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경험은 엄마였다 (52)
안젤라쌤의 늙은 남편이 돌아가셨어.
누군가에게서 전활 받던 엄마가 안방에 한참이나
들어갔다 나오더니 나보고 시골길도 운전 괜찮겠냐고.
노인이나 진배없는 안젤라쌤 남편이 질긴 목숨을 이어오다가
겨울이 되기 전에 돌아가신거야.
허리를 다쳐 누워만 지냈다던데,
안젤라쌤의 아버지보다도 나이가 훨씬 많았던지라
오래 벼텼지만 안그래도 고령이라
이전부터 오늘 내일 하고 있었었나봐.
엄마는 유산때, 또 아기 수목장으로 안젤라쌤에게 위로를
많이 받았으니, 당연히 도와야한다 생각했던지
그 비실대던 엄마얼굴에 오랜만에 핏기가 돌더라고.
거리에 비해 도착시간이 한참이길래
차가 막히나 싶었는데 정말 깡촌. 도로포장이...
안그래도 그때 살던곳이 소도시인데 여기서
한참 외곽으로 빠져서 밤 늦게서야 찾아간 그곳은
전원일기 세트장인가 싶을정도의 ‘짚’동네 더라고.
그런 조촐한 곳의 장례식장에서 검은 장례복을 입고
일하고?? 있는 안젤라쌤을 봤어.
엄마 유산때 봤을땐 너무 경황이 없어서,
그리고 그땐 해외로 튀었다가 돌아온 정음이모에게
더 신경이 갔었기에 이번에 잘 관찰할 수 있었어.
정말 오랜만에 본 단발의 안젤라쌤은 그간 고생이 많았는지
아쉽게도. 예전의 그 남미삘 나는,
청순한 얼굴선이 남아있던 날렵한 턱선과 콧대는
많이 둥글어 졌더라고. 살도 많이 붙었고.
그 해외 이주민 출신 여성 정치인, 이XX민 라고. 너무 닮았어.
늦은시간 조문객은 거의 없고 죽은 늙은 남편의 지인인
동네노인들이 육개장을 안주삼아 막걸리나 마시며
술에 취해 왁자지껄 하고 있었는데
이게 장례식장인지 동네 노인 술집인지.
아마 우리 장례문화에 대해 잘 모르니까 그랬나봐.
안젤라쌤은 조문도 받지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홀로 그냥 싸구려 술집 촌부처럼
고주망태된 문상객들의 진상이나 네네 들어주며
달라는 음식이나 나르고 있더라고.
과연 조의금은 제대로 넣었을는지.
다행히 비슷한 피부색의 젊은 이주여성 하나가
일을 돕고 있었지만 역부족 같아보였어.
그리고 조금 더 어려보이는 고딩쯤 되보이는
삐쩍마른 필리핀계 남자애 하나가
구석에서 버릇없게도 핸드폰 삼매경.
안젤라쌤은 아예 상의는 벗어둔 반팔 차림.
살이 붙어 더 커진 유방의 모습을 채 숨기지 못하는
앞섶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라있어
이래도 되나싶게 민망하더라고.
우리를 보더니 안젤라쌤은 급히 조문을 받으려 했지만
엄마는 바로 옷을 고쳐입고 서둘러 일을 도왔어.
상을 닦고 음식을 나르고 나는 치우고.
영정 사진 옆에는 당장이라도 돌아가실 것 같은
노파인 남편의 누이가 피곤한 듯 앉아있었고
어느덧 중학생이 된 딸 세린이가 무릎을 세워 물끄러미
날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더라.
아무도 슬퍼하지 않던 기묘한 장례식장이었어.
안젤라쌤도 필리핀에서 여기에 매매혼으로 팔려와서
별 재미없이 고생만 했고 남편에게 정도 못붙였겠지.
정말 용케 안도망 갔구나.
두어 시간이 지나고 자정이 다되가 엄마를 찾는데
엄마가 없는거야. 아직 어색한 투로 안젤라쌤에게 물어보니
안쪽 상주방에 계시다고.
문을 열었어.
그런데 엄마가 한 돌이 막 지나보이는 아기를 안고
끝나기 막바지인 젖을 물리고 있는거야.
어? 소름.
분명 안젤라쌤 정현이 애 낙태했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아미를 찡그리자 아기 놀라지 않게 엄마가
속삭이듯 ‘안젤라 여동생 아기래’
아, 어휴. 난또. 그제야 알게됬지. 밖에 일 돕던
늘씬한 외국인 처자가 안젤라쌤 여동생인걸
난 엄마가 젖물리는게 뭔가 찡하고 보기 좋았는데,
근데 그러면 안되는 거라며? 젖 바뀌면 설사한다고.
