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경험은 엄마였다 (14)
그러나 엄마의 말이 맞았어.
대학생활 시작되면 본인을 잊게될 거라는 말.
내 세계는 대학입학과 함께
도저히 움직일 것 같지 않았던 마음 한가운데의
엄마 자리를 서서히 밀어내기 시작했어.
그해 따뜻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가까워져 대학 OT에도 참석,
한 살어린 동기들과 시간표도 짜보고
첫날부터 술을 본격적으로 마시게되는 대학생활이 찾아왔어.
긴 수험생활에 지친 나에게 대학은 별천지였고
매분 매초가 아까웠지.
집엔 이주일, 또는 한달에 한번 들릴까말까?
OT때 눈여겨보던 여자애가 있었거든.
어떻게 접근할까 이렇게 저렇게 해보는 도중에
벚꽂이 피자마자 전 복학생 형이 채가버리더군.
심란한 와중에 엄마에게 문자가 왔어
[정현이에게 전화좀 해볼 수 있어?]
아, 깜박잊고 있었네 이녀석. 왜 그러시냐고 전화로 여쭤보니
연락이 안된대.
술자리에서 태도를 지적삼은 ROTC선배를 때렸다는군.
ROTC학군단 전체가 나서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한다는데
정음이 이모가 아무리 전화를 해도 안받는대.
이새낀 새학기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엄마 미안한데 요즘 엄청 바빠서...“
-어...어 아들 바쁜데 미안, 혹시...통화돼면 알려주고-
날 언제까지 정현이랑 짝으로 취급하시는건지.
걔가 개차반으로 살아도 그게 걔 길이지...
전화? 안했어.
혼자하다 끝난 짝사랑에 심란해서
늘어가는 술을 친구로 동기들과 지냈어.
그렇게 눈깜짝 할 새에 3,4월이 지나가더라.
첫 대학교 중간고사때는 방심하다 피똥을쌌지.
밤도 새보고 해석도 안되는 원서로 씨름하고.
결과는 다함께 공부안해서 그냥저냥.
그런데 중간고사 쫑파티때 또 동기들과 술자리 중
밤 늦게 엄마에게 다시 전화가 왔어.
-시험은 잘봤니? 집에는 안와?-
밤이 늦어 엄마 목소리가 잠겼나?
아님... 새학기라 그런지 바쁘신가?
별 생각없이 정말 별 생각없이
”엄마, 요즘 힘들어?“
아무말씀이 없으셔. 의아해서 엄마? 하고 불러보니
흐느끼는 목소리...
”뭐야... 남친이랑 싸웠어? 괜찮아? 역시 아들밖에 없지?“
한참 있다가
–그럼, 엄만 아들밖에 없지-
그때 동기들이 형 어디갔냐고 재촉.
알았다고, 간다고.
휴대폰 넘어 어머니도 들으셨나봐. 여전히 훌쩍이는 목소리로,
-들어가봐. 아들 사랑해-
”어...무슨일 있으면 연락하구“
그렇게 통화가 끝났어. 등신같이.
그 주에 최소한 엄마를 보러갈걸. 병신.
무슨일이 있었으니까 전활했겠지 등신천치야...
엄마와의 다음 통화는 의외로 일주일도 안돼 이어졌어.
이번주에 와줄 수 있냐고.
첫 시험도 끝났겠다, 과 미팅에 술약속도 잡혀있었기에
진짜 거절하려했는데...
목소리가 진중하고 간절해.
무슨일이냐고 물어봤지.
”뭐에요?...화해했어? 재혼발표야?“
등의 심술궂은 농담을 말했는데,
또....정현이랑 요즘 연락하냐고 묻는거야. 지겹다.
지지난주에 문자한번정도하고 안했다고 했지.
안그래도 볼 생각이었는데
-정현이가 이모를 좀... 때렸나봐-
오 마이갓. 얘 미쳤네. 진짜 막나가네.
