듯 한 곳에 차를 세우시고, 키를 뽑으며 나를 보셨다.
“괜찮아요?”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렸다. 조명은 은은한 주황빛 하나만 켜져 있었고, 교수님은 가방을 내려놓고 천천히 돌아서셨다. 나는 한 발짝 다가가, 조심스럽게 교수님의 허리를 감쌌다.
“이제… 진짜 안아도 돼요?”
교수님은 대답 대신, 내 목을 끌어당기시며 입술을 포개셨다. 그 키스는 주점에서의 가벼운 키스가 아니었다. 깊고, 뜨겁고, 서로의 숨결을 나눌 만큼 길었다. 교수님의 손이 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며 셔츠 안으로 들어왔고, 내 손도 교수님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옷이 하나씩 바닥으로 떨어질 때마다, 교수님의 피부가 드러났다. 무용으로 단련된 몸은 부드럽지만 탄력이 있었고, 어깨선과 허리 라인이 완벽했다. 나는 교수님의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천천히 내려가며 키스했다. 교수님은 눈을 감고 작은 숨을 내쉬며 내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침대에 누워 서로를 바라보았다. 교수님의 긴 머리카락이 베개 위에 흩어지고, 나는 그 위로 몸을 포개었다.
그날 밤, 나는 만리장성을 쌓았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러나 끝없이 깊이. 교수님의 몸이 내 몸을 받아들이는 순간, 둘 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교수님의 손이 내 등을 꽉 잡았고, 나는 교수님의 이름을 속삭이며 움직였다. 리듬은 처음엔 느리고 부드러웠지만, 점점 서로의 숨소리에 맞춰 빨라졌다.
교수님의 신음이 방 안을 채웠다. 낮고, 깊고, 떨리는 목소리. 그 소리가 나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교수님의 다리가 내 허리를 감아오고, 손톱이 살짝 등을 파고들 때마다 전율이 온몸을 관통했다.
절정에 이를 때, 교수님은 내 이름을 부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도 그 순간 교수님 안 깊이 모든 걸 쏟아냈다. 뜨겁고, 길고, 끝나고 싶지 않은 그 순간.
그대로 한참을 안고 누워 있었다. 땀에 젖은 몸이 서로 붙어 있고, 숨소리만이 방 안을 채웠다. 교수님은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속삭였다.
“처음부터… 당신 무대 볼 때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나는 교수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저도… 교수님 항의하러 오실 때마다, 이렇게 안고 싶었어요.”
그날 밤,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가졌다. 나이 차이도, 교수와 학생이라는 관계도, 모든 게 사라진 채 그저 한 남자와 한 여자로, 끝없이 깊이 사랑을 나눴다.
다음 날 아침, 모텔 방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에 눈이 먼저 떠졌다. 시계는 9시 반쯤. 아직 체크아웃 시간까지 여유가 있었지만, 몸이 무겁고 달콤하게 나른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이서연 교수님이 아직 잠들어 계셨다. 긴 머리카락이 베개 위에 부드럽게 흩어져 있고, 얇은 이불이 어깨까지 살짝 내려와 있었다. 잠든 얼굴은 무대 위의 카리스마나 항의하러 오실 때의 날카로움 대신, 어린아이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고른 숨소리가 새어 나오고, 긴 속눈썹이 가끔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팔을 뻗어 교수님의 머리카락을 살짝 넘겨드렸다. 그 손길에 교수님이 살짝 눈을 뜨시더니, 흐릿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잠기운이 아직 남아 있는 목소리로 속삭이셨다.
“…좋은 아침.”
그 한마디에 가슴이 다시 벅차올랐다. 나는 대답 대신 교수님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교수님은 미소 지으며 내 품으로 더 가까이 파고들었다. 맨살이 닿는 그 따뜻함, 서로의 체온이 섞이는 느낌이 아직도 생생했다.
한참을 그렇게 누워 있었다. 말 없이 서로를 안고, 가끔 눈 마주치며 웃기만 했다. 교수님이 내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말했다.
“어제… 꿈인 줄 알았어요.”
“저도요. 근데… 진짜예요.”
교수님은 그 말에 살짝 웃으시더니, 내 목에 팔을 두르고 다시 키스했다. 이번 아침 키스는 밤새 나눴던 뜨거운 키스와 달리, 느리고 달콤하고 여운이 길었다. 햇살이 점점 방 안을 밝히며 우리를 감쌀 때, 우리는 다시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날 아침, 우리는 체크아웃 시간을 한 시간 넘겨서야 방을 나왔다. 교수님은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대충 묶으시며 “학생, 커피 한 잔 사줘야겠네요” 하시며 웃으셨다. 나는 그 미소에 또 한 번 반해서, “평생 사드릴게요”라고 대답했다.
모텔을 나서며 손을 잡았다. 아무도 없는 아침 거리, 우리 둘만의 비밀스러운 산책처럼.
그날 아침 이후로, 이서연 교수님과 나는 더 이상 교수와 학생이 아니었다. 그저 서로를 깊이 사랑하는 연인으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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