여동생이란 아가씨가 뒤쪽에서 계속 안절부절하다가
조심히, 하지만 낚아채듯 데려가더라고.
버릇없이 누워 뻗대고 있는 놈은 ‘마누’라고
장남이자 셋째.
개념 밥말아먹었는지 엄마의 수유장면을 몰래 훔쳐보다
제 누이에게 다시 끌려나갔어.
(나중에 속썩이는 녀석)
그해 필리핀에 태풍피해가 장난 아니었거든.
입을 줄이려, 또 위중해진 남편 간병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게 되어 남동생이 온건가봐.
여동생은 이미 조선소 쪽에서 살림꾸린지 오래.
따갈로그어가 몇 번 그들중에 오가더니 결론이 났어.
“너 세린이랑 동생 집에 데려다주고 와”
“엄마는?”
“난 여기 있을거니까. 내일 발인까지 보고 갈게...
내일 학교가야 하잖아. 가봐”
엄마는 젖을물다 잠든 아기를 흔들어재우며
날 보내더라고.
‘고마와여 고마와여’ 처음으로 말을트며 반겨주는
안젤라쌤은 반찬등을 가득 담은 반찬통,
비닐봉다리가 들은 보자기를 건네주었고
또래보다 조숙해보였지만 졸림이 가득한 눈의 세린이는
그동안 또래의 삼촌뻘 되는 마누와 내 차에 몸을 실었어.
(세린이는 안타깝게도 피부색이 드러나면서
학교에 잘 적응을 못했는지 일년이 늦더라고)
집에 도착했는데 세상에나...대한민국에도 이런집이 있나
상상 이상의 옛날집이더라구. 민속촌도 아니고.
일부 신식이긴 한데 재래식이 태반.
아궁이가 일부남아 있고.
무엇보다 냄새가...
슬레이트 지붕엔 비가 샜는지 벽지도 군데군데 검은 얼룩,
천장엔 파리끈끈이가 파리를 잔뜩 매단채 대롱대롱.
제일 끔찍한건 재래식 화장실.
허술한 조립식 건물엔 고작 소 너댓마리.
빈 공간이 많은걸 보니 없는 살림에 많이 팔았었겠구나.
이런곳에서 사는 어린 세린이가 불쌍하더라고.
자존감이 낮아보이던데 환경때문인지.
필리핀과 별반 다르지 않을 이런곳에 시집와서
여태 안도망간 안젤라쌤은 남편이 곧 죽으리라
생각했기에 버텼던걸까? 그담에 가족데리러 오려고?
어쨋든간에 대견하기도.
장례가 모두 끝난뒤 엄만 장례비 보태라며
크게 조의금을 주고 돌아왔어.
엄만 고된 모습은커녕, 집도 들려봤는지
옛날 축산업을 하던 친정집도 이랬다며
신이나선 이런저런 얘길 하더라고.
실례인줄 알텐데... 아기 안아 젖먹이는
그 감각을 못잊었는지 아님 오랜만에 소를 봐서 그런지
이후로도 거의 이주일을
그 시골까지 혼자가서 아기를 보러 가더라고.
여동생이란 사람도 첨엔 싫어했던 모양인데
장례때 다 해결해주고 장례비도 지원해줬으니.
또 높은 사람같은 한국 사모님이
자꾸 뭔가 올때마다 애기옷이나 기저귀 같은걸 사다주고
관심주니까 그냥 뒀나봐.
다녀올때마다 애가 순하다, 젖 잘빨더라 웃음을띄니까
또 사람과 교류도 하는 것 같아 좀 안심이 됬었어.
자 이제 분위기만 잡히면
다시 섹스기회가 올 것도 같았는데...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올 줄이야...
별 큰 의미없는 수유 때문에 난 몰랐던
항우울제 복용을 멈췄는지
그 부작용이 세게 오더라고.
계기는 아기 때문이었는데 우울감을 내쫓기 위한
복용을 멈추니 대신 잠시 찾아오는
활기에 괜찮아졌다는 착각에 엄마의 증세는
본인을 잃어갈 정도로 심해졌어.
첫 번째는 폭식.
모든 일이 마무리 되어 안젤라쌤 여동생은
원래 살던 남편이 일하는 공단쪽으로 아기와 함께 돌아갔어.