-언니 안그래도 요즘 너무힘든데 네가 와서
정현이랑 얘기좀 잘 해보면 안될까?-
”정현이는요?“
-지금 우리집에 와있어, 일단 네 방에 뒀어-
미쳤어? 정음이모님은 자기 집에있다며?
아니 지금 본인 엄마를 때린 애를 집안에 들여놓으면
어떻하냐는 내말에
-지금은 이모랑 같이두는게 더 위험한거 같아서...-
아...배려도 때를 가려가며 해야지.
아직 괜찮다고, 엄마말은 고분고분하다나?
학교는 어쩌고 걔가 거기있냐고 물어보니 결국 자퇴할거고
고소 취하로 합의금도 수백만원이 깨졌다고.
이새끼 막장이구만.
진짜 가야겠다 싶어 일단 자초지종을 들으러
정말 오랜만에 정현이한테 전화했지.
-아.... 또 뭘 때려!...오바야, 개오바...
아빠폰번호 대학가면 준댔는데 안주잖아.
약속했는데 씨발...좆같은 년이......
엄마 핸드폰좀 뺐다가 좀... 그랬어... 내가 쓰레기냐고.
울 엄마 존나 오버하는거 알잖아. 왜 그래 형까지.
참, 나 형컴에 와우 좀 깔았다. 하려면 xxx섭에 오고-
또 애매....하다. 그럼그렇지.
심각하게 뭐 폭행이런건 아니겠네.
근데 자기 엄마한테 좆같은 년이라...돌았구나 이새끼?
몰라보게 거칠게 변해버린 녀석을 그냥 그렇게 넘겨버렸어.
엄마에겐 정현이랑 잘 통화했다고.
이모를 치려고 한게 아니라 사정이있었고 어쩌고.
정말 죄송한데 못간다고 했어.
빠질 수 없는 학교행사 있다고 그럴듯한 거짓말도 좀 하고.
엄마도 일단 정현이가 지금은 게임에 열중하고 있으니
알겠다고 하셨고,
다만 끝나면 꼭 주말에 한번 좀 들르라고 하셨지.
하지만 소개팅은 파토났고 또 술만마셨으며
그 다음주도 연합MT 참석하느라 가지 않았어.
또 그 다음주도.
이번엔 진짜로 갔어야 했는데.
마지막 기회였던 것 같기도.
그럼 모든걸 바꿀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번외)
나는 내심 항상 궁금했던 질문이 있었어.
-과연 다른 애들도 엄마가 자신의 생식기를, 보지를
보여주었을까-
우리과는 여초과라 한줌 안되는 남자녀석들이
항상 모여서 시시덕 거렸었거든.
적었기 때문에 단합이 되는 케이스.
원룸에서 동기들끼리 술을 마시며 음담패설,
첫키스, 첫경험따위를 떠들어대던 때였어.
다들 동정이었고 잘나가봐야 키스.
나는 오랄까지 해봤다 하니까 역시 형아야! 이지랄.
그러다가 더 깊이, 망상까지 나오니까
조심스레 모르는척 물어본적이 있었어.
”일본에는 엄마가 성교육 시켜준다는데?
뭐 자기꺼도 보여준다는데?“
내심 기대했지만
”에이 드러...근친상간 한다는거 아냐? 토쏠려“
”미친. 엄마가 보지를 아들한테 보여준다고요?“
그냥 성적 망상을 떠들어 대다가도 갑자기 정색하는
한 살아래 동기들의 반응에 난 무척 당황했어.
”뭐...혹시 우연찮게 보게되는걸 오바하는 거겠지?“
”그쵸 형. 일본애들은 효 라는 개념이 약해서
별 뇌가 썩은 상상 하더라구요. 가끔 비슷한 야동
만들어내는데 그냥 여배우가 꼴리는거지. 그냥 스킵함다“
”그...그렇겠지? 미치지 않고서야“
네 다섯에 하나, 많이 양보해 열에 하나는 그럴거라는 믿음은
산산조각 났어.
그날 이후로 나는 내 경험에 대해 입 뻥끗할 생각도
못했던 것 같아.
마치 성범죄자임을 숨기고 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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