(막내 남동생은 필리핀서 요번에 눌러살기로)
이윽고 가슴에 솟나나던 모유가 멎어가니
아기가 잠들어있던 곳이 허탈해져 채울 심산이었나
생전 처음보는 엄마의 과식에 스트레스 풀라고 그냥 뒀지.
“...부작용인가...애는 잘 있을까? 요즘 너무 허해...”
무슨 부작용을 말하는건지 횡설수설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어쨌든 손을 댈 수도 없었어.
처음엔 피자 치킨 콜라등 쉬운 배달음식.
하지만 느끼한걸 애초에 싫어하는 엄만 메뉴를 바꿨어.
구운 김, 밥.
과장을 하는게 아냐. 정말 그뿐.
게걸스럽게 먹는건 이사람 태생이 허락 안하나봐.
그걸 싸서 조금씩 조금씩. 토끼가 당근먹듯.
질리면 토스트와 우유. TV따위를 보면서 끝없이.
별 맛도 없을텐데 엄만 홀쭉한 배가 마치 죄인양
배를 채우려 노력하더라고.
그러다 토하러 화장실로 달려가고.
두 번째. 망상에 의한 의심과 걱정. 폭음.
주기적으로 엄만 눈도 마주치지 않고
내 방에 들어와 잠깐 나가있으라고 하곤 문을 잠궜어.
뭐, 묵인된 의식처럼 엄마가 불편하지 않도록
나도 별말없이 신을 신고 밖에 나가줘야 했지..
그러면 엄만 모 웹하드에 본인 윤간동영상이
또 업로드 되었는지 체크했어.
(이때 보다 훨씬 전부터 그 웹하드 측에
달에 돈을 수백씩 보냈던거 같아)
가끔 방에서 탄식과 그놈들을 저주하는 소리.
다음에 이어지는 어딘가에 전활하는데
누군가에게 애걸하면서 통화하고.
또 질질짜는 울음소리가 들려와
같이 갑갑해져 들어줄 수가 없어 뛰쳐나갔어.
내가 엄말 혼자둬 그렇게 됬다는 양심의 가책도 있잖아...
조용해졌다 싶어 들어오면 소주를 들이키고 있는 엄마.
“혹시 네 대학친구들도 막...봤을까? 가르쳤던 애들도...응?”
그리곤 주변 사람들이, 이웃들이, 자신이 가르쳤던 학생들이
이걸 다 봤다고, 본인을 반찬으로 흉보고 있을거라
생각하고 확신하기 시작했어.
“너도 혹시 봤으면 얘길해봐...남자들 이런거보면서 자위하지?
뭐가 흥분되는 포인트니? 봤으면 봤다고,
솔직하게 말해보라니까, 어? 괜찮아... 더러운새끼들”
술에 꽐라가 되선 묻기도 하다 다그치는데,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도, 모른다고 해도 날 계속 의심했고.
그래선지 죄책감 때문에 동영상을 찾기가 꺼려지더라고.
아님 그게 목적이었을지도 모르겠어.
이즈음 맘먹고 찾았으면 금새 발견했을텐데.
마지막으론, 거식과 의존증 그리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짜증.
보기 좋을정도로 살이 통통해졌다 싶었는데,
이번엔 안먹어.
본인이 차려놓곤, 헛구역질했어.
식물처럼 누워선 TV드라마나 보고 영화나 보며...
맥이 빠져서 힘없이 굴었어.
(이땐 그냥 안먹어서 그런줄 알았는데 아니었지)
잠깐 활기를 찾을때는 의존할 누군가를 찾았을 때.
정신 못차리고 이젠 연 끊었다던
장씨에게도 연락을 해본 모양인데
그쪽도 새로생긴 애인에 정신이 팔렸는지,
답이 없었거든. 여긴 한시름 놨지.
대신 이때부터 엄마에게 자꾸 연락해오는
뱀같은 남자가 하나 있었어.
‘누님 누님’하는 조금 가볍고 경박하게 건너들려오는
그런 중년 남성의 목소리.
반복되자 신경이 쓰여 누구냐 물어보니 지역곳곳,
그리고 건너건너 여러 스크린골프 사업한다는.
당시 아마 창업열풍이었을거야.
옛날 산악회 이전 골프동호회 때부터 알게된
‘창수’라는 사장님이라고.
예감이 안좋았어. 또 실제로도 그랬고.
내가 좀더 성숙했다면. 곁에서 뭔가 조언을 해줄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했어.
아니, 엄마를 불구덩이로 떠밀었나봐.
[출처] 내 첫경험은 엄마였다 (52) ( 야설 | 은꼴사 | 성인사이트 | 성인썰 - 핫썰